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611
610화.
다가간 하얀 왕성 근처.
라온의 눈동자가 번뜩였다.
-근처에 은신한 병력이 많다.
로잘린과 라크의 입이 다물어졌다.
라크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한 건물의 지붕 위를 가리켰다.
끄덕.
로잘린이 고개를 끄덕이자, 라크는 로잘린을 안고 곧바로 지붕 위로 소리 없이 올라섰다.
라온은 그 뒤를 쫓았고, 하얀 왕성을 응시했다.
-정문으로 가는 것은 어렵다! 물론 때려 부수면서 가면 쉽지만, 인간이 이런 건 은밀하게 해야 뒤통수를 더 강하게 후려치는 거랬다!
끄덕끄덕.
라크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로잘린이 태연한 얼굴로 한 곳을 가리켰다.
-오! 저기 좋다, 똑똑한 로잘린아!
수많은 창문들 중 하나로, 테라스가 있는 곳이었다.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로잘린의 입이 열리며 작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저기가 하얀 별의 욕실이 있는 테라스일 거예요.”
-로잘린아! 왕성 내부에 대한 정보를 들었나?
“그쯤이야.”
-역시 똑똑하다!
라온은 방실방실 웃으며 곧바로 앞발을 휘저었다.
그러자 로잘린과 라크가 하늘로 치솟았고, 세 존재는 비행 마법을 통해 빠른 속도로 테라스로 향했다.
‘역시. 이곳이 이상해.’
그 와중에도 아래를 내려다보는 로잘린의 눈빛은 냉정했다.
‘성을 감싼 채 은신한 적군이 많다. 개중에는 흑기사들도 몇 보여.’
그 말은 이곳이 중요하다는 소리였고.
‘조각상을 찾아야 해.’
조각상이 있을 확률이 높았다.
‘정확히 말하면 조각상과 더불어 의식이 이루어질 장소를 찾는 것이지.’
그녀는 라크를 힐끗 쳐다봤다.
평소와 달리 침착한 모습이었다.
‘화가 났네.’
그녀는 라크의 상태를 바로 알아챘다.
그러나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녀 역시도 화가 났으니까.
타닥.
작은 소리와 함께 세 존재는 테라스에 내려섰다.
“안에 아무도 없습니다.”
테라스 안을 살피던 라크는 말을 내뱉음과 함께 테라스 창을 밀었다.
쓰윽.
소리 없이 문이 열렸다.
그들은 로잘린의 뒤를 따라, 하얀 별의 욕실로 추정되는 곳을 나와, 투명화한 채로 복도를 지나쳤다.
-문이 모두 닫혀있다!
-문 안에 아무도 없다!
-…이 층에는 아무것도 없다!
빠르게 이동하는 와중에 라온의 목소리가 실시간으로 두 사람에게 전해졌다.
-바깥에는 궁을 지키는 병력을 숨겨놓고. 정작 궁 안에 하얀 별의 침실에도 아무도 없다는 것은.
-여기가 아주 수상하다는 거고.
-사람이 모인 곳에.
라온이 툭 내뱉었다.
-다 있다는 소리다.
그리고 그 말에 대한 확신을 세 존재는 곧 얻었다.
-멈춰라!
라온의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두 사람은 걸음을 멈췄다.
라크의 귀가 움찔거리며 그의 시선이 한 곳으로 향했다.
킁.
짧게 냄새를 맡는 라크의 눈동자가 서서히 차갑게 가라앉으며 계단 아래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 한 곳으로 향했다.
대회의실.
예전에 케일이 나르 공자로서 하얀 별을 비롯한 엔더블 왕국 주요 인원들과 함께 회의를 펼쳤던 장소.
화르륵, 화륵.
그곳으로 향하는 복도에는 마법 불이 곳곳에서 피어오르고 있었고.
‘최소 수십.’
최소 수십여 명에서 최대 백여 명에 달하는 자들이 벽을 따라 빽빽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인원은.
-곰족이다! 흑기사들도 있다!
인간을 비롯하여 곰족과 흑기사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하나하나가 만만치 않은 전력이다. 물론 내 콧방귀보다 약하지만! 어쨌든 여기가 하얀 별의 핵심 전력이 모인 곳이 맞다!
라온은 통통한 볼살을 씰룩이며 눈빛을 반짝였다.
그때 로잘린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어떻게 접근을 하지?’
그녀가 프레도 공작을 통해 듣기로는 대회의실로 갈 수 있는 길은 오로지 저 복도뿐이었다.
‘우리 셋 다 몰래 통과 가능할까?’
아무리 투명화를 했다지만, 저쪽은 빽빽하게 복도를 점거한 상황.
작은 실수가 큰 틈을 만들지도 몰랐다.
그녀의 시야에 저를 바라보는 라크가 눈에 담겼다.
라크의 입이 벙긋거렸다.
‘제가 다녀올게요.’
그나마 몸이 날쌘 자신이 다녀오는 것이 맞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로잘린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가야 한다면 내가 가야 한다.’
라온은 만약을 대비해서 남아야 했고, 다양한 상황에서 가장 유동적인 반응이 가능한 사람은 경험이 여기서 제일 많은 자신이었다.
라크는 로잘린의 눈빛에 입술을 깨물었다.
그때였다.
톡. 톡.
두 사람의 어깨를 통통한 두 앞발이 한 번씩 두드렸다.
-역시 나는 위대하다!
라온이었다.
라온은 두 사람에게 한 곳을 가리켰다.
-로잘린아, 저 대회의실 위에 무슨 방이 있나?
설마?
순간 로잘린의 눈동자에 이채가 감돌았을 때.
라온이 당당하게 통통한 배를 내밀며 말했다.
-그 방바닥에 작은 구멍을 뚫자! 몰래 뚫는 게 가능할 거다! 그리고 아래를 내려다보자!
그러면 분명 대회의실 안의 풍경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히죽.
라온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우리 인간한테서 배웠다! 히히!
라온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그리고 정보 챙길 거 다 챙기고, 천장 부숴버리자! 그러면 번거롭게 복도 지나치면서 싸우지 않아도 된다!
라크를 시작으로 셋은 빠르게 다시 위층으로 향했다.
왔던 길과 다른 길이었지만, 로잘린 덕분에 빠르게 이동했고, 그들은 대회의실 위로 추정되는 방 근처에 도달했다.
‘…역시.’
대회의실 위로 추정되는 방.
그 방은 다른 곳과 달리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더불어 그 안에 몇몇의 기사와 곰족이 보였다.
로잘린은 은밀히 그 안으로 잠입했다.
‘생각보다 치밀하게 했어.’
원래 하얀 별이라면, 이곳까지 병사를 배치하지 않았을 터.
‘일단 이들을 기절시키-’
생각을 이어가던 로잘린은 멈칫 걸음을 멈췄다.
끼이익.
문이 닫히며, 방은 바깥과 단절되었다.
-내가 닫았다!
라온의 마법이었다.
“무슨-!”
곰족 한 명의 입이 열린 순간, 그 곰족은 곧 쓰러져야 했다.
라크의 솜씨였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로잘린의 손에서 붉은 마나가 피어올랐다. 동시에 라온도 움직였다.
툭. 투둑. 툭.
고요한 방 안.
연이어 곰족과 기사 십여 명이 뭐라 입을 제대로 열지도 못한 채 픽픽 바닥으로 쓰러졌다.
곰족 왕 정도의 강자가 아닌 일반 곰족과 일반적인 기사들은 갑작스러운 세 존재의 기습을 막을 수 없었다.
그리고 서 있는 존재가 라온, 라크, 로잘린만 남았을 때.
-한 명은 기절 안 시키고 입만 막았다!
“이제 대화를 해도 되겠군요.”
“읍, 읍!”
입이 막힌 곰족 한 명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쓰러진 아군을 떨리는 눈동자로 바라봤다.
곰족은 식은땀이 절로 났다.
“뭐, 궁금한 것은 나중에 묻기로 하고.”
아무도 보이지 않건만 목소리가 들리고 아군들이 픽픽 쓰러졌다.
분명 케일 헤니투스 측의 사람일 것인데. 보이지 않고, 입과 사지가 묶여 그저 벌벌 떠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때였다.
취이이익.
작은 소리와 함께 바닥에 구멍이 세 개 생겨나기 시작했다.
아주 작은.
새끼손가락만큼의 구멍이 생겼다.
‘저건 뭐야?! 빨리, 빨리 보고를 해야 하는데!’
곰족은 겁에 질려 조금씩 그 구멍 세 개에게서 멀어졌다.
퍽!
“크윽!”
그때 뒤통수를 무언가가 때렸다.
“가만히 있어. 죽기 싫으면.”
살벌한 여자 목소리에 곰족은 움직이던 것조차 멈췄다.
휙, 휙, 휙.
왜냐면 기절한 동료들의 몸뚱이가 대충 방구석에 던져지며 산처럼 쌓이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문제는 저렇게 집어던지는 괴력의 주인공을 알 수 없다는 점이었다.
“다 됐다! 역시 위대한 나는 이런 구멍도 은밀히 잘 낸다!”
발랄한 아이의 목소리에 살벌하던 여자의 목소리도, 휙휙 던져지던 동료의 몸뚱아리들도 모두 멈췄다.
곰족은 그 상황에 더 바들바들 떨었으나, 라온과 로잘린, 라크에게는 중요치 않았다.
로잘린은 천천히 몸을 숙여 라온이 낸 구멍 속을 들여다보았다.
작은 구멍 아래.
대회의실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로잘린은 옆에서 놀라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를 들었다.
“헉!”
라온이 아래를 내려다보다가 황급히 고개를 들어 라크를 쳐다봤다.
하지만 로잘린은 그에 반응하지 않았다.
“…역시.”
그저 미간을 찌푸린 채 아래를 내려다봤다.
대회의실.
수많은 적군들이 곳곳에 빽빽이 배치되어 있었다.
전사, 검사, 궁수, 마법사.
가릴 것 없이 핵심 전력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었다.
‘곰족 왕과 사자족 왕.’
그 두 사람도 보였다.
그리고 회의실 중심.
8개의 조각상이 있었다.
알베르가 묘사했던 그 모양이 딱 맞았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라온이 라크를 보며 외쳤다.
“이상하다! 왜 아이들이……!”
조각상이 있는 단상 위.
손발에 사슬이 채워진 어린아이들이 정신을 잃은 채 한데 모여 있었다.
“느, 늑대족 같은데!”
라온이 당황해서 내뱉는 말에 로잘린은 질끈 눈을 감았다.
‘라온 님은 아직 어리니, 말하지 않았지만 두 사람에게는 혹시나 모르니 말하도록 하죠.’
로잘린은 알베르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프레도 공작이 말해주더군요.’
그녀는 알베르가 저에게 말을 하면서도 시선이 어색하게 앉아있는 라크에게로 향해 있는 것을 보았다.
그 덕에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라크임을 깨달았다.
‘하얀 별은 신에게 버림받은 씨앗들을 모았다고.’
알베르가 그 말을 내뱉는 순간, 왕실을 어색해하던 라크의 시선이 알베르에게로 향했다.
신에게 버림받은 종족.
그중 하나가 늑대족이었다.
그래서 신전에서 받는 포션은 들지 않았으며, 신의 힘이 깃든 물건에 턱없이 약한 종족이었다.
뱀파이어, 다크엘프 등등.
특정 종족에게는 대척점에 서는 신이 존재했다.
그 종족들은 그 신에게 버림받거나 미움을 받는다고 하였다. 그렇기에 그 신의 신물에 약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늑대족만큼 모든 신에게 버림받은 종족은 몇 없었다.
‘케일에게 들었다. 언젠가 ‘암’이 푸른 늑대족을 습격했다고. 그리고 어른들을 죽이고 아이들을 데려가려고 했다더군.’
라크는 잊을 수 없는 기억이었다.
그때 모든 가족과 마을 사람들을 잃었고, 겨우 메스를 비롯한 십여 명의 아이들만이 살아남았다.
모두 최한과 로잘린. 그리고 케일을 비롯한 또 다른 가족들 덕분이었다.
‘그리고 그 습격은 푸른 늑대족뿐만이 아닌 동서대륙 곳곳에 퍼져있는 늑대족들에게 벌어진 일이라고 한다. 하얀 별이 신에게 버림받은 이들을, 그중에서도 어린애들을 모았다고 하더군.’
그 말에 라크의 안색이 하얗게 변했다.
‘라크.’
그런 그의 어깨를 알베르가 강하게 붙잡았다.
알베르가 라크에게 이리 말을 걸고 가까이한 적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라크, 살아남은 늑대족들도 있다.’
순간 라크는 왠지 모르게 등이 서늘해지며 정신이 들었다.
‘프레도 공작이 빼돌린 인원이야. 그는 독자적으로 하얀 별에게서 ‘씨앗’을 일부 빼돌렸다고 한다. 대략 다섯 부족 정도라고 해.’
그 이상은 프레도 공작으로서도 버거웠다. 다섯 부족을 빼돌리는 것만 해도 그로서는 한계치였다.
‘더불어 프레도의 정보 조작으로 아예 암이 파견되지 않은 부족도 있다. 다들 숨죽이면서 버티고 있지. 그들은 프레도 공작이 연락을 하면 곧바로 엔더블 왕국으로 올 것이다.’
로잘린은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여전히 라크에게 말하는 알베르가 떠올랐다.
‘무슨 이유로 씨앗인지는 프레도 공작도 정확히 모른다고 한다. 다만 제사장이 알고 있는 것 같은 뉘앙스라, 우리는 조각상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추측할 뿐.’
그녀의 눈동자에 라크가 담겼다.
주먹을 꽉 쥔 손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기억 속 알베르와 마주했던 라크의 모습과 똑같았다.
‘네가 사로잡힌 늑대족 아이들을 구하는 것을 도왔으면 한다. 늑대족은 네가 잘 알 테니까.’
그리고 지금.
라크의 손에서 푸르스름한 은빛 털이 돋아나고 있었다.
소리 없는 분노가 담긴 광폭화.
로잘린은 그 모습을 보며 입을 열었다.
“조각상을 발견.”
라온이 로잘린에게로 시선을 돌렸을 때.
“신호탄을 쏩니다.”
그리고.
“즉시 천장을 무너뜨리고 잠입하여, 조각상을 훔치고 늑대족 아이들을 구합니다.”
라온은 곧바로 검은 마나를 일으켰다.
놀람이 사라진 자리에는 용의 분노가 서서히 맺히고 있었다.
“내가 천장 부순다!”
이글거리는 검푸른 눈동자가 바닥을 노려보았을 때.
라온은 천천히 일어서는 라크를 볼 수 있었다.
“라온 님. 제가 부수겠습니다.”
라온은 고요하지만 거센 감정의 요동이 라크에게서 느껴졌다.
“라온 님은 아이들을 지켜주십시오.”
라크의 손가락이 아래를 가리켰다.
“조각상과 아이들이 있는 저 단상 위에 실드를 둘러, 적의 침입을 막는 겁니다.”
라온은 기꺼이 라크의 말에 따랐다.
“좋다! 라크야, 네 말대로 하겠다!”
로잘린은 그 대화가 끝나자마자 입을 열었다.
“그럼 쏘겠습니다.”
로잘린의 두 손에 붉은 마나가 맺혔다.
“읍, 읍!”
곰족이 폭발할 것만 같은 붉은 마나에 놀라 다시 움찔거렸고.
“크윽. 이게 무슨-”
“내가 언제 정신을!”
요동치는 마나에 정신을 차린 적들의 눈동자에 검고 붉은 마나가 담긴 순간.
“갑니다.”
거대한 늑대 인간의 주먹이 바닥을 내리쳤다.
콰아아아앙—!
라크에게 이런 힘이 있나 싶을 정도의 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쩌저적-
“바닥이, 바닥이 부서진다!”
“으아악!”
정신을 차린 이들이 놀라서 적이 나타났다고 외치는 그때.
콰아아앙!
이번에는 천장이 부서지며 붉은 불꽃이 치솟아 올랐다.
화려한 신호탄이 하얀 왕궁 밖으로 나가 하늘로 향했다.
쿠웅! 쿵!
그리고 무너진 천장의 잔해들이 대회의실 곳곳으로 떨어져 내렸다.
하지만 조각상과 아이들이 있는 단상에는 닿지 못했다.
“내 방패가 최고다!”
라온의 검은 실드가 조각상과 아이들이 있는 단상 위를 단단하게 감쌌다.
“이런! 다들 공격을 준비해라!”
적 중 누군가의 외침과 함께, 로잘린은 천천히 낙하했다.
그녀는 어느새 투명화를 풀었다. 그녀의 눈동자에 한 중년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사자족 왕 도르프였다.
“역시 케일 헤니투스의 수족이 왔군. 마법사 로잘린, 맞는가?”
하지만 로잘린, 라온보다 먼저 땅에 내려선 이가 있었다.
그도 마찬가지로 투명화를 풀었다.
쿵.
상당한 무게를 담은 소리와 함께 내려선 존재는 그 거대한 몸집을 꼿꼿이 일으켜 세웠다.
“누나를 볼 필요도, 누나의 이름을 알 필요도 없다.”
라온의 검은 실드 앞에 내려선 라크.
“오늘이 네놈들의 마지막일 테니까.”
그가 사자족 왕을 비롯하여, 이 거대한 회의실 안의 적들을 보며 말했다.
그리고 그가 손을 뻗었다.
라온의 목에 걸린 흰 목걸이와 비슷한 모양의 팔찌가 라크의 팔에 감겨 있었다.
로드 쉐리트가 큰 전투를 치르러 가는, 종족을 구하러 가는 자신의 제자에게 준 선물.
휘이이이-
바람 소리가 흘렀다.
그와 동시에 라크가 두 팔을 움직였다.
무언가가 그의 두 손에 쥐어졌다.
쿠웅!
순식간에 나타난 거대한 방패가 대회의실 바닥에 내리 찍혔다.
라크와 방패.
마치 산과 같았다.
“맞아. 오늘이 마지막이지.”
그리고 그런 라크의 옆에 로잘린이 유려하게 내려섰다.
그녀는 싱긋 웃으며 속삭이듯 말했다.
“우리 동료들이 올 테니까.”
그때, 고개를 들어올렸던 적 중 한 명이 외쳤다.
“하, 하늘에 해, 해골이-!”
밤과 아침 사이.
그 짧은 새벽이 빠르게 흘러가는 때.
신호탄을 쏘느라 뚫린 천장으로 태양처럼 타오르는 붉은 신호를 중심으로 모여드는 하얀 존재들이 있었다.
뼈.
해골이었다.
그리고 그 해골 몬스터들을 모두 연결시키는 검은 실.
그 실을 발견한 순간, 적들은 한 명을 떠올렸다.
“…네크로맨서……!”
하늘을 뒤덮은 해골 몬스터들.
그 실이 시작되는 지점에 검은 해골 와이번이 검은 눈동자를 빛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해골 와이번의 등 위에는 이 해골 몬스터 군단의 주인이 있었다.
메리.
그녀였다.
신호탄을 보고 온 동료 중 하나.
메리의 손에는 영상통신구가 하나 들려 있었다.
그녀는 아래를 내려다봤다.
검은 갑옷의 창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그 창기사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봤다.
투구에 가려져 그 창기사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지만, 메리는 저를 보고 있음을 바로 알아챘다.
창기사의 갑옷 안에 있을 영상통신구.
창기사. 알베르의 입이 열렸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영상통신구를 타고 메리의 손 안의 영상통신구에 똑같이 들려왔다.
“끌어올려!”
끌어올려라.
알베르가 그리 외친 순간, 그는 저를 향해 쏘아져 오는 하얀 별의 검을 맞닥뜨려야 했다.
“이 자식들이!”
하얀 별의 표정이 다급했다.
그는 저 해골 비행 몬스터 군단과 검은 실의 정체를 알아챈 듯싶었다.
마치 하나의 거대한, 스스로 움직이는 그물과 같은 메리의 작품.
그 그물이 끌어올릴 것.
그것은 하나뿐이었다.
씨익.
알베르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는 한 번 더 외쳤다.
“케일 헤니투스를 통째로 들고 날라버린다!”
조각상만 훔치는 것이 아니다.
저 케일이 있는 검은 구.
그것도 가져갈 것이다.
봉인된 신이 만든 거든 뭐든, 가져가면 임자 아니겠나?
그리고 뭣 하러 여기서, 적진에서 싸우나.
중요한 건 빼돌리고, 우리 아군이 편한 곳에서 싸워야지.
메리의 입이 열렸다.
“알겠습니다. 좋습니다.”
그 순간, 검은 그물이 해골 비행 몬스터 군단과 함께 검은 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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