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614
613화.
김민아는 나무 꼭대기 망루 위에 도달하자마자 걸음을 멈췄다.
그런 그녀를 스쳐 지나가는 이가 있었다.
“괜찮아요?”
배푸름이었다.
바람을 사용하여 그는 가장 빨리 케일에게 도달했다.
하지만 그 역시 김민아처럼 걸음을 멈췄다.
“이, 이런 꼴로-”
“…세상에.”
배푸름과 김민아는 얼굴부터 시작해 상체 전체를 다 적신 피로 엉망인 케일의 모습. 그리고 힘없이 나무줄기에 기대앉은 케일의 창백한 얼굴과 간헐적으로 떨리는 팔다리를 보며 할 말을 잃었다.
멀리 있을 때 미처 보지 못했던 참혹한 모습이 눈에 선명히 들어왔다.
“록수 형.”
그때,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민아와 배푸름은 그들을 지나쳐 담담하게 걸어가는 최한을 볼 수 있었다.
그 광경이 왠지 익숙해보였다.
최한은 최정수가 옆에서 부축하고 있는 케일의 곁에 쪼그려 앉았다.
“…록수야.”
그리고 다음으로 도착한 이수혁이 겨우 숨을 내쉬듯 케일을 불렀다.
“빌어처먹을.”
박진태는 뒤따라왔다가 그 광경을 보고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차마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최한이 담담하게 말했다.
“보셨을지 모르겠지만, 황색 괴물이 록수 형의 나무 힘이 멈춘 틈을 타서 지하로 다시 도망쳤습니다.”
물론 최한과 이수혁을 비롯한 이들의 공격에 의해 눈, 독니 등을 비롯한 얼굴을 중심으로 곳곳에 타격을 입은 상태였다.
“조만간 다시 공격을 해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순간 케일이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동자가 머리카락 사이로 선명하게 사람들에게 보였다.
“잠시.”
그는 다시 눈을 감으며 답했다.
잠시만.
“조용히.”
그의 머릿속.
짱돌이 말하고 있었다.
-봉인된 신의 뒤통수를 치고 싶다고?
이 세계의 록수가 답했다.
-그래. 제대로 치고 싶은데.
케일의 머릿속에선 이 세계의 록수와 짱돌이 케일과 함께 3자 토론 중이었다.
-으음. 신은 소멸이 불가능한데.
-…그런.
이 세계의 록수가 탐탁지 않다는 듯 중얼거렸을 때, 짱돌이 툭 내뱉었다.
-하지만 봉인된 신에게 시전자가 아니면 못 풀 봉인을 한 번 더 걸면 영원히 세상에 나오지 못할 텐데. 그 정도면 뒤통수치는 거 아닐까?
-…못 풀 봉인? 영원히 세상에 나오지 못할 봉인이 있어?
짱돌이 태연하게 답했다.
-그래. 우리가 사는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힘이면. 그리고 더 이상 우리 세계에서 이어지지 못할 힘이면 되지.
짱돌이 케일에게 말했다.
-너한테 있잖아.
맞다.
있다.
케일 헤니투스가 사는 세상에는 없는 독특한 힘.
그리고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아, 봉인을 풀 시전자가 없을 힘.
-포용.
그것은 이수혁이 김록수에게 건네준 힘.
유형의 물체든 무형의 힘이든. 세상에 존재하는 무엇이든 담아내 특정한 곳에 저장시킬 수 있는 능력.
이름과는 어울리지 않는 능력을 지닌 힘.
포용이었다.
언젠가 이수혁은 케일에게 말했었다.
‘그 힘은 지배와 같아. 대상을 지배해서 결박해 내 손아귀에 쥐여주거든.’
‘…포용이라는 이름과 너무 안 어울리는 포악함인데요?’
‘에이. 그런 힘이라도 내가 좋게좋게 쓰면 포용이지. 안 그래? 나는 좋은 일에만 쓴다고.’
신에게도 그 힘을 쓸 수 있다?
-그냥 신이 아니지. 봉인된 신이잖아? 그 봉인된 상태로는 가능할 거다.
케일의 입이 열렸다.
“흐.”
피가 말라붙은 입으로 웃는 케일이었다.
그래.
나도 좋은 일에만 쓴다고.
***
탕! 탕!
탄환은 한 놈만을 노렸다.
-이 탄환으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일반적인 총알과는 다릅니다.
-바로, 시전자의 스킬 사용량. 어, 음… 여기 말로 하면 마력량이 되겠습니다.
-그 마력량을 자동으로 제3 지구의 힘으로 변환하여 탄환 형태로 변화시킵니다.
-번거로운 캐스팅을 안 해도 되어 좋으시죠?
타앙-!
-쭈욱 쭉 마력량을 뽑아다가 쓸 테니.
-마음껏, 쏘십시오!
쾅, 쾅! 콰앙!
불 검과 하얀 탄환은 서로 부딪치며 끊임없이 폭발을 일으켰다.
씨익.
알베르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거 편한데?”
탕, 타앙–!
알베르의 총구는 하얀 별을 노렸다.
눈. 발목. 머리.
가릴 것 없이.
-목표물에 따른 자동 자세 변동이 있겠습니다. 물론 모든 보정 작용은 기본 이상, 특출남 이하를 기준으로 합니다.
-자, 대가리를 날려버립시다!
“크큭.”
라온이 보았다면 악당 같다고 할 미소가 알베르의 입가에서 흘러나왔다.
하얀 별에게 한 발도 맞추지 못했다.
불 검이 다 막아냈으니까.
그럼에도 알베르는 신났다.
“이런, 빌어먹을!”
하얀 별의 불 검이 다시 흰 탄환을 갈랐다.
콰앙!
순간 폭발이 일어났다. 하지만 하얀 별은 그 폭발을 신경 쓰고 있을 틈이 없었다.
“나는 신경 안 써?”
지긋지긋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물의 장막을 펼쳤다.
촤르르-
그리고 그 장막을 두드리는 금빛 가루들.
쾅, 콰과과쾅-!
연쇄 폭발이 일어났다.
이미 하얀 별 주위는 폭발 연기로 인해 제대로 시야 분간이 어려울 정도였다.
“이래가지고는-!”
이래서는 네크로맨서는커녕 저 검은 그물을 부수러 갈 틈이 없었다.
고룡의 공격을 막으면, 그 작은 틈새를 노리고 저 희한한 알맹이가 날아왔다.
그냥 두기에는 그가 알지 못하는 힘을 담고 있었다.
저 알맹이가 폭발하고 나서야 그 폭발 연기 사이로 마나의 기운이 느껴졌으나, 어찌 되었든 처음 보는 기운의 형태였다.
그러니, 일일이 신경을 써야 했다.
그렇다고 해서 크게 신경 쓸 것은 아니었다.
‘알맹이에 담긴 힘은 적다.’
이런 전투에서는 한두 번은 무시해도 될, 그 정도의 힘이었다.
문제는 저 애매한 존재가 쉴 새 없이 날아온다는 것이다.
‘하필-!’
그리고 치명적인 부위만을 노린다는 점이었다.
눈, 머리, 발목 등.
애매한 곳만 노렸다.
그렇다고 물의 장막으로 공격을 막자니, 뒤에 이어질 고룡의 공격이 문제였다.
“제길!”
하지만 무엇보다도 하얀 별을 답답하게 하는 것은 따로 있었다.
‘차라리 제대로 싸우던가!’
알베르 크로스만. 그리고 에르하벤.
더불어 지금 꽁지 빠지게 빠른 속도로 도망치는 네크로맨서와 해골 몬스터들.
모두 제대로 전력을 다해 싸우지 않는다.
네크로맨서야 그렇다치고, 저 알베르 크로스만과 고룡은 아주 대놓고 어중간한 힘만 사용했다.
전력이라기엔 약하고.
둘을 한 번에 처리하고 네크로맨서 뒤를 쫓기에는 강한 공격.
더불어 저 흰 알맹이를 이용한, 언제 올지 모를 기습까지.
가면 속 하얀 별의 얼굴이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졌다.
“이런 파리 같은 새끼들!”
신경질이 날 정도로 걸리적거렸다.
“오.”
그때, 에르하벤이 금빛 가루가 뭉친 창을 날려보며 짧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러고는 인자한 미소를 그려 보였다.
“정답이네. 이번에 우리가 잡은 전투 형태지. 깔짝대는 거.”
깔짝대는 게 대놓고 목표라고 말하는 에르하벤.
“꽤 똑똑하군.”
그는 하얀 별을 칭찬하며 환하게 웃었다.
“빌어먹을!”
콰아아앙-!
그리고 하얀 별은 금빛 창을 장막으로 막아서며 이내 제 목 앞을 검면으로 막았다.
타앙!
흰 총알이 터지며 작은 폭발이 일어났다.
동시에 하얀 별의 얼굴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분노의 기색이 사라졌다.
일순간 차분해진 표정에 에르하벤은 잠시 공격을 멈추고 그를 바라봤다.
그 시선에 하얀 별은 입을 열었다.
“전력을 다하지 않는 너희를, 내가 단번에 제압할 힘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나?”
“흐음.”
에르하벤은 팔짱을 끼며 그 물음에 답했다.
“그러려면 최소한 이곳을 모두 뒤엎을 정도의 힘을 써야 할 텐데?”
씨익.
하얀 별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여기가 무너지든 말든. 그게 나에게 중요한 것 같나?”
우우웅-
하얀 별을 중심으로 거대한 기운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저 기운들이 뭉치고 뭉쳐, 폭발하면 이 엔더블은 쑥대밭이 되어버릴 것 같았다.
지금 다가오는 아침 햇살을 맞이하지 못한 채, 꽁꽁 숨어 떨고 있는 엔더블 왕국민들의 목숨을 금방이라도 앗아버릴 것 같은 힘이었다.
에르하벤의 표정이 굳어지며 입이 열렸다.
“뻥을 치는군.”
“뭐?”
에르하벤이 어깨를 으쓱였다.
“제사장이 도망가는 것을 보았네.”
제사장.
그 단어에 하얀 별이 멈칫했다.
“아주 급하게, 은밀히 도망치더군. 그 말은 제사장이 뭔가 지킬 게 있다는 소리겠지?”
메리가 나타나자마자, 제사장 게르세이는 황급히 몸을 옮겼다.
그것을 에르하벤이 목격하였다.
“그런데 뭐? 여길 부숴?”
“제사장을-!”
다급히 말하려던 하얀 별은 입을 다물었다.
‘만약 제사장을 잡고자 했다면, 저 고룡이 여기서 나와 싸울 틈이 없었을 거다.’
그렇다면 떠나는 제사장을 누가 쫓았단 말인가?
하얀 별의 시선이 움직였다.
그는 아래를 살폈다.
비크로스, 버드가 난장판을 그리고 있었다.
그래서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
“…몰란 가주!”
몰란 가주. 론 몰란이 보이지 않았다.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기척을 숨긴 채 하얀 별의 수하들을 공격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자에게 공격받는 아군이 없었다.
그 말은, 여기에 론 몰란이 없단 소리였다.
그리고 그 말은 사실이었다.
알베르의 품 안에 자리한 또 다른 영상통신구.
-추격 중입니다.
그렌 퍼프.
용병왕 버드의 친우이자 또 한 명의 최상급 마법사.
네크로맨서 메리의 등장 때 몰래 숨어든 그는 누군가의 흔적을 따라 은밀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흔적을 남긴 이는.
타닥.
론의 어깨에 올라탄 홍이었다.
전장에서 사라진 이는 론뿐만이 아니었다.
은신에 탁월한 론 몰란.
그는 케일이 저렇게 검은 구에 갇히기 시작했을 무렵인 3개월 전. 저를 찾아온 남매를 보았다.
‘우리도 더 배우고 싶어요!’
‘배우고 싶은데!’
온이 케일을 닮은 올곧은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고, 홍은 그 옆에서 어릴 적 케일처럼 밝게 웃어 보였다.
‘무엇을?’
론이 그리 물었을 때.
‘우리가 잘할 거. 할아버지는 알죠?’
‘분명히 알 건데!’
온과 홍.
두 사람은 기존의 마법도 다시 공부하고 연구하는 라온을 보며 더 성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들에게 제대로 배움을 줄 이를 찾아다녔다.
묘족의 습성을 알면서도, 그와 유사한 힘을 지녀야 했다.
더불어 그 외에도 다양한 힘에 대한 박식한 지식을 지녀야 했고, 실전 경험이 풍부한 이여야 했다.
또한 아직 어린 홍과 이제 자라나는 온, 자신들의 상태를 제대로 알고 그에 맞게 가르쳐 줄 사람.
마지막으로 자신을, 자신들의 힘을 있는 그대로 이해해줄 사람.
온은 그런 사람을 찾았다.
그리고 마침내, 돌고 돌아 결국 처음으로 돌아왔고. 한 사람뿐이란 생각을 했다.
이전부터 가끔씩 헤니투스 저택에서, 그리고 희망과 모험을 사랑하는 여관에서 그들을 가르쳐주었던 이.
‘매번 조금씩만 가르쳐 주셨잖아요. 우리도 이제 제대로 배우고 싶은데. 몰란 가 사람들처럼 가르쳐주세요, 할아버지.’
론은 온과 홍을 한참 동안 바라봤다.
케일이 처음 이 둘을 데려왔던 날과 묘족이라는 것을 알자마자 들었던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 줄은 몰랐다.
론은 답했다.
‘몰란 가 사람처럼 배우고 싶다라-, 힘겨울 텐데.’
‘괜찮아요! 잘할 수 있는데!’
‘괜찮은데!’
서늘한 미소가 론의 입가에 어렸다.
그는 무심하게 툭 내뱉었다.
‘암살 빼고 가르쳐주지. 암살은 너희에게 가르칠 생각이 조금도 없다.’
그 말에 온과 홍은 씨익 웃었다.
‘우리도 그거 빼고 배울 건데!’
‘맞는데! 나는 은신을 더 배우고 싶은데!’
그렇게 3개월이 지났고.
스스스슷-
가느다란 바람 소리만을 내며, 전보다 더 은밀하게 온은 론의 후방에서 그를 따랐고 홍은 그렌이 찾을 흔적을 남겼다.
꾸욱.
작은 고양이 발 도장이 벽에 찍혔다.
독이 묻은 것으로, 해독제를 섭취한 그렌을 제외하고는. 저 발 도장을 만지는 이들은 수면에 빠져들 것이다.
마지막으로 론. 그의 시선은 한 사람.
제사장 게르세이에게로 향해 있었다.
게르세이는 어딘가로 황급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곳은 하얀 왕궁이 있는 곳보다 한층 위.
신전들이 있는 구역이었다.
‘마신전으로 가는 것인가?’
론은 알베르를 통해 들었던 이곳의 지리를 떠올리며 게르세이가 움직이는 곳으로, 그가 찾으러 가는 것이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그것을 찾아내면.
‘하얀 별이 제대로 못 쓰게 만들어야지.’
론은 하나하나 실시간 상황을 반영하며 계획을 가늠했다.
그리고 게르세이의 발걸음이 빨라지는 만큼, 그의 발도 더욱더 게르세이 근처로 다가갔다.
더불어 생각했다.
‘지금쯤이면 저쪽도 나의 부재를 알아챘겠군. 아니면, 우리 쪽에서 알려주었거나.’
그래야 하얀 별이 더 날뛰겠지.
론의 눈동자가 살벌하게 번뜩였다.
그리고 그의 생각대로 하얀 별은 론의 부재를 알아챘다.
“…이런!”
하얀 별의 몸이 황급히 신전들이 있는 2구역으로 향했다.
게르세이 제사장은 강하다. 론 몰란 쯤이야, 가벼이 제압하는 것은 물론, 그 목숨도 쉬이 끊어낼 터.
하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타앙!
이동하는 하얀 별 앞을 탄환 하나가 가로지르며 막아섰다.
그의 시선이 빠르게 알베르에게로 향했다.
“어디가?”
알베르는 피식 웃었다.
타앙! 탕! 탕!
그리고 총알이 쏟아졌다.
“나랑 놀아야지.”
하얀 별은 그 총알을 막아내며 결국 한숨을 내뱉었다.
“하아.”
그의 시선이 천천히 사방을 살폈다.
아래는 난장판이고, 왕성 쪽도 폭발음이 들려왔다.
그리고 제사장의 뒤를 론이 쫓고 있었으며.
“…그물은 저 멀리 올라갔군.”
이미 검은 구는 저 멀리 싱크홀 밖까지 올라갔다.
“하, 하하-”
그의 입에서 허탈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 순간 알베르는 하얀 별의 얼굴에서 여러 감정들이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남은 것은 짙은 피로감임을 깨달았다.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인지. 하, 하하-”
그는 지친 얼굴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난 뭐든 다시 할 수 있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그의 눈동자가 움직였다.
알베르는 하얀 별의 눈동자와 시선이 부딪쳤다.
무기질과 같은 눈동자였다.
그 눈동자에 알베르는 소름이 돋았을 때.
하얀 별의 입이 열렸다.
“너넨 실수한 거다. 그리고 너흰 나처럼 실수를 다시 주워 담을 수도 없지.”
그때였다.
-왕세자야!
라온의 다급한 음성이 들려왔다.
-조각상을 훔치려고 하는데, 안 움직인다!
알베르의 얼굴이 구겨졌다.
-이거 부숴도 되나? 부수다가 뭔 일 터지면 안 되는 거 아닌가?
그 순간, 알베르는 보았다.
하얀 별이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그 방향은 검은 구도, 제사장도 아니었다.
왕궁.
그곳으로 향했다.
알베르는 직감했다.
‘저놈. 조각상을 가지러, 아니, 괴물을 소환하러 가는 거다!’
조각상을 가져가든, 조각상을 부수든, 아니면 다른 용도로 조각상을 사용하든.
하얀 별이 무엇을 할지 알베르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결국에 벌어질 그림은 명백했다.
등급 외 괴물 8마리.
하얀 별은 그것을 불러들이려는 것이다.
‘그것만은 안 된다!’
엔더블이 문제가 아니라, 동대륙에 큰 재앙이 벌어질 터!
-왕세자야, 그런데 부수면 이거 괴물 튀어나오는 거냐? 고민된다!
알베르는 입을 열었다.
“라온 님.”
-그래, 왕세자야!
“조각상이 안 움직인단 말이죠?”
-그래! 잘못 건들면 부술 것 같다!
“그러면 통째로 들고 나릅시다!”
-…응?
순간 영상통신구 너머 멈칫하는 라온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러거나 말거나 알베르는 빠르게 이동하는 하얀 별의 뒤를 따르며 탄환을 쐈다.
타앙! 탕!
동시에 에르하벤이 하얀 별의 앞을 가로막았다.
하지만 알베르와 에르하벤은 검을 치켜드는 하얀 별에게서 느꼈다.
이제는 더 이상 앞뒤 없이 싸울 하얀 별의 각오를.
“라온 님! 조각상이 붙어있는 제단 자체를 바닥에서 잘라내십시오! 제단 자체를 들고 가는 겁니다!”
-…오.
라온이 나직이 답했다.
-접수 완료다. 훌륭한 생각이다.
라온은 8개의 조각상과 늑대족 아이들이 있는 약간 높은 단상.
몇 미터에 달하는 원형 제단.
그 자체를 통째로 바닥과 분리시켜 들고 가기로 마음먹었다.
설사 대회의실 바닥이 거덜 나더라도 말이다.
물론 알베르는 그 정도의 스케일을 말한 것이 아니었다.
‘제단도 분리 안 되면 그냥 왕궁 자체를 들고 밖으로 나가버린다! 역시 나는 위대하다!’
하지만 라온의 각오는 그러했다.
-왕세자야! 걱정 마라! 내가 우리 인간처럼 하겠다!
하얀 별과 다른 의미에서 이판사판인 라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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