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62
61화.
케일은 위티라와 파세톤이 아직 확신하지 못한 표정으로 바라봤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곧 온과 홍의 실력을 알게 될 테니까.
“가자.”
케일의 그 말에 검은 용이 석벽 위를 향해 날아올랐고, 케일의 몸 또한 지상 위로 떠올라 뒤를 따랐다. 당연히 온과 홍은 케일의 품 안에서 석벽 위로 향했다.
“파세톤.”
위티라의 부름에 파세톤이 고개를 끄덕였고 고래 남매는 살짝 발을 굴렀다. 그리고 아주 빠른 속도로 석벽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들의 걸음마다 물기가 맴돌았다가 증발했다.
쏴아아.
빠르게 바람을 가르며 석벽을 따라 수직 상승한 케일은 이내 석벽 위에 올라설 수 있었다.
“우아.”
홍의 감탄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둠의 숲. 그 광활한 자연이 일행의 앞에 펼쳐졌다.
5대 불가사의 영역 중 두 번째로 넓은 지역으로, 로운 왕국 동북부 최단에 위치하여 동쪽 해안선까지 타원형 형태로 이어진 거대한 숲이었다.
웬만한 영지 두셋에 해당하는 크기였다. 그래서 로운 왕국은 이 땅을 어떻게든 손에 넣으려 했지만 어느 누구도 지배할 수 없었다.
‘용이나 최한이면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크네.”
케일은 덤덤히 말하며 숲의 중앙에 솟아오른 돌산을 확인했다.
이름과 달리 어둠의 숲은 어둡지 않았다. 오히려 새벽과 함께 조금씩 밝아지는 숲의 전경은 마음을 탁 트이게 하기 충분했다.
“내려간다.”
“그래.”
검은 용은 천천히 케일과 고양이들을 바닥에 내려다주었다. 이미 고래 남매들은 지상에 내려와 있었다.
바삭. 가볍게 케일은 땅으로 내려섰고 그의 신발에 밟힌 풀이 뭉개지며 소리를 냈다.
“어둠의 숲은 두 영역으로 나뉜다고 하셨죠?”
케일은 위티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온과 홍을 땅에 내려주었다. 그리고 마법 주머니를 펼치며 입을 열었다.
“외곽과 내부로 나뉘지.”
이 거대한 숲은 1단계와 2단계로 나뉘었다. 1단계는 숲의 외곽으로 그렇게 위험하지 않았다. 변형 몬스터도 적었고 대부분 소중형 몬스터였다. 다만 2단계, 돌산을 중심으로 한 숲의 내부는 상당한 위험이 도사렸다.
‘최한도 수십 년 만에 그 2단계를 자유자재로 오갈 수 있게 되었으니까.’
자유자재로 오간다는 말은 적이 없다는 말이었다. 물론 이런 걱정은 케일 일행에게 해당이 안 되는 말이었다.
“우리가 갈 늪은 외곽과 내부 그 경계에 있어. 그러니 그리 위험한 곳은 아니야.”
외곽은 그 둘레가 넓어서 그렇지 직선으로 이동하면 그렇게 긴 거리가 아니었다. 오히려 내부 지역이 옆으로 긴 타원형 형태로 훨씬 더 면적이 넓었다.
“몬스터는 최대한 피해서 가는 것으로 할 생각이지만, 굳이 애써 피할 생각은 없어.”
몬스터를 애써 피할 생각이 없다는 말에 고래족 남매는 여유로이 미소를 그려 보였다. 용과 대적하는 것도 아니고, 바다의 지배자인 혹등고래 수인이 두려워할 것은 없었다.
“마법 푼다.”
검은 용이 말하자 고래족 남매의 외모 변형 마법이 풀렸다. 위티라는 상쾌한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시원하네요. 알게 모르게 조금 갑갑했었는데. 드래곤 님, 고마워요.”
“고마워요, 드래곤 님.”
위티라와 파세톤의 살가운 인사에 검은 용은 날개를 괜히 파닥거리더니, 케일에게 다가갔다. 검은 용의 표정은 묘했다.
“그런데 여긴 마나가 어둡다.”
“어둡다고?”
케일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검은 용은 숲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냄새가 난다.”
“무슨 냄새?”
“익숙한 냄새. 모르겠다.”
익숙한데 모르겠다니? 케일이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봤지만 검은 용은 고개를 휙 돌렸다. 그리고 담담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위험한 냄새는 아니다. 아주 오래된 냄새일 뿐.”
용은 후각도 엄청 좋은 건가? 케일은 의문이 들었지만 오래 그 의문을 붙들고 있을 수 없었다.
“이제 어떻게 하나요? 그 늪까지는 어떻게 가죠?”
위티라는 케일이 마법 주머니에서 종이를 하나 꺼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녀는 뒤이어 케일이 그 종이를 펼치는 것도 볼 수 있었다.
“…지도?”
지도는 지도였으나, 지도라기에는 상당히 허술했다. 그러나 돌산을 중심으로, 사방위에 따른 구분이 대략적으로 존재했다.
“그래. 지도지.”
케일은 ‘영웅의 탄생’에 나온 내용을 바탕으로 대강의 지도를 그렸다.
“하지만 확실한 건 아냐. 그래서 실제로 우리가 부딪쳐 보고 파악해야 해.”
케일은 자신을 바라보는 위티라와 파세톤에게 말했다.
“그러니 앞장서.”
이미 케일의 후방에서 검은 용이 날개를 파닥이며 고래족 남매를 바라보고 있었다. 위티라는 피식 웃더니, 케일에게 손을 내밀었다. 케일은 마법 주머니에서 물병을 하나 꺼내 내밀었다.
위티라는 이를 마시더니, 곧바로 손을 뻗었다.
촤라라락. 대략 3미터의 채찍이 나타났다. 그녀는 이를 가볍게 털어 팔에 감았다. 그러고는 일행들에게 장난스레 말했다.
“목적지까지 안전히 모시겠습니다.”
케일은 실로 든든했다. 혹등고래. 바다의 망나니라는 범고래 수인들도 가볍게 다루는 왕족은 실로 그 든든함이 달랐다.
하지만 그는 그녀의 말대로 할 생각은 없었다. 그걸 굳이 말하지 않은 채 어둠의 숲 입구를 가리켰다.
“출발하지.”
케일은 어둠의 숲으로 들어섰다.
숲은 시끄럽지는 않았지만 여러 소리들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벌레 소리, 저 멀리 들려오는 몬스터들의 울음소리, 혹은 동물들의 소리, 새들의 지저귐.
“보통 위험한 곳은 조용하지 않나요?”
파세톤은 칼로 수풀을 쳐내며 케일에게 물었다.
“그건 하나의 지배자가 있을 때 가능한 거지.”
어둠의 숲은 지배자가 없었다. 서로 먹고 먹히는 관계일 뿐.
“신발 조심해. 맨살 안 드러나게.”
“네.”
파세톤은 신발과 바지 밑단 사이에 덧댄 천을 보며 케일을 바라봤다. 케일의 마법 주머니는 그야말로 마법 주머니였다. 별의별 물건들이 다 나왔고, 그것은 필요한 물건들이었다.
‘여기는 발목을 조심해야 돼. 벌레들도 무섭거든. 물리면 독에 중독될 수도 있어.’
파세톤은 케일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그가 이러한 것들을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쉬이 물을 수 없었다. 케일은 지금 몹시도 바빴기 때문이다.
“앞에 봐.”
“아, 네!”
케일의 무심한 목소리에 파세톤은 얼른 앞을 보며 누나 위티라를 따라 수풀을 베었다. 현재는 허리까지 오는 짧은 수풀 지대를 지나고 있었다.
케일의 손은 쉴 새 없이 지도 위에 새로운 정보들을 기록해 나가고 있었다.
‘쓸데없는 짓 같기는 한데.’
케일은 굳이 어둠의 숲 지도까지 만들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어둠의 숲을 정복할 것도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감이 말했다. 분명 팔아먹을 데가 있을 거라고.
일을 할 때는 바짝 해서 돈 벌 거리들을 마련해 놓는 것이 케일 스타일이었다.
“수풀 지대도 거의 끝나가요.”
“그다음은 소형 몬스터 지대야.”
케일의 말에 위티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느긋하게 채찍을 휘둘렀다. 사실 긴장할 필요가 없는 인원 구성이었다. 그렇기 때문일까.
수풀 지대를 지나 소형 몬스터 지역에 들어서는 위티라의 마음은 편안했다. 바스락. 그녀의 발걸음에 나뭇가지가 부서졌다. 그 순간이었다.
“조용히 가자.”
케일이 무심히 말했고.
파아앗!
파앗!
동시에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연달아 들려왔다. 위티라는 가벼이 손을 휘둘렀다. 그녀의 두 손가락 사이에 조잡한 독침이 잡혀 있었다.
케일은 뒤를 돌아보며 싱긋 웃는 위티라를 볼 수 있었다.
“조용히 처리할게요.”
나무들 뒤에서 스멀스멀 몬스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위티라는 이를 무감각하게 바라봤다.
“고블린 돌연변이인가.”
“키이이익!”
“키릭, 키릭!”
일반 고블린보다 큰 체격에 얼굴 생김새도 조금 달랐다. 그리고 피부색이 보라색과 붉은색으로 다양했다.
“아니, 고블린이 아냐.”
위티라는 자신의 어깨에 올려진 손을 따라 시선을 돌렸다. 케일은 위티라의 옆에 서며 다가오는 몬스터들을 바라봤다.
“공자, 앞으로 오면 위험한데.”
“혼타. 동대륙 놈들이지.”
“아!”
어둠의 숲에서는 동대륙 몬스터들이 보였다. 그 첫 번째를 케일은 조우했다.
“하지만 고블린과 비슷해. 그러나 고블린보다는 덜 영리하고, 대신 난폭하고 잔인하지.”
“어쩐지 모습이 낯설다 싶었는데.”
위티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차분히 말했다.
“제가 다 처리하죠.”
“아니. 내가 할 건데?”
“…네?”
순간 멍하니 케일을 바라보는 위티라의 시야에 그를 뛰어넘어 땅바닥에 내려앉는 존재가 보였다. 온과 홍이었다. 둘은 몸을 털며 전투를 준비했다.
“이 정도는 우리도 할 수 있거든.”
위티라는 소형 몬스터지만 10마리가 넘는 몬스터들이 숲에서 서서히 다가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녀는 다시 케일을 바라봤다. 케일의 몸 주위로 안개가 형성되고 있었다. 동시에 온의 모습이 흐려져 갔다.
“나도 실험해 볼 게 있어서 말이야.”
케일은 자신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야 했다. 그리고 그 시기로 지금이 적절했다.
우 검은 용, 좌 위티라, 후방에 파세톤. 안전하게 날뛸 수 있지 않겠나?
“물러서.”
“…공자.”
“그리고 위험해 보일 땐 구해줘. 너희가 있으면 내가 다칠 일이 있겠어?”
확신에 가득 찬, 절대적인 믿음이 보이는 눈빛에 위티라는 살짝 뒤로 물러섰다. 그녀는 파세톤과 함께 후방에 위치해 언제든지 앞으로 뛰어들 준비를 했다.
그때 위티라와 파세톤에게 실드가 형성되었다. 검은 용이 고래족 남매 앞에 서며 말했다.
“생각보다 독이 강하다.”
독? 그 말에 파세톤은 의아한 얼굴로 누나를 바라봤다. 위티라도 알 수 없어 고개를 가로저으며 정면을 응시했다. 그리고 작게 감탄을 흘렸다.
“…제법.”
온과 홍, 케일. 세 사람이 안개로 휩싸여 있었다. 더불어 안개 색이 이상했다. 하얀색보다는 붉은 기가 감돌았다.
독. 그 단어의 의미를 알 것 같았다.
“키릭, 키릭!”
“키리리릭!”
거참, 시끄럽네. 케일은 안개로 휩싸인 채 한 손과 두 발에 바람을 머금었다. 그의 몸에 심장의 활력이 요동쳤다. 그 활력을 느끼며 케일은 말했다.
“가자.”
케일의 몸이 순식간에 앞으로 쏟아져 나갔다. 그와 동시에.
“키릭? 키릭, 키릭!”
“키!”
일대에 하얀색 자욱한 안개가 깔렸다. 시야를 확보하기 힘들 정도의 안개였다.
그 사이로 두 개의 붉은 안개가 움직였다.
파앙! 바람의 소용돌이가 하늘 위로 치솟아 올랐다. 몬스터의 팔이 한 짝 하늘로 솟구쳤다.
“커헉. 키릭, 컥!”
붉은 안개가 그 자리의 몬스터를 집어삼켰다. 그리고 그 바로 옆자리에서 케일이 안개 위로 솟아올랐다. 동시에 그의 방패가 펼쳐졌다. 케일의 두 배는 될 듯한 거대한 방패는 붉은 안개가 맴돌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방패 면이 그대로 바닥에 내려쳐졌다.
콰앙!
커다란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뭉개지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틈도 없이 그 옆으로 붉은 안개가 섞인 소용돌이가 휘몰아쳤다. 그 소용돌이를 따라 위로 솟구치는 두 마리의 몬스터가 피를 토하고 있었다.
“커헉.”
“크흑, 컥!”
독에 중독된 몸은 모든 구멍에서 피를 쏟아냈다.
파세톤은 그 광경을 쳐다보다가 멍하니 말했다.
“약하다며?”
“약하다.”
검은 용의 단호한 대답을 들으며 파세톤은 순간 생각했다.
‘아무리 소형이지만 열 마린데? 고블린보다 센데?’
그는 누나를 바라봤다. 위티라는 가볍게 답했다. 그녀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곧 끝나겠어.”
콰앙! 다시 한번 커다란 소리와 함께 서서히 안개가 걷혔다. 그녀의 말대로 끝이 난 것이다. 파세톤은 케일을 볼 수 있었다.
“아직 초입이라 그런가 약하네.”
담담히 말하는 케일. 그리고 그가 밟고 서 있는 그의 상징인 은빛 방패. 그 밑에 알아볼 수 없게 찌부러진 몬스터 두 마리.
냐아아옹.
사라지는 안개들 사이로 은빛 고양이 온이 모습을 드러냈고.
“독이 약한 것 같은데.”
붉은 고양이 홍이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나타났다. 홍이 있던 자리에 땅이 거멓게 변해 있었다. 독이었다. 홍은 뒷발로 그 흙을 다른 흙으로 덮어버렸다.
평온한 풍경이었지만 파세톤은 독에 당해 괴롭게 죽어간 시체, 그리고 죽어가고 있는 몬스터, 더불어 방패와 소용돌이로 찢겨진 시체들을 보며 툭 내뱉었다.
“공자님, 안 다치셨죠?”
“아니.”
파세톤은 놀란 얼굴로 황급히 되물었다.
“다치셨습니까?”
케일은 손등을 가리켰다.
“긁혔어.”
파세톤은 입을 꾹 닫아버렸다. 위티라는 그런 동생의 어깨를 토닥이고는 케일에게 다가갔다. 케일은 방패를 들어 올렸다. 어차피 고대의 힘이라, 피를 닦을 필요도 없이 사라지게 하면 되었다. 다시 나왔을 때 핏자국은 없을 테니까.
“공자, 소형 몬스터는 계속 맡으실 건가요?”
“아마도.”
케일은 방패와 소용돌이가 사라지고 난 빈손의 피를 닦으며 말을 이었다.
“요양 중이라, 무리할 순 없거든.”
위티라는 담담한 모습의 케일과 검은 용에게 다가가 전투의 감상을 듣는 온, 홍을 보며 바람 빠지는 웃음을 흘렸다. 그런 그녀에게, 그리고 일행에게 케일은 말했다.
“얼른 가자.”
갈 길이 멀었다.
그리고 이틀 뒤 오전, 케일은 손에 들고 있던 지도를 내리며 정면을 바라봤다. 그는 일행들에게 말했다.
“이제 얼마 안 남았다.”
외곽과 내부의 경계선. 늪. 그 지점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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