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621
620화.
알베르가 작게 읊조렸다.
“숨통을 끊는다라.”
그는 피식 웃으며 내뱉었다.
“그게 어려워서 지금껏 고생한 것 아닌가?”
“맞습니다.”
케일은 담백하게 인정했다.
지금까지는 어려워서 고민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죠.”
한 번.
딱 한 번이라도 경험을 해본 자는 조그마한 것이라도 깨닫고 습득한다.
그런 사람이 지금 수백 명이다.
수백여 명이 딱 한 번이지만 저 등급 외 괴물을 정면으로 부딪치며 살아남았다.
케일은 제 등 뒤를 믿었다.
그리고 그 믿음에 답하듯, 성벽 위에 있던 김민준은 입을 열었다.
“준비하십시오. 곧 능력을 사용할 겁니다.”
철컥.
그 말에 박진태가 총을 오른손에 그러쥐었다.
“계획대로 될까요?”
누군가의 걱정 담긴 목소리가 박진태의 귓가에 닿았다.
“사령관님이 말씀하셨죠. 하나씩 뺏는다고.”
몇 시간 동안의 소강상태 동안.
그때 마련된 대회의실에서 펼쳐진 작전 회의.
‘현재 독니와 시각을 뺏었죠. 나머지 능력도 하나씩 무용지물로 만듭니다.’
‘그리고 이는 앞의 두 가지를 뺏었을 때처럼 여러분이 할 겁니다.’
누군가는 이어 말했다.
“우리가 할 수 있을까요?”
그때였다.
“입 다물어.”
박진태의 짜증 가득한 목소리에 불안을 내뱉던 이는 입을 다물었다.
철컥.
박진태의 총을 쥐고 있던 팔이 물 흐르듯 움직였다.
“집중이 안 되잖아. 지껄일 거면 뒤로 빠져.”
총구가 한 곳을 겨눴다.
아니, 움직이는 한 목표물만을 노렸다.
옆에 있던 김민준의 입이 다급하게 열렸다.
-때다.
케일의 지시가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김민준은 외쳤다.
“원거리 공격 중지!”
성벽에서 허공을 향해 쏟아지던 수많은 공격.
그 공격이 일제히 멈췄다.
“츠스스츳!”
무너지는 흙기둥과 수많은 폭발음에 시각과 청각이 막혀 갈피를 못 잡던 황색 머리.
괴물은 그 소리가 멈춘 순간, 그 찰나를 놓칠 수 없었다.
저를 괴롭히고 혼란스럽게 만드는 이 인간들을 일단 멈추게 만들어야 했다.
이 상황을 진정시켜야 했다.
그러기 위해선, 이 수많은 인간들이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어야 할 터.
그런 광역 공격이 황색 머리에게 하나 있었다.
황색 머리의 입이 조금씩 열렸다.
소리 공격.
이를 통해 모든 인간은 아니라도, 많은 이들이 소리를 듣고 쓰러질 터.
“끼이—”
입이 열리며 공격이 시작되려는 그 찰나.
씨익.
박진태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기다렸다.”
그 말과 함께 그는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찰나의 정적을 꿰뚫고 쏘아지는 탄환이 만든 소리.
파지직. 파직!
황색 머리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전류.
작은 탄환은 그 전류를 피했고, 그에 다른 이가 다음을 위해 움직였다.
“배푸름.”
“알아.”
그 탄환에 배푸름의 바람이 얹혔다.
촤아아아-
황색 머리 주변의 물에 바람이 작은 구멍을 뚫었다.
탄환은 앞선 바람의 힘으로 그 구멍을 지나갔다.
더 빠르게,
더 공격적으로.
탄환은 목표물을 향해 날아갔고.
“됐군.”
마침내 목표물에 도달했다.
박진태는 총을 내렸다.
콰아아앙—!
“끼이—컥!”
열린 입. 비늘이 없는 그 여린 입의 한 지점을 노린 탄환은 그 여린 살에 박혔고, 그대로 폭발했다.
“꺼억, 컥, 커헉!”
황색 머리는 무언가를 토해내려는 듯 바닥을 구르며 괴성을 내질렀다.
씨익.
박진태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하나는 내가 뺏었군.”
이를 지켜보던 김민준이 날카로운 눈초리로 박진태를 보며 입을 열었다.
“제대로 목표물에 맞춘 것 맞습니까?”
박진태는 그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총을 정리하며 김민준이 아닌 다른 이를 쳐다보았다.
아까 전 그에게 말을 걸며 불안한 티를 내던 사람이었다.
“덕분에 잘 보이던데?”
“네? 아, 감사합니다.”
“시력 올리는 능력도 꽤 도움이 돼.”
박진태는 현재 다른 능력자의 능력으로 시력이 상당히 강화되어 있는 상태였다.
물론 일시적인 강화였다.
그는 제 말에 쑥스러워하는 능력자에게서 시선을 돌려 저를 바라보는 김민준을 향해 입을 열었다.
“소리 능력을 사용하려는 순간.”
박진태의 눈에 보였다.
“벌어진 입안에 한 지점에서 빛이 났어.”
독니가 없는 그 입안에서 청금빛이 아주 어렴풋이 피어올랐다.
박진태는 그곳을 노렸다.
“커헉, 커, 쉬이- 쉬이이, 커헉!”
그리고 괴물의 입에서는 이제 꽉 막힌, 새된 소리만이 흘러나왔다.
하루 한 번 타인의 시각을 한 시간 이내로 일시적으로 증폭시키는 능력.
그것만을 지닌 능력자는 그 광경을 지켜보다가 입을 열었다.
“하, 하하. 제 능력도 쓸 데가 있군요.”
“당연.”
박진태는 무심히 답했다.
“당연히 모든 힘은 쓸 데가 있지.”
그 순간, 그는 김민준 곁에 있던 이진주와 눈이 마주쳤다.
두 사람은 서로를 묘한 눈동자로 바라봤다.
박진태. 그는 초기 쉘터 리더일 때. 능력자가 아닌 이들뿐만 아니라, 능력자들도 도움이 되는 이와 아닌 이를 나눴다.
이진주와 이성원은 박진태에게 있어서 쓸모없는 능력자였다.
이진주의 입이 열렸다.
“모든 사람들은 다 자기 할 일이 있죠. 그걸 아직 모르는 것일 뿐.”
박진태가 이진주의 눈동자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그는 이진주의 말에 대답하는 대신, 그녀 곁에서 사방을 살피며 쉴 새 없이 손을 움직이며 무언가를 기록하는 이를 바라봤다.
종이에 무언가를 적어대는 이는 이성원이었다.
녹음 능력을 지닌 그와 박진태의 시선이 마주쳤다.
“기록 안 하냐?”
박진태의 물음에 이성원은 콧방귀를 뀌며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는 입을 열었다.
“흙기둥을 손쉽게 파괴하며 흙을 다루는 능력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그리고 이어진 박진태의 공격으로 소리 능력을 제거했다.”
이성원은 잠시 멈췄다가 이내 확신에 가득 찬 어조로 말했다.
“이전 밤의 전투 때보다도 아군의 전력이 한층 강해졌다.”
사실이다.
눈에 보인다.
“이는 각자의 능력이 성장한 것과 더불어, 한 번의 교전 후 각자의 능력이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곳을 찾았기 때문이라 판단된다.”
이성원은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을, 메모해둔 것을 보며 말을 이었다.
“모두 제자리를 지키며 자신의 맡은 바를 하고 있다.”
다들 바쁘다.
“전투 계열 능력을 지닌 이들은 성벽과 성벽 밖, 각자의 위치에서 능력을 사용하고 있으며.”
또.
“비전투 계열의 능력자들은 전투 계열 능력자들의 보조나 그 외의 알맞은 지점에서 능력을 활용 중이다.”
그리고.
“능력을 지니지 않는 이들은 곳곳에서 자잘한 부상자들의 간호를 돕거나 부서진 성벽 방비, 그리고 식사를 담당하는 등 지원을 원활하게 하고 있다.”
녹음을 진행하는 이성원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이를 바탕으로 이제 다음 작전은.”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의 시선이 다른 곳으로 향했다.
저 멀리 누군가의 등이 보였다.
“다음은. 사령관의 접근을 위해.”
피를 토하고 몸을 덜덜 떨며, 고통을 삼켜내면서 저 괴물을 옭아매던 사령관.
“이번에는 우리가 저 괴물의 몸통을 옭아매기로 하였다.”
이번에는 반대로 우리가 사령관의 역할을 할 차례였다.
사령관은 말했다.
‘단 몇 초. 몇 초만이라도 붙잡으면 됩니다.’
‘그러면 나와 다른 이들이 해결합니다.’
성벽 밖. 소리를 내지 못하는 황색 괴물에게로 빠르게 접근하는 이들이 있었다.
“제하정 씨!”
거미줄 낚시꾼 조민예. 청색 머리를 옭아맸었던 그녀가 제하정을 보며 외쳤다.
“네!”
제하정은 대답과 함께 씨를 뿌렸다.
“물!”
“합니다!”
한 사람이 그 씨가 뿌려진 곳에 일제히 물을 뿌렸다.
별 효과가 없는 재배 기술.
전투에는 조금도 쓸모가 없어 보이는 힘이었다.
하지만 제하정과 만나면.
쩌저적-
케일에 비하면 모자라지만, 나무들이 빠르게 자라기 시작했다.
그것도 뿌리만.
뿌리는 지하를 타고 움직였다.
황색 괴물의 전류와 물이 없는 지하로.
“조장님!”
“그래!”
조민예의 머리칼이 하얗게 세며 그 긴 머리칼이 급속도로 뻗어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뒤로 한 사람이 공중에서 내려섰다.
“믿습니다.”
주호식.
“모든 믿음을 조민예 씨와 제하정 씨에게 집중하지요.”
쩌저적-!
제하정의 나무뿌리가 지상으로 올라왔다.
그 자리는 황색 머리 바로 근처.
전류도 물도 없는, 오로지 황색 머리만 있는 그 공간.
“잡았다!”
제하정이 외친 순간.
콰직, 콰지직-
나무뿌리는 속절없이 부서져 갔고.
“싸아아-시이—!”
황색 괴물이 갑작스러운 촉감.
뿌리에 놀라 몸을 뒤틀었다.
왜냐면 한 사람이 떠올랐으니까.
“크크큭, 난 사령관님이 아니라고!”
바로 케일의 힘이 떠올랐다.
하지만 보이지 않기에 할 수 있는 착각이었다.
‘제하정 씨. 괴물을 착각에 빠지게 하십시오. 내가 다시 그놈을 옭아맬 것이라는 착각.’
제하정은 케일의 흉내를 냈다.
그리고 그것은 보기 좋게 먹혀들어 갔다.
콰아앙! 콰앙!
황색 머리가 다급하게 움직였다.
그 바람에 전류와 물의 힘이 줄어들었을 때.
“내 차례군.”
이수혁이 검을 들어 올렸다.
“베지.”
그의 검이 허공을 횡으로 베었다.
서걱.
전류와 물이 베였다.
그 크기는 이전의 이수혁이 베었던 것보다 훨씬 더 광범위한 범위였다.
그래서 딱 한 번.
한 번 쓸 수 있었다.
하지만 그 한 번이면 충분했다.
그의 뒤에는 조민예가 있었으니까.
“잡아!”
그녀의 외침과 함께 하얀 거미줄이 황색 괴물을 옭아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거미줄을 수많은 이들이 붙잡으며 괴물이 벗어나지 못하게 만들었다.
“사아아—사아! 컥!”
괴물이 요동쳤다.
움직임이 제한되어서인지 다시금 전류와 물이 황색 머리 주변에서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이수혁은 자신이 베어낸 틈이 서서히 다시 메꿔지는 것을 보며 입을 열었다.
“가라, 동생아.”
아직 남은 틈.
그 틈 사이로 거대한 검은 호랑이가 은빛 방패와 날개를 두르고서 들어갔다.
그 위에 올라탄 김록수를 이수혁은 보았다.
“가죠.”
“그래.”
물론 케일을 시작으로 최한과 이수혁, 김민아, 배푸름도 따랐다.
하지만 이미 케일은, 아니, 암흑 호랑이는 거미줄과 나무뿌리에 감싸인 괴물 위에 올라타 있었다.
“위로!”
“알고 있어!”
알베르는 케일의 말에 응하며 빠르게 괴물의 몸통 위쪽으로 향했다.
괴물은 거미줄 안에서 몸부림을 쳤다.
뚜둑. 뚝.
그럴 때마다 거미줄이 조금씩 찢겨졌다.
곧 거미줄이 완전히 끊어질 터.
“그래 봤자지.”
알베르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미 알베르는 목표지점에 도달했다.
케일은 아까 달려올 때 말했다.
‘저하의 악력이 필요합니다.’
‘나? 암흑 호랑이 말인가?’
‘네. 여기선 저하가 가장 힘이 세잖습니까?’
암흑 호랑이가 덩치도 그렇고 가장 근력이 세긴 셌다.
‘그래서?’
‘강제로 입을 벌려야 하거든요.’
알베르는 제 등에서 떨어지는 케일을 느꼈다.
그것이 신호였다.
암흑 호랑이의 거대하고 날카로운 두 앞발이 요동치는 황색 머리에게로 향했다.
“사아아-시이, 싯!”
그리고 그 괴물의 입을 벌렸다.
비늘이 없는 가장 약한 지점.
케일은 바람의 소리로 공중에 뜬 채 그 지점을 향해 손을 뻗었다.
-아주 태워죽이게?
오랜만에 파괴하는 불이 히죽이며 말을 걸어왔다.
-크하하하! 안을 아주 익혀버리자고! 크하하하!
미친놈처럼 웃는 것도 오랜만에 들었다.
그런데 자꾸, 케일도 따라서 입꼬리가 올라갔다.
파직. 파지직.
적금빛 벼락이 케일의 양손에서 빛났다.
곧 끝이다.
이 생각이 든 순간, 케일은 잠시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그때였다.
케일의 머릿속에 고대의 힘이 아닌 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봉인된 신의 음성이었다.
-용케도 여기까지 왔구나.
신은 속삭였다.
-이것이 시험의 끝일까?
부드럽게 속삭이는 목소리는 달콤하게 들려왔다.
하지만 그 내용은 달콤하지 않았다.
-이 순간이 절망의 끝일 것 같나?
케일은 제 손에서 타오르는 적금빛을 눈에 담았다.
그의 입이 열렸다.
이 순간이 절망의 끝이냐고?
아니.
전혀 아니다.
“이 세상의 절망은 이제 시작이지.”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절망은 각기 다른 모습으로 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희망을 가졌어.”
세상이 뒤집히고 일 년여가 지나가는 이때.
늘 지고 감내하고 살아남아야 했던 사람들이 처음으로 이기는 순간이 왔다.
등급 외 괴물이라는 절망을 하나 깨부술 테니까.
침묵하던 봉인된 신이 비웃듯 물었다.
-너도 희망을 가졌나?
마치 너는 희망이라는 것을 가지지 못하는 인간이지 않냐는 듯.
그렇게 말해왔다.
케일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자신은 희망을 가지지 않았다.
다만.
“나는 확신을 가졌다.”
희망보다 조금 더 확실한 것이 케일은 필요했고. 마침내 그것을 얻었다.
“이곳은 내 과거와 다른 미래를 그릴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분명 더 많이 살아남을 것이고.
분명 더 잘 살 거다.
그것은 가정이 아닌. 아직 펼쳐지지 않은 미래임에도 케일에게는 진실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 확신을 향한 첫 발걸음의 마무리를 케일은 본인이 하고 싶었다.
붉은 황금빛 벼락이 케일의 손을 떠났다.
동시에 그는 입을 열었다.
“신에게 이런 말을 하는 건 처음이네.”
침묵하는 봉인된 신에게.
절망을 선사해주려던 신에게.
케일은 말했다.
“고맙다.”
진심이었다.
“네 덕에 내 기억이 절망으로 끝나지 않았어.”
적금빛 벼락이 괴물의 입 안을 관통한 순간.
콰아아아—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케일을 비롯한 아군이 괴물에게서 멀어지는 이때.
그리고 마침내. 거대한 괴물의 몸이 천천히 쓰러지며 그 움직임이 사라진 이 순간.
케일은 환한 미소를 그렸다.
“정말 고맙다.”
봉인된 신에게 고맙다고 말한 지금.
이것이야말로 완벽한 케일의 승리를 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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