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623
622화.
케일은 10분이 남은 것을 알자마자, 방 안에 있는 인원을 먼저 파악했다.
최한, 이수혁.
단 둘뿐이었다.
“알베르 님은 돌아가셨습니다.”
최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케일은 어떤 기대감과 걱정이 섞인 최한의 표정을 보며 입을 열었다.
“10분 남았다. 12시 전까지 돌아와.”
아.
최한의 입에서 작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10분.
케일이 돌아가면 그도 돌아가야 했다.
집으로 갈 때까지 10분이 남았다.
케일이 그 시간을 말해준 이유는 뻔했다.
최정수.
최한은 곧바로 문으로 향했다. 그런 그의 등 뒤로 케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불러들이고.”
“네.”
다른 사람들.
케일은 그들이 누군지 굳이 지명하지 않았다.
이 시간까지 자신이 깨어나길 기다리는 동료들을 가리키는 말이었고, 최한은 곧바로 알아들었으니까.
“옆방에 있으니, 금방입니다.”
벌컥.
묘하게 최한의 움직임이 다급해 보였다.
케일은 나가는 최한을 보다가 이수혁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이수혁의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맺혔다.
“록수야, 황색 머리는 완전히 죽었다.”
“압니다.”
“그리고 그놈 비늘이 꽤 멀쩡한 상태로 남아서, 그걸로 무기나 제조해볼까 싶어.”
“좋은 생각이군요.”
“그렇지? 그리고 그 녀석 몸에서 여의주 같은 구슬이 나왔어.”
“그래요? 진짜 이무기 같은 존재였던가 봅니다.”
둘의 대화는 평이했다.
“여의주는 몰랐나 봐?”
“몰랐죠. 제 과거에는 그런 기록은 없었습니다.”
“흐음. 그래? 어쨌든 비늘과 함께 연구를 해볼까 해. 뭔가 도움이 되겠지.”
“좋은 생각입니다. 연구할 때, 이성원에게 부탁해 다 기록하세요.”
“그럴 생각이야.”
분명 10분 남았다는 말을 이수혁도 들었고, 케일도 그것을 알았지만.
두 사람은 이 순간, 그저 평소처럼 행동했다.
물론 평소보다는 조금 더 평화롭고 고요한 상황에서.
“록수야.”
“네.”
“이제 안 아프냐?”
케일의 시선이 이수혁에게로 향했다.
“네. 안 아픕니다.”
“다행이네.”
이수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입을 열었다.
“록수야.”
“네.”
“바로 돌아가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씨익. 이수혁의 입꼬리가 다시 한번 올라갔다.
“긴 얘기는, 다시 안 합니다.”
“그래.”
이수혁은 시계를 바라봤다.
벌써 몇 분이 흘렀다.
“바로 옆방에 있는데, 한이가 좀 늦네.”
“곧 오겠죠.”
두 사람은 아주 찰나간 주어진 평화로운 고요를 즐겼다.
그리고 최한은 옆방에 들어서서 사람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록수 형. 깨어나셨습니다.”
“정말?”
“아! 다행, 다행이야.”
“…어휴.”
몇몇 사람들이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이며 안도감을 표했다.
“다들 들어오라고 하셨습니다.”
“그래?”
“배푸름, 가자.”
“응. 민아야.”
최한은 제가 연 문밖으로 나가는 사람들을 한 명 한 명 찬찬히 살펴봤다.
제일 먼저 나간 김민아와 배푸름.
이성원, 이진주. 그리고 김씨 할머니, 강 의원, 주호식 등등.
꽤 많은 이들이 최한을 지나쳤다.
물론 이곳에 없는 이들도 많았다.
현재 서면 쉘터 안정화를 위해 바쁜 허숙자와 김우.
자신의 쉘터로 돌아가 봐야 한다며 급히 돌아간 몇몇 타지역 능력자들.
그리고 서면 쉘터 정상화까지 돕고 가겠다며 남은 타지역 능력자들.
마지막으로 너무 지쳐 쉬는 사람들까지.
최한은 자신과, 케일과 함께했던 사람들을 떠올렸다.
모든 이들이 케일이 깨어나길 기다리고 있을 터.
그는 제 옆을 스쳐 지나가는 이를 눈에 담았다.
박진태였다.
“…할 말 있습니까?”
최한은 제 옆에서 멈춰선 박진태를 향해 물었다.
박진태는 전투가 끝난 후, 입을 꾹 다물고 내내 케일 옆방에서 자리해 있었다.
“…너.”
박진태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그의 눈동자가 최한의 모습을 눈에 담고 있었다.
“…김록수도 깨어났는데. 너도 네 몸 좀 챙기지?”
최한의 눈동자가 살짝 커졌다.
박진태는 최한의 시선을 피하며 그를 지나쳤다.
“…두 번째로 고생한 놈이, 지 몸은 챙겨야 할 거 아냐.”
어색하게 중얼거리며 멀어지는 박진태를 최한은 저도 모르게 바라보다, 피식 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그 웃음은 이내 사라졌다.
마지막으로 이 방을 나서려는 이.
최한은 그 사람의 밖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보았음에도 문을 닫았다.
끼이익-, 달칵.
최한은 저와 함께 남은 이를 보며 입을 열었다.
“이야기 좀 할까?”
남은 사람, 최정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최한은 시계를 바라봤다.
53분.
이제 7분 남았다.
이는 케일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그는 제 방으로 들어서는 이들을 바라보며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이를 황급히 다가온 배푸름이 도왔다.
“록수야, 괜찮니?”
“네. 할머니.”
김씨 할머니는 케일의 대답에 미소를 그렸다.
확실히 안색이나 목소리의 힘이 평소와 같아졌다.
사령관. 아니, 김록수가 쓰러졌을 때. 얼마나 놀랐던가.
그제야 사람들은 그 커 보이던 등이 왜소해 보였다.
원래부터 왜소했던 등임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쓰러진 사령관이 이제 막 성인이 된 사람임을, 그리고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등에 짊어지고 갔다는 것을 알았다.
“괜찮은 거 맞죠?”
김민아의 걱정스러운 물음에 케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방 안에 들어선 이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자신이 케일이 되기 전까지 살아있던 이들.
그리고 죽었던 이들.
원래는 자신과 인연이 그리 깊지 않았던 이들.
그런 이들이 한데 모여 있으니, 케일은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째깍. 째깍.
초침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웃으며 툭 내뱉었다.
“대부분의 힘을 잃었습니다.”
헉.
배푸름이 저도 모르게 숨을 크게 들이켰다.
“…무슨 소리야?”
박진태의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눈동자가 급격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능력이 사라지다니.
그게 가능한 일인가?
근 1여 년간 그런 경우는 보지 못했다.
하지만 뭐라 쉽사리 반박을 할 순 없었다.
지난 1여 년간,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고 앞으로도 새로운 일들이 펼쳐질 거니까. 그중에 능력이 사라진다는 건 충분히 일어날 만한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박진태는 저를 바라보는 김록수의 눈동자와 시선이 닿았다.
김록수는 담담했다.
“사실을 말하는 것뿐이야.”
그리고 묘하게.
묘하게 편안해 보였다.
이를 다른 이들도 느꼈을 때, 케일의 입이 열렸다.
“대부분의 힘을 잃었지. 하지만.”
그의 시선이 창밖으로 향했다.
밤이다.
언제 전투가 이뤄졌냐는 듯, 고요하고 아름다운 밤이었다.
“하지만 난 살아남았어.”
분명 차분하고 담담한 목소리인데, 그 안에 희미한 기쁨이 서려 있었다.
그리고 단단한 힘이 느껴졌다.
케일이 이수혁을 보며 물었다.
“사망자가 있습니까?”
“없다.”
사망자 0명.
이는 기적과 다름없었다.
아니, 기적이다.
우리가 만든 기적.
케일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평화롭군.”
치열한 전쟁의 끝.
마침내 거머쥔 이 순간의 평화.
그는 눈을 떴다.
“좋아. 아주.”
그를 지켜보던 이들의 눈이 커졌다.
“…저리 웃을 줄도 아네.”
주호식이 저도 모르게 작게 중얼거렸다.
환하게.
그들의 사령관이 편안한 얼굴로,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렇기에 차마 주호식은, 다른 사람들은 조금 전 대부분의 힘을 잃었다는 그에게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때, 케일의 입이 열렸다.
“피곤하네.”
그 한마디에 다시 방 안이 어수선해졌다.
아무리 안색이 좋아지고, 목소리가 평온하다고 해도 조금 전까지 기절했다가 막 깨어난 이였다.
그리고 기절하기 전까지 어땠던가?
그 모습을 상상하면 절로 사람들은 부산스러워질 수밖에 없었다.
케일은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입을 열었다.
“전 좀 쉬어야겠습니다. 나머지는 좀 쉬고 난 뒤에 마저 이야기하죠.”
케일은 다시 침대에 몸을 눕혔고, 다들 얼른 그의 말에 동의를 표했다.
“그래. 그게 좋겠어.”
“그래요! 형, 푹 쉬세요, 푹.”
“나중에 보자. 컨디션 좋아지면 말해. 바로 올게.”
금방 왔다가 금방 다시 나감에도 다들 별 불만 없이 밖으로 향했다.
그런 이들의 등 뒤로 케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다들 밥은 먹었습니까?”
방 밖을 나가 복도에 선 이들이 각각 고개를 슬쩍 돌리니, 뒤돌아서니. 무심한 얼굴의 사령관이 보였다.
“끼니는 꼭 챙겨야 합니다.”
어느 때보다도 진지한 얼굴로 사령관은 그들에게 말했다.
“밥은 먹고 일해야죠. 그리고 다들 꼴이 나보다 엉망이군요. 가서 좀 쉬세요.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고. 그 세 가지가 아주 중요합니다. 특히 밥. 알겠습니까?”
피식.
주호식은 바람 빠지는 웃음을 흘리며 툭 내뱉었다.
“우리 사령관님이나 끼니 거르지 마십시오. 우리는 잘 알아서 하니.”
“맞아요. 우린 잘하고 있어요.”
김민아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주호식의 말에 동의했다.
마지막으로 방 밖으로 나선 박진태가 툭 내뱉었다.
“너나 챙겨 먹어.”
그러고는 문을 닫으며 말했다.
“쉬어라.”
탁.
다시 문이 닫혔다.
“록수야, 진태 말 잘 기억해둬라.”
유일하게 나가지 않고 남은 이수혁의 말에 케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잘 챙겨 먹을 겁니다.”
케일은 문득 사과파이가 생각났다.
특히 눈물 젖은 사과파이가 제 입으로 욱여넣어지던 순간이 떠올랐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건네지던 레몬차도.
‘레몬차가 생각난다니.’
케일은 순간 자신이 왜 이러나 싶었지만, 뒤따라 떠오르는 론의 얼굴에 살짝 눈을 감았다가 떴다.
“2분 남았습니다.”
“알아.”
끼이익.
문이 열렸다.
“왔냐?”
케일은 담담한 얼굴로 들어서는 최한을, 그리고 문 안으로 들어서지 못하고 우두커니 서 있는 최정수를 볼 수 있었다.
최정수의 표정은 상당히 좋지 못했다.
아니, 혼란스러워 보였다.
그러면서도 편안해 보였다.
무언가에 안심하는 것 같았다.
케일은 최한과 최정수에게 두 사람의 대화에 대해서 묻지 않았다.
담담한 얼굴과 달리 최한의 눈동자는 붉게 충혈되어 있었으니까. 물론 운 것 같지는 않지만, 수많은 감정이 최한의 눈동자 안에 넘실거리고 있었다.
“최정수. 들어올 거면 들어오고 말 거면 말아.”
최정수는 멈칫하다가 방안으로 들어섰고 이수혁이 그 문을 닫았다.
“최정수.”
“…어.”
“너, 밥 잘 챙겨 먹고 잘 쉬어라.”
“너, 너-”
최정수가 뭐라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다가 최한의 얼굴을 보고는 이내 케일을 보며 말했다.
“그래. 너도 밥 잘 챙겨 먹고, 푹 쉬어.”
그러고는 한참 동안 입술을 달싹였다.
“그리고, 그리고-”
케일은 최한을 바라봤다. 최정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또 보자.”
하.
케일은 최한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한숨인지 웃음인지 모를 것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눈을 감았다.
‘아무래도 최한이 거의 다 말한 것 같네.’
아마도 이수혁에게 자신이 꽤 많은 사실을 알려주는 모습에, 최한도 무언가 결심을 내린 것 같았다.
그때였다.
“록수야.”
이수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이 하나 있다.”
잠시 망설이던 이수혁은 곧 말을 이었다.
“…고생했다.”
순간 케일은 질끈 눈을 감았다.
이런 말을 이수혁에게서 들을 줄은 몰랐다.
그런 그에게로 이수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또 보자.”
케일은 눈을 떠 이수혁을 바라봤다.
그건 힘들 거라고. 괜한 기대는 말라고 그리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수혁이 조금 더 빨랐다.
“네가 그랬듯. 언젠가 내가 혹은 우리 중 누군가가 너를 도우러 갈 수 있겠지.”
이수혁은 미소를 그렸다.
“언젠가 다시 보자.”
결국 케일도 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최한.”
대신 그는 최한을 불렀다.
이제 1분도 남지 않았다.
“돌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최한은 어떻게 다시 돌아가나?
케일과 달리 최한은 죽음의 신을 통해 케일이 있는 이 시험 속으로 들어선 것이었다.
“형이 한마디 해주시면 됩니다.”
뭔 말?
케일은 한마디 해달라는 것이 무엇인지 말해주지 않고 슬그머니 웃어 보이는 최한을 보며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이내 입을 열었다.
그가 최한에게 지금 해줄 말.
그건 하나뿐이었다.
“우리 집에 가자.”
돌아가자.
기다리는 이들이 있는 곳으로.
그것밖에 할 말이 없었다.
그 순간이었다.
“…아.”
최정수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파사삭, 파삭-
최한의 몸이 서서히 가루가 되며 부서져 갔다.
“먼저 가보겠습니다.”
최한은 그 말을 끝으로 최정수에게 마지막으로 눈인사를 건네고는 눈을 감았다.
그의 몸이 빠른 속도로 이 세계에서 사라져갔다.
-30초도 안 남았네.
그리고 케일은 마지막으로 김록수와 인사를 나눴다.
-네 덕분에 뒷수습이 쉽겠어.
‘힘을 잃었다고 말한 거 말인가?’
-그래. 고대의 힘을 내가 사용할 순 없잖아?
김록수의 목소리는 무심했지만, 그 안에 아쉬움이 서려 있었다.
또 다른 김록수, 케일은 이를 알고 있었다.
-걱정 마. 고대의 힘은 못 써도, 네가 사용했던 다른 능력들은 내가 곧 깨우칠 테니까.
‘걱정 안 해. 넌 잘할 거다.’
케일의 말에 김록수는 대답을 하지 못하다가 마침내 한 마디를 내뱉었다.
-잘 가.
‘그래.’
5초. 4초.
“록수야, 조심히 잘 가.”
3초.
케일은 눈을 떠 남은 두 사람을 바라봤다.
자신 대신에 죽은 이들.
“잘 사세요.”
2초.
케일은 차분히 눈을 감았다.
이제 눈을 뜨면 저쪽 세상이리라.
1초.
이제 간다.
“커헉!”
케일의 입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록수야!”
“야!”
당황한 이수혁과 최정수의 얼굴이 케일의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케일은 침대 시트를 움켜쥐며 연신 피를 토해내며 거센 기침을 내뱉었다.
“커헉, 컥!”
-뭔 일이야?
당황한 김록수의 목소리도 머릿속에서 들려왔다.
그때, 짱돌이 어색하게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영혼이, 몸과 이어져 있던 연결이 끊어지고 다시 돌아가려는 과정에서 아픈 것 같다.
케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 이런, 커헉.”
“록수야, 김록수!”
“야, 왜, 왜 이리 넌, 당숙이랑 다르게 넌 아프게 가냐?”
내 말이!
최정수의 말대로 케일은 저만 아픈 상황에 기가 찼다.
아니, 나도 좀 멋들어지게 보내주면 덧나나?
“크윽, 컥, 이, 이런 빌어먹을 신 새끼!”
짱돌과 김록수가 안쓰럽다는 듯 중얼거렸다.
-…히, 힘내라. 케일. 먼저 가서 가다리마.
-참, 너도 고생이다.
역시 봉인된 신 새끼는 고마워할 수 없는 놈이다.
‘이런 식으로 돌아가다니!’
좀 멋지게 작별할 순 없냐고!
세상이 점점 까맣게 물들어 갔다.
케일은 온몸을 뒤덮는 격통 속에서 세상이 완전히 어두워지는 것을 보았고.
“커헉!”
짧은 신음과 함께 말 그대로 까무러쳤다.
그리고 암전이었다.
케일은 어둠 속에서 절로 눈이 감겼다.
그 순간이었다.
-결국 봉인된 신의 시험을 이겨냈구나.
죽음의 신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그 목소리는 사뭇 따뜻했다.
-인간이여. 끝이라 생각 말아라.
그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연은 어떻게 다시 이어질지 모르는 법이니.
-인연은 이 세계의 법칙조차 알 수 없는 미지의 존재니까.
케일은 죽음의 신 말을 들으며 생각했다.
‘이번엔 또 뭔 헛소리야?’
그리고 그 생각이 입 밖으로 나왔다.
“…뭔 헛소리야?”
그때였다.
“인간아!”
케일은 익숙한 목소리에 멈칫했다.
돌아온 건가?
케일은 저도 모르게 눈을 뜰까 말까 살짝 망설였다.
그 순간, 다시금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 전에 우리 인간이 말했다! 뭔 헛소리냐고 말했다! 아주 평소처럼 퉁명스럽게 말했다!”
파닥파닥.
날개가 파닥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들 와봐라!”
기쁨과 울음이 뒤섞인, 해맑은 목소리들.
“우리 인간, 왔다!”
“깨어났는데!”
“일어났는데!”
케일은 잠시의 망설임을 걷어내고 눈을 떴다.
시야가 밝아졌다.
여러 색들이 뒤섞인 광경 사이로, 저를 보며 환하게 웃으며 우는 라온과 온, 홍이 있었다.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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