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63
62화.
“한 시간 내에 도착할 것 같군.”
케일은 몇 번의 수정으로 자세해진 지도를 주머니에 넣으며 일행들을 바라봤다
뚜욱, 뚝. 온의 날카로운 발톱에서 핏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크륵, 크르륵.”
여우를 닮은 소형 몬스터가 마비독에 중독이 되어 바닥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검은 용이 다가와 보고했다.
“다 했다.”
이십여 마리의 여우를 닮은 몬스터가 죽어 있었다.
‘확실히 실전 경험을 하니, 더 느네.’
온과 홍은 부족에서 도망치느라 숨어 살아야 했고, 제대로 배움을 얻지 못했다. 검은 용의 경우에도 현저히 경험이 부족했다. 이를 그들은 어둠의 숲 경험으로 빠르게 그 틈을 메꾸고 있었다.
“나도 싸울 걸 그랬나?”
이렇게 안전하게 경험을 쌓을 기회가 언제 또 있겠는가. 케일이 중얼거린 순간, 용과 고양이들의 고개가 홱 케일 쪽으로 돌아갔다.
“쓸데없는 생각 같은데!”
“약한 인간, 여기부터는 너에게 무리다. 하루 했으면 됐다.”
“막내 말이 맞는데. 저번에 방패 과하게 쓰고 피도 토했는데!”
파세톤은 탄식을 흘렸다.
“…허.”
하지만 케일은 그 대신 환하게 웃는 위티라를 볼 수 있었다. 동시에 채찍을 쓰다듬으며 이글거리는 그녀의 눈빛을 보았다.
저건 싸우고 싶어 하는 자의 눈빛이었다. 역시 무서운 사람이었다.
케일은 얼른 마법 주머니를 열어 일행들을 모았다.
“일단 다들 멈추고 마스크 써.”
“독 때문입니까?”
“어.”
케일은 파세톤의 물음에 답하며 얼굴을 쭉 내미는 검은 용에게 마스크를 씌워주었다.
“인간. 그런데 이상한 냄새가 난다.”
며칠 전부터 검은 용은 케일에게 이 말을 자주 했다.
“무슨 냄새?”
“모르겠다. 여기서 더 많이 난다. 익숙한데.”
“아마 독 냄새나 늪 주변 식물에서 나는 썩은 내일 거야.”
케일은 무심히 답하고 온에게로 갔다. 남겨진 검은 용은 마스크를 쓴 채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검은 용은 중얼거렸지만 마스크를 써 그 의미가 명확히 케일에게 전달되지 못했다.
“…아닌데. 그런 일반적인 냄새가 아닌데.”
하지만 위험한 냄새는 아니어서 검은 용은 이내 입을 다물었다.
케일은 온에게 마스크를 씌워주었다.
‘최한도 이 늪은 피해 다녔지.’
최한도 어느 정도 독에 내성이 있었다. 하지만 굳이 다른 길도 있는데 이 늪을 헤쳐 올 이유가 없었다. 번거롭고 귀찮았기 때문이다.
케일의 곁으로 파세톤이 다가왔다.
“이렇게 큰 숲에 늪이 두 개인 것도 신기하네요.”
“그래? 난 안 그런데.”
파세톤은 마스크를 쓴 케일의 눈꼬리가 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상당히 음흉한 미소였다.
“아마 보면 납득이 될 거야.”
늪은 두 개면 충분했다. 케일은 모두 마스크를 쓴 것을 확인하며 일행의 안색을 살폈다.
어둠의 숲에 들어온 지 이틀 차. 잠도 거의 1~3시간밖에 자지 않는 강행군.
“다들 혈색이 너무 좋은데?”
다들 얼굴이 너무 좋았다.
“역시 대단해. 너희들은.”
그 말에 파세톤의 얼굴이 구겨졌다. 그는 누나를 쳐다보며 눈빛으로 물었다.
‘본인이 할 말이야?’
위티라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을 피했다. 파세톤은 다시 고개를 돌려 케일을 쳐다봤다. 여기서 지금 가장 혈색이 좋은 이가 케일 헤니투스 공자였다.
파세톤은 검은 용과 고양이들을 바라봤다. 케일이 피곤할 것 같으면 달려가 아주 지극정성으로 돌봤다. 물론 심장의 활력으로 케일은 팔팔했지만 남들로서는 모를 일이었다.
위티라는 팔목에 감긴 채찍을 쓰다듬으며 케일에게 물었다.
“공자, 이제는 우리 차롄가요?”
케일은 대답 대신 한 발을 내디뎠다.
여기. 지금 여기부터는 경계선이었다. 내부와 외곽을 가르는 경계선.
“크르르르르.”
“키악!”
찌르르르-
벽도 무엇도 없건만 경계선을 넘자마자, 수많은 소리들이 케일에게 쏟아졌다. 그는 자신처럼 경계선으로 발을 내디딘 위티라에게 말했다.
“가.”
온화한 혹등고래. 하지만 바다의 지배자는 결코 안전을 추구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네 차례야.”
촤르르륵. 케일의 말이 끝나자마자, 위티라는 채찍을 펼쳐 휘둘렀다. 콰앙! 채찍의 휘둘림에 땅이 파였다.
“크륵.”
“키익.”
찌르륵.
소리가 사라졌다.
최한과 용 사이의 강자. 위티라는 몸이 근질근질했다. 생각보다 뛰어난 일행들의 실력을 보며 얼마나 심장이 두근거렸던가.
“빨리 갈까요?”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케일에게 물었고, 눈앞의 이 비밀투성이 공자는 만만치 않게 여유로운 미소로 답했다.
“어. 최대한 빨리. 집에 가서 쉬고 싶거든.”
그 대화를 듣던 파세톤이 한숨을 내쉬며 물 회오리가 휘몰아치는 검을 뽑아 들었다.
소리가 사라진 숲에서 서서히 적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경계선. 내부보다는 약한 몬스터들이 있는 곳. 하지만 그들의 앞에 나타난 것은 어둠의 숲 밖에서 통용되는 약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변형 오우거, 변형 트롤, 거미를 닮은 동대륙 몬스터, 상급 몬스터들이 나타났다.
“확실히 여기 몬스터들은 이상하네요. 드래곤 님 앞에서도 싸울 생각을 하고.”
파세톤은 앞으로 나서며 검은 용과 케일을 힐끗 쳐다보았다. 그 말에 케일은 고개를 끄덕이며 지시했다.
“어서 싸워.”
“…네.”
파세톤이 튀어나갔고, 고래족 남매와 상급 몬스터들 사이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어둠의 숲 몬스터들은 드래곤이나 고래족과 같은 강자를 보아도 겁을 집어먹지 않았다. 오히려 더 달려들었다. 마치 자신들을 지배할 강자가 나타나서는 안 된다는 듯 필사적으로 덤벼들었다.
케일은 이를 한가로이 바라보다가 실드가 쳐지는 것을 보며 검은 용에게 물었다.
“넌?”
“귀찮다. 약한 것들.”
“그래. 가자.”
케일은 천천히 실드와 함께 앞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쿵!
오우거의 몸이 정확히 이등분으로 잘렸다. 핏방울이 실드에 부딪쳐 흘러내렸다.
촤르르륵. 퍼엉!
채찍 휘두르는 소리 뒤에 거미의 몸통이 터졌고 거미의 다리 하나가 날아와 실드에 부딪쳤다가 떨어졌다.
“보고 배워라.”
케일은 전투 현장을 일직선으로 지나가며 여유로이 말했고, 온과 홍, 검은 용은 안 그런 척하지만 실드 너머의 광경을 열심히 쳐다봤다.
산책하듯 걷는 케일의 앞에 나타난 몬스터들은 위티라에 의해 모두 사라져 갔다. 케일은 늪지대가 서서히 보이자 걸음을 멈추고 말했다.
“이제는 늪의 영역이야.”
쿵, 쿠웅. 돌연변이 트롤의 머리가 떨어지고 동시에 그 몸통이 쓰러진 순간, 위티라는 채찍에 묻은 체액을 털어내며 답했다.
“얼른 가죠.”
“하아.”
파세톤은 한숨을 내쉬며 누나 뒤를 따라 케일의 곁으로 왔다. 다가오던 고래족 남매는 저도 모르게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손으로 마스크를 꽉 눌렀다. 독하고 역한 냄새가 그들의 코를 찌르듯이 자극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그들은 숲의 무성한 나무들 사이에 가려져 있다가 드러난 늪의 모습에 눈을 크게 떴다.
“어때? 어둠의 숲에 어울리지 않아?”
케일은 놀란 파세톤에게서 시선을 돌려 늪을 바라봤다.
늪은 호수와 같았다.
그리고 어두웠다.
그는 일행들에게 말했다.
“상당히 큰 호수지. 웬만한 대형 배 몇 대는 들어찰 만한 공간이야. 그리고 특이하게도 늪의 색깔이 까만색이지.”
어둠의 숲이라는 이름에 가장 어울리는 공간이었다.
늪은 이 숲에서 유일하게 검은색이었다.
“…이렇게 클 줄은 몰랐어요.”
위티라는 감탄을 흘렸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서 있는 공간 너머, 늪 근처를 보며 침음을 삼켰다. 그 반응을 케일은 이해했다.
식물들이 모두 까맣게 변해 있거나 혹은 갈색 빛을 띠었다. 하지만 시든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생기가 넘쳤다.
“독이군요.”
위티라의 말에 케일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긍정하며 마스크를 더 단단히 매었다. 그리고 오늘 새벽에 갈아 신은 신발의 끈을 더 단단히 조였다. 그리고 장갑을 꺼내 끼었다.
다른 일행들도 케일을 따라 했다.
그들의 귓가로 마스크 너머 케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 자라는 식물들은 늪의 독성을 받아먹고 자라, 변형된 식물종들이다. 맹독은 아니더라도 하나같이 독을 품고 있지. 살갗에 식물이 닿지 않도록 조심해.”
파세톤은 그 말에 인어 독을 떠올리며 더 단단히 옷매무새를 정돈했다. 그러다가 문득 이상함을 느꼈다.
“…홍?”
붉은 고양이가 사뿐사뿐 파세톤을 지나쳤다. 홍은 케일을 쳐다봤고 케일이 고개를 끄덕이자, 폴짝 뛰어 늪지대로 뛰어 들어갔다. 이를 뒤늦게 본 위티라가 놀라 손을 뻗었다.
“홍!”
홍은 마스크도 무엇도 몸에 걸치지 않고 있었다. 위티라는 놀라 케일을 쳐다봤다. 무심한 케일의 표정이 보였다. 동시에 홍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맛있다!”
홍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검은색 풀을 씹어 먹고 있었다. 케일은 늪지대로 먼저 걸음을 내디디며 홍의 옆으로 갔다.
“어때?”
“단순한 마비독인데. 톡 쏘게 맛있어요!”
흥겨워 보이는 홍에게 그는 담담히 조언했다.
“체할라. 천천히 많이 먹어.”
“네. 강해지는 기분인데.”
케일은 아직 늪지대로 들어서지 않고 나무들 사이에 멍하니 서 있는 고래족 남매에게 툭 던지듯 말했다.
“안 와?”
고래족 남매들은 혼란스러운 눈동자로 주춤주춤 늪지대에 들어섰다. 케일은 그들을 이끌고서 천천히 늪으로 다가갔다. 다행히 갈색의 땅과 검은색의 늪은 확연히 구분이 가 빠져들 위험은 없었다.
그렇기에 케일은 곧바로 주변을 파악할 수 있었다.
“파세톤.”
“네.”
언제 얼이 빠졌냐는 듯 고래족 정보 담당인 파세톤의 표정이 굳어 있었다. 케일은 그런 그에게 한 곳을 가리켰다.
“누군가 이 늪지대에 다녀간 자국인 것 같은데?”
늪 근처가 파헤쳐져 있었다. 그리고 여러 자국들이 보였다. 몬스터들은 여기에 오지 않았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였다.
“조사하겠습니다.”
파세톤이 곧바로 조사에 들어갔고 케일은 그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인어들이 강해질 수 있었던 이유라는 늪의 재료. 흔적들이 말해주었다.
“…늪 자체일 확률이 높겠는데.”
늪 근처의 땅에 여러 흔적들이 발견되었다. 당연히 이곳에 누구도 오지 않을 것이란 믿음을 바탕으로 흔적들은 대범하게 남겨져 있었다.
툭툭. 케일은 늪을 바라보다가 바짓단을 두드리는 손길에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많이 먹지 말라고 했던 것 같은데.”
“히.”
홍이 정말로 신이 났는지 히 웃어 보이며 입가에 검은 물을 들인 채 케일에게 애교를 부리듯 몸을 비비면서 말했다.
“저 늪도 마셔보고 싶은데.”
옆에 있던 위티라가 흠칫했지만, 그쪽에는 신경도 두지 않은 채 케일은 홍에게 답했다.
“있어봐.”
홍의 귀가 축 처졌다.
“…더 강해지고 싶은데.”
“왜?”
홍은 힐끗 검은 용과 누나 온을 쳐다봤다. 그때 홍의 머리를 큰 손이 뒤덮었다.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천천히 여유를 가져. 넌 나보다 강하잖아?”
“그건 당연한 건데.”
케일은 홍의 떨떠름한 표정에 머리를 대충 쓰다듬고는 저리 가서 더 많은 독을 섭취하라고 말했다.
케일은 온과 홍을 더 강하게 만들 시간을 떠올리며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 미간이 찌푸려졌다.
‘왜 저래?’
검은 용이 이상한 모습을 보였다. 검은 용은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그 순간, 파세톤이 다가왔다.
“근 시일에 주변 식물을 채취한 흔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늪 근처에서 무언가를 한 흔적은 많더군요. 그리고 흔적 상태로 보아 한 달에서 이 주 전쯤 왔던 것 같습니다.”
케일은 드넓은 검은 늪을 보며 말했다.
“늪을 채취해 간 것 같군.”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케일은 심각해지는 파세톤과 위티라를 보며 입을 열려 했다. 그때였다. 검은 용이 다가왔다. 케일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너, 마스크를 왜 벗었어?”
“익숙한 냄새가 아니라 익숙한 마나 향이었다.”
뭐라고? 케일은 순간 뒤통수가 섬뜩해져 왔다. 검은 용은 검은 늪을 그 짤막한 앞발로 가리켰다.
“비슷한 마나 향이 난다.”
케일의 미간에 더 깊은 주름이 파였다. 그걸 보며 검은 용은 담담히 말했다.
“저 늪에서 용 마나 향이 난다.”
케일은 황급히 검은 늪을 바라봤다.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늪. 그런데 케일의 머릿속은 이미 성룡, 혹은 고룡의 크기를 떠올리고 있었다.
“물론 생체 반응이 없는, 잔존하는 마나 향이다.”
검은 용의 마지막 이야기가 결정타였다. 케일의 머릿속으로 말도 안 되는 상상이 확신처럼 떠올랐다. 그리고 동시에 인어가 강해진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늪 안에 용의 시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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