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638
637화.
“그런데 묘족 애들이 쫓아가던 두 사람은 누구야?”
용병왕은 케일을 따라 여관 1층 식당 한가운데 테이블에 앉았다.
“크흠.”
“아이고, 주방에 급한 일이 있었지!”
산적 출신 종업원들은 그 테이블에서 멀찍이 물러섰다.
“다들 나가보도록.”
그런 이들에게 론이 물러나라 손짓했고, 종업원들은 빠른 속도로 자리를 떴다.
그제야 케일의 입이 열렸다.
“용.”
“…응?”
잠시 텅 빈 여관 홀을 보고 있던 버드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는 제 귀를 후볐고, 케일은 한 번 더 말했다.
“용.”
“…아. 용이구나.”
끄덕끄덕. 버드는 이제 그냥 케일의 일행에 대해서 생각을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도저히 그냥은 수긍이 가지 않았다.
‘용이라니!’
그것도 둘이나!
아니지, 원래 있던 용만 해도 몇인가!
버드는 미간을 팍 찌푸렸다.
그때, 후원으로 향하는 쪽문이 열리며 종업원 한 명이 론을 향해 입을 열었다.
“지배인님, 마실 차라도-”
동시에 버드는 ‘용’이라는 단어를 되새기며 한마디를 내뱉었다.
“혹시 동대륙 왕국 하나 본보기로 무너뜨릴 생각이야?”
덜커덩.
문고리를 잡고 있던 전직 산적 출신 종업원의 손이 덜덜 떨렸다.
‘내가 뭘 들은 거지? 왕국을 부숴?’
종업원은 론의 인자한 미소가 눈에 담기자 곧바로 행동했다.
끼이이이이-
열렸던 쪽문은 조용히 닫혔다.
케일은 버드의 말에 미간을 찌푸렸다.
“왕국을 왜 부숴?”
“아니,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전력이잖아? 솔직히 그 정도 전력이면 이 리브엔 시는 오 분 만에 없어질걸?”
“쓸데없는 소리 말고. 가져온 정보나 내놔.”
“아, 알았어!”
버드는 품에서 서류를 꺼내 케일에게 내밀며 입을 열었다.
“묘족이 산다는 석산은 세즈 왕국에 있더라고.”
하얀 별의 아군을 무너뜨리는 그 시작점이 될 묘족.
마지막 전투의 시발점이 될 목표 지역은 세즈 왕국에 있는 석산이었다.
“…세즈 왕국의 넥스 산이라.”
케일의 중얼거림에 버드가 반응했다.
“빛의 성 바로 인근 왕국이야.”
동대륙 3대 금지 중 하나로, 하얀 사막인 그곳은 로드 쉐리트의 하얀 성이 존재했던 곳이었다.
물론 그 성은 지금은 라온이 주인이 되어 검은 성으로 변한 채 어둠의 숲에 자리하고 있었다.
서류의 내용이 케일의 눈에 들어왔다.
버드는 설명을 이어나갔다.
“넥스 산은 세즈 왕국 북부에 위치한 산이야. 암석으로 이루어진 산 하나를 중심으로 그 주변 일대 지형이 험한 편이라 일반인들이 거의 가지 않는 곳이지.”
케일은 프레도 공작과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동대륙에 안개 묘족이 주도권을 잡고서 몇몇 묘족들이 모여 사는 곳이 있다. 그 중심에 큰 석산이 있다. 하나의 성채와 같지. 그곳을 안개와 암살에 뛰어난 묘족이 지키고 있다.’
‘그리고 그 석산에 인질들이 있고?’
‘그래.’
버드는 덧붙였다.
“그리고 거기는 지형 외에도 일반인 출입이 거의 불가해. 서류에 관련 내용이 있어.”
케일은 시선을 다시 서류로 옮겼다.
“하!”
케일은 기가 차다는 듯 웃음을 짧게 터트렸다.
“초대 왕의 설화가 존재하는 신비한 산에 안개 묘족이 지낸다? 그것도 소환 의식에 쓰일 제물을 가둬놓은 장소로 쓰게 둔다고?”
케일조차 황당하다는 듯 내뱉는 물음에 버드가 굳은 얼굴로 답했다.
“어. 세즈 왕국민들이 가장 신성시 여기는 장소가 저딴 식으로 쓰이고 있지.”
“당연히 그 사실을 왕국 수뇌부는 왕국민들에게 숨기고?”
버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세즈 왕국 귀족 대부분도 저 장소가 그리 쓰이는 줄은 모르는 것 같더라. 우리 길드랑 선이 닿아있는 귀족이나 상인들한테 떠보듯이 물어봤는데, 다들 전혀 모르더라고. 숨기는 기색도 없고.”
케일의 입이 열렸다.
“하얀 별과 세즈 왕국의 동맹은 최근의 일이 아니군.”
동대륙 왕국들과 하얀 별의 엔더블 왕국 간의 동맹.
이에 대해 케일이 최초로 들은 것은 김록수로서 있을 때 암흑 호랑이 알베르가 말해주었던 때였다.
‘그리 생각하면 지금 상황은 말이 되지 않아.’
묘족은 세즈 왕국의 신성한 산에 주둔지를 구축해놓았다.
이는 세즈 왕국 측의 협력이 없이는 불가능했다.
“맞아. 케일 네 말대로 다른 동대륙 왕국들은 모르겠지만, 최소한 세즈 왕국은, 적어도 왕과 그 측근은 하얀 별과 은밀한 동맹을 오랫동안 구축한 것으로 추정해.”
“그것도 꽤 깊은 사이 같군. 그렇지 않고선 제물이라는 인질을 신성한 산에 가두는 걸 세즈 왕국 측에선 허락하지 않을 테니까.”
어쩌면 현재는 조피스 왕녀를 중심으로 아군이 된 몰든 왕국보다 더 오래전에 하얀 별과 협력을 맺었을 수도 있었다.
안개 묘족이 다른 묘족들까지 끌어들이며 터를 잡으려면 꽤 긴 시간이 필요했을 테니까.
‘현재 동대륙에서 우리의 아군은 조피스 왕녀가 있는 몰든 왕국, 몰란 가문, 용병 길드와 이 리브엔 시가 전부다.’
동대륙 크기로 보았을 때, 케일은 아군이 적었다.
터무니없을 정도로.
버드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어쩌면 세즈뿐만 아니라 다른 왕국들도 오래전에 하얀 별과 관계를 형성했을 수도 있겠다 싶어 현재 정보를 수집 중이야.”
가만히 듣던 론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도련님. 만약 다른 왕국들도 깊은 관계라면, 우리에게 상당히 곤란하겠군요.”
짧은 기간에 형성된 동맹과 오랜 시간 관계를 유지해온 동맹은 그 질부터 달랐으니까.
버드가 론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가주님의 말씀대로, 잘못하다간 동대륙 대 서대륙의 싸움이 될 확률이 높아.”
그리되면 서대륙에서 하얀 별을 물리쳐도 동대륙에 하얀 별의 기반이 존재하니 장기전이 될 확률이 높았다.
상상만 해도 지치는 상황이었다.
톡. 톡. 톡.
케일은 검지로 탁자를 두드렸다.
그의 시선이 테이블 위의 서류로 향했다.
“세즈 아카데미는 세즈의 미래군.”
신성한 넥스 산 아래 존재하는 세즈 왕립 아카데미.
톡. 톡. 톡.
그는 검지를 두드리다가 입을 열었다.
“버드 일리스.”
“응?”
“아무래도 네 말대로 해야겠어.”
“…내 말? 내가 무슨 말을-”
버드는 자신이 오늘 케일에게 했던 말들을 떠올렸다.
그러다가 문득 어떤 말이 생각났고 그는 이를 입으로 내뱉었다.
“…혹시 동대륙 왕국 하나 본보기로 무너뜨릴 생각이야? …라고 말했었는데?”
버드의 동공이 흔들렸다.
그의 눈동자엔 케일의 미소가 담겼다.
“무너뜨리긴. 내가 하얀 별이야? 그럴 생각은 없어.”
버드는 생각했다.
케일은 무너뜨리지 않겠다고 했지만.
‘…그 비슷한 거는 할 것 같은 표정인데?’
그는 생각을 입 밖으로 내뱉지 못했다.
대신 케일의 열리는 입에 집중했다.
“목표물을 두 개로 바꾼다.”
탁.
그의 손바닥이 테이블을 두드렸다.
“첫 번째는 묘족의 기지를 파괴하고 인질을 구출하는 것.”
그다음은.
“두 번째, 겸사로 세즈 왕국으로 가는 김에 세즈 왕국과 하얀 별의 동맹을 깨트려 하얀 별과 동대륙 왕국들 간의 동맹을 무너뜨리는 시작점으로 삼는다.”
케일 말대로만 되면, 최상의 결과였다.
하얀 별은 도망칠 곳이 없는 상태가 되어 버릴 테고. 마지막 전투로 이 싸움이 끝날 테니까.
버드의 입이 열렸다.
“…그게 겸사로 가는 김에 하는 일이야?”
“어. 가는 김에 되겠는데?”
케일은 서류의 한 부분을 가리켰다.
차라락.
종이가 넘어가며 케일은 또 다른 한 부분을 가리켰다.
아카데미 설명이 있는 부분이었다.
버드는 침을 꿀꺽 삼키며 케일을 바라봤다.
그는 태연한 케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필 기념일이 4일 뒤네?”
씨익.
케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가는 길에 왕 얼굴도 볼 수 있을 것 같으니, 겸사로 동맹도 깨부수면 좋잖아?”
버드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
그리고 이틀 뒤.
용병왕 버드 일리스는 비장한 얼굴로 말했다.
“내일. 세즈의 국왕이 아카데미로 와.”
내일 세즈의 현 국왕은 연설을 위해 아카데미를 방문한다.
그리고 그다음 날 초대 왕을 기리는 기념일을 맞이하여 넥스 산에 오를 터.
케일은 오랜만에 입은 교복의 넥타이를 매만지며 입을 열었다.
“내일 아카데미로 잠입하여 국왕을 잡는다.”
내일을 위해, 각기 다른 잠입 복장을 미리 입은 일행이 케일을 바라봤다.
버드도 마찬가지였다.
‘국왕을 잡는 건 납치 아냐?’
그는 그리 묻고 싶었지만 참았다.
대신에 다른 말을 내뱉었다.
“국왕뿐만 아니라, 다른 왕족들도 방문해. 그래서 왕실의 두 기사단이 이들을 밀착 호위할 거다. 더불어 마법사를 비롯한 다른 호위 병력도 존재해.”
그뿐만이 아니다.
주변 영지의 병사들도 차출되었으며, 당연히 세즈 왕국 북부에 영지를 둔 귀족들은 모두 내일 있을 연설 장소를 방문한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연설이지만, 그 규모는 상당히 컸다.
“케일.”
그렇기에 버드는 케일에게 조심스럽게 의견을 표했다.
“차라리 내일 말고, 다음 날 왕이 넥스 산으로 들어가는 때를 노리는 게 어때? 그때는 신성한 일이라 왕 혼자 가야 하잖아.”
케일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많은 이들이 봐야 해.”
“…우리가 왕을 잡는 걸?”
“그래.”
학생들을 비롯하여 다른 왕족들, 귀족, 기사들. 더불어 아카데미 밖에서 국왕을 한 번이라도 보려고 모여든 왕국민들까지.
모두 봐야 한다.
이유는 간단했다.
“납치는 안개 묘족이 하는 일이 될 테니까.”
아!
버드가 저도 모르게 탄성을 흘렸을 때, 케일은 온과 홍을 바라봤다.
온이 굳은 결심을 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케일은 그 머리를 쓰다듬으며 용병 길드가 구한 세즈 아카데미 지도를 살폈다.
“그리고 왕을 통해, 뱀파이어와 다크엘프들을 구한다.”
버드는 납치와 구출을 동시에 한다는 그 엄청난 계획에 절로 입이 열렸다.
“…그게 다 가능할까?”
씨익.
케일의 입가에 사악해 보이는 미소가 걸렸다.
“어. 당연히.”
내일 하루. 어쩌면 이틀에 걸쳐 펼쳐질 세밀한 계획은 다 나왔다.
이를 케일은 동료들에게 하나씩 설명하였고, 그 설명이 끝났을 무렵.
“회의 끝.”
케일은 끝을 알림과 동시에 창밖을 내다봤다.
세즈 왕립 아카데미가 자리한 마을에 새로이 생긴 ‘희망과 모험을 사랑하는 여관 7호점’ 특실 창밖으로 세즈 아카데미와 그 뒤에 자리한 넥스 산이 있었다.
안개로 덮인 넥스 산.
“내일 저 안개가 모두 다 사라지겠군.”
그의 손에는 바람 정령의 목소리가 들리는 도구인 금빛 팽이채가 들려 있었다.
바람의 정령이 말했다.
‘오랜만이야! 보고 싶었어, 케일!’
‘혼돈, 파괴, 평화. 걱정 마라. 하얀 별의 위치는 우리가 찾는다.’
‘맞아. 모든 정령들을 총동원해서라도 하얀 별의 위치를 알아낼게. 일주일 안으로는 될 거야!’
‘…혼돈, 파괴, 하얀 별 파괴. 반드시 정보를 알아 온다. 평화. 사랑.’
동대륙에 머무는 김에 케일은 겸사겸사 할 일이 많았다.
짱돌이 속삭였다.
-케일. 너 하얀 별이 또 다른 고대의 힘을 가지는 것도 막을 생각이냐? …네가 가지게?
당연한 소릴.
케일은 기회가 되면 당연히 자신이 가질 생각이었다.
‘혼돈, 파괴. 그리고 조각상들 위치는 아직도 엔더블 왕국이 맞는 것 같다.’
더불어 조각상도 부술 생각이다.
등급 외 괴물 8마리. 그건 감당할 수 없는 숫자였으니까.
어젯밤 서대륙 대회의를 마친 알베르 크로스만은 케일에게 말했다.
-동생. 나는 하얀 별 놈을 로운 땅에 발 디디게 할 생각이 없어. 그리고 그런 나를 모두 돕기로 했지.
케일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
세즈 아카데미는 오늘따라 유독 안팎으로 사람들이 복작거렸다.
이는 오늘이 그 교육 과정 중의 하나이자 국왕이 연설을 하는 중요한 날이기 때문이었다.
“…왔는데.”
교복을 매만지며 어색해하는 온.
그런 온의 눈동자에 프레도 공작을 꼭 닮은 소년이 자리해 있었다.
나르 공자 모습의 케일.
그는 교복 넥타이를 똑바로 매고선 온에게 손짓했다.
“가자.”
‘희망과 모험을 사랑하는 여관 7호점’을 나서는 두 사람의 시선이 향한 곳은 세즈 아카데미였다.
하얀 별이 공고히 쌓아 올린 탑.
이제 그 탑을 하나씩 부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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