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64
63화.
케일은 곧바로 검은 용에게 물었다.
“살아 있지 않는 마나 향을 어떻게 느낄 수가 있지?”
마나. 그것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힘을 의미했다.
얼핏 생각하면 사람에 의한 초능력과 같은 고대의 힘이 아닌, 특정 장소에서 생성된 고대의 힘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 둘은 명백하게 달랐다.
그 다른 점이 바로, 남겨질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였다.
마나는 죽는 순간 사라진다. 그러나 고대의 힘은 남아 있을 수 있다.
검은 용은 가벼이 답했다.
“늪 때문인 것 같다. 늪이 저 안의 마나 향이 날아가지 않도록 지배하고 있다.”
지배?
케일의 표정이 묘하게 변해갔다. 하지만 검은 용은 입을 꾹 닫았다. 고래족 남매는 물론이거니와 온과 홍이 케일과 검은 용에게 더 가까이 다가왔다.
그때였다. 케일의 머릿속으로 검은 용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난 눈치가 좋다.
케일과 검은 용의 눈이 마주쳤다.
-저 늪에서 네 방패, 바람과 같은 힘이 느껴진다.
“하!”
케일은 저도 모르게 탄성과도 같은 웃음이 흘러나왔다. 마스크를 벗은 검은 용의 입꼬리가 히죽 올라갔다. 케일의 입꼬리도 살짝 위로 올라갔다.
고대의 힘.
저 늪 안에 고대의 힘이 있다는 소리였다. 또한 ‘지배’라는 키워드와 관련된 힘일 확률이 높았다.
‘처음이군.’
책 속에서 언급되지 않은 고대의 힘을 발견한 것은 처음이었다. 물론 저 고대의 힘이 어떤 사람이 남겨놓은 힘일지 혹은 자연적으로 저 장소에서 생성된 힘일지 알 수는 없었다.
“넌 참 똑똑해.”
“맞다. 난 똑똑하다.”
서로를 보며 음흉하게 웃는 검은 용과 케일의 모습을 지켜보는 이들의 눈동자에는 더욱 커다란 의문이 생겼다.
“공자,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있을까요? 용의 마나 향이라니.”
케일은 고개를 돌려 위티라를 바라봤다. 묻고 있었지만 이미 대강의 상황은 파악한 눈빛이었다.
“대충 짐작했겠지만. 아마 저 늪 안에 용의 사체가 있을 확률이 높을 것 같다.”
“…사체요?”
“그래. 하지만 죽은 지 꽤 되었을, 미라 형태일 확률이 높을 거야.”
케일은 ‘영웅의 탄생’에서 최한이 수십 년 동안 살아온 어둠의 숲에 대한 내용만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안에는 꽤 중요한 내용들이 많았다.
지배자는 없다.
최소한 최한이 살아온 수십 년은 용이 어둠의 숲에서 없었다고 보아도 무방했다. 또한 책 속에서 사람들은 어둠의 숲에서 드래곤 레어나 드래곤을 발견한 적은 없다고 했었다.
‘아주 오래된 시체란 말이지.’
툭툭. 케일은 바짓단을 두드리는 촉감에 고개를 내렸다. 홍이 찝찝한 얼굴로 늪을 가리켰다.
“저 물은 못 먹겠네요?”
용 시체란 말에 홍은 입맛이 뚝 떨어진 표정이었다. 케일은 자신의 대답을 듣지 않고 검은 용 근처로 가서 사과하는 홍을 볼 수 있었다.
“미안. 맛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상관없다.”
검은 용은 의문 어린 표정으로 답했다
“저 안의 것과 나는 다르다. 관련이 없다.”
역시 용은 동족이란 개념이 없었다. 각자의 개체만이 존재할 뿐. 케일은 정말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검은 용을 보며 입을 열었다.
“나는 인어가 저 늪의 독 때문에 강해졌을 것이란 생각을 했었다. 인어의 주무기는 인어 독이니까.”
고래족 남매 파세톤과 위티라가 그를 바라봤다.
“하지만 지금은 저 늪의 독보다 저 안에 잔존하는 죽은 마나가 힘을 미쳤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군. 아니면 둘 다거나.”
케일은 남매를 바라봤다.
‘독이면 그것만 가져가서 해독할 방법을 찾든가 하면 되겠지. 하지만 드래곤의 죽은 마나라면 이야기가 달라져.’
케일은 깊이 파인 위티라의 미간을 볼 수 있었다. 파세톤은 연신 검은 늪과 주변 지형을 살폈다. 그의 입에서 허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무 넓은데.”
위티라가 이어 입을 열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되네요.”
인어가 강해진 원인은 대충 두 가지로 줄여졌지만, 그것을 해결할 방도가 마땅히 떠오르지 않았다. 독이라면 그래도 어떻게 해보겠건만, 그 뒤의 문제는 곤란했다.
“어둠의 숲에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막을 수도 없고. 이 검은 늪을 지키고 있을 수도 없고.”
위티라는 검은 늪을 바라봤다. 용의 시체라니. 생각도 못 해본 문제였다. 거대한 용이 잠기고도 남을 늪의 크기에 그녀는 잠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용은 일정 시점을 기점으로 총 세 번에 걸쳐 그 몸이 성장한다. 그렇게 모든 성장을 마친 성룡의 크기는 실로 어마어마했다. 혹등고래인 자신보다도 대략 5m는 더 컸다.
그때, 케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간단해.”
평화로운 목소리였다. 위티라는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케일은 검은 늪의 코앞까지 걸어가 그 늪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미소 짓고 있었다.
“일단 너희가 필요한 만큼 이 늪의 물을 채취해.”
케일은 늪을 보던 시선을 돌려 위티라를 바라봤다.
“그리고 나와 다시 거래를 하는 거지.”
“…거래?”
의문을 나타내는 위티라를 보며 케일은 미소를 더 짙게 그렸다.
‘이럴 생각은 없었지만.’
원래는 인어가 강해진 원인만을 채취하게 한 후, 이곳을 뜰 작정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잔존하는 죽은 마나는 위험해.’
인어는 어둠 속성의 종족이기에 그 죽은 마나를 섭취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자연계 속성의 고래족이나 인간들에게는 그저 해로운 독이었다.
미지의 적을 강하게 하고 자신에게 해로운 독을 남겨둘 이유는 없었다.
또한 눈앞의 이득이 새로 생겼다.
미라라도 용의 뼈는 남아 있다.
또한 고대의 힘.
“그래. 나와 거래를 새로 하는 거지.”
“그게 이 상황을 해결하는 것과 무슨 관련이 있는 거죠?”
위타라는 저도 모르게 팔에 감겨진 채찍을 쓰다듬었다. 왠지 모를 기대감이 그녀의 마음속에서 피어올랐다. 그리고 케일은 그 기대감을 충족시켜 주었다.
“내가 해결해 줄게.”
그는 늘 그렇듯 무엇이든 가벼이 답했다. 그러나 결코 그 모습은 가벼워 보이지 않았다. 위티라는 괜히 입술을 몇 번 달싹이다가 물었다.
“어떻게요?”
위티라는 케일의 눈동자에 맺힌 생기를 볼 수 있었다. 생동감이 넘치는 그런 눈동자는 케일에게서 처음 본 것이었다. 그는 늪을 가리키며 단호히 답했다.
“엎어버리게.”
“…네?”
위티라는 검은 늪을 바라봤다. 거대한 검은 늪. 이것을 어떻게 한다고? 멍하니 늪을 바라보는 그녀에게 케일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그리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잖아?”
그녀는 다시 케일을 바라봤다. 그제야 아까부터 미소 짓고 있는 그의 모습이 명확히 눈에 담겼다. 그는 즐거워 보였다.
“없애줄게. 그러니 나와 거래해.”
케일은 곧 벌어질 일을 상상했다.
여기는 어둠의 숲이다. 무엇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공간. 무엇이라도 단순한 사고로 위장할 수 있고 모른다고 잡아뗄 수 있는 곳.
“공자.”
위티라는 거부할 수 없는 거래 조건이었다.
“거래하죠.”
케일과 위티라는 한 번 더 거래를 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지금 내가 딱히 필요한 거래 내용이 없어.”
“언제든 케일 공자가 원하는 거래 조건이 떠오르면 말씀하세요. 서로에게 납득 가능한 범위에서 받아들이죠. 나 위티라. 제 이름으로 한 말이니 걱정 마세요.”
케일은 그녀의 말에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녀가 거래 조건을 들어주지 않아도 되었다. 용의 뼈와 고대의 힘.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해볼 만한 가치가 있었으니까.
“참고로 늪을 엎고 나온 부산물은 내 소유다.”
“…그러죠.”
위티라는 용의 뼈가 아쉬웠지만 이를 탐하지 않기로 했다. 고래족. 그들은 지상뿐만 아니라 바다에서도 강했기에 지배자일 수 있었다.
하지만 물이 약점이기도 했다. 물속. 늪 속. 늪의 물과 진흙이 독이라면 고래족에게는 힘든 환경이었다.
케일은 위티라의 대답을 듣자, 바로 일을 진행하기로 했다. 그는 검은 늪과 땅 그 경계에 서서 일행들에게 손을 훠이훠이 휘저었다.
“나가.”
일행들의 눈빛에 물음표가 나타났다. 하지만 케일은 바쁜데 말귀를 못 알아먹는 일행들에게 한 번 더 단호히 말했다.
“우리가 왔던 저 숲으로 가서 조용히 있어. 내가 나오라 할 때까진 나오지 마.”
케일은 마법 주머니를 펼치며 말을 이었다.
“독에 중독당하거나 다칠 수 있으니까.”
가만히 듣고 있던 파세톤은 입을 열었다.
“공자님, 혼자서 하실 작정입니까?”
“혼자 아니다.”
케일 대신 검은 용이 답했다. 무심코 소리가 들린 곳으로 고개를 돌린 파세톤은 흠칫했다. 검은 용 주위에 선명한 마나 파동이 보였다. 아지랑이와 같은 일렁임이 검은 용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검은 용은 자신이 가진 힘을 제대로 펼칠 기회를 찾았다.
“우리 둘이서 할 테니, 나가 있어.”
“케일 공자, 당신의 끝을 알 수가 없네요.”
케일은 위티라의 말을 대충 한 귀로 듣고 흘려 버리며 온과 홍의 머리를 한 번씩 쓰다듬었다. 홍의 귀와 꼬리가 축 처져 있었다.
“너희도 나가 있어. 온, 홍 잘 보살펴. 그리고 홍. 늪의 독은 구해다 줄 테니, 기다려.”
무심히 말하는 케일을 가만히 올려다보던 홍은 고개를 끄덕이며 검은 용에게 다가갔다.
“조심해. 다치면 안 돼.”
“알았다.”
검은 용은 고분고분 홍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홍의 앞발이 몸통을 토닥이는 데도 가만히 있었다. 케일은 참 애들끼리 잘 논다 생각하며 마법 주머니에서 꺼낸 빈병을 파세톤에게 던졌다.
“늪 액체를 그 병에 담아. 마법으로 부식이 안 되는 병이니까.”
“…어떻게 이런 생각까지.”
파세톤이 감탄한 얼굴로 쳐다봤지만 케일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대신 그는 겉으로는 작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큰 아공간을 가진 마법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공자님, 다 담았는데.”
“그럼 다들 저리 가 있어.”
케일은 꽤 큰 빈병에 늪의 진흙과 액체를 가득 담은 파세톤과 일행들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위티라는 잠시 망설였지만 고양이들의 보챔에 아까 전까지 있었던 숲 쪽으로 향했다.
검은 용은 그들이 멀리 안전할 만한 곳까지 간 것을 확인 후 케일에게 다가갔다.
“어떻게 할 생각-”
검은 용을 말을 하다가 마법 주머니에서 케일이 꺼낸 것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자신을 쳐다보며 부드러이 웃어 보이는 그에게 이어 말했다.
“인간, 너 좀 똑똑해 보인다.”
“똑똑하긴.”
케일의 손에 두 개의 마법 폭탄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전에 우바르 영지 앞바다에서 사용했던, 폭발력은 줄였지만 폭발 횟수를 늘린 그 폭탄과는 달랐다. 위퍼 왕국의 마법사 연맹이 최후의 공격 때, 그 살상력과 파괴력을 극대화시킨 최고 화력의 마법 폭탄.
그 폭탄 두 개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디 써야 하나, 그 생각했는데. 딱 쓰일 때가 나왔네?”
케일은 그 마법 폭탄 두 개를 검은 용에게 건넸다.
“마음껏 힘을 써봐.”
“그래도 되나?”
케일은 아까 전부터 자신의 진짜 힘을 쓰고 싶다고, 모든 이들의 눈에 드러날 만큼 마나 파동을 보이는 검은 용에게 짧게 답해주었다.
“당연한 걸 묻지 마. 물론 나는 다치면 안 되고.”
검은 용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휘이이잉.
검은 용의 중심으로 거대한 바람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자연의 힘, 마나가 움직이며 주변의 공기들이 반응한 것이다.
케일은 밀려날 것 같은 기분에 재빨리 부서지지 않는 방패를 펼쳤다.
그와 동시에 케일을 감싸는 실드가 보였다.
한 겹, 두 겹, 세 겹.
총 세 겹의 튼튼한 실드였다.
“그 정도는 해야 안 다칠 거다.”
담담히 말하는 검은 용은 그 눈빛이 반짝이고 있었다. 용은 고래족들과는 성향이 달랐다. 용은 평화보다는 지배와 파괴를 택하는 난폭하고 자기중심적인 종족이었다.
케일은 모든 준비를 끝낸 검은 용이 자신을 바라보자 검은 늪을 가리켰다.
“뒤엎어 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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