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645
644화.
“아, 안 돼!”
“미친놈! 우리만 죽는 줄 아나? 다 죽어! 해볼 테면 해봐!”
회색 신관복의 사람들은 악다구니를 내질렀다.
그들의 눈동자는 제단으로 향하는 라온과 케일. 그리고 검은 장막을 언제라도 뚫고 이곳으로 내리칠 적금빛 벼락으로 향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쉬이 움직이지 못했다.
“모든 마족을 따르는 이들이 케일 헤니투스 너를 저주, 커헉!”
“저 용에게 저주를 내려, 어억!”
콰앙! 쾅!
저주의 말을 내뱉는 신관들의 앞에 분홍색 화살이 꽂혔다. 1cm만 더 움직였어도 그들의 머리에 꽂혔을 화살이었다.
“고맙다, 도도리야!”
“이 정도는 기본이란다, 후배 용아!”
케일은 가만히 팔짱을 낀 채 그 광경을 눈에 담았다.
“…크윽. 큭.”
물론 바케헤 왕을 깔고 앉은 채였다.
-케일. 저 어린 용이 조각상을 부수면 바로 정화를 할 것이냐?
짱돌의 물음에 케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라온에게 서두르라고 한마디 할 법도 하건만, 케일은 느긋해 보였다. 사실 그의 마음은 느긋하지 않았다.
한시라도 바삐 이 모든 것들을 해결하고 싶었다. 그러나 서두를 수 없었다.
“얼른 다시 들어가세요!”
“일단 들어가 계시면, 다시 꺼내드릴게요! 감옥 문 안 잠글 거니까, 저 벼락 보이죠? 저거 맞으면 큰일 나요!”
레인저 부대원들이 인질들을 구출하던 것을 멈추고, 다시 그들을 감옥 안으로 들여보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혹여나 불벼락에 인질들이 피해를 입으면 곤란해.’
불벼락 컨트롤 하나는 좋은 케일이었지만, 혹여나 감옥 바깥에서 이동을 하다가 잘못하여 인질들이 불벼락으로 인해 다치면 안 되었다.
특히 몸 상태가 엉망인 경우가 많아, 더욱더 주의를 요했다.
그렇기에 케일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초조한 마음을 삼켰다.
-케일. 그런데 많이 초조한 것 같은데, 이유가 있나?
이를 고대의 힘들만큼은 알아챘다.
또 힐끗 뒤를 돌아보던 라온도 눈치챘다.
-인간아! 그런데 뭐 급한 일 있나? 론 할배가 레모네이드 먹으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런 표정이냐?
그러나 케일은 라온 대신 고대의 힘들에게만 속으로 답했다.
‘4개뿐이야.’
조각상이 이곳에 4개뿐이다.
그러면 나머지 4개는?
결국 케일은 초조한 마음에 한마디를 툭 내뱉었다.
“…다크엘프가 지금까지 한 명도 없어.”
케일이 나르 공자인 줄 알고 환호하고 기뻐하던 인질들.
구해달라고 손을 뻗는 이들.
다치고 지친 몸을 겨우 가누면서도 삶에 대한 의지를 놓지 않았던 엔더블 왕국민들.
그중에 다크엘프가 보이지 않았다.
물론 케일은 언뜻 보았던 것이기에, 레인저 부대원의 보고를 기다렸다.
“사령관님!”
그때, 가장 밑의 감옥까지 탐색한 레인저 부대원들이 다급하게 케일을 보며 외쳤다.
“다크엘프가 한 명도 없습니다! 아래쪽 감옥은 다 비어있습니다!”
“감옥의 절반이 비어있습니다!”
또 다른 제물로 쓰일 예정이던 엔더블 왕국의 다크엘프들이 한 명도 이곳에 없었다.
“빌어먹을.”
결국 케일은 제 생각이 맞았음을 깨달았다. 그는 곧바로 입을 열었다.
“서둘러! 속도를 높여라!”
그의 명령에 레인저 부대원들은 더욱 서둘러 구출하고 있던 뱀파이어들을 감옥 깊숙한 곳으로 대피시켰다.
그 과정은 곧 끝이었지만, 케일은 이제 시작이었다.
“커헉!”
케일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바케헤 왕의 머리채를 움켜쥐었다.
“야. 조각상 네 개는 어딨어?”
“으읍, 읍!”
고개를 필사적으로 가로젓는 바케헤 왕의 모습에 케일은 더 머리채를 세게 잡아당겼다.
아무 표정 없는 얼굴로 무심히 내뱉는 물음은 다른 긴박한 모습들과 달리 대조적이었고, 그래서 바케헤는 두려움이 일었다.
저 붉은 벼락이 그를 덮칠지도 몰랐으니까.
“그럼 다른 걸 묻지. 다크엘프들은 어디로 갔지?”
“으, 읍.”
바케헤가 그 물음에 망설였다.
그런 그를 가만히 바라보던 케일이 그를 질질 끌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방향은 제단이었다. 말 없는 그 행동에 바케헤는 조각상처럼 자신도 부서질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때였다.
“무겁네.”
케일이 툭 내뱉으며, 그를 내려다봤다.
“끌고 가기 참 무거워. 무게를 좀 줄여볼까?”
바케헤 왕의 안색이 하얗게 변했다.
‘무게? 무슨 무게?’
그는 제 몸을 내려다봤다. 검도 빼앗기고 그저 의복뿐인 그에게 가장 무거운 것은 그의 몸뚱이였다. 그 무게를 줄이는 방법은 상상만 해도 끔찍한 것이었다.
특히 몸이 중요한 검사에게는.
그는 케일의 눈을 바라봤다.
“읍, 읍, 으읍!”
그 순간, 바케헤는 어떻게든 바둥거리며 무언가를 말하려고 필사적으로 변했다.
‘진짜다.’
저놈은 진짜 자신의 몸을 끌고 가는 것을 무거워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저 말대로 행동할 수도 있을 터!
‘제발!’
제발 말 좀 하게 해줘!
바케헤는 필사적으로 버둥거렸고, 케일은 순순히 그 입을 풀어주었다.
“말해”
“사예르가!”
곰족 왕 사예르의 이름이 나오자, 케일의 눈동자에 이채가 감돌았다.
“사예르가 며칠 전에 다크엘프들을 모두 엔더블 왕국으로 다시 데려갔다! 프레도 공작에게 들킨 후로, 장소를 나눠야겠다고, 그, 그, 가져오려던 조각상도 안 옮기고 다크엘프를 도로 옮겼네! 소환 횟수를 바꿔야겠다고! 진짜네! 제발 믿어주게! 커헉!”
케일은 손에 힘을 풀었고 바케헤는 내팽개쳐졌다. 그러나 그런 바케헤에게 케일은 시선 하나 두지 않았다.
그의 얼굴에 긴장감이 서렸다.
분명 프레도 공작은 두 번의 소환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했다.
하나는 봉인된 신을 위한 소환.
또 다른 하나는 등급 외 괴물을 이 세상에 불러들이는 것.
‘그런데 그 등급 외 괴물 소환을 다시 두 번으로 나눈다는 말이지?’
케일은 빠르게 제단으로 향했다.
“라온!”
엔더블 왕국에 절반.
그리고 세즈 왕국 넥스 산에 절반.
등급 외 괴물은 소환 장소가 나뉘어졌다.
“인간, 왜 그러나? 표정이 아주 급하다!”
“바닥!”
케일이 제단 바닥을 가리켰다.
“바닥을 부숴!”
“안 돼!”
“몸, 몸이라도 내던져!”
“희생을 합시다! 이건 막아야 합니다!”
그가 바닥을 가리킨 순간, 신관들이 비명과 함께 제단으로 달려들었다. 도도리의 화살 따위는 보이지도 않아 하는 행동이었지만, 그보다 빠른 존재가 있었다.
“응? 알았다, 인간!”
빠지직, 빠직!
라온의 검은 마나가 제단 바닥을 부수는 순간, 금이 간 바닥으로 까만 것이 보였다.
“어? 어!”
라온의 눈동자가 커졌다.
“뭐야, 저거?”
도도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바닥을 부수자, 검은 문양이 나타났다.
“이상한데? 마법진 같으면서도 내가 아는 것과 다른데?”
“도도리야, 이건, 이건 흑마법이 섞인 것 같다!”
“뭐?”
바닥에 숨겨져 있던 흑마법진.
“모, 몰랐다! 인간아, 어떠한 마나 힘도 느껴지지 않아서 이 마법진이 있는지 몰랐다!”
무슨 마법이든, 마나가 없는 마법진은 그림이나 독특한 문양에 지나지 않는 법이었다. 이를 작동시킬 마나가 반드시 있어야 마법진은 움직이는 법이었다.
그리고 이곳엔 흑마법진을 움직일 거대한 죽은 마나가 존재했다.
그것도 변형으로 강대한 힘을 지닌.
“인간아! 이거, 이거 텔레포트 진 같다!”
그리고 라온이 그 말을 내뱉는 순간, 케일은 곧바로 물음을 던졌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침착한 어조였다.
“좌표가 어딘지 알아봐.”
“응? 좌표? 흑마법이라 오래 시간이 걸린-”
침착한 목소리와 달리 케일은 라온의 말을 다 들을 여유가 없었다.
그는 한 단어를 내뱉었다.
“퍼슬시.”
“어?”
“좌표가 퍼슬시로 되어 있는지 확인해.”
등급 외 괴물을 소환하면 어디로 보내겠는가?
그 장소는 퍼슬시일 확률이 높았다.
그리고 원래 케일이 알고 있던 정보대로라면, 소환을 위해 꼭 필요한 제물이 모두 여기 있어야 했다.
하지만 그 절반은 조각상과 함께 엔더블에 있다.
‘도르프가 여기가 습격받았다는 것을, 분명 사예르에게 말했을 터.’
곰족 왕 사예르는 분명 엔더블 왕국에서 남은 네 개의 조각상과 다크엘프들로 소환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습격받았다는 것을 안 사예르는-’
케일의 입이 열렸다.
“…소환을 진행할지도 몰라.”
이렇게 제단 바닥에 텔레포트 흑마법진을 숨겨두고서.
그리고 그 좌표는 로운 왕국의 퍼슬시.
봉인된 신 소환을 위해, 가장 걸리적거리는 적인 케일 헤니투스의 기반을 무너뜨리기 위해.
‘서둘러야 된다.’
케일은 다크엘프가 이곳에 없는 순간부터 시간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령관님! 모두 대피시켰습니다! 저희도 피신했습니다!”
“인간아, 좌표 알아봐야 하나?”
동료들의 목소리.
“죽어라!”
“저놈을 공격해봤자, 불가능해! 유리관을 부숴!”
“마신이시여!”
적들의 아우성.
케일은 그 모든 소리 속에서 입을 열었다.
“라온.”
“응? 좌표 알아보고 있다!”
“알아볼 필요가 없게 되었어. 뒤로 물러서서 텔레포트 진을 만들어. 내가 신호하면 바로 갈 수 있게.”
“어? 조각상은?”
“텔레포트 장소는 엔더블 왕국이다. 그리고 조각상은 내가 처리한다.”
그리고.
“왕세자 저하께, 아니, 모든 동료들에게 1급 경고로 연락해. 퍼슬시로 병력을 주둔시키라고.”
케일은 바람을 일으켰다.
“으아악!”
“안 돼!”
라온과 그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갑작스러운 회오리바람에 제단 밖으로 밀려났다.
그리고 마침내, 하늘에서 숨죽이며 울고 있던 울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우르르르—우르르—
심상치 않은 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하늘로 향했다.
세즈 왕국민.
감옥 안에 대피한 뱀파이어와 레인저 부대원.
산 중턱에서 싸우고 있는 아군과 적군.
모든 사람들은 검은 장막이 부서지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모든 시야가 붉게 변했다.
소리도 없었다.
찰나일지 억겁일지 모를 붉은 빛이 그들의 시야를 덮치고, 다른 모든 감각을 압도하였을 때.
그리고 그 찰나를 인식하였을 때.
콰아아아아아–
그제야 귀를 뚫을 듯 거대한 굉음이 넥스 산을 뒤흔들었다.
바깥의 사람들은 넥스 산 정상을 꿰뚫는 적금빛 벼락을 보았다.
그리고 산 정상 구덩이 안에 자리한 이들은 경이로운 광경에 눈을 떼지 못했다.
설사 닿으면 저를 파괴할 것임을 알아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아름다운 붉은빛.
콰아아앙—!
벼락들은 정확히 네 개의 유리관을 꿰뚫었다. 그리고 불은 그 안의 것을 집어삼켰다.
정화시켜 나갔다.
하지만 그것이 다른 이들에게는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콰앙! 쾅! 콰앙!
끊임없이 치솟아 오르는 적금빛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제대로 분간이 안 되었으니까.
그 광경에 신관들은 패닉에 빠졌다.
“안 돼! 기껏 모은 죽은 마나가!”
“중심으로 가야 돼!”
“케일 헤니투스—!”
그러나 무엇도 할 수 없었다.
저 불벼락을 만든 케일 헤니투스에게 조금이라도 생채기를 내고 싶었지만. 그들은 케일에게 닿을 수 없었다.
콰아앙! 콰앙!
이 공간의 중심.
조각상이 있는 제단.
그 제단을 둘러싼 채 내리치고 다시 치솟아 오르는 적금빛 벼락이 사방으로부터 고립된 공간을 만들었다.
그 고립된 공간에는 케일과 라온뿐이었다.
라온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 인간아!”
라온은 침을 꼴깍 삼켰고 케일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우우우웅-
파괴하는 불을 많이 사용하여 창백한 안색의 케일 시선이 조금 전 아공간 주머니에서 꺼낸 물건으로 향했다.
대충 가장 먼저 집히는 옷에서 떼어낸 배지로, 사령관 복에 달려 있던 로운 문양이 새겨진 배지였다.
그 배지가 격렬하게 진동하고 있었다.
라온이 반짝이는 눈을 한 채 외쳤다.
“인간아, 결국 턴 거냐?”
제단에 있어야 할 네 조각상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조각상과 연결된 관에서 흩어져 나오는 변형된 죽은 마나는 적금빛 벼락에 닿아 재로 변해갔다.
우우우우-
케일의 몸을 감싸던 아우라가 사그라들며 곧 사라졌다.
그는 배지를 꽉 쥐었다. 그 힘에 지배당하듯 배지는 조용해졌다.
이수혁이 준 힘, 포용.
케일은 그 힘을 두 번째로 사용하였다.
하얀 별과 그의 수하들이 열심히 애타게 준비한 조각상은 이제 케일의 지배 아래 놓였다.
“어. 나머지 조각상도 털 거다.”
본래의 케일이라면, 미래에 쓸데없는 짓을 벌일 것 같은 싹수를 지닌 건 다 없애야 맞지만.
“그냥 이렇게 넘어가기엔 성질이 안 풀리네.”
뭐라도 더 강하게 뒤통수를 후려쳐야 마음이 풀릴 것 같았다.
네 조각상은 이제 영원히 케일의 지배 아래 놓였고, 케일은 이걸로 뭐라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지금은 그 방법을 모른다.
방법이 없을 수도 있었다.
‘그러면 부수면 되지.’
어차피 케일의 포용 아래 들어간 이상, 그가 아니면 이것을 꺼낼 수 있는 이도, 부술 수 있는 이도 없다.
“라온.”
“알았다!”
파아아앗-
라온과 케일을 마법이 감쌌다.
“다른 사람들 보고 뒤처리 다 하고 오라고 해.”
“알았다, 인간!”
곧 텔레포트 마법이 발동하기 시작했다.
콰아아앙! 콰아앙!
그 와중에도 적금빛 벼락은 내리치고 있었고, 저 불길은 모든 것이 정화되었을 때 재가 되어 사라질 터.
후에 넥스 산을 덮친 검은 장막과 그것을 꿰뚫고 찬란히 빛난 적금빛 벼락을 두고 사람들은 고대 이후 펼쳐진 최대 전쟁의 서막이자, 숭고한 희생의 첫발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미래에 영웅으로 기록될 이들에게는 평화에 닿기 위한 마지막 전투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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