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649
648화.
쿠웅-!
지축을 뒤흔드는 소리에 땅이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았다.
“저, 저-”
“…오, 신이시여…….”
하지만 흔들리는 땅에 조금도 신경 쓰지 못한 채, 기사들은 넋을 잃고 시선을 위로 향한 채 움직이지를 못했다.
언제라도 적을 향해 돌격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전투의 시작을 기다린 기사들이었다.
로운 왕국을 지키기 위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나선 길이었다.
나의 조국, 나의 친구들, 나의 가족. 모두를 구하기 위한 발걸음은 무거웠지만, 기꺼이 감내할 용기가 있었다.
“진짜, 괴, 괴물이야…….”
그러나 어렴풋한 상상과 현실은 달랐다.
“스스슷스스–”
“츠츠—츳츠츠–”
뱀과 장어.
그 중간쯤 되어 보이는 존재는 두 개의 머리를 지니고 있었다. 하나는 청색의 머리, 하나는 황색이었다.
뿔과 송곳니, 성룡 정도의 거대한 몸체. 처음 보는 기괴한 괴물이었다. 상상 속에서나, 신화 속에서나 볼 법한 최악의 괴물. 영웅 소설 속에서 영웅이 되기 위해 잡아야 하는 최악의 적으로 등장하는 괴물 같았다.
그러나 저 뱀은 그냥 괴물로 보였다.
기사들을 두려움에 빠뜨린 것은 저 두 머리의 뱀이 아니었다.
“…아… 말도 안 돼…….”
“…저게 괴물이라고……?”
하얀빛을 뿜어내며 세상에 나타난 존재.
그것은 용의 날개를 8개 등에 달았으며, 그 가죽은 용의 것과 흡사했다.
또한 탐스러운 갈기를 지닌 사자의 머리를 지녔으며, 독수리보다 더 날카로운 손발톱을 가지고 있었다.
더불어 이족 보행형으로, 두 다리가 땅에 닿자, 그 바닥이 깊이 파였다.
콰아앙, 콰아아-
광장은 두 머리 뱀만으로도 자리가 부족하였고, 결국 사자 머리의 괴물마저 내려서자 건물들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하였다.
“…말도 안 돼…….”
그런데 그 모습이 성스러워 보였다.
괴물의 눈동자는 금빛으로 빛났으며, 괴물의 몸을 덮고 있는 용의 가죽과 머리의 갈기는 눈부신 하얀빛이었다.
두 머리의 뱀이 신화 속에 나올 법한 악당의 모습이라면, 이 괴물은 마치 신을 지키는 전사처럼 보였다.
“…….”
사자의 금안이 말없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기사는 그 시선이 저를 향한 것도 아니건만, 이쪽을 스쳐 지나가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릴 것 같았다.
“…용, 용보다 강할 거야.”
수뇌부에게 듣기는 했다.
최악의 괴물과 싸워야 할 것이라고. 용보다 강할 것이며, 마계에서 온 괴물일지도 모르니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수뇌부의 말이 맞다.
최악의 괴물들이고, 용보다 강해 보이며 이 세상의 괴물이 아니었다.
‘…최선? 이게 최선을 다해서 이겨낼 수 있는 문제야?’
최선은커녕, 달려드는 순간 죽을 것 같은데?
기사는 압도적인 괴물의 존재가 불러온 공포와 두려움에 잠식이 되어 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는 그를 따르는 대대의 병사들을 미처 살피지 못했다.
“이, 이런 미친-”
“다 죽었어! 우리는 다 죽은 거라고! 저걸 봐! 누가 와도 못 이겨!”
“…우리만 죽겠어? 이 대륙이 엉망이 될 거야!”
무기를 쥔 병사들의 손이 덜덜 떨리는 것은 물론, 온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리고 있었다.
못 한다.
못 싸운다.
우리는 안 된다.
차마 달려들 용기가 없다.
“누, 누가 저 괴물한테 달려들 수 이, 있겠어? 이, 이건 불가능-”
이건 불가능이야.
그 말을 내뱉으려던 병사는 순간 손에 힘이 빠졌다.
탕-!
칼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병사는 그 칼을 집을 생각도 못 한 채 칼을 쥐고 있던 손을 들어 올려 허공을 가리켰다.
“…저하?”
하얀 갑옷을 입은 이가 지붕을 넘나들며 괴물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검사님-”
그리고 그 옆에는 검은 머리칼을 휘날리는 한 검사가 검은 오러를 검에 가득 머금은 채 거침없이 적에게로, 괴물에게로 향했다.
저 두 사람은 분명 왕세자 알베르 크로스만과 최연소 소드 마스터 최한이리라.
한 사람은 눈부실 듯 하얀 창을.
또 한 사람은 분명 검지만, 별을 품은 밤처럼 반짝이는 검은 오러 검을.
“…이런.”
기사는 그 모습에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그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입술에 피가 맺혔다. 하지만 그는 입안에 피 맛이 돌자, 제대로 생각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의 눈동자에는, 퍼슬시에 자리한 로운 병력을 담당하는 이들의 눈동자에는 두 사람의 등이 담겼다.
한 사람은 로운의 상징을 새긴 견갑을 양어깨에 짊어졌고, 한 사람은 가벼운 가죽 갑옷 차림에 그저 손에 검만 들고 있을 뿐이었다.
너무나도 다른 모습의 백과 흑의 두 기사.
그러나 그 두 사람을 바라보는 이들의 눈동자에는 그들의 등에서 두 사람의 같은 감정이 느껴졌다.
“제길!”
채앵-!
기사는 거친 말을 내뱉으며 검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검을 떨어뜨렸던 병사는 허리를 숙여 다시 검을 주워들었다.
그 순간, 현재 그들의 수장인 기사단장이 가장 뒤에서부터 앞으로 걸어 나왔다.
급하게 전략을 짜느라, 뒤늦게 나온 그는 가장 선두로 나아가며 외쳤다.
“단 두 마리다!”
기사단장은 자신보다 먼저 나아간 주군의 등을 보며 말을 이었다.
“원래는 저런 괴물이 8마리였음을 모두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맞다.
알베르는 퍼슬시에 소환이 진행된다는 말에 최악을 가정하고서 준비를 하였다. 그렇기에 그간 퍼슬시로 괴물들이 8마리 침략할지도 모른다고, 그에 대한 훈련을 진행해오던 기사와 병사들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네 마리에서 다시 두 마리로 줄었다는 것을 실시간으로 들었을 것이다!”
이 또한 맞는 말이었다.
기사단장은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이들을 보며 살짝 눈을 감았다 떴다. 마음이 쓰렸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외쳤다.
“전 사령관 케일 헤니투스 경이 가장 앞에서, 가장 먼저 싸워준 덕분에 우리는 저 괴물을 8마리가 아닌, 단 두 마리만 상대하면 된다!”
기사단장은 케일이 기사도 아니건만, 그에게 ‘경’을 붙였다. 존경의 의미였고, 이에 대해 반박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이제 그 두 마리를 저하와 최한 경이 선두에서 맞서 싸우실 것이다!”
기사단장은 자신이 지켜야 할 주군과 자신보다 어린 검사가 선두에 있는 것이, 괴물에 대한 두려움을 잊게 만들었다.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제 자리를 지켜라! 자신의 몫을 해라!”
그것이 전쟁에서는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그럼에도 기사단장은 외칠 수밖에 없었다.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으니까.
그때였다.
콰아아아앙-
순간 귀를 멍하게 만들 정도의 굉음이 들려왔다.
검은 오러가 마치 땅에서부터 솟구쳐 오르는 벼락처럼, 첫 번째 등급 외 괴물 전기 장어에게로 쏟아졌다.
“츠츠츳–!”
“스스!”
두 뱀의 눈동자가 저를 공격한 검은 오러의 주인, 최한에게로 향했다.
하지만 이미 최한은 다음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우우우—우우–
마치 이무기가 승천하기 전 마지막 내뱉은 지상에서의 숨소리처럼. 최한의 검과 그의 전신을 감싸며 흑룡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최한은 저를 주시하는 두 머리의 뱀을 보며 입을 열었다.
“일단 이것부터 빨리 정리하고, 합류하겠습니다.”
알베르는 창을 매만지며 입을 열었다.
“혼자 정리할 수 있겠어? 전에는 혼자 못했잖아?”
“…일단 해보죠.”
최한은 혼자 정리할 수 있다고 확답을 할 수 없었다.
괴물 전기 장어는 그 비늘이 단단하여 최한의 오러로도 벨 수 없었다. 다만 뿔과 입안 등 몇 군데 최한이 노릴 수 있는 부분이 존재할 뿐이었다.
‘문제는 그 부분을 혼자 공격할 수 있냐는 점이다.’
최한은 저번에 그 약점을 노릴 당시, 케일이 전기 장어를 묶어두었던 것을 떠올렸다. 그 외에도 많은 지구의 동료들이 도와주어 가능했던 싸움이었다.
이를 최한은 굳이 알베르에게 언급하지 않았다.
“…혼자 되겠습니까?”
도리어 최한은 걱정스러운 음성으로 알베르에게 물었다.
“이미 이야기된 부분이네.”
케일을 제외하고 최한이 전기 장어에 대해서 제일 잘 알았다.
그리고 알베르가 여기서는 그나마 저 여덟 번째 등급 외 괴물을 잘 상대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두 마리 중 한 마리라도 퍼슬시 밖으로 나가선 안 돼.”
그러니 최한과 알베르. 각자가 선두에 서서 그 두 마리를 묶어두어야 했다.
그것이 가장 첫 번째 급선무였다.
“빨리 끝내고 돕겠습니다.”
“최한. 혼자서 무리할 생각은 마라.”
제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최한은 고개를 돌려 알베르를 바라봤다.
이번에는 알베르가 최한이 아닌 자신의 싸울 적을 보며 입을 열었다.
“…죽지나 마. 버티다 보면 분명 답이 나온다. 무리하는 놈은 이제 없어야 돼.”
“제가 저하께 드리고 싶은 말이군요.”
최한은 그 말을 남기고서 알베르 곁을 떠나, 두 머리의 뱀에게로 달려들었다.
그는 검을 뻗었다.
콰아아아아-
흑룡이 검을 따라, 검 끝을 벗어나 괴물에게로 향하며 그 아귀를 벌렸다. 그 기세가 두 머리의 뱀에 맞먹었다.
“우리 스승님, 대단한데?”
알베르는 장난스럽게 말하고서는 쓰다듬던 창을 들고서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일단 가늠을 해봐야겠어.’
고고하게 서서 저를 내려다보는 저 괴물이 얼마나 강한지. 그것부터 알아야 했다.
-제3지구에서는 저 괴물을 사자용이라고 불렀습니다.
태랑의 목소리를 들으며, 알베르는 마법을 사용하였다.
파아앗-
태양을 닮은 금빛이 하얀 창에 머금어지며 마치 빛을 휘두르듯 알베르가 사자용을 향해 창을 휘둘렀다.
콰아아앙—
다시 한번 굉음이 울려 퍼졌다.
“…하, 하하-”
그 굉음의 끝에서 알베르는 웃음을 터트렸다.
-사자용의 무서운 점은 무기를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강인한 신체와 날카로운 발톱, 다수의 이능력을 지녔음에도 말이죠.
알베르는 자신의 창을 막은 무기를 보며 실소를 흘렸다.
-그리고 그 무기는 방패입니다.
어느샌가 나타나 사자용의 손에 들린 성스러운 하얀 방패.
꼭 누군가의 은빛 방패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우리는 그 방패를 부술 수 없는 방패라고 불렀습니다. 그리하여 저 괴물의 뼈로 만들어진 이 창의 이름이 부러지지 않는 창이 되었습니다.
태랑은 무미건조하게 말을 이었다.
-7박 8일. 7번의 밤과 8번의 낮을 맞이한 끝에 사자용을 죽일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로 사상자의 숫자는 수천 여명에 달했고, 서울의 10배에 달하는 면적이 복구 불가 황폐화 지역이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SSS급까지 존재하였던 괴물에게 처음으로 EX급을 붙였습니다.
알베르의 입가에 미소가 사라졌다. 서늘한 분노를 담은 눈동자가 투구 너머 괴물의 금안을 노려보았다.
“…부술 수 없는 방패라-. 비슷한 이름이지만, 참 다른 쓰임을 지녔군.”
괴물의 하얀 방패에 알베르는 어떠한 생채기도 내지 못했다.
-부러지지 않는 창은 괴물들 중 가장 강한 강도를 지닌 사자용의 가죽과 뼈를 뚫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방패는 부술 수 없습니다.
태랑은 감정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현 전력으로 판단. 승률은 0%입니다. 1시간. 주인님과 검사 최한의 죽음을 가정하였을 때 버틸 수 있는 시간입니다.
피식.
알베르는 웃음이 다시 흘러나왔다.
자신과 최한이 죽더라도 버틸 수 있는 시간이 고작 1시간이었다. 그만큼 이 사자용이 강하다는 의미일 터.
-도망칠 생각은 정말 없으십니까?
-살고 싶지 않나요?
알베르는 사자의 금안을 마주했다.
이 괴물은 별달리 싸울 생각이 없는지, 아니면 다른 생각을 하는지 그저 가만히 알베르를 내려다볼 뿐이었다.
콰아아앙- 콰아아–
그 와중에도 들려오는 굉음에 알베르는 창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최한은 정말 최선을 다해, 그래, 제 목숨을 생각하지 않고 싸우고 있다. 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다.
그는 분명 곧 한계가 올 것이 뻔한데도, 그냥 오러가 아닌, 흑룡을 사용하는 공격을 끊임없이 펼치며 두 머리 뱀의 약점을 공략할 순간을 치열하게 찾고 있었다.
알베르는 살고 싶지 않냐고 묻는 태랑의 말에 답했다.
“…살아야지. 당연히.”
나도, 다른 녀석들도, 이 나라도.
그리고 이 세계도.
우우우우—우우–
하얀 창에 다시 한번 빛이 솟구쳤다. 알베르 주위가 진동했다. 그의 마법에 죽은 마나도 아닌 일반 마나가 격렬하게 반응했다.
-진심이시군요.
최한처럼, 전력을 쏟을 준비를 끝낸 알베르는 다시 한번 괴물에게로 달려들었다.
괴물은 무심히 거대한 방패를 들어 올려 방패보다 형편없이 작은 알베르를 막아섰다.
콰아아—콰앙, 쾅! 쾅!
알베르는 그 방패를 뚫으려, 혹은 그 방패를 피하고 사자용에게로 가기 위해 끊임없이 부딪쳤다.
“크윽!”
사자용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괴물은 다가오는 창을 탐색하듯 바라보다가 이내 방패를 이전과 다르게 휘둘렀다.
콰아아아아——
가장 큰 굉음이 울려 퍼졌고, 알베르의 몸이 뒤로 튕겨졌다.
콰아앙!
“커헉!”
그의 몸이 건물 벽과 부딪쳤다. 그저 막아서는 것이 아니라, 방패로 후려치는 그 무지막지한 힘에 알베르는 자신의 몸이 통제할 겨를도 없이 튕겨지는 것을 느꼈다.
“…빌어먹을.”
강하다.
강해도 너무 강하다.
-괜찮습니까?
알베르는 막막한 기분에 순간 눈을 감았다.
그때였다. 그의 눈이 번쩍 뜨였다.
삐이이이—삐이이—
피리 소리가 들려왔다.
“드디어 왔군.”
알베르는 몸을 일으켰다. 후두둑. 벽의 잔해가 떨어져 내렸다.
찌그러진 갑옷에는 시선조차 두지 않고서 알베르는 피리 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북쪽에서부터 들려오는 피리 소리.
그는 곧 퍼슬시 창공에 나타난 거대한 와이번을 볼 수 있었다.
외이번의 등 위에는 네 사람이 있었다.
“우리가 가장 먼저 왔군요.”
촤르르르-
물채찍이 허공을 갈랐고, 그 채찍의 주인은 땅에 내려섰다.
고래족 후계자 위티라. 그녀가 자신을 바라보는 최한과 알베르를 향해 싱긋 미소를 지어 보였다.
쿠웅! 쿵!
그 뒤를 따라 땅에 내려선 두 명의 남자. 고래족 아치와 고래족 혼혈 파세톤이 두 마리의 괴물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이야. 패는 맛이 있을 괴물들인데요?”
“으음. 일단 싸워봐야겠군요.”
용 다음으로 강한. 수인족 중 최강으로 꼽히는 고래족.
그리고 그 고래족을 태우고 온 와이번의 주인.
“전설로 향하는 길에 늦을 수는 없는 법이지요. 가장 먼저 와서 그 전설을 함께해야 영웅인 법.”
수호 기사 클로페 세카가 피리를 불었다.
삐이이—삐이-
저 소리를 듣고서 북쪽에서 더 많은 와이번들이 기사를 태우고서 이곳으로 찾아오리라.
“음?”
하지만 클로페는 섬뜩한 기운에 순간 피리를 불던 것을 멈췄다.
그는 고개를 돌렸다.
동쪽 하늘.
지평선 너머 떠오르는 태양과 같이, 거대한 검은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내며 다가오고 있었다.
클로페의 입이 열렸다.
“…본 드래곤?”
그리고 동쪽 하늘을 올려다보는 알베르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검은 뼈 위에 단단한 갑옷을 두른 검은 본 드래곤.
그 드래곤의 눈동자는 백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용 혼혈이 사용하던 속성인 빛과 유사한 색을 띠었다.
마치 살아 숨 쉬는 용처럼, 자유롭게 날아오는 그 거대한 본 드래곤의 등 위. 유일한 네크로맨서 메리가 있었다.
검은 로브 자락을 펄럭이는 그녀의 뒤로 인간으로 보이는 두 명이 고고히 서 있었다.
알베르는 그들이 누군지 바로 알아챘다.
“…용들이 왔군.”
고룡 에르하벤, 또 다른 용 밀라.
용들이 왔다.
알베르는 주먹을 쥐었다.
그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
이들이 시작이리라.
곳곳에서 지금 아군들이 오고 있다.
“…해볼 만해.”
그리 머지않은 미래, 위대한 왕으로 기록될 알베르 크로스만은 지금 이 순간 아군의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후에 이 전쟁을 가장 최대의 전투라 칭한 이유는, 단지 인간들만의 싸움이 아닌 모든 대륙에 살아 숨 쉬는 존재들의 싸움이었기 때문이었다.
인간. 소수의 수인족. 어둠 속성이라 외면받던 이들. 존재는 알았지만 보지 못했던 신비한 존재들.
이 전쟁에서 그들 모두 자신의 자리에서 싸웠으며, 대륙에 살아가는 이들이 서로를 인지하고 함께하는 시작이 되었다.
그리고 이 모든 이들이 모이게 만든 한 사람을 일컬어 모든 것의 시작이자 끝이라 하였다.
그러나 그 사람, 케일 헤니투스는 지금 침대에 누운 채 눈을 뜨지 못하고 있었다.
“…하아…하…….”
뜨겁고 얕은 숨을 몰아쉬는 그의 곁엔 라온이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라온은 잠시 고개를 돌렸다.
콰아아아앙!
테라스 밖으로, 치열한 전투가 펼쳐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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