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650
649화.
특히 최한과 두 머리의 뱀이 격렬하게 전투 중이었다. 알베르 쪽은 약간 소강상태로 보였다.
하지만 라온은 그 전투 현장이 문제가 아니었다.
여덟 번째 등급 외 괴물. 그리고 첫 번째 등급 외 괴물.
라온은 조각상이 아닌, 현실로 나타난 거대한 괴물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고개를 돌렸다.
“…인간아.”
“하아…하아…하.”
뜨겁고 가쁜 숨을 몰아쉬는 케일의 몸은 이미 말라붙은 피로 뒤덮여 있었다.
“…인간아, 왜 이러나?”
라온은 이불자락을 잡아 케일의 코에 가져다 대었다. 케일은 코피가 나고 있었다.
“이상하다. 정말로 이상하다.”
보통 이렇게 기절하면 지금까지는 어느 정도 몸이 회복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왔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상처는 평소와 다르게 아주 느리게 아물었다. 포션을 들이부어도 변화가 없었다.
거기다가 열이 펄펄 끓으며, 계속해서 코와 귀에서 피를 흘렸다.
이러다 피가 부족해서 죽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이는 라온만의 걱정이 아니었다.
-케일, 케일! 우리 목소리 들리냐?
-…안 돼. 너 얼른 정신을 차려야 돼.
-야, 짱돌! 말하지 마! 지금 심장의 활력 빼고는 아무도 무엇도 하지 마!
정신을 잃은 케일을 향해 말을 걸려던 고대의 힘들은 바람의 소리의 외침에 말을 멈췄다.
부서지지 않는 방패에게 먹힌, 아니, 속하게 된 심장의 활력.
그 힘만이 케일에게 무리가 되지 않을 정도로 미미하게 심장을 중심으로 재생 능력을 사용하고 있었다.
-…안 된대.
방패 먹보 신녀가 힘없이 중얼거렸다.
-재생이 잘 안 된대. 케일이 깨어나야 할 것 같아. 케일의 의지가 있어야 돼.
짱돌은 결국 한마디를 내뱉었다.
-케일. 제발 정신을 차려라. 제발.
그러나 고대의 힘들의 목소리와 라온의 음성 중 어느 무엇도 케일에게 닿지 못했다.
라온은 미동조차 없는 몸을 바라보며 두 앞발을 맞잡았다.
“인간.”
눈을 감으면 다시 그 장면이 보이는 것 같았다.
찰나.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용조차 할 수 없는 일을 해내며 앞으로 나아가던 케일의 모습.
그가 지나간 자리를 따라 미처 땅에 떨어지지 못한 피들이 붉은 길을 만들었다.
그 길은 선명한 붉은빛이라 마치 꽃잎들이 흩날리는 것 같았지만, 아름답다고 하기에는 끔찍하고 처절한 광경이었다.
“…내가…….”
라온은 맞잡은 두 앞발에 힘을 주었다.
‘내가 조금만 더 힘이 있었다면.’
그랬다면, 저리 무리하는 모습을 보지 않아도 됐을 텐데.
‘내가 더 강했다면, 인간 대신 내가-’
라온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다.”
맞잡은 두 앞발의 힘을 풀었다.
“…이런 생각은 하면 안 된다.”
비록 어리지만 라온은 안다.
“난 위대한 용이다. 우리 인간 마음 안다.”
이 멍청할 정도로 자신의 몸을 챙기지 않는 바보 같은 인간은 분명 라온이 자신과 똑같은 행동을 하지 않기를 바랐다.
그러니 라온 자신이 힘이 있다면, 케일 대신에 그 상황에 나서야 한다는 생각은 하면 안 된다.
인간이, 케일이 바라는 것은 라온의 희생이 아닐 터.
케일은 늘 말해왔다.
압도적으로 싸우자.
안 되면 튀고, 나중에 뒤통수치자.
그 속에 담긴 뒷말도 라온은 눈치챘다.
‘그래야 아무도 안 다치잖아.’
케일이 말하고 싶은 바는 이것일 터.
라온은 되뇌었다.
“…뭐든 배우고, 성장하면 된다.”
라온은 아직 자신이 가진 속성인 ‘현재’를 어떻게 써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두 손을 놓고 있을 순 없었다.
치열하게 생각하고 고민해야 한다.
고민하고 생각하는 것은 아무리 힘들어도 죽거나 다치지 않는다. 오히려 아군을 살릴 수 있는 일이었다.
우우웅—우우우-
라온의 주변에 검은 마나가 일렁였다. 라온은 아공간에서 가지고 있던 영상통신구를 모두 꺼내 들었다.
라온은 불안함을 털어버리듯 눈을 감고 있는 케일에게 말했다.
“인간. 지금 왕세자랑 최한, 금 용 할배도 다 왔다. 저들이 싸우는 와중이니까, 지금 한 자리가 빈다.”
라온은 케일 곁을 떠날 수 없다. 누군가는 그를 지켜야 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순 없다.
그렇기에 생각 끝에 한 가지를 알아챘다.
“지금 지휘를 할 사람이 없다.”
평소라면 모든 전장을 케일, 알베르 혹은 에르하벤 등이 나서서 조율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이를 할 사람이 없었다.
“나는 지휘 모른다. 하지만 영상 통신은 잘한다.”
케일과 함께하며, 제일 많이 쓴 마법이 영상 통신이었다.
라온은 영상통신구를 공중으로 띄웠다.
동시에 영상통신구가 검은 마나에 감싸이며 각기 다른 곳으로 연결이 되었다.
-안녕하세요, 라온 님. 지금 다크엘프 구출을 위한 인원을 모았고, 엔더블 왕국으로 바로 잠입할 예정입니다. 엘프 쪽에서 추가 지원을 나올, 음? 뒤에 케일 님인가요?
엔더블 왕국으로 향하는 다크엘프와 엘프 연합 전투조의 조장 타샤.
-오, 후배용아! 지금 라쉴이 도르프 쳐죽이고- 헉! 저거 케일 헤니투스 아냐? 왜 저런 꼴로!
또 다른 전쟁터.
묘족, 사자족과 싸우고 있을 아군이 있는 세즈 왕국의 넥스 산에서 반갑게 영상통신을 받아든 도도리.
-라온.
그리고 엄마 쉐리트.
-라온 님! 드디어 연락이 되는군요!
-안 그래도 가려고 했는데, 기다리세요!
그 외에도 성자 잭, 파문된 신관 케이지 등등 라온은 곳곳에 있는 자신이 아는 이들에게 영상통신을 연결했다.
라온은 지휘는 몰랐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알았다.
“정보가 원활히 돌아야 된다.”
곳곳에서 큰 전투가 펼쳐진다. 이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각 지역에 대한 정보가 빠르게 전달되는 것. 그래야 큰 위기에 빠진 이들도 구하고, 여유가 되는 이들이 다른 이들을 도울 수 있을 터.
후방 지원조에서 선두 공격조로 향하는 삶을 살았던 김록수이자 케일 헤니투스.
반대로 라온은 공격을 주로 맡다가 무엇이든 하기 위해 후방 지원으로 손을 뻗었다.
‘인간, 걱정 마라. 나 위대한 라온 미르는 뭐든 잘한다.’
라온은 힘없는 케일의 손 위에 살포시 자신의 앞발을 올려두고는 저를 바라보는 영상통신구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저를 바라보는 곳곳의 아군들. 라온은 케일이 이 시선을 받으며 얼마나 많은 책임감을 느꼈을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라온은 힘주어 입을 열었다.
“각자의 상황을 말해달라! 일단 여기 상황부터 말하겠다!”
-잠시만요!
-저도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라온 님.
라온의 시선이 다급한 목소리를 내뱉은 이들에게로 향했다.
전자는 성자 잭이었고, 후자는 도도리 대신에 영상통신을 넘겨받은 호랑이족 주술사 가샨이었다.
“안 그래도 성자한테는 나도 할 말이 있었다! 성자야, 와 줄 수 있나?”
성자의 치유력이 필요했다.
혹시 케일에게 도움이 될지도 몰랐으니까.
그러나 성자 잭은 힘겨운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힘들 것 같습니다.
곧 잭은 그 이유에 대해서 설명해나갔고, 뒤이어 가샨의 설명까지 이어졌을 때.
“얼어죽을 하얀 별!”
라온은 케일이 보았으면 기겁했을, 케일과 똑같은 투로 욕을 내뱉으며 테라스로 향했다.
***
-왕세자야!
“음?”
클로페 세카, 고래족, 그리고 메리와 본 드래곤, 용. 아군의 등장에 조금 숨을 돌릴 수 있었던 알베르는 다급한 목소리에 시선을 돌렸다.
그의 시선이 시청 테라스로 향했다. 희미하게 검은 생명체가 보였다.
-내가 다른 아군들한테 연락하는 중이다!
라온의 목소리에 투구 속 알베르의 눈이 커졌다.
‘…제법인데?’
그는 안 그래도 자신까지 싸우면 비워질 연락 체계에 대해서 걱정했건만, 라온이 그 틈을 메꾸고 있었다.
-큰일 났다!
그러나 곧 그 얼굴이 찌그러졌다.
-성자 잭한테서 연락이 왔다! 모고르 제국에 ‘암’의 잔당들이 침입했다고 한다! 검은 말을 탄 흑기사들도 있다고 한다!
-잭이 다른 왕국의 태양신 신관들에게 연락해봤는데, 다른 곳들도 의문의 세력에게 왕국 각지로 공격이 쏟아지고 있다고 한다!
서대륙 곳곳에 암을 비롯한 의문의 세력이 공격을 해온다.
“…늦는 줄 알았더니.”
알베르는 그제야 정글과 위퍼 왕국 등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것은 물론 아무런 연락이 없는 이유를 알아챘다.
-또 호랑이 가샨이 말했다!
뒤이어 동대륙의 소식이 전해져왔다.
-동대륙 곳곳에 퍼진 용병들이 버드에게 연락을 보냈는데, 몇몇 왕국에서 대규모 텔레포트 마법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대규모 텔레포트 진?
알베르의 눈동자에 이채가 감돌았다.
-아무래도 그 대규모 텔레포트 진으로 이동해온 곳이 서대륙이 아닐까 싶다!
라온의 말에 알베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서대륙 곳곳을 공격하는 자들이 하얀 별 수하들과 저 왕국들이 섞인 것 아니냐?
하얀 별과 동맹을 맺은 동대륙 왕국은 세즈 왕국 외에도 많았다.
세즈 왕국에서 소환을 준비하면서 동시에 다른 왕국에게는 병력을 요청했을 수도 있었다.
알베르의 입이 열렸다.
“…빌어처먹을 새끼들. 머리를 썼군.”
다가오던 고래족 아치가 흠칫하며 멈췄다.
“우린 싸우지.”
위티라가 그런 아치에게 무심히 여덟 번째 괴물을 가리켰다.
이미 파세톤은 여덟 번째 괴물 사자용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알베르는 그 광경에 눈길도 주지 못한 채, 깊은 생각에 빠져들었다.
굳이 병력도 얼마 남지 않은 하얀 별이 타 왕국까지 끌어들여 서대륙 왕국들을 공격하는 이유.
“…로운을 아무도 돕지 못 하게 하려는 수작이겠지.”
고립.
로운 왕국을 고립시킬 계획이리라.
그리고 로운 왕국으로는 괴물 외에 다른 공격을 가하지 않는 이유.
“…저 두 놈만으로 충분하기 때문일 터.”
하얀 별이 노리는 퍼슬시뿐만 아니라, 로운 왕국 자체가 저 괴물들만으로도 충분히 쑥대밭이 될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알베르는 고개를 들어, 하늘에서 내려오는 이들을 바라봤다.
“빌어먹을.”
그와 클로페 세카의 눈이 마주쳤다.
“클로페 경. 당신 왕국은 공격 없었나?”
“의문의 공격이 있다고 연락이 왔지만. 고래족과 연합해서 와이번 기사단이 싸우고 있습니다. 네 명 정도는 빠져도 됩니다.”
히죽.
클로페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는 품에서 영상저장구를 꺼냈다. 모든 광경이 저장되고 있었다.
“전설의 길에 빠질 수는 없는 법.”
…미친놈.
알베르는 클로페의 대답에 실소를 흘렸다.
그때였다.
콰아아아아! 콰아아아!
“커헉!”
알베르는 사자용의 방패에 튕겨져 저 멀리 나가떨어지는 아치를 볼 수 있었다.
표정이 절로 굳어졌다.
그는 위티라가 입술을 깨무는 것을 보았다.
저 강한 고래족 후계자가 난감하다는 얼굴로 채찍을 쥔 채 다른 무언가를 못 하고 있었다.
그와 그녀의 시선이 부딪쳤다.
“…방패를 일단 치워야겠는데요.”
역시나 고래족도 저 방패가 문제였다. 저 방패를 뚫어야 일단 사자용 몸체를 공격할 수가 있는데, 그것이 힘든 상황이었다.
“…하.”
알베르는 절로 한숨이 흘러나왔다.
‘타국의 도움은 이제 더 이상 바랄 수 없다.’
서대륙 전체가 지금 스스로를 지키기도 버거운 상황이었다.
‘…로운의 힘만으로 이겨내야 한다.’
알베르는 저도 모르게 창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때.
“무슨 생각 중이지?”
바로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고룡이 그 나이만큼 깊은 눈동자로 전장과 알베르를 바라보고 있었다.
휘이이- 휘이-
하늘에서 바람이 내려왔다.
알베르가 제 머리 위에 드리운 그림자를 느낀 때, 제일 먼저 사자용이 그 그림자를 눈치채고 고개를 들어 올렸다. 괴물은 제 위에 드리운 그림자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이놈인가.”
검은 본 드래곤의 입에서 용 혼혈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며, 사자용의 금안을 조금 더 밝은 금안을 지닌 용 혼혈이 마주 바라봤다.
용 혼혈은 결국 원하는 바를 이뤘다.
그는 비록 뼈만 지녔을지라도 용이 되어 하늘에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끼이이이—끼이이-
그리고 저 멀리 동북쪽에서 구름처럼, 하얀 뼈를 지닌 수많은 해골 비행 몬스터들이 날아오고 있었다.
“적은 단둘. 우리는 수백 명. 쪽수로 밀어붙이면 이깁니다.”
용 혼혈 등 위의 메리가 내비게이션과 같은 음성으로 태연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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