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651
650화.
알베르는 메리와 용 혼혈을 바라보다가 메리 곁에 없는, 이제는 자신의 곁으로 다가온 두 존재를 보며 입을 열었다.
“에르하벤 님.”
에르하벤이 먼저 땅으로 이동해 알베르의 옆으로 다가왔다. 그 곁엔 밀라가 있었다.
두 용의 시선은 여덟 번째 괴물에게로 향했다.
“…음.”
도도리의 엄마 밀라가 침음을 흘렸다.
그녀는 손으로 팔을 쓸어내렸다. 소름이 돋아 있었으며 등줄기에 식은땀이 났다.
“츠츠츳–!”
“스스, 스스스!”
괴성을 내지르며 격렬하게 끼어들 틈도 없이 최한과 부딪치는 전기 장어와 달리, 그저 고요하게 서서 주변을 살피는 사자용. 그 괴물에게서 밀라는 압도적인 힘을 느꼈다.
용으로서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두려움.’
나보다 강한 자를 향한 두려움이 그 감정의 이름이라는 것을 떠올리자마자, 그녀는 저도 모르게 생각했다.
‘못 이긴다.’
용들이 나서도 못 이긴다.
저 괴물은 마치 신이 존재한다면 저렇지 않을까 싶을 정도의 아득한 강함을 지니고 있었다.
“에르-”
그녀는 저보다 경험이 많은 고룡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가 이내 다른 의미로 표정이 굳어버렸다.
“…당신, 설마-”
우우우—우우–
수많은 금빛 가루가 에르하벤 주위에 일렁였다. 주변의 마나가 진동했다.
밀라는 에르하벤의 나이를 아는 만큼 그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 그가 이 정도의 마나를 일으킨다는 것은 단 하나를 뜻했다.
‘모든 것을 다 걸고 싸울 작정인가?’
그녀는 에르하벤의 미소를 띤 얼굴에서 그의 마음을 읽었다.
‘에르하벤은 목숨을 내걸었다.’
밀라는 이 대륙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 산 용의 기세에서 그녀 자신도 모르게 두려움이 사라져갔다.
‘용은 강하고 오래 사는 만큼. 이 세계의 규칙이 유지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마족이든 천족이든, 이 땅을 노리는 타 세계의 자들에 의해 이 땅이 황폐화되지 않도록 만들어야 했다.
분명 에르하벤은 그런 의무 때문에 이런 마음을 품은 것이 아니리라.
에르하벤이 소중히 여기는 존재들을 떠올렸다. 밀라는 에르하벤이 바라는 미래를 떠올리자, 자연히 자신의 소중한 존재인 도도리가 떠올랐다.
밀라의 생각이 깊어진, 그 순간이었다.
사자용의 시선이 움직였다.
처음이었다.
그 괴물의 금안에 작은 일렁임이 피어올랐다.
에르하벤은 그 모습에 씨익 웃었다.
“이제야, 날 봤나?”
사자용이 에르하벤을 바라봤다.
귀찮은 날파리 대하듯 알베르와 고래족을 대하던 것과 다른 태도였다.
에르하벤은 그 모습에 태연히 웃으며 말했다.
“알베르 크로스만.”
“에르하벤 님.”
알베르는 에르하벤과 사자용이 서로를 바라보는 그 모습에 알 수 없는 소름이 돋았다.
우우—우우우-
저도 모르게 그는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에르하벤의 곁을 감싼 금빛 마나가 고요히 일렁이고 있건만, 마치 그 가루 하나하나가 시한폭탄처럼 느껴졌다.
용.
왠지 모르게 에르하벤을 본 순간 딱 그 단어가 떠올랐다.
에르하벤은 사자용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물었다.
“더 이상의 지원군은 없나?”
“하얀 별이 타국을 공격했습니다.”
“로운을 고립시키려는 건가?”
그때였다.
“츠츠츳—!”
“스슷- 스스!”
콰아아앙-
전기 장어의 괴성과 함께 격렬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파지직. 촤르르르-
전류와 물. 각기 다른 성질을 몸에 휘감은 두 머리의 뱀이 하늘을 향해 괴성을 내질렀다.
“아오, 뭘 약점을 노릴 수가 없냐고! 최한, 괜찮습니까?”
건드릴 여지가 없는 사자용 대신 최한과 함께 전기 장어를 공격하던 아치가 최한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괜찮습니다.”
“괜찮긴, 개뿔이!”
아치는 담담하게 말하고 다시 공격을 하는 최한을 보며 결국 투덜거릴 수밖에 없었다.
콰아아- 쾅!
반짝이는 검은 오러가 끊임없이 두 머리 뱀을 노렸다.
최한은 더 이상 흑룡은 쓰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최소한의 힘으로 전기 장어를 잡아야 한다.’
사자용의 강함을 지켜 본 최한은 전기 장어가 문제가 아님을 깨달았다.
그는 하늘에서 저를 바라보는 메리를 향해 고개를 가로저었다.
자신을 몇 번 이길 정도로 강한 메리는 사자용을 상대해야 한다.
‘해골 몬스터는 부서지면 다시 못 쓸 확률이 높다. 메리의 힘은 아직은 남겨둔다.’
전력을 다른 곳에서 허투루 쓸 수 없었다.
방법이 없다면 모르겠지만, 전기 장어를 상대할 방법은 있었고 이를 위해 최한은 버티는 중이었다.
‘계획대로 한다.’
최한은 이 전기 장어를 제압할 순간을 기다렸다.
“약점이 입안이랑 뿔이라면서 그걸 공격할 수가 있어야지!”
최한은 아치의 투덜거림이 들려왔다.
그의 말대로 그나마 공격이 통할 약점을 알았지만, 공격할 수가 없었다.
전기 장어의 힘인 물, 전류, 흙이 최한의 공격을 계속해서 막아냈다. 더불어 비늘은 오러가 닿아도 베어지지 않았다.
이수혁이 떠올랐다.
그의 힘이 있다면 손쉽게 베어냈을 것인데. 아니, 최소한 누군가 저 두 뱀이 움직이지 못하게 묶어둔다면. 그렇게만 한다면 최한이 그 입안을 공격하고 다른 약점들을 부술 수 있었다.
‘…케일 님의 나무 힘과 비슷한 것이라도 있다면!’
순간 이전에 전기 장어를 상대했을 때 케일이 나뭇가지와 뿌리로 전기 장어를 옭아맸던 때를 떠올렸다.
최한은 그 생각이 떠오르자마자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 된다. 계속 의지할 수 없다.’
피로 뒤덮인 채 제대로 판단을 못 하는 흐린 눈의 케일이 떠올랐다.
최한은 숨이 막혀왔다.
케일은 홀로 덤벼들다가 그렇게 되었다.
왜냐면 다른 이들이 그렇게 되길 원하지 않았으니까.
최한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무조건 내가 한다.’
담담한 얼굴의 최한은 이미 꽉 깨물어 피가 터진 입안의 피 냄새에 마음을 다시 한번 가다듬었다. 마음이 분노에, 감정에 휩쓸려서는 안 된다.
끝까지 냉정하게 적을 상대해야 한다.
최한이 케일에게 배운 것들 중 하나였다.
촤르르르-
괴물의 두 머리 중 물로 감싼 청색 머리가 최한을 노려보았다.
“츠츠츠츳!”
괴성과 함께 물이 화살처럼 최한을 향해 쏘아졌다.
지구였다면 누군가 저 공격을 막아주거나 최한의 뒤를 받쳐줄 터. 최한은 그때를 떠올리며 바로 검을 휘둘렀다. 오러와 물이 부딪쳤다.
“크아아아아!”
그리고 청색 괴물이 비명과도 같은 울음을 터트렸다.
청색 괴물이 휘청이고 있었다.
최한은 그 괴물에게로 달려드는 동료를 볼 수 있었다.
끼이이-끼이이—
어느새 도착한 메리의 해골 비행 몬스터들. 그 하얀 해골 몬스터들의 등에 올라탄 이들이 있었다.
그중 가장 먼저 뛰어내린 이가 청색 괴물 머리의 물살을 가르고 조금 전처럼 다시 한번 방패로 내리쳤다.
콰아아-
“크아아아!”
최한은 거대한 방패를 움켜쥔 동료가 제 앞에 서는 것을 보았다.
“형. 늦었지? 내가 엄호할게.”
늑대족 라크였다.
“늑대족, 호랑이족 다 왔어.”
쿵. 쿵. 쿵.
해골 몬스터 등에서 늑대족과 호랑이족의 전사들이 내려섰다.
모두 광폭화를 한 그들은 한 명 한 명의 몸집이 거대했으며, 그 기세가 당장이라도 적의 목을 물어뜯을 듯 거셌다.
“누나도 온다던데. 왔어?”
라크가 싱긋 웃으며 최한을 바라본 순간.
우우웅—우웅–
마나가 진동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최한은 웃으며 답했다.
“지금 왔네.”
최한의 시선이 광장 한편으로 향했다.
거대한 마법 텔레포트 진이 나타나며 그 위로 수많은 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선두에 선 이는 오늘도 최상급 마정석을 목걸이처럼 휘두른 로잘린이었다.
그녀는 전기 장어를 가리키며 최한에게 말했다.
“저 머리 두 개만 옭아매면 되는 거야?”
비록 나뭇가지는 아니지만 막대한 마나를 품은 마정석과 섬세한 컨트롤로 케일처럼 저 괴물을 옭아매줄 사람이 왔다.
전류, 물, 흙. 괴물의 다양한 속성도 그만큼이나 다양한 마법을 다루는 그녀가 최소한 최한이 싸울 수 있을 상황은 만들어 줄 터.
최한은 로잘린과 라크를 보며 말했다.
“오랜만에 셋이서 싸우겠네.”
최소의 전력으로 최대의 효율을.
최한은 제 목표가 달성될 것임을 의심치 않았다.
그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전기 장어를 제압할 순간이 왔다.
그리고 로잘린과 함께 온 수많은 이들을 가로지르며 한 사람이 앞으로 나섰다.
“저하. 늦었습니다.”
“데르트 공작.”
돈을 물처럼 쏟아부어 모은 각지의 강자들을 데리고 온 데르트 공작이었다.
데르트 공작은 알베르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곧 동북부를 비롯한 각지의 병력들이 올 겁니다.”
지금 바이올란 공작 부인과 우바르 가문 가주 등 동북부 귀족들이 각자 영지의 병력을 이끌고 이곳으로 오고 있었다.
이는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였다.
알베르는 에르하벤의 물음을 떠올렸다.
하얀 별이 로운을 고립시킬 작정이냐고.
‘맞다. 고립시킬 작정이다.’
로운 왕국 혼자서는 저 괴물을 이겨낼 수 없을 것이라고.
케일의 곁에 있는 동료들이 와도 안 된다고.
‘그 동료에는 용도 포함시켰겠지.’
에르하벤과 라온을 염두에 두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하얀 별 쪽은 이 두 용을 비롯한 케일 곁의 강자들이 패배할 것이라 판단했을 터.
‘그만큼 사자용이 강하다.’
이는 알베르도 인정했다.
부딪쳐보니 느껴졌다. 압도적인 강함이란 저 괴물을 두고 하는 말이라고.
알베르는 하얀 별이 무슨 생각으로 저런 괴물을 불러들인 것인가 의문이 들 정도였다. 분명 하얀 별도 못 이길 괴물이었으니까.
‘그러나.’
하지만 알베르는 낙담하고 있을 이유가 없었다.
에르하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립되었다고 하기에는 꽤 아군이 많구나.”
알베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대로 아군이 많았다.
미래를 위해 도와주러 온 동료들. 그리고 목숨을 장담할 수 없음에도 달려오는 로운 왕국의 사람들. 그리고 못 오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또 다른 싸움을 하는 사람들.
알베르는 마음속에 일어나는 거센 파도를 느꼈다.
무거운 책임감과는 다른 의지가 치솟아 올랐다.
“반드시 이길 겁니다.”
그는 스스로에게 다짐하듯이 에르하벤에게 말했다.
그때, 에르하벤이 태연히 답했다.
“당연한 소릴.”
너무나도 태평한 목소리에 알베르는 저도 모르게 흠칫하며 에르하벤을 바라봤다.
그리고 에르하벤을 감싼 금빛 가루가 더 많아지고 짙어졌음을 느꼈다. 아직까지 사자용은 에르하벤을 관찰하고 있었다.
“알베르, 네 무기가 가죽과 뼈를 부술 수 있다고?”
“…네.”
알베르는 하얀 창을 바라보는 에르하벤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기이했다.
에르하벤의 저 태연한 모습이 왠지 모르게 이상했다.
그때, 알베르는 에르하벤 옆에 선 밀라의 얼굴에 서린 염려를 읽었다.
‘염려?’
그 감정이 의아하다고 느꼈을 때, 에르하벤이 알베르의 어깨를 살짝 두드렸다.
“내 등에 타라.”
“…네?”
되물으려던 알베르는 뒤로 물러서야 했다.
휘이이이—
에르하벤을 중심으로 몰아치는 거센 바람에 알베르는 절로 뒷걸음을 쳤다. 그는 바람 사이로 에르하벤을 찾았다.
“아!”
그 순간, 알베르는 바람과 함께 휘몰아치는 금빛 가루 사이로 에르하벤을 보았다.
“에르하벤 님!”
에르하벤의 등에서 용의 날개가 돋아나기 시작했고 그의 몸이 비늘에 뒤덮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모습은 이내 금빛 가루에 의해 가려졌다.
“…제길. 이게 당신의 선택이군요.”
밀라가 한숨처럼 거친 말을 내뱉었고, 알베르는 고개를 들어 올렸다.
금빛 가루를 머금은 회오리바람이 하늘로 솟구쳤다.
사자용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작은 금빛이 치솟아 오르더니 점점 그 금빛이 커져 나갔다.
마침내 그 금빛이 옅어졌을 때, 전장에 있던 모든 이들은 보았다.
“…용.”
찬란한 금빛을 뿜어내는 용이 창공을 뒤덮었다.
그 모습이야말로 전설로만 듣던, 위대한 용의 모습이었다.
하늘의 금빛 용은 땅 위에 선 성스러운 모습을 한 괴물을 내려다봤다.
사자의 갈기를 지닌 괴물도 그런 용을 올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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