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652
651화.
“…미, 미친.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야?”
주춤주춤. 뒤로 물러서던 병사는 발을 헛디디며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하지만 그녀의 시선은 허공의 금룡에게서 벗어나지를 못했다.
이는 다른 아군들도 마찬가지였다.
“세상에.”
“우리 아군에 용이 있다고?”
용이 어떤 존재인가.
그에 대해 물으면 사람들은 다양한 대답을 내놓을 것이다.
하지만 살면서 용을 본 사람은 극히 드물었고, 대부분이 전설이나 신화, 소설에나 나올법한 강인하고 난폭하면서도 무서운 존재로 떠올릴 뿐이었다.
“…아름답다.”
하지만 현실로 마주한 용의 모습은 비현실적일 정도로 아름다웠다. 태양의 모든 빛이 용만을 비추는 듯, 금빛 비늘은 반짝였다.
“무, 무서워.”
그러나 그 아름다움과 별개로 용의 몸체는 20m에 달했다. 또한 날개와 뿔, 송곳니와 발톱 등. 모든 것들이 흉폭해 보였으며 특히 금안에서는 알 수 없는 위압감이 느껴졌다.
그 금안을 본 한 병사는 저도 모르게 문득 떠오른 것을 외쳤다.
“…용이 두 마리!”
조금 더 하얀빛을 띠는 금안을 지닌 또 다른 용이 떠올랐다.
로운 왕국에서는 이미 유명한 영웅인 네크로맨서 메리를 등에 태운 검은 본 드래곤이었다.
“아니지! 저건 진짜 용이 아니야. 네크로맨서 님이 조종하는 본 드래곤일 뿐이야.”
“그런가? 조금 다른 것 같은데?”
본 드래곤을 두고 대화를 나누던 이들은 곧 흠칫 몸을 떨었다.
쿠웅.
발밑을 타고서 올라오는 진동. 땅이 흔들렸다. 병사들의 시선이 사자용에게로 향했다.
“지, 지금 움직인 거지?”
“저놈이 움직였어!”
그저 꼿꼿이 서서 묵묵히 저를 향하던 공격에 대충 방어만 하던 괴물이 처음으로 발을 들어 올려 땅을 내리찍었다.
콰지직- 콰직.
그가 내리찍은 광장 바닥은 그 돌들이 산산조각이 나며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짓이겨졌다.
그 모습에 다시 공포를 느끼는 이들도 있었지만, 반대로 묘한 눈빛을 띠우는 이들도 있었다.
“저 괴물이 처음으로 반응했어. 그만큼 저 골드 드래곤 님이 강하다는 말 아냐?”
“이거 잘만 하면, 우리한테도 승산이 있겠는데?”
아름다우면서도 흉폭해 보이는 드래곤.
그 드래곤이 아군이라는 것만으로도, 이곳의 사람들은 기이할 정도의 용기가 피어올랐다.
공포와 비장함으로 잠식되어가던 전장에 조금씩 다른 기운이 피어올랐다.
그 기운의 이름은 희망이었다.
“그렇군.”
그리고 그 기운을 가장 먼저 기민하게 알아차린 이는 알베르였다.
“분위기를 바꾸셨어.”
알베르는 에르하벤이 굳이 몸체를 드러낸 이유들을 깨달았다.
하나는 거대한 괴물을 상대하기에는 거대한 몸체가 알맞았고. 또 다른 하나는 아군의 분위기를 바꾸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끝까지 싸울 각오를 드러낸 것일 터.
“물러나라!”
알베르는 곧바로 아군을 향해 외쳤다.
20m에 달하는 용. 그리고 그에 버금가는 위용을 뽐내는 괴물.
“모두 물러나!”
그는 최대한 목소리를 높여 외쳤다.
이를 본 데르트 공작도 아들 케일이 어디 있냐고 알베르에게 물으려다가 이내 갑옷 어깨에 두른 거추장스러운 망토를 벗어 던지며 목소리를 높였다.
“당장 뒤로 물러서!”
기사단장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전군은 3차 방어선으로 이동한다!”
곳곳에서 물러서라고 외치는 수뇌부. 기사 한 명은 기사단장에게로 다가가 입을 열었다.
“단장님, 3차 방어선은 퍼슬시 성벽 너머입니다! 그러면 너무 멀지 않겠습니까?”
퍼슬시 성벽.
본래 석벽에 불과한 그 성벽은 괴물의 출현이 의심되는 순간부터 다양한 방법을 총동원해 갖가지 마법과 장치를 설치해둔 상태였다.
조금 특이한 것이 있다면 보통 밖에서 적이 침략하지 못 하도록 바깥쪽에 방어 및 강화 마법을 걸어두는 것과 달리, 이 성벽은 안에서 밖으로 나오지 못 하도록 안쪽에 갖가지 마법 장치를 설치해두었다는 점이었다.
기사단장은 갑갑하다는 얼굴로 기사를 바라봤다.
“보고도 모르겠나?”
“네?”
“죽고 싶은가?”
“…네?”
기사단장은 어리버리한 기사 대신 빠르게 물러서는 병사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잘못하다간 싸워보기도 전에, 저 거대한 존재들의 싸움에 휘말려 죽을지도 모른다!”
용과 괴물의 싸움.
부딪치는 것만으로도 땅이 진동하고 건물이 무너질 터.
아마도 퍼슬시 안은 지금부터 황폐화될 확률이 높았다.
이곳 사람들의 터전이 무너지는 것은 참으로 슬프지만, 그래도 아무도 죽지 않으면 차후에 어떻게든 보상을 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기사단장은 얼빠진 얼굴의 기사를 향해 외쳤다.
“그러니 자네도 살고 싶다면 얼른 물러나! 우리의 지금 역할은 기다리는 걸세!”
저 거대한 존재들과 영웅들의 싸움을 일단은 지켜봐야 했다.
기사단장은 모든 병력이 물러나는 것을 보고 마지막에서야 자신도 물러서며 생각했다.
‘케일 헤니투스 경 옆에 용이 있었다.’
기사단장은 알베르의 영상통신구를 통해 보았던 마지막 광경을 떠올렸다.
경이로운 능력을 펼치며 피범벅이 되어갔던 케일 헤니투스. 그 모습을 보자마자 알베르 크로스만의 서릿발과도 같은 명령에 따라 신속히 그 자리를 떠나 맡은 일을 하러 가야 했다.
그때, 분명히 그를 비롯한 수뇌부들은 케일 헤니투스 곁의 어린 검은 용을 보았다.
그렇기에 떠나는 그들의 등 뒤에서 왕세자 저하가 전한 말은 선명하게 각인되었다.
‘이번 싸움에는 용을 비롯한 수많은 인간 외의 종족들이 함께한다. 그러니 전투 중에 당황하지 말도록.’
기사단장은 등 뒤로 소름이 돋았다.
“…용이 총 셋인가?”
하지만 그의 생각은 틀렸다.
용은 더 있었다.
또 다른 드래곤은 본체화한 에르하벤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이판사판이군.”
밀라는 슬그머니 뒤로 물러섰다.
아군의 누구도 눈치채지 못할 은밀한 움직임이었다.
-잘 다녀오게.
그러나 에르하벤의 시선만큼은 피할 수 없었다. 밀라는 죽을 각오를 한 저보다 나이 많은 용을 보며 입을 열었다.
“기다려 봐요. 내가 답을 찾아올 테니까.”
스윽.
조용히 모습을 감춘 그녀는 품 안에서 호미를 꺼내 들었다.
우웅. 호미에 베이지 빛깔의 마나가 맴돌았다. 참으로 따스한 색이었다.
그녀의 시선이 한곳으로 향했다. 그곳은 시청으로, 케일이 있는 곳이었다.
그녀는 케일과의 대화를 떠올렸다.
‘밀라 님 특성을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선생님이 물어보시는데 말씀드려야지요.’
선생님이라고 부르며 존댓말을 하는 밀라를 떨떠름하게 보던 케일은 이어진 그녀의 말에 묘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붙이기.’
‘…네?’
‘이어 붙이기. 그게 내 특성이에요.’
‘설명을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꺾인 풀, 꺾인 나뭇가지. 완전히 절단되거나 산산이 부서진 상태만 아니라면, 무엇이든 다시 온전히 이어 붙여주는 것이 제 능력이에요.’
‘신기하다, 인간아! 그래서 과수원 하나?’
신기해하는 라온에게 밀라는 싱긋 웃어 보였다.
‘그럼. 비바람에 나뭇가지가 꺾여도 다시 이어 붙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 선생님. 그렇다고 치유 능력은 아닙니다. 음, 뼈라면 이어 붙일 수 있겠지만. 병을 낫게 할 수는 없거든요. 그저 불쌍한 농작물들이 온전히 자라게 하는 데 도움이 되는 능력이죠.’
듣고 있던 라온이 처음 듣는 능력이란 듯 동그랗게 눈을 뜨고 밀라를 쳐다봤다. 물론 밀라 뒤에 있던 라쉴이 공격은 못 하는 참 허접한 능력이라는 듯 코웃음을 쳤지만. 그 바람에 라쉴과 라온, 도도리가 한바탕하느라 시끄러워졌다.
그 시끄러운 틈새로 밀라는 저를 부르는 목소리를 들었었다.
‘그럼, 밀라 님.’
케일이 묘한 얼굴로 그녀에게 물었다.
밀라는 그 얼굴을 다시 떠올려 보았다.
‘그래. 묘한 얼굴이었어.’
소란스러운 틈에 그저 스쳐 지나가는 바람처럼 물음을 건넨 케일의 표정은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얼굴이었다.
마치 폭풍우가 치기 전의 바다와 같았다.
케일은 물었다.
‘그릇 같은 것도 이어 붙일 수 있습니까?’
‘그릇이요? 당연히 가능하죠.’
‘그냥 그릇 말고. 무형의 그릇이요.’
‘무형?’
밀라가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아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케일은 그런 그녀에게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미소를 지어보였다. 대화는 그렇게 끝났다.
“선생님, 아무것도 아니긴요.”
밀라는 어둠의 숲에서 출발하기 전 최한이라는 검사가 전해온 말을 되새겼다.
케일은 현재 과다한 능력 사용으로 온몸에 상처가 터지고, 피를 흘리며 정신을 잃은 상태라고.
그제야 밀라는 케일이 스쳐가듯, 그렇게 묘한 얼굴로 한 말의 의미를 알아챘다.
‘내 힘은 치유 능력은 아니다.’
병을 낫게는 못한다.
그러나 가끔은 치유 능력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한다.
그녀는 빠르고 은밀하게 시청으로 향하며 호미를 쓰다듬었다.
해야 할 일을 중얼거리는 그녀의 목소리가 바람 속에 흩어졌다.
“…벌어진 상처는 이어 붙이면 되고. 과다한 능력 사용으로 깨진 몸의 그릇도 이어 붙이면 되고. 뼈가 부러지면 그것도 이어 붙이면 되고.”
에르하벤에게 답을 찾아온다는 말에서 그 답은 케일 헤니투스였다.
“도도리가 오기 전에 다 끝내놔야지.”
엄마 밀라의 눈동자는 다른 의미로 번뜩이고 있었다.
그때였다.
쿠웅. 쿵.
괴물이 발을 구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밀라는 잠시 멈춰서 고개를 돌렸다.
“저 미친 괴물 새끼.”
젊을 적 사용하던 어휘가 저도 모르게 튀어나왔다.
사자용이 그 8개의 하얀 날개를 펼치며 하늘 위로 솟구쳤다.
그 날개는 에르하벤의 것에 버금가는 크기를 지녔으며, 단단한 가죽으로 웬만한 무기로는 꿰뚫기 힘들어 보였다.
“이래야 싸울 맛이 나지.”
에르하벤은 웃었고, 동시에 그의 주위로 금빛 가루가 폭탄처럼 펼쳐지기 시작했다.
마치 금빛 은하수가 하늘을 뒤덮는 듯했다.
그때였다.
사자의 입이 열렸다.
“…죽인다…….”
마치 기계와 같은 목소리.
“…강력한 침입자는 죽인다.”
“내가 침입자라고?”
에르하벤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동시에 그의 눈동자에 이채가 감돌았다.
저 기계 같은 목소리.
그리고 죽은 듯이 고요하다가 강력한 존재의 등장에 반응하는 모습.
침입자를 향한 극단적인 태도.
‘마치 가디언 같군.’
던전이나 무언가를 지키는 가디언과 같은 모습이었다.
왠지 이 사자용의 정체를 조만간 알아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것은 부차적인 문제일 뿐.
스스스—
금빛 먼지가 에르하벤을 중심으로 퍼슬시 하늘 전체를 뒤덮어갔다.
그는 사자용을 보며 입꼬리를 비틀었다.
“침입자는 내가 아니라 너지.”
본체를 드러낸 에르하벤과 퍼슬시 하늘을 뒤덮은 금빛 먼지.
“내 영역에 발을 들인 이상, 너는 살아갈 수 없다.”
“죽인다. 침입자.”
그 순간 사자용이 쏘아지듯이 에르하벤을 향해 달려들었다.
골드 드래곤 역시도 금빛 먼지를 휘감은 채 그 거대한 몸체를 사자용과 망설임 없이 부딪쳤다.
콰아아아아—콰아아아아–
차원이 다른 굉음이 하늘과 땅을 뒤흔들었다.
사자용의 방패와 골드 드래곤의 발톱이 서로를 죽일 듯 부딪치고 또 부딪쳤다.
콰직! 콰지직!
하늘에서부터 시작된 거센 바람에 땅 위의 나무와 오래된 건물들이 부서지기 시작했다.
가공할 만한 공격에 몇몇 이들은 근처의 무언가를 붙잡으며 버텨야 했다.
그러나 한 사람.
“하, 하하.”
알베르가 웃으며 비행 마법을 펼쳤다.
저 거대한 싸움 속.
자신은 그저 진짜 먼지에 불과할 터.
그러나 그는 이 순간을 기다렸다.
방패에 가려져 있던 괴물.
그 너머를 노릴 수 없었던 알베르 크로스만의 눈동자에 에르하벤을 상대하느라 가려지지 않는 괴물의 펼쳐진 날개 8개가 눈에 들어왔다.
“일단 추락시키는 것부터 시작해볼까.”
-…승리 확률이 상승 중입니다. 일단 알베르 크로스만 님의 날개 공략 확률 98%입니다.
태랑의 목소리를 들으며 알베르의 시선이 한 사람에게로 향했다.
“최한.”
그를 부르자마자, 최한이 하늘을 한 번 쳐다보고는 다시 시선을 돌려 그에게 말했다.
“추락시키기 전에, 전기 장어는 없애놓겠습니다. 하나씩, 땅에서 다 끝내죠.”
그 순간, 로잘린이 외쳤다.
“다 됐어!”
최한은 고개를 돌렸다.
우우우—우우우—-
태양처럼 타오르는 붉은 마나가 피어올랐다. 콰직, 콱. 최상급 마정석들이 부서져 갈수록 로잘린은 타올랐다. 그녀는 땅을 짚은 채 외쳤다.
“옭아매라!”
쩌저적-
땅이 갈라지며 나무뿌리들이 사방에서 치솟아 오르기 시작했다.
“마스터를 도와라!”
“탑주님과 보조를 맞춰!”
그런 그녀를 차후 세워질 마탑에 소속될 마법사들이 보조하기 시작했다. 갖가지 마나들이 뒤섞이며 나무뿌리는 빠른 속도로 거대해졌고 그 개수가 늘어났다.
“가라!”
로잘린이 외친 순간, 나무뿌리들은 땅에 남아있는 괴물에게로 향했다.
“츠츠츳!”
“스스, 스스스!”
두 머리의 뱀. 전기 장어를 향해 나무뿌리들은 거침없이 나아갔다.
로잘린은 붉은 마나가 이글거리는 눈동자로 그 광경을 바라보며 다시 또 다른 마법들을 준비해나갔다. 어떠한 빈틈도 그녀는 용납지 않을 작정이었다.
“물을 소환해!”
“여기 분수대로 끌어오던 수로가 어디야? 수로를 찾아! 총 다섯 개야!”
그리고 한쪽에서는 마법사들이 물과 관련된 마법을 펼쳤고 다른 한쪽에서는 지도를 보며 지하의 수로를 찾았다.
촤아아. 몇 명의 마법사들이 펼친 물이 한 곳으로 향했다.
고래족이 있는 곳이었다.
촤르르르-
위티라의 어깨 위에 물이 마치 망토처럼 걸쳐졌다. 그녀의 채찍은 더 거센 물줄기로 변화되어갔다.
고래족이 광폭화를 준비하고 있었다.
최한은 그 모든 광경을 지켜보며 괴물을 옭아매려 드는 나무뿌리를 향해 달려갔다.
“라크!”
“알았어!”
그의 부름을 들은 라크도 나무뿌리를 향해 뛰어올랐다.
최한과 라크는 나무뿌리에 올라서자마자 그 뿌리 위를 박차며 앞으로 나아갔다.
“오세요!”
“라크 뒤를 따라!”
광폭화한 늑대족과 호랑이 족이 그 뒤를 따랐다.
그들이 나아가는 방향에 있는 것은 두 머리의 뱀. 전기 장어였다.
최한은 지구에서 했던 싸움을 떠올리며 미소를 그렸다.
“츠츠츳!”
“스스!”
황색 머리와 청색 머리. 두 뱀이 다가오는 거대한 나무뿌리들과 적들을 보며 멈칫하였다.
그러다 이내 황색 머리의 황색 눈동자가 번뜩였다.
쩌억.
황색 머리가 입을 벌렸다.
곧 그 입에서 기이한 소리가 흘러나올 것이다.
황색 머리의 능력인 ‘소리’였다.
괴물은, 두 머리의 뱀은 당연히 이 소리에 적들이 쓰러지거나 멈출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가장 선두에서 달려오던 최한은 웃었다.
“…기다렸다.”
최한은 다시 한번 흑룡을 피워 올리며 위로 솟구쳤고, 로잘린은 준비하던 다음 마법을 펼쳤다.
우우우웅-!
붉은 마나가 다시 한번 솟구쳐 오름과 동시에 황색 머리의 얼굴을 반투명한 막이 감싸버렸다.
“—! —-!”
괴물은 소리를 질렀지만 어떠한 소리도 흘러나오지 않았다.
“쿨럭!”
로잘린은 입가에 피를 한 번 토해내고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방음 마법의 위대함이지.”
움직이는 적의 신체 중 일정 부위에 방음막을 두르는 것. 아주 세밀한 마나 컨트롤이 가능해야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로잘린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쩌저적-!
하지만 그 방음막은 금방 깨졌다. 황색 머리는 막이 없어졌음을 알고 다시 입을 벌렸다.
그 찰나.
최한은 그 짧은 시간이 필요했다.
입을 벌린 황색 머리의 눈이 커졌다. 방음막으로 정신없는 사이, 어느새 괴물의 입을 향해 최한은 검을 겨누고 있었다.
“츠츠츳! 츠츳!”
청색 머리가 그 모습에 놀라 최한을 향해 물을 쏘아 보내며 몸통을 부딪치려 했지만.
콰아아앙!
그 길은 라크의 방패에 가로막혔다.
최한은 그런 라크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는 대신 검을 앞으로 뻗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용 들어간다.”
벌린 황색 머리의 입.
그 안으로 최한의 검을 떠난 흉폭하게 반짝이는 검은 흑룡이 쏘아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