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66
65화.
“그런데 공자님, 호위분들은요? 부단장과 아이들은 해리스 마을에 남아서 일을 한다는 얘기는 들었습니다만.”
케일은 쉴 새 없이 몰아치는 한스의 말에 얼굴을 구겼다. 그러거나 말거나 한스는 온과 홍을 품에 안으며 말을 이었다.
“부단장은 어둠의 숲을 조사하신다고 했죠?”
어둠의 숲에서 일어난 폭발. 그 원인을 부단장은 케일에게 들어 알고 있었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비밀로 하기 위해 명목상 조사를 위해 남는 것으로 하였다.
‘공자님, 이런 자잘한 일은 제가 하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언제까지고 이 자리에 남아 있지는 않을 겁니다.’
비장하게 말하던 휠스만의 얼굴이 떠올라 케일은 곧바로 지웠다. 쓸데없는 소리였으니까.
“호위들은 이제 필요 없어서 성문 앞에서 헤어졌다.”
고래족 남매는 성문 앞에서 떠났다. 물론 늪의 액체를 담은 병도 남매의 손에 들려 보냈다. 다만 그중에 반은 케일의 품에 있었다.
홍의 꼬리가 살랑거렸다. 홍은 곧 강해질 것이다. 덩달아 온도.
“한스.”
“네.”
“왕세자 저하께서는 언제 연락을 달라고 하던가?”
케일은 여유로이 물었다. 하지만 한스는 아주 단호하게 답했다.
“당장. 그리 말씀하셨습니다.”
케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어지간히도 급했나 보다. 케일은 느긋하게 말했다.
“그럼 가보지.”
***
케일은 소파에 몸을 기댄 채로 다리를 꼬고 앉아 있었다. 영지의 영상통신을 담당하는 마법사는 힐끗거리며 케일을 쳐다봤다.
“준비 끝났나?”
“아, 네, 네!”
마법사는 침을 꿀꺽 삼키며 말을 이었다.
“왕세자 저하와 바로 영상통신 가능하십니다.”
마법사는 왕세자가 찾는 사람인 케일을 바라봤다. 긴장한 자신과 달리 케일은 아주 태평하게 말했다.
“그럼 나가봐.”
명쾌한 축객령에 마법사는 얼른 고개를 숙이면서도 호기심에 몇 번 뒤돌아보며 영상통신실을 빠져나갔다. 케일은 지체 없이 영상통신을 실행시켰고, 곧 반투명한 구 위 허공에 떠오르는 얼굴을 하나 볼 수 있었다.
케일은 바로 입을 열었다.
“우리 백성들 마음속의 별이신 왕세자 저하의 존안을 보아 무한한 영광-”
-됐고.
화면으로 왕세자의 목소리가 바로 들려왔다.
왕세자 알베르는 아주 몸서리쳐진다는 표정으로 케일의 인사를 거부했다. 케일은 은은한 미소를 머금은 채 그 거부에 응해 입을 닫았다.
화면 속의 알베르는 그런 케일을 빤히 응시했다. 예의에 어긋나지 않게, 그러면서도 여유로이 앉아 있는 케일을 보던 알베르 왕세자는 툭 내뱉었다.
-아주 브렉 왕국을 뒤엎었던데?
케일의 입가에 미소가 짙어졌다. 기다리던 화두였다. 왜 굳이 바로 왕세자를 보러 왔겠는가. 반가운 얼굴도 아닌데.
‘한스보다야 왕세자의 정보통이 가장 정확하지.’
케일은 가만히 있었다. 그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미소 지었다. 그러면 다 해결되는 법이었다.
-별말 없는 걸 보니, 대충 들었나 보군.
봐라. 가만히 앉아도 해결이 된다.
-로잘린 왕녀가 아예 작심을 한 것 같아. 어떻게 대공가를 하루아침에 몰살시켜 버릴 수가 있지?
몰살이라는 단어에 케일은 심장이 철렁했으나, 티를 내지 않았다. 알베르의 탐색하는 눈초리가 보였기 때문이다. 지금 알베르는 케일을 찔러보고 있었다.
-왕위도 포기했고.
역시 로잘린은 왕위를 포기했다. 이제 그녀는 마법사로서의 본인을 드러낼 것이다.
-그런데 들리는 말로는 그녀 곁에 두 명의 아주 강력한 존재들이 있었다고 하더군. 다른 이들이야 그들이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알지.
왕세자는 참 설명을 잘해주었다.
알베르의 날카로운 눈초리가 케일을 향했다.
-자네의 부하들 아닌가?
최한과 라크. 그 둘을 가리키는 왕세자 알베르에게 케일은 사실을 말했다.
“제 부하라니요?”
그들이 자신의 부하는 아니었다. 최한이야 남이고, 라크는 거래자일 뿐. 케일은 화면 너머 왕세자의 입꼬리가 점점 올라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도 케일처럼 소파에 몸을 기댄 채 툭 내뱉었다.
-음흉한 놈.
케일은 딱히 부정하지 않았다. 알베르는 그런 케일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었다. 그리고 툭 던지듯 말했다.
-마탑은 왜?
왕세자는 이제 아예 케일 앞에서 말을 꾸미거나 혀에 기름칠을 하지 않았다. 케일은 진지한 표정으로 왕세자를 바라봤다.
“저하.”
그는 기대고 있던 소파에서 등을 떼었다. 그 행동에 덩달아 왕세자도 소파에서 등을 떼며 관심을 보였다. 케일은 말을 이었다.
“저는 저하와 제가 비슷하다는 생각을 문득문득 합니다.”
왕세자의 얼굴이 구겨졌다.
-끔찍한 소릴.
“그렇긴 하죠.”
동류에 대한 혐오를 여실히 드러낸 왕세자를 무덤덤하게 넘기며 케일은 바로 말을 이었다.
“로운 왕국은 뭣도 없는 왕국 아닙니까?”
순간 적막이 내려앉았다. 지금 영상통신실 밖에 있을 마법사가 들었으면 기함했을 말이었다. 하지만 케일은 예상대로 미소를 그리는 왕세자 알베르를 볼 수 있었다.
왕세자는 이제야 흥미가 동한 표정이었다.
-막말하겠다?
“지금 저하께선 웃고 계십니다만?”
-뭐. 사실이니까.
왕세자는 부정하지 않았다.
로운 왕국. 기사들의 힘도, 그렇다고 마법사들의 힘도 강하지 않는 곳. 오래된 역사를 지녔으나, 모든 영역에서 고만고만한 왕국이었다.
하지만 왕세자 알베르는 평화의 시대라면 몰라도 혼란의 시대에서는 고만고만해선 안 된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그는 하나라도 특출한 점이 있어야겠다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단기간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었다.
왕국 차원의 일은 보통 짧아도 수십 년, 평균 수백 년은 걸리는 일이었으니까. 그래서 그는 한 가지를 결심한다.
뺏자.
다른 왕국의 특출한 점을 뺏어와 우리 것으로 만들자.
그리고 그런 그의 앞에 좋은 먹잇감이 나타난다.
마법사들의 나라‘였’던 위퍼 왕국.
케일과 왕세자. 둘의 시선이 마주쳤다. 왕세자는 말했다.
-눈치 빠른 놈.
두 사람의 입가에 비슷한 미소가 어렸다. 이번에는 케일이 말했다.
“저는 마탑. 그리고 저하는-”
케일, 그리고 왕세자는 동시에 입을 열었다.
“마법사.”
-마법사.
잠시 정적이 내려앉았다. 그러나 이내 왕세자는 손으로 눈가를 가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정말이지. 나 같은 인간이 하나 더 있는 게 참 싫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한참을 웃던 왕세자는 눈가를 가리던 손을 치우고 케일을 응시했다.
-모든 걸 지원해 주마.
왕세자는 이어질 케일의 답을 기다렸다.
“감사합니다.”
딱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단 한마디를 내뱉었을 뿐인데 왕세자는 그 말이 귓가에 정확히 와닿았다. 그 당당한 태도가 눈에 담겼다. 그래서 물었다.
-그런데 너는 왜 마탑을 탐내는 것이지?
케일은 왕세자가 다시 탐색하듯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음을 눈치챘다. 참으로 마음 편히 대하기 힘든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리 어렵게 대할 필요도 없었다.
‘내가 북쪽에 대한 정보를 눈치챘나 싶어서겠지.’
‘영웅의 탄생’ 5권까지 로운 왕국에게 향하는 위험 요소로서 수시로 언급되는 존재가 있었다. 바로 북쪽 기사들의 나라. 왕세자 알베르는 그곳을 경계했으며 동시에 그들의 침입을 기다리며 준비했다.
전쟁은 혼돈의 시대이고, 혼돈은 준비된 자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테니까. 그 기회 중 하나가 위퍼 왕국에서 도망치는 마법사들이었다.
마땅한 세력이 없는 왕세자는 그들을 이용해 세력을 형성하고 왕국 내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할 것이다.
케일은, 김록수는 만약 ‘영웅의 탄생’ 5권 이후를 읽었다면, 새로운 영웅으로 떠오르는 두 세력을 알 수 있었을 것이라 가끔 생각했다. 하나는 북쪽의 기사일 테고.
‘다른 하나는 눈앞의 왕세자겠지.’
특히 그냥 인간이 아니라는 검은 용의 말에 감이 왔다. 케일은 미소를 지었다. 지금도 왕세자는 케일이 북쪽의 움직임을 알고 마탑을 원하는 것인지 운을 띄우는 것이리라.
케일의 입이 열렸다.
“그냥 마탑이 가지고 싶어서요.”
-…내가 말을 말아야지.
고개를 가로젓는 알베르는 케일의 음흉한 미소를 볼 수 있었다.
“그럼 왕세자 저하께서는 마법사가 왜 필요하십니까?”
알베르의 입가에 부드러운, 기름칠 잘된 미소가 그려졌다.
-그냥 그들을 품어주고 싶어서 말이야.
아주 가식이 판을 쳤다. 하지만 둘 중 어느 누구도 그 사실을 꼬집지 않았다. 그림 같은 모습으로 소파에 앉은 두 사람은 여유로이 대화를 주고받을 뿐이었다.
-언제쯤 떠날 것이지?
“한 달 뒤. 그때쯤 갈까 합니다.”
한 달 뒤, 그때 케일은 모든 준비를 끝내고 위퍼 왕국으로 향할 생각이었다. 위퍼 왕국에 도착했을 때쯤 내전은 종전을 향해 나아가고 있을 터. 케일은 기억 속 툰카의 그 멍청한 얼굴이 황금으로 빛나는 것 같았다.
-무엇으로 이동하지?
“배로 갑니다.”
-호위는?
호위. 그 단어에 케일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알베르는 자신의 실수를 알아차렸다.
-쓸모없는 물음이었군. 케일 공자, 몸도 연약한데 조심히 잘 도착해서. 알지?
“좋은 건 다 챙겨오겠습니다.”
-쓸데없이 말이 통한단 말이야.
케일과 알베르. 두 사람은 극과 극으로 다른 외양을 지녔음에도 그 짓는 미소가 너무나도 닮아 있었다.
그리고 3주 뒤. 케일은 천천히 눈을 떴다. 그리고 뒹굴었다. 넓은 침대 위를 뒹굴며 그는 하품을 했다.
오후 3시. 지금 일어났다. 그는 대충 눈가를 비비며 멍하니 천장을 바라봤다.
“내가 이겼다. 오늘은 한 시간 더 늦게 일어났다!”
“또 막내가 이겼는데. 왜 자꾸 늦게 일어나는지 모르겠는데.”
검은 용과 홍이 시계와 케일을 번갈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눴다. 케일은 오른손으로 배를 문질렀다. 배고파서 일어났다. 그는 나른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돈 많은 백수의 삶이란.”
행복 그 자체였다.
3주. 그동안 케일은 일을 하지 않았다.
용 이름도 지었지만 검은 용에게는 한 달만 더 시간을 달라고 하였고, 다른 준비해야 할 것들은 모두 남에게 시키고,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삶을 보내면서, 백작가 안에서 놀고먹으며 뒹굴었다. 가족들은 요양을 해야 한다며 계속 쉬라고 하니 잘되었다 싶어 케일은
놀았다.
하지만 그런 케일의 행복은 깨졌다.
“인간, 최한이 온 것 같다.”
검은 용은 케일의 귓가에 속삭이며 히죽 웃어 보였다.
“그동안 심심했는데 잘됐다.”
케일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앉았다.
오늘 최한의 일행이 도착할 예정이었다. 지금이 오후 3시니, 아마 벌써 도착해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는 기지개를 켜며 침대에서 일어섰다. 3주의 한량 생활을 해보니 더욱더 절실해졌다.
‘돈을 모아서 백수로 살자.’
케일의 눈빛에 간절함이 맴돌았다. 그는 위퍼 왕국 건과 정글의 여왕 건을 한 번에 연달아 해결하고 놀아야겠다 다짐했다. 케일은 욕실로 들어갔고 닫힌 욕실 문을 지켜보던 검은 용은 온과 홍에게 다가갔다.
“역시 약한 인간은 어디를 다녀야 눈빛에 생기가 도는 것 같다.”
“맞아. 그래도 다행이야. 이번에는 나도 강해져서 다칠 일이 없을 거야.”
검은 용과 홍의 대화를 듣던 은빛 고양이 온은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침대를 뒹굴며 나른한 미소를 짓던 케일을 떠올리고는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과연 생기가 도는 게 맞을까?”
“맞다. 그런 것이다.”
“맞아, 누나. 그런 거야.”
“음, 그렇구나.”
온도 이내 수긍하며 털을 정리했다. 온과 홍, 둘의 털 빛깔이 더욱더 선명해져 있었다. 셋은 옹기종기 붙어서 케일이 나오길 기다렸다. 오랜만의 외출이 셋은 기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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