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662
661화.
그리고 케일은 아프다 못해 미쳐버릴 것 같았다.
‘미치겠네……!’
이게 조금 아픈 거라고?
잠깐 따끔하는 수준이라고?
코가 막히고 기가 막힐 소리였다.
-…어… 음… 괜찮아?
-힘내!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버티면 끝이야!
-케일, 힘내렴.
-역시 무자비한 용.
고대의 힘들이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케일의 머릿속에 맴돌았다.
응원하는 그들과 달리 케일은 대답할 여력이 하나도 없었다.
‘갈수록-, 왜 갈수록 정신이 멀쩡해지냐고!’
차라리 기절이라도 했으면 하는 수준의 고통이었다. 그런데 어째 시간이 갈수록 점점 그의 감각은 선명해져 갔다.
촉각, 시각, 후각 등등 그가 가진 모든 감각들이 활기차게 날뛰는 것이 실시간으로 느껴졌다.
낫고 있구나.
그릇이 이어 붙여지는구나.
굳이 제 몸을 내려다보지 않아도 케일은 알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1초가 하루처럼 느껴졌다. 그는 고통 속에서도 고개를 돌렸고 밀라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입을 벙긋거렸다.
‘내가 용을 믿는 게-’
말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밀라는 말하지 않아도 다 알겠다는 듯 상냥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선생님, 좀 있으면 끝이에요.”
그녀의 말대로, 틈을 메꾸며 거미줄처럼 케일의 전신을 뒤덮었던 베이지색 마나는 대부분이 케일의 몸에 흡수되어 이제 목과 얼굴 부근만 제외하고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케일은 얼마 안 남았다는 말에 그나마 입술을 꽉 깨물며 안도했다.
그때, 밀라가 산뜻하게 말해왔다.
“머리 부분은 조금, 아주 조금 더 아플 거랍니다.”
이런, 빌어먹을-!
케일은 벙긋거리지도 못하는 거친 말을 속으로 내뱉으며 밀라를 간절히 바라보았다. 그러나 밀라는 상냥하게 통보했다.
“지금 당장요.”
“…끄억!”
케일이 누워있는 침대가 들썩였다. 급작스러운 고통에 케일의 몸이 주체할 수 없이 떨렸기 때문이었다.
“이, 인간아!”
결국 라온은 케일의 그 숨넘어가는 목소리에 밀라의 뒤에서 빠져나와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허억. 헉.”
그리고 라온이 본 것은 침대에 엎드린 채 거친 숨을 몰아쉬는 케일이었다. 그는 두 손으로 제 머리칼을 움켜쥔 채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
“인간아, 괜찮나?!”
식은땀으로 범벅이 된 모습에 라온이 놀라서 케일에게로 다가갔다.
그러다가 이내 땀 때문에 제대로 보지 못했던 케일의 모습을 보고 눈이 반짝였다.
“허억, 허억. 괜찮아.”
숨을 몰아쉬며 답하는 목소리는 조금 지쳐 보였지만, 그렇게 말하는 얼굴에는 상처 하나, 금 하나 없이 매끈했다.
“인간! 뽀송해진 것 같다!”
라온은 본 그대로 솔직하게 말했고, 케일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손을 움직여 제 얼굴을 쓸어내렸다. 흉터 하나, 뾰루지 하나 만져지지 않는 맨들맨들한 피부가 느껴졌다.
그의 시선이 슬그머니 밀라에게로 향했다.
‘무서운 용.’
가장 무섭고 살벌한 용이 밀라라는 사실을 인지하며 바라보는 케일의 눈동자에 밀라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선생님, 그릇이 아주 깨끗하게, 흠 하나 없이 이어 붙여졌으니 이제 그릇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된답니다.”
고대의 힘들이 그 말에 반응했다. 짱돌이 격정적인 목소리로 제 감정을 토해냈다.
-정말이다! 케일, 이어붙인 흔적도 없이 아주 깨끗해!
-이야. 그렇네. 역시 용이 살벌해서 그렇지 실력은 좋단 말이야. 이야, 좋네.
바람의 소리가 맞장구를 치며 연신 감탄을 흘렸다.
“제 힘은. 이어붙이기는 이어 붙여진 흔적조차 없게 말끔히 붙여진다는 면에서 꽤 좋죠. 다만.”
그러나 밀라는 말짱해진 케일에게 해야 할 말이 있었다.
“다만. 한 대상에게 같은 힘을 두 번 사용할 수 없어요.”
그 말은 또다시 케일의 그릇이 깨지면 이제 그녀의 능력은 사용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선생님의 그릇은 크기는 크지만, 유리처럼 상당히 연약하더군요. 그러니 조심하세요.”
그녀는 웃음기를 지운 얼굴로 말했다.
“다음은 없습니다.”
냉정한 목소리가 집무실을 가득 채웠다. 어느새 베이지색 마나가 일으킨 바람도 사라지고 고요한 공간.
그녀가 마지막으로 내뱉은 말에 라온은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절대로! 절대로 인간이 다시는 그렇게 되지 않게 할 거다!’
라온은 굳은 결심을 하였고, 이는 그의 모습을 지켜보던 다른 이들의 심정과 같았다.
“꼴이 말이 아니군.”
케일의 시선이 집무실 안으로 발을 들이는 알베르에게로 향했다.
알베르는 한껏 미간을 찌푸린 채 케일을 탐탁지 않은 눈빛으로 바라봤다.
“저하 꼴도 말이 아니십니다.”
케일이 히죽 웃으며 말을 건넸기 때문이었다.
“어휴.”
그는 한숨과 함께 케일을 외면하고는 집무실 한편에 있던 두 개의 구슬로 다가갔다.
“론.”
-…저하.
“보는 것은 그만하고, 어서 이리로 넘어오는 게 어떻겠나?”
알베르와 마주한 론의 표정은 인자함이나 웃음기는 하나도 없었다.
론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영상통신구에 다가오지 못해, 주변을 기웃거리는 온과 홍, 도도리. 론의 안색이 심상치 않자, 그의 곁으로 다가오는 비크로스. 그 외에 가샨과 레인저 부대원들. 마지막으로 띠꺼운 얼굴로 앉아있는 라쉴까지.
론은 다시 알베르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바로 가겠습니다.
“그래. 그리고 용병왕. 동대륙은 당신에게 맡기면 되겠소?”
알베르는 론 곁에 있던 버드를 바라봤다. 용병왕은 어딘가 넋이 나간 얼굴로 케일이 누워있던 침대 쪽을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마십시오. 여긴, 여긴 우리와 조피스 왕녀 쪽 힘이면 충분합니다. 세즈 왕국도 함께할 것이고요.
그때였다.
“도도리 님과 라쉴 님은 지금 오면 안 됩니다.”
알베르는 등 뒤에서 들려오는 케일의 목소리에 시선을 돌렸다가 미간을 찌푸렸다. 상의 재킷을 걸치는 케일은 누가 보아도 곧바로 움직일 태세였다.
케일은 천천히 침대에서 벗어나 알베르와 동료들 곁으로 다가갔다.
“괴물 사자용은 강한 존재가 등장하면 반응합니다. 혹 밀라 님과 도도리 님, 라쉴 님이 모두 한데 모이면 괴물이 움직일지도 모릅니다. 일단 밀라 님과 도도리 님은 퍼슬시 근처에 대기하도록 하죠.”
말을 이어가던 케일은 이상한 느낌에 알베르를 바라봤다.
“…왜 그렇게-?”
알베르가 상당히 불만 어린 표정으로 케일을 쳐다보고 있었다.
“바로 싸우게?”
“저요?”
“어. 너.”
어벙한 표정으로 저를 가리키는 케일을 응시하는 알베르의 마음은 복잡했다.
조금 전까지 케일의 고통을 보았다.
그렇기에 아무리 그릇이 이어 붙여졌다고 해도, 휴식이 필요한 저 연약한 몸뚱이의 주인에게 쉬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현 상황상 케일 헤니투스는 함께 싸워줘야 했다.
미안하고 고맙고.
빌어먹을 상황에 화가 나고.
알베르는 여러 가지 감정으로 마음이 복잡했다.
‘분명 싸우겠다고 나서겠지. 그러다가 다시 그릇이 깨진다면-’
끔찍한 상상이란 생각에 그는 얼른 제 생각을 지워버리려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때였다.
“안 싸울 건데요?”
“…어? 안 싸운다고?”
“네.”
이번에는 알베르가 멍한 표정으로 케일을 바라봤다. 그러거나 말거나 케일은 얼른 움직여야 했기에 제 할 말을 이어갔다.
그는 잘 됐다 싶었다. 알베르와 동대륙. 두 곳 모두에게 제 계획을 한 번에 말할 수 있으니, 일이 줄었다.
“우리의 목표는 하얀 별이 사자용 앞에 나타나게 하는 겁니다. 그러니 에르하벤 님과 제가 전투 불능 상태인 것처럼 보이는 게 중요합니다. 그런 상황이니, 제가 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편이 낫죠.”
맞는 말이라, 알베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도 의문을 내뱉었다.
“그럼 어디 가려고?”
일단 집무실에서 머물면서 작전을 의논하고 지휘하며 나중에 하얀 별이 나왔을 때를 대비해 힘을 비축해두는 편이 낫지 않을까?
알베르는 그리 묻고 싶었지만, 케일이 곧바로 꺼낸 말에 잠시 말문이 막혔다.
“어머니 무덤에 가려고 합니다.”
순간 다른 의미의 정적이 감돌았다.
“…어-”
김록수에 대해서 알고 있는 알베르는 케일이 말한 어머니가 누구인지에 대해 잠시 고민하느라 말문이 막힘과 동시에 머릿속이 복잡해졌고.
“…으음.”
드래곤 밀라는 침음을 흘리며 손으로 제 눈가를 가렸다.
-…….
그리고 여의주 속 이수혁, 김록수, 최정수는 돌아가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기에 가만히 입을 다물며 침묵을 택했다.
사실 말을 하고 싶어도, 조금 전 치료와 비슷한 행위를 받던 케일의 모습이 너무나도 충격적이라 쉬이 입을 열 수 없었다.
마지막, 영상통신구.
-…이런.
용병왕 버드는 탄식을 내뱉었다.
그 옆의 론은 입을 꾹 다문 채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그의 눈동자가 일렁이고 있었지만, 옆에 앉은 버드는 이를 볼 생각도 못 한 채 입을 열었다.
-너, 너 무슨 생각으로- 야, 아니지?
“응?”
케일은 버드의 떨리는 목소리에 저놈이 왜 저러나 싶어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러거나 말거나 버드는 한 손으로 제 입을 가리며 눈가를 일그러뜨렸다.
-케일. 절대로 허튼 생각 하면 안 된다.
“어?”
버드는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 되묻는 케일을 보며 속이 타들어 갔다.
‘그렇게 모른 척한다고 네 생각을 내가 모를 것 같아?’
한창 싸우다가 잠시 소강상태가 된 현재. 케일이 어릴 적 돌아가신 어머니의 무덤에 갈 일이 무엇 있겠나?
버드는 주변에서 보고 들은 바를 통해 케일의 마음을 짐작했다.
‘…분명 각오를 다지러 가려는 걸 거야.’
용병들은 큰 전쟁을 앞두었을 때, 혹은 위험한 임무를 앞뒀을 때, 특히 반드시 완수해야만 하는 사명감을 지닌 임무를 받았을 때. 그들의 집 혹은 돌아가신 가족들의 무덤을 찾아가 제 마음을 다지거나 큰 결심을 내리고는 했다.
‘이제껏 무덤덤하던 놈이 어머니의 무덤에 갔다 온다니-!’
분명 케일의 심경에 큰 변화가 있다는 뜻일 터.
버드는 이제 겨우 스무 살인 저놈의 마음을 모두 이해할 수 없었고, 그의 어깨에 짊어진 짐도 모두 알 수 없었지만, 마음이 쓰라렸다.
버드는 울컥이는 마음을 가라앉히며 입을 열었다.
-살아야 돼. 무조건 우리는 살아남아야 돼.
갑자기 왜 이래? 뭔 헛소리야?
케일은 황당한 표정으로 버드를 바라봤다.
“당연히 살아야지. 나, 건강한 몸으로 안락한 노후를 보내는 게 목표인 사람이야.”
-그래. 꼭 그러자.
반짝이는 눈으로 다정하게 케일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는 버드. 케일은 그 꼴을 보자 그냥 영상통신구를 꺼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버드가 한마디를 남기고 먼저 꺼버렸다.
-네 그 굳은 결의를 이어받아, 나도 힘을 내마! 함께 이겨내자!
뚜욱.
영상통신구는 그렇게 끊어졌다.
그래서 케일은 알 수 없었다.
“가보지.”
“네. 가주님, 힘내십시오.”
론과 온, 홍, 비크로스. 그리고 드래곤들을 포함한 몇몇 이들이 서대륙으로 떠나고 남은 자리.
버드는 저를 바라보는 남은 몰란 가문 사람들과 용병들, 레인저 부대원들을 바라보았다.
한 번의 승리 탓인지, 조금은 편안해 보이는 아군들. 버드는 이들에게 절박함을 알려줄 필요가 있었다.
그는 아군 중 수뇌부인 이들만 불러 모아 케일의 그 의지를 알려주었다.
전투 불능 상태로 알려져야 하는 케일이기에, 몇 명에게만 그의 뜻을 알릴 수 있었지만, 버드는 이것으로도 충분하다 여겼다.
“반드시 이길 겁니다!”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시작이지요. 동대륙의 일은 우리 손으로 끝냅시다!”
“우리의 의지를 보여야 합니다!”
수뇌부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버드처럼 그들의 눈동자도 일렁였다.
“그래, 해봅시다!”
버드는 이 기세를 이어받아 하얀 별이 부재한 동대륙에서 그의 잔재를 모조리 없애버릴 결심을 내렸다.
“으음.”
이를 알 리 없는 케일은 찜찜한 얼굴로 꺼진 영상통신구를 바라보다가 뒤돌아서며 저를 힐끗거리는 라온에게 다가갔다.
“라온하고 둘이서 금방 다녀올 테니, 수시로 영상통신구로 연락 주십시오.”
“…그래.”
묻고 싶은 것이 많은 얼굴의 알베르에게 케일은 아무 설명도 해주지 않았다.
진짜 케일 헤니투스와 나눴던 대화는 아직은 섣불리 말할 수 없었다. 케일 어머니의 무덤으로 가 그곳에서 무언가를 확인한 뒤에 설명할 생각이었다.
“바로 가나?”
“아뇨.”
케일은 아공간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로브를 하나 꺼내 들었다.
그의 머리칼 색이 라온의 마법으로 갈색으로 변해갔다.
“아버지께 갔다가 갈 생각입니다.”
진짜 케일의 어머니 무덤으로 가기 전. 데르트 공작의 얼굴은 보고 가야 했다.
진짜 케일 헤니투스를 만난 후, 케일은 비로소 이곳의 가족들을 챙겨야 할 사람이 자신임을 마음으로 완전히 받아들일 수 있었다.
***
“왔군.”
대리석 채굴장으로 쓰이는 다른 산들과 달리, 유독 울창한 숲을 이룬, 작은 산.
사실 언덕이라고 하는 편이 알맞았다.
헤니투스 공작가 저택 바로 뒤에 위치한 그 언덕을 케일은 잠시 바라보았다.
“인간아! 여기 으스스하다!”
라온이 케일 옆에서 날개를 파닥였다.
그리고 케일의 뒤.
“형님.”
바센이 굳은 표정으로 서 있었다.
퍼슬시로 본인도 갈 생각이었는지, 가죽 갑옷까지 차려입은 모습이었다.
그는 라온을 힐끗거리며, 망설임을 담아 말했다.
“혼자 가실 겁니까?”
걱정이 가득 담긴 목소리.
케일은 한시가 바빴지만, 바센에게 손짓했다.
“혼자 가기엔 좀 그렇네.”
케일은 수많은 선조의 무덤 중 케일 친모의 무덤 위치를 몰랐다. 일일이 찾으려면 시간이 꽤 걸릴 터.
바센은 분명 그 위치를 알 것이다.
물론 케일은 그런 이유를 떠나, 전투 중 갑자기 어머니의 무덤을 찾아가려는 케일을 걱정하는 바센에게 한마디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동생아. 같이 가자.”
바센은 흠칫 놀라며 저에게 손짓하는 케일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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