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664
663화.
일기장으로 향하던 케일의 시선을 잡아끄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인간아! 그게 무슨 말이냐?”
일기 내용은 보지 못한 라온이 탐탁지 않은 듯 볼을 부풀렸다.
“인간은 흰 거 따위에게 영향 받을 인간이 아니다!”
조금 전, 케일이 중얼거린 말.
‘내가 환생자 하얀 별에게 영향을 받은 영혼 중 하나였던 거군.’ 이 내용에 라온이 반박하려는 듯 두 앞발을 좌우로 휘저어댔다.
픽. 케일의 입에서 작은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는 어떠한 대답도 없이 대충 라온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는 다시 일기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환생자.
보통 새로운 몸과 새로운 기억을 가지고 살아가는 영혼과 달리, 새로운 몸은 가지지만 기억은 유지한 채 생을 거듭하는 존재. 그리고 타 영혼에게 영향을 끼치는 ‘변수’.
‘아마도 나는 이번 생 하얀 별에게 영향을 받은 영혼일 확률이 높다.’
현재 하얀 별의 얼굴이 김록수와 닮았으니까.
케일은 생각을 가다듬었다.
‘환생자에게 영향을 받은, 다른 차원에서 살아가는 김록수. 그를 빙의자의 삶을 지닌 이와 바꿔 이곳으로 데려온다면.’
그 가정에 대한 답은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나름 깔끔한 해결 방법’이라는 것이었다.
물론 이는 여러 타 영혼에 영향을 주기 싫은 신의 입장에서 내린 판단이다.
‘예외’인 단생자와 불멸자.
‘변수’인 환생자와 빙의자.
마지막 ‘미지’의 존재인 회귀자.
“…하.”
케일은 자꾸만 실소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이어진 일기장의 문구가 그의 생각을 다른 방향으로 이끌었다.
케일의 시선이 다시 비석으로 향했다.
케일 친모의 가문은 ‘템스 남작가’였다.
케일은 이 무덤가로 오기 전, 데르트 공작을 통해 슬쩍 떠보듯이 알아본 정보를 떠올렸다.
‘케일 헤니투스 친모의 가문은 망했다고 했다.’
오로지 주르 템스만이 유일한 ‘직계’라고 하였다.
‘데르트 공작이 아카데미에서 만난 주르 템스에게 반해 결혼했다고 들었지.’
현재 로운 왕국 귀족가 명부에는 저 성을 지닌 가문이 없었다.
유일한 직계인 주르 템스가 가문을 잇기를 포기했기 때문이었다. 가문을 이을 이가 사라졌으니, 자연스럽게 가문의 이름은 명부에서 지워지고 기억 속에서 잊히기 마련이었다.
그저 소설 ‘영웅의 탄생’ 안에서 한 엑스트라의 외가일 뿐, 소설 속에서는 그 엑스트라 친모의 이름도, 그녀의 가문도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이상하네.”
케일은 그 사실들이 아무리 생각해도 기이했다.
“…외부에 드러나지 않게 연구를 행해온 것 같은데.”
상황의 앞뒤를 보았을 때, 템스 가는 본인들이 대대로 연구해온 것을 가문 밖으로 드러낸 적은 없는 듯했다.
무엇보다도 유일한 직계인 주르 템스가 없어진 가문의 연구 내용을 데르트 공작에게 말한 적이 없으니까.
‘비밀로 이어온 연구지만, 그 가치는 어마어마하고.’
만약 이 일기장에 적힌 내용이 하얀 별의 손에 들어가면 안 좋은 쪽으로 사용될 여지가 매우 컸다.
그러니 비밀로 했겠지만, 문제는 그 비밀을 지켜온 가문이 이제는 없다는 점이었다.
“유일한 직계라.”
그 말은 다른 직계는 이 세상에 없다는 소리. 즉 죽었다는 것을 뜻했다.
“…생각할수록 이상하네.”
주르 템스. 그녀는 생명체의 나이테를 볼 수 있는 고대의 힘을 지녔다.
본인의 아들이 변수 ‘빙의자’의 삶을 타고난 것도 알아챌 능력을 지니지 않았던가?
그런 이가 가문의 다른 직계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몰랐을까?
무엇보다, 남작이라 해도 로운 왕국의 귀족 가문 중에 하나가 소리 소문 없이 서서히 없어졌다. 그런데 그 연유를 그 직계의 배우자도 모른다?
그 배우자도 그냥 원래 만났을 때부터 그러했다 정도로 퉁치고 있었다.
“으음.”
케일은 이제 케일 헤니투스로 살아가기로 마음먹은 이상. 어느 정도 본래 케일 헤니투스와 관련된 것들도 알아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안에는 당연히 어머니 주르 템스와 외가인 템스 남작가에 대한 것도 있었다.
“…이거, 영-”
찜찜한데?
이상하게 템스 가문에 대해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그의 뒷목이 서늘해져 왔다.
‘왠지 이 가문에 대해 알아보다가는 복잡한 일에 끼일 것 같단 말이지.’
자그마치 ‘시간과 생’이다. 이름부터 신비롭지 않은가?
이를 비밀스럽게 연구해오며 그저 그런 남작 가문인 척 해오던 가문이 직계 한 명만을 남겨두고 망했다.
그리고 남은 직계는 가문을 이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구린내가 나는데.”
이건 분명 뭔가 있다는 소리였다.
“인간아! 나 방구 안 꼈다!”
심각해지려던 케일의 얼굴이 구겨졌다. 그는 코를 킁킁거리는 라온을 쳐다봤다.
“킁, 킁! 구린내 안 난다! 인간아, 어디서 구린내가 난다는 거냐?”
“어휴.”
케일은 그냥 한숨과 함께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지만 나름 활기찬 라온을 지그시 응시했다.
“인간아! 그런데 이렇게 둘이 다니니까, 예전에 같이 다녔던 때 생각난다!”
라온은 꽤 기분이 좋았다.
케일을 처음 만나고 얼마 되지 않았던 때. 그때 둘이서 돌아다니며 여러 가지를 했던 게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케일은 그런 라온을 보고 결심했다.
“…그래.”
그는 결론을 내렸다.
‘일단 하얀 별이 먼저다.’
그리고 하얀 별을 처리하고 나면.
‘쉰다!’
반드시 쉰다.
그리고 논다.
겸사로 농사라고 하기 터무니없는 규모로 작게 텃밭도 꾸린다.
‘…그래… 외가는… 언젠가… 그래… 언젠가… 음… 그냥… 음…….’
템스 가문에 대한 것은 나중에, 아주아주 나중으로 미뤄두기로 했다.
케일은 왠지 모를 섬뜩한 기분에 일단 외면을 택했다.
‘뭔 일 있겠어?’
그는 태연한 생각을 하면서도 자꾸만 기분이 꺼림칙했다.
뭔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느낌.
미래에 벌어질 일의 단서를 손에 쥔 것만 같았지만, 케일은 이를 일단 모른 척하기로 했다.
‘…설마 이번 하얀 별 놈과 같은 일이 또 일어나겠어?’
만약 이번 하얀 별처럼 골치 아픈 일이 또 벌어지면. 그 스케일이 이 정도면…….
“그건 좀 아니지.”
케일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 착각이야.”
그래, 이 모든 느낌은 하얀 별에게 시달리며 쉬지 못한 자신이 만든 착각일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지 않은가?
템스 가문의 일은 몇십 년 전의 일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이와 관련된 일을 케일은 아무것도 알아채지 못했다.
동서대륙. 곳곳을 휩쓸고 다니던 케일과 그의 동료들이 모를 정도라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보는 편이 맞았다.
‘그저 몇십 년 전에 벌어지고 그저 그렇게 흘러간 일일 뿐.’
더 이상 케일은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는 하얀 별을 처리하고 나면 펼쳐질 백수 라이프만을 꿈꿨다.
“그래. 다 끝나면 그냥 쉬어야지.”
“맞다, 인간아! 한 일이 년 쉬다가 세계 여행도 가야 한다!”
기분 탓이리라.
케일은 템스 가문에 대해 생각하고 난 뒤라 그런지, 라온이 언급하는 저 세계 여행도 심상치 않을 사건의 발단으로 느껴졌다.
‘애들 데리고 유람 다니는 건데, 뭔 일 있겠어?’
케일은 놀고먹고 쉴 세계 여행 계획에 대해 생각하며 자신의 섣부른 불안감을 털어내었다.
단지 쓸데없는 걱정이자 과도한 염려라 판단했다.
곧 머릿속이 맑아진 케일은 주르 템스가 남긴 문장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응?”
갑자기 왜 미안?
주르 템스가 남긴 안배.
케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미안하다고 하길래, 뭔 소리인가 했지만 일단 안배를 마련해두었다고 하니 분명 남은 고대의 힘이리라.
“…이건가 보군.”
분명 고대의 힘이리라.
케일은 살짝 기대감을 안고 이어지는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음?
…짱돌이랑 지배하는 아우라?
내가 이미 가진 건데?
…그거 하얀 별이 가져갔는데?
그게 힘의 정수라고?
그나마 하얀 별이 이 정보들을 몰라 그저 시간의 뒤틀림만 알 수 있다는 게 다행인건가?
“…어… 음…….”
“인간아, 표정이 왜 그러나? 누가 뒤통수쳤나?”
일기장을 쥔 케일의 손끝이 떨려왔다.
그는 자신이 앞으로 살아갈 이름이자 김록수로 살아갈 놈의 본명을 천천히 속으로 되뇌었다.
‘…야, 케일 헤니투스. 네 엄마가 다 알고 미리 다 준비를 해둔 것 같다며? 그게 아닌 것 같은데?’
그때, 문장이 하나 눈에 들어왔다.
케일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미안하다는 글귀를 한참 쳐다보던 케일은 눈을 감았다가 떴다.
“…인간아, 괜찮나?”
라온이 조심스럽게 케일의 얼굴을 살피며 슬쩍 일기장에 시선을 두었다.
“어?!”
그리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인간아, 이거!”
씨익. 케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혹시 몰라서.
이게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는 망설임을 담아서 쓴 글들.
“인간아, 여기 절반의 힘이 고대의 힘이냐?”
사락.
페이지가 넘어갔고 다음 내용이 케일과 라온의 눈에 담겼다.
케일의 입이 열렸다.
“흐흐.”
그는 추신처럼 덧붙인 글들 중 한 문장을 소리내어 읽었다.
“환생자는 현재의 몸을 죽인다고 하여 그 영혼의 기억이 끊기지 않는다. 환생자는 수많은 세월을 영혼에 기록할 수 있는 자.”
새로운 몸과 새로운 기억으로 살아가야 하는 영혼이 새로운 몸은 가지지만 기억은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를 일컬어 환생자라 했다.
“따라서 환생자는 하나의 커다란 나이테 안에 수많은 나이테가 뒤섞여있다.”
케일은 이어진 내용을 천천히 음미하듯 읽었다.
“따라서 환생자는 몸을 공격한다고 완전한 죽음을 맞이하지 못한다. 환생자를 완전히 죽이는 방법은 다양하겠으나, 내가, 우리 가문이 아는 것은 단 하나.”
주르 템스는 단 하나 아는 것을 혹시 몰라서 기록해두었다.
그 기록이 케일의 손으로 전해졌다.
그는 그 기록을 천천히 손으로 쓰다듬었다.
환생자를 죽이는 방법.
수많은 나이테들을 아우르는 중심이자 밑바탕. 그 테두리.
하얀 별을 완전히 없애는 방법.
이 질기게 이어져 온 고리를 없애는 법.
“인간아, 그런데 나이테를 봐도 그걸 어떻게 공격하나?”
“밑.”
“밑?”
라온의 시선이 케일의 손을 따라 밑으로 향했다.
라온의 동공이 흔들렸다.
“인간아! 그러면 고대의 힘으로 된다는 거냐?”
“밑에.”
“…아.”
라온이 시무룩해졌다.
하지만 케일의 눈동자가 그 밑을 읽을수록 이채가 감돌았고 라온도 덩달아 그 밑을 읽어내려갔다.
라온의 시선이 케일에게로 향했다.
“…인간아-”
무언가를 깨달은 듯한 라온이 케일을 바라봤고, 케일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케일 역시도 답을 찾은 듯한 눈빛이었다.
하얀 별은 환생자다.
그놈의 환생을 막으려면, 그가 지닌 큰 나이테를 없애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나이테를 볼 줄 아는 힘’을 지녀야 했고, 두 번째로 ‘그 나이테를 압도할 만한 세월을 지닌 자의 힘’이 필요했다.
첫 번째는 곧 케일이 얻을 주르 템스의 반쪽짜리 힘으로 가능했고, 두 번째에 대한 실마리도 케일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불멸자.”
무한한 삶을 살아가는 존재인 불멸자.
케일의 시선이 일기장을 떠나 무덤 근처의 나무로 향했다.
그는 불멸자를 하나 알고 있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오랫동안 존재해온 자.
이 세계의 기록이 곧 나이테로 새겨진 존재.
“세계수.”
그리고 세계수는 케일에게 검이라고 하며 나무젓가락 같은 나뭇가지를 하나 준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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