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666
665화.
케일은 설마설마하면서도 결국 내린 결론을 입 밖으로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얼굴로 통과?”
-세상에나!
10대 중후반 정도 되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어쩔 줄을 몰라 하는 목소리로 외쳤다.
-귀여워! 얼굴로 통과라고 물으면서 저 불퉁한 표정이라니! 너, 아주아주 깜찍하구나?
“…세상에나.”
케일은 10대 때의 주르 템스로 추정되는 이와는 다른 의미로 탄성을 흘렸다. 그때, 그의 머릿속으로 짱돌을 비롯한 고대의 힘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허. 저런 쪽은 처음 보는군.
-보는 눈이 있어.
-대단하네. 여러모로 대단한 존재야. 저 케일 헤니투스를 보면서 가장 먼저 보는 게 얼굴이라니. 허허허.
케일은 김록수일 적을 포함하여 살면서 얼굴로 깜찍하다는 소리를 듣는 것은 처음이었다. 삼십 년을 넘어 사십 년에 가까워지는 삶 동안 말이다.
“하, 하하-”
어딘가 허탈한 웃음소리가 케일의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
그 웃음소리에 정신을 차린 이가 있었다.
론 몰란. 그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하는 것도 잠시, 이내 굳은 얼굴로 라온에게 다가갔다.
“라온 님.”
“응? 론 할배야, 반갑다!”
라온의 해맑은 인사에도 론은 인자한 미소 한 자락 짓지 못했다.
“라온 님, 어찌하여 이곳에 나무가 자랐습니까?”
케일 헤니투스의 친모가 자리한 무덤.
케일이 이곳을 찾은 것만으로도 그의 마음은 복잡해졌다. 그런데 그 무덤을 뚫고 이런 나무가 자라다니. 나무는 충분히 아름다웠으나, 론은 굳은 표정을 풀 수가 없었다.
“하, 하하-”
아름다운 붉은 잎으로 감싸인 케일 헤니투스. 이 나무 때문에 사라진 무덤 주인의 핏줄이 공허한 웃음을 흘리고 있었으니까.
어딘가 허탈해 보이면서도, 무엇도 담기지 않은 웃음소리. 론은 천천히 시선을 돌려 주변을 살폈다.
라온과 릴리, 홍은 그저 신기하다는 듯 나무와 케일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온부터 시작하여 그녀보다 나이가 많은 이들은 놀람도 잠시, 하나같이 알 수 없는 복잡함을 담아 케일을 바라보고 있었다.
“음?”
그러다 한 놈이 론의 눈에 들어왔다.
“으, 읍! 읍!”
반삭발 드래곤 라쉴에게 얻어터져 얼굴이 엉망이 된 놈. 사자족 왕 도르프가 눈을 크게 뜬 채 붉은 나무를 바라보며 몸을 뒤틀어댔다. 경악과 충격이 뒤섞인 얼굴이었다.
“이 새끼가 눈치도 없게, 갑자기 왜 낑낑대?”
라쉴이 거슬린다는 듯 손바닥을 치켜들었다.
퍼억!
“커억!”
도르프는 라쉴에게 뒤통수를 거하게 얻어맞고 고개를 숙인 채 부들부들 떨어댔다. 라쉴은 짧게 콧방귀를 끼더니 입꼬리를 삐죽 올렸다.
“고대의 힘을 얻는 장면은 나도 처음이군. 역시 이 몸이 인정한 인간다워-, 가 아니지. 야! 저거 괜찮냐?”
라쉴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케일 헤니투스가 고대의 힘을 더 얻어도 되냐? 쟤 그릇 괜찮냐?! 다시 깨지는 거 아냐?”
침착한 론과 달리, 그 말을 들은 몇몇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릇이… 다시 깨진다니요?”
바센이 나직이 되물었고, 라쉴은 그것도 모르냐는 듯 띠거운 표정으로 툭 내뱉었다.
“케일 헤니투스의 그릇은 넓지만 이미 꽉 찬 것이나 다름없지. 고대의 힘을 하나 더 받으면 그릇이 산산조각 날걸?”
“그, 그러면 어떻게 되는데요?”
갑자기 릴리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라쉴은 이 귀찮은 것들 때문에 짜증이 일었지만, 이내 꾹 참고 퉁명스레 답했다.
“어찌 되긴, 그릇이 깨지면서 죽지. 이때까지 그럴 뻔한 적이 꽤 있다고 들었다만? 이번은 정말 위험할걸?”
“…라쉴 님.”
론이 가로막으려고 했으나, 이미 라쉴의 말은 내뱉어진 뒤였고 릴리와 바센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라쉴은 언덕 아래쪽을 쳐다봤다.
“누구야?”
“…공작 부인이십니다.”
론은 라쉴의 물음에 답하며 막 이곳에 모습을 드러낸 공작 부인 바이올란의 창백한 얼굴을 바라보았다.
론이 아는 바이올란이라면 케일이 이곳에 있는 동안엔 웬만하면 이곳을 찾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저 멀리서도 보일만큼 선명한 붉은 나무와 언덕에서 퍼지는 굉음에 케일이 걱정되어 달려왔을 터.
그것도 홀로 달려왔다. 함께 오려는 이들이 많았을 것인데, 혹여 많은 이들을 데리고 오면 조용히 친어머니의 무덤으로 가려던 케일에게 방해가 될까 싶어 혼자 온 것이리라.
그렇게 혼자 급히 왔는데, 들은 소리가 라쉴이 하는 말이었으니.
‘쯧.’
론은 속으로 짧게 혀를 차며 살짝 바이올란에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바이올란 공작 부인은 이내 걸음을 멈추고는 더 이상 다가오지 않은 채 나무 뒤로 사라졌다.
그때, 릴리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 막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
“글쎄.”
라쉴은 조금 전만 해도 케일이 괜찮냐고 물어대던 것과 달리, 묘한 표정으로 가만히 서 있었다.
“케일 헤니투스가 자신의 몸 상태를 모르는 것도 아닐 테고. 그가 이런 선택을 했다면 일단 지켜봐야겠지.”
위대한 라쉴로서는 그나마 말이 잘 통하는 케일 헤니투스가 걱정되었지만, 그를 막을 권리가 자신에게는 없었다.
하지만 릴리와 바센은 달랐다. 바센은 저도 모르게 붉은 나무로 다가갔다.
“그럴 순 없습니다. 더 이상은 이래선 안 됩니다. 형님 몸이 위험할 수도 있는 일이라면, 하지 않는 것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라면?”
“…네?”
그는 들려온 목소리에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분홍 뽀글머리의 도도리는 팔짱을 낀 채 굳은 얼굴로 서 있었다.
“케일 헤니투스는 본인의 몸에 무리가 가는 일이라는 걸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 거야. 그것을 앎에도 이런 선택을 했다면. 승리하기 위해서, 이기기 위해서 이 방법밖에 없다는 생각 때문이겠지.”
바센의 입이 벌어지며 작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나는 케일 헤니투스의 그 선택을 존중해.”
도도리는 그렇게 말하고 눈을 살짝 감았다.
영웅.
그 이름은 한 존재의 탄생과 함께 붙여지는 것이 아니었다.
그가 살아온 길. 그가 해온 무수한 선택들. 그가 해온 많은 일들. 그 모든 것들이 한데 뭉쳐 결과로 나타났을 때, 사람들은 그 결과로 ‘영웅’이라는 이름을 그 존재에게 붙여주었다.
그 순간 영웅은 탄생한다.
“그가 짊어진 짐을 이해할 수 없다면, 그 선택이라도 존중해야 하는 법.”
어리게만 보이던 도도리의 눈동자에 스스로의 생각이 드러난 그 순간.
“우리 인간 괜찮을 건데?”
라온의 의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라쉴과 도도리, 남매의 시선에 의아한 얼굴의 홍과 라온, 고개를 가로젓는 온이 담겼다.
‘음?’
그 모습에 도도리가 의아함을 느낀 바로 그때.
“!”
도도리와 라쉴. 그리고 라온의 시선이 붉은 나무로 향했다.
“이게 무슨……!”
라쉴은 저도 모르게 한 손으로 소름이 돋은 제 팔을 문질렀다.
쿵!
그 바람에 사자족 왕 도르프의 안면이 속절없이 땅과 부딪쳤지만, 라쉴이 알 바는 아니었다. 라쉴은 한쪽 발로 엎어져 있는 도르프를 누르며 혀로 입술을 축였다.
‘뒤틀린다.’
용.
그 위대한 존재인 자신조차 알 수 없는 기묘한 뒤틀림이 소리 없이 한 곳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그곳은 바로 반짝이는 붉은 잎들의 한가운데. 케일 헤니투스가 있는 곳이었다.
‘뭐지? 무슨 뒤틀림이지?’
라쉴은 무언가 일어난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도도리조차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들은 나서지 않았다.
‘…작은 힘이야.’
‘미약하다.’
정체를 모르는 것이지만 그 뒤틀림이나 힘의 크기가 작았다.
라쉴과 도도리는 일단 지켜보는 쪽을 택했다.
그러나 한 존재. 꽉 주먹을 쥔 양 앞발 안에 땀이 맺히는 검은 용. 어린 용은 본능적으로 지금 무엇이 움직이는지 깨달았다.
‘시간이……!’
하늘도 땅도 아닌. 공기보다 더 존재감이 없지만 분명히 흘러가며 그 법칙은 자연만큼 절대적인 존재.
라온은 붉은 나무를 중심으로 시간이라는 존재가 뒤틀리는 것을 느꼈다.
‘아냐! 이건 시간이 아냐!’
라온은 저 위대한 존재감은 단순히 시간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 뒤틀림 속에 시간 그 이상의 것이 아주 작게 숨겨져 있었다.
시간보다 더 거스를 수 없는 무언가.
단 하나의 단어가 라온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이 자리의 어느 누구도, 심지어 다른 용들도 알아차리지 못한 뒤틀림의 본질을 라온은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아직 어리기에, 미숙하기에 제대로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머릿속에 각인되듯이 새겨지는 단어.
‘…운명……!’
지금 케일 헤니투스에게 향하는 힘은 운명이다.
아주 작고 미약한 힘이지만, 그 무엇보다도 위험한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 힘이 인간에게 가면 위험하다……!’
쿵. 쿵. 라온은 심장이 뛰었다. 그의 내부에 존재하는 무언가가 꿈틀거렸다. 한 움큼도 안 되는 마른 풀에 들러붙은 불씨처럼. 아주 작지만 마른 풀을 집어삼킬 맹렬한 무언가가 라온의 내부에서 일어났다.
케일이 위험하다는 생각에 라온은 이를 알아채지 못했다.
쿵. 쿠쿵. 하지만 그 힘은 라온도 모르게 조금씩 붉은 나무 위에 자리하는 아주 작은 힘을 노렸다.
절대적인 무언가를 없앨 수 있는 유일한 힘이라는 듯.
한 생명체에게 주어진 굴레를 꺾을 순간은 지금. ‘현재’뿐이라는 듯.
파아아앗–!
그 순간, 붉은빛이 라쉴과 도도리를 포함한 모두의 눈을 뒤덮어버렸다.
마치 핏속에 잠긴 듯 사방이 붉게 물든 그때, 한줄기의 바람이 불었다.
시야를 가린 피를 씻겨내듯 붉은빛이 바람에 사그라들며 그들은 붉은 잎사귀 나무 위에 떠오른 케일 헤니투스를 볼 수 있었다.
“아.”
라온은 씨익 입꼬리를 올리는 케일의 얼굴을 보고 얕은 탄성을 흘렸다.
그러자 라온도 알아차리지 못하게 피어올랐던 작은 힘이 이내 사그라들며 내부 깊은 곳으로 가라앉았다.
“인간아!”
라온은 저도 모르게 케일을 불렀다.
그때, 피처럼 붉은빛들이 케일에게로 향했다.
붉은빛이 해일처럼, 성난 파도처럼 케일을 덮치려 했다.
“이상하네.”
하지만 케일은 다른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따뜻하다.’
파괴적인 겉모습과 달리 그를 덮치려는 붉은빛에게서 케일이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따스함이 느껴졌다.
휘이이–
케일은 저를 감싸던 회오리바람을 서서히 거두며 붉은빛의 파도를 향해, 나무 속성 고대의 힘 ‘생의 나이테’를 향해 다가갔다.
“안 돼-!”
“이런!”
나무 아래 몇몇의 외침은 케일에게 잘 들려오지 않았다.
그저 케일은 눈을 감고 집중했다. 그리고 자신의 내부에 존재하는 능력을 피워 올렸다.
그 순간.
-…깜찍아, 너 내 핏줄이구나?
묘한 기색을 담은 주르 템스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이내 그녀가 조금은 반갑다는 듯 이어 말했다.
-나 여기 들어가면 되지?
케일은 그 순간 눈을 떴다.
그의 손에는 일기장이 하나 들려 있었다.
주르 템스가 남긴 유품.
다이어리.
그 다이어리에 케일의 ‘포용’ 능력이 발휘되었다.
“네. 여기 들어가시면 됩니다.”
더 이상 고대의 힘을 받을 그릇이 턱없이 부족한 케일.
그는 새로이 얻은 힘을 포용을 통해 다이어리에 담았다.
-다행이네. 깜찍해서 통과해주기는 했지만, 그래도 템스가여야 이 힘을 제대로 쓸 수가 있거든.
갈색의 평범한 다이어리. 그곳으로 붉은빛이 덮쳤고 케일은 눈이 부셔 살짝 눈을 감았다가 떴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는 다이어리를 쥔 손을 통해 그 안에 담기는 힘을 느꼈다.
“변했네.”
케일은 다시 눈을 떴을 때, 붉은 나뭇잎에 포근히 감싸인 채로 제 손에 들린 붉게 변한 다이어리를 볼 수 있었다. 더 이상 주르 템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케일은 묘한 눈으로 다이어리의 표지를 매만졌다.
이제 그가 포용으로 거두어들인 힘은 저번의 땅의 힘을 비롯하여 그 수가 꽤 되었다.
‘검은 세계수도 있었지.’
이번에 세계수를 만나러 가면서, 저번에 몰든 왕성 지하 미로에서 거두어들인 가짜 세계수의 미래에 대해 한번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터.
케일은 머릿속의 생각을 정리해나갔다.
“음!”
그때 케일이 멈칫하며 눈을 크게 떴다.
촤라라라락—
다이어리가 그의 손을 벗어나 스스로 페이지를 넘겼다.
빈 페이지가 펼쳐졌고, 그 위에 붉은 글자가 떠올랐다.
케일은 이 글자의 주인공이 조금 전 포용한 주르 템스의 힘임을 깨달았다.
“네. 진짜입니다.”
잠시 다이어리에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케일은 가만히 다이어리를 지켜보았고, 그 시선을 느낀 것인지 이내 다이어리에 작은 글자들이 떠올랐다.
영문을 알 수 없는 문장이었다. 하지만 활자임에도 힘이 없고 슬픔이 가득해 보였다.
케일이 알기론 데르트 공작이 말한 주르 템스는 아카데미에서 데르트를 만났을 쯤 진작 가문이 망했고, 직계가 모두 죽고 혼자였다. 그는 잠시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절대 관심을 두지 않으려고 했던 문제인, 템스 가문에 대해 살짝 물어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케일보다 주르 템스가 먼저 제 뜻을 글로 전했다.
그리고 이어진 문장.
케일의 표정이 굳어졌다.
“인간아, 다 끝났나?”
라온이 날개를 파닥이며 케일의 곁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케일은 그 물음에 답하지 못한 채 다이어리를 뚫어질 듯이 바라봤다.
케일이 단생자라고 추정하는 이가 한 명 있었다.
바로 최한이었다.
***
“최한.”
“네. 저하.”
톡. 톡. 알베르는 퍼슬 시청 회의실에 자리 잡은 기다란 원탁을 검지로 두드리며 툭 내뱉었다.
“해볼까?”
“뭘 말씀이십니까?”
최한과 알베르의 시선이 서로를 향했다.
알베르의 입꼬리가 삐뚜름하게 올라갔다.
“죽은 척.”
“…네?”
최한의 표정이 순하기는커녕 대놓고 떨떠름해졌으나, 알베르는 화사한 미소를 지었다.
“첫 번째는 케일 헤니투스.”
현재 사경을 헤맨다고 알려진 이들.
“두 번째는 위대한 골드 드래곤 에르하벤 님.”
알베르의 손가락이 자신과 최한을 가리켰다.
“그리고 세 번째는 나. 그리고 네 번째는 우리 스승님.”
최한의 표정이 묘하게 변해가는 것을 본 알베르가 산뜻하게 말했다.
“최한, 한번 죽어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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