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675
674화.
이상한 감정이었다.
검붉게 변한 괴물의 눈동자가 오로지 알베르만을 담았건만, 알베르는 두려움에 휩싸이기는커녕 오히려 감정이 고조되는 것을 느꼈다.
‘잡고 싶다.’
저 괴물 놈을 내가 잡아버리고 싶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알 수 없는 감정이었다.
-알베르 님.
-저하.
그때, 알베르는 동시에 두 존재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들려왔다.
-이 태랑과 함께라면, 알베르 님께서는 충분히 사자용을 척살하실 수 있습니다. 이 태랑을 의심하시면 곤란합니다. EX급 무기의 성능은 무궁무진합니다. 특히 사자용을 상대함에 있어 최고의 기량을 뽐낼 수 있습…….
태랑이 기계적인 음성으로 쉴 새 없이 말을 내뱉었다.
-저하. 술 취하셨습니까?
그리고 케일은 짧게 말했다.
알베르는 케일의 말을 듣자마자 표정이 떨떠름해졌다.
-혼자서 잡다가 세상과 안녕하고 싶으십니까?
거, 참 살벌하게 말하네.
알베르는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고조되던 감정이 이상할 정도로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그러자, 자신의 생각이 얼마나 대책 없는 것이었는지 깨달았다.
‘내가 잡는다고?’
지금도 용 두 마리와 그에 버금가는 용 혼혈이 도와줘서 가능한 일인데?
알베르는 깔끔하게 조금 전의 감정을 지워냈다.
대신 한숨처럼 내뱉었다.
“나 이제 죽으면 되는 건가?”
케일에게 한 말이었다.
-…이 태랑, 방금 헛소리를 들은 것 같습니다. 시스템 이상이 있나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무기를 쥔 자는 결코 물러날 수 없는, 아니, 어쨌든 확인해보겠습니다.
하지만 태랑이 놀라서 반응했다. 물론 그 놀라는 것이 전혀 놀라는 것으로 안 보였지만.
꿀꺽.
알베르는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들끓던 욕망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냉정이 찾아드니. 알베르는 비로소 저를 응시하는 검붉은 눈동자가 제대로 보였다.
“…위험… 긴급 변수 발생… 반드시 척…살…….”
사자용은 방패를 든 채 중얼거렸고, 알베르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올라간 입꼬리는 살짝 바들바들 떨렸다.
“좀 살벌한데?”
그는 케일을 불렀다.
“동생. 나 지금 죽은 척해도 되냐?”
-안 되는데요?
“참, 말 한번 거침없이 불경하게 하는구나.”
-잠시 바쁩니다.
“…허?”
알베르는 기가 차서 탄식을 흘렸다.
‘바쁘다고? 나도 바쁜데? 이런 오만방자한 불경한 놈을 보았나!’
하얀 투구 속 알베르의 얼굴이 왈칵 구겨졌다. 그는 곧바로 팔을 들어 올렸다.
철컥.
총구가 다시 한번 저를 보는 괴물에게로 향했다.
차갑게 가라앉은 알베르의 눈동자만큼, 총구는 조금의 떨림조차 없었다.
“뭐, 나도 내 할 일 해야지.”
방아쇠가 당겨졌다.
타앙-!
다시 한번 총성이 하늘에 울려 퍼지는 그때.
끼이익.
퍼슬시청 부지 내 외진 곳에 자리한 마구간. 오래전에 버려진 곳으로, 사람들이 발길을 끊은 지 상당한 시간이 흐른 곳이었다.
그 마구간의 낡은 문이 열렸다.
말은 한 마리도 없는, 메마르고 오래된 건초들만이 자리한 곳에 검은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이가 들어섰다.
“케일 님.”
“왔냐?”
복면을 벗어 던지자, 흑발의 남자. 최한이 모습을 드러냈다.
최한의 눈동자에 건초들 위로 자리한 수많은 영상통신구들이 보였다.
그 수는 대략 오십여 개에 달했다.
“어디서 다 구하셨습니까?”
“로잘린 씨. 마탑에 들어갈 비품 좀 빌렸어.”
현재 에르하벤 곁에서 그를 간호한다는 명목으로 머물며 주변을 감시 중인 로잘린. 그녀에게서 빌린 오십여 개의 영상통신구가 빛 하나 들지 않게 막아놓은 좁고 낡은 마구간 곳곳에 자리해 있었다.
‘이곳에-’
최한은 생각했다.
이 좁은 마구간에.
‘퍼슬시 전체가 다 있군.’
감탄이 담긴 생각이었다.
오십여 개의 영상통신구는 모두 다른 장소를 찍고 있었다.
퍼슬시청 안.
퍼슬시 광장.
퍼슬시 성벽 밖.
주요 길목들.
셀 수 없는 장소들이 실시간으로 여러 방향의 영상통신구 화면을 통해 전달되고 있었다.
즉, 이곳에 오십여 개의 영상통신구가 있다는 말은 이 화면을 담아내는 영상통신구도 오십여 개란 소리였다.
그리고 저 영상통신구들의 주인은 로잘린이 아니었다.
“클로페 세카가 어떻게 이렇게 많은 영상통신구를 소유하고 있는지… 놀랍군요.”
“그래, 마법사가 없어도 되는 영상통신구를 만들 줄이야. 수량도 놀랍지만, 그 발명도 놀랍지. 영상저장구도 있다고 들었는데 말이야.”
케일은 여상스러운 태도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의 눈동자는 쉴 새 없이 오십여 개의 영상통신구들을 훑고 있었다.
“어쨌든 덕분에 쉽게 됐어. 은밀히 움직일 수 있으니까.”
마법사가 없어도 되는 영상통신구들은 모두 믿을 수 있는 아군들에게 전해져 퍼슬시 곳곳을 담고 있었다.
“후우.”
케일의 입에서 짧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어느덧 초겨울이었다.
이 마구간 안의 온도는 상당히 낮은 편이었으나, 케일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그는 안 그래도 꽤 많이 풀어져 있는 셔츠 단추를 하나 더 풀며 라온에게 말했다.
“라온, 저기 위퍼 왕국군 쪽 화면 확대해 봐.”
“알았다, 인간아!”
이곳에 있는 오십여 개의 영상통신구. 그것을 하나하나 컨트롤하는 존재는 당연히 라온이었다.
오십여 개의 영상통신구는 라온의 마나에 의해 케일이 원하는 바를 보여주고 있었다.
‘배운다!’
그리고 라온은 땀을 흘리며 영상통신구들을 눈에 담고 있는 케일을 유심히 관찰하는 중이었다.
배우고 싶었으니까.
케일은 그 낌새를 알아챘지만, 별다른 말 없이 슬그머니 다가온 홍이 건네는 컵을 받아들었다.
“음?”
“론 할배가 챙겨주라고 했는데!”
“…그래?”
얼음이 동동 뜬 레모네이드였다.
케일은 떨떠름한 시선으로 컵 안의 레모네이드를 바라보다가 씨익 웃는 홍을, 레모네이드가 든 병을 들고서 시선을 회피하는 온을 차례로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래, 확인해봤나?”
이내 떨떠름한 시선은 서늘하게 가라앉아 최한을 응시했다.
“네. 확인했습니다.”
최한의 답이 들리는 순간, 케일의 시선은 다시 영상통신구들에 담긴 퍼슬시 곳곳으로 향했다.
최한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총 세 명이 빕니다.”
“…그래?”
묘한 기색이 케일의 얼굴 위로 드러났다.
최한의 표정도 어느새 굳어졌다.
“네. 데르트 공작님께서 데리고 온 인원 중 세 명이 빕니다.”
“도도리를 제외하고?”
“네. 총 3명의 소재지가 현재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데르트 공작이 서대륙 곳곳에서 불러모은 강자. 그들 중 퍼슬시로 온 인원에서 세 명이 현재 감쪽같이 사라졌다.
“하나도 아니고 셋이라.”
피식. 케일은 웃음을 흘렸다.
검은 기사 후베샤 백작은 분명 하얀 별이 데르트 공작 밑에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
“후베샤 백작의 말이 사실이라면, 하얀 별은 현재 아버지가 데리고 온 병력 중에 숨어 있겠지.”
그런데 이상했다.
“별다른 전투도 하지 않았는데, 3명의 인원이 빈다?”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었다.
최한은 자신이 생각한 바를 말했다.
“후베샤 백작의 말이 틀렸거나, 혹은 하얀 별이 또 다른 행동을 시작했다는 의미로 볼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케일은 한 화면을 가리켰다.
라온이 크게 확대한 화면. 알베르가 다시 드래곤 밀라의 등에 올라타 총을 쏘는 모습이 보였다.
케일은 다시 하나를 더 가리켰다.
그 화면이 알베르가 있는 화면만큼 확대되자, 그곳엔 아버지 데르트 헤니투스가 나타났다.
“세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다.”
“첫 번째, 하얀 별이 현재 아버지가 모집한 강자들 속에 숨어 있는데, 우리가 아직 알아채지 못한 것이거나.”
하얀 별이 새로이 얻은 땅 속성 힘. 변장에 능한 그 힘으로 아직도 아버지 밑에 숨어 있거나.
“두 번째, 사라진 세 명이 하얀 별, 혹은 그와 관련된 자들이라 우리의 탐색을 피해 숨었거나.”
하얀 별과 그의 수하들이 작정하고 숨는다면, 짧은 시간에 사라진 세 명을 찾기가 힘들 터.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그 세 명이, 혹은 그 세 명 중 하얀 별이 또 다른 모습으로 변장해 퍼슬시 어느 곳으로 숨어들었거나.”
“세 번째일 확률이 높아 보입니다.”
최한은 케일의 말을 이어받았다.
“하얀 별은 현재 우리 쪽의 정보가 필요할 겁니다. 케일 님과 왕세자 저하, 에르하벤 님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겠죠.”
그런 상황에서 데르트가 데려온 강자 속에 가만히 있는다?
최한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곳에선 정보를 얻기 힘들다.’
아무리 데르트가 데려온 강자들이라고 해도, 그들은 용병 격으로 자세한 정보를 얻기 힘들다.
‘그리고 숨어버린다면 정보를 더욱더 얻기 힘들다.’
최한은 나름의 답을 내렸다.
“하얀 별이라면, 분명히 또 다른 모습으로 변장해 이곳에 스며들어 아군의 상태를 알아내고자 할 겁니다.”
케일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단호히 답했다.
“어느 것 하나 사실로 드러나기 전까진 확신을 가져선 안 돼. 세 가지 모두 가정하고 움직이도록. 라크와 움직이면 되겠나?”
“네. 충분히 은밀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퍼슬시 모든 인원들에 대해 최소한의 파악을 하려고 합니다.”
단순히 데르트 공작 밑에 있는 강자들뿐만 아니라, 이제는 퍼슬시 전체에 있는 모든 인원에 대해서 알아봐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분명 시간이 오래 걸릴 일에, 최한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생각보다 하얀 별이 철두철미한 것 같습니다.”
“글쎄.”
최한은 의뭉스러운 목소리에 시선을 돌려 케일을 바라봤다.
툭. 툭.
케일은 입꼬리를 올린 채, 무릎 위에 올려진 그의 손가락을 리드미컬하게 움직였다.
“누굴까?”
퍼슬시 곳곳에 담기는 화면을 눈에 담는 케일의 눈동자.
그 안에는 사냥감을 찾는 포식자의 숨죽인 인내심이 담겨 있었다.
“하얀 별. 네놈은 누가 되어 나타날까?”
수많은 사람들을 모두 머릿속에 기록하는 케일.
케일은, 김록수는 회사 일을 할 때 관찰할 대상이 괴물만 있지 않았다. 어떤 때에는 사람을 더 많이 관찰했었다.
길드와 협회 등에 대해 은밀히 조사할 일도 많았으니까.
케일은 그때의 경험을 다시 일깨우며, 숨어든 적을 찾고 있었다.
최한이 그런 케일의 곁으로 다가와 입을 열었다.
“하얀 별이 누가 되어 나타날지는 알 수 없지만, 언제 나타날지는 가늠이 되는군요.”
그의 시선이 사자용과 싸우는 동료들이 있는 화면으로 향했다.
그중 알베르 크로스만에게서 멈췄다.
“저하께서 사경을 헤맬 때. 그때 하얀 별이 나올 것 같습니다. 아니, 나올 겁니다.”
케일은 영상통신구를 하나 집어 들었다.
유일하게 검은 화면이 담기는 영상통신구.
“저하. 시작하시죠.”
***
-저하. 시작하시죠.
알베르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
“총공세에 들어갑니다.”
세 동료에게 말하고 난 후, 그는 잠시 아래를 내려다봤다.
로운의 병사들. 멀리 있어 보이지 않지만, 이곳을 올려다보는 듯한 모습. 분명 알베르를 바라보는 그들의 눈동자에는 수많은 감정들이 담겨 있으리라.
기대. 소망.
혹은 걱정.
긍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이 혼재돼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긍정적인 감정이 더 클 터.
알베르가, 로운의 왕세자가 괴물에게 처음으로 상처를 입혔으니까.
그리고 용이, 그 두 마리에 버금가는 존재가 하나 있으니까.
“조금은 아쉽군.”
그러나 지금부터 알베르는 저 눈동자들 속의 기대를 무너뜨려야 했다.
“지지 않는 존재가 되고 싶었는데 말이지.”
지지 않는 태양이 되고 싶었다.
이는 지금도 변함이 없었다.
허나 태양도 한 번씩은 구름에, 어둠에 가려지는 법이었다.
그리고 잠시 뒤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알베르 자신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잠시 가려졌다가 다시 모습을 나타낼 것이다.
“왕세자. 갑니다.”
“네.”
알베르를 태운 밀라의 몸체가 빠른 속도로 사자용에게로 돌진했다.
그리고 잠시 뒤.
누군가의 탄식이 터져나왔다.
“아…….”
괴물 사자용의 입에서 검붉은 무언가가 뿜어져 나왔고, 이는 고스란히 알베르를 덮쳤다.
동시에 검붉은 빛이 사방을 뒤덮으며 전투를 지켜보던 모든 이들의 시야를 가렸다.
“아, 안 돼……!”
“저하!”
그리고 로운의 새로운 태양이 추락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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