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681
680화.
제기랄! 빌어먹을!
알베르 크로스만은 곧바로 몸 밑에 숨겨두었던 창을 꺼내 들며 침대를 박찼다.
‘속았다!’
지금 최한의 검이 향하는 곳에 있는 저자는 데르트 헤니투스가 아니다.
다시금 뿔피리 소리가 들려왔다.
뿌우우—우우-뿌우우-!
뿔피리 소리는 뜻하는 바에 따라 그 음이 달랐다.
조금 전이 전쟁을 알리는 신호였다면, 지금 울리는 소리는 출정 혹은 돌격을 뜻했다.
그의 몸은 저도 모르게 멈칫하며 시선이 밖으로 향했다.
기사단장이 검을 뽑아 드는 것이 보였다.
뒤이어 다른 기사들이 무기를 뽑아 들었고, 마법사들이 퍼슬시청에서 광장 쪽을 향해 대단위 마법을 준비하고 있었다.
알베르 크로스만의 눈동자가 데르트 헤니투스의 눈동자와 마주쳤다.
씨익.
“말했잖아. 회의 뒤처리하느라 늦었다고.”
데르트 헤니투스가 웃었다.
알베르는 깨달았다.
‘하얀 별이다.’
저놈은 하얀 별이다.
확신이었다.
동시에 강한 의문이 들었다.
‘…언제? 어떻게?’
언제부터 하얀 별은 데르트 헤니투스 공작 흉내를 냈단 말인가?
그동안 알베르는 공작에게서 조금의 어색함조차 느끼지 못했었다.
‘분명 케일 헤니투스는 데르트 공작에게 친모의 무덤에서 일기장을 꺼내 보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적어도 퍼슬시를 떠나기 전, 케일이 만났던 데르트 공작은 본인일 확률이 높았다.
‘그리고 케일이 세계수를 만나고 돌아오자마자 만난 데르트 공작도 본인일 확률이 커.’
데르트 공작은 케일에게 친모 무덤에 잘 다녀왔냐고 먼저 넌지시 물었으니까. 케일이 먼저 말을 꺼낸 것도 아니었고, 이는 미리 알고 있는 정보여야 가능했다.
‘그렇다면 그 이후다.’
하얀 별과 데르트 공작이 바뀐 것은 그 이후라고 보는 편이 맞았다.
‘어떻게 그사이에!’
데르트 공작이 이번 알베르의 죽은 척 작전에 함께하기로 한 후, 그의 대부분 행동반경은 알베르와 케일이 모두 파악하고 있었다.
일부러 알고자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함께 일하니 알게 되는 부분이었다.
‘데르트 공작은 그간 특별한 장소에 가지도 않았어.’
또한 케일이 최한에게 부탁해 혹시 모를 하얀 별의 기습이나 납치를 피하기 위해, 밤마다 데르트 공작의 침실을 지키게 했었다.
‘언제 우리의 시선을 피한 것이지?’
알베르는 깊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속았다.
졌다.
그런 감정이 치밀어 올랐다.
“빌어먹-”
콰아아아앙—
그의 뒷말은 굉음에 묻혔다.
최한의 검에서 치솟아 오른 반짝이는 검은 오러가 난폭하게 일렁였다.
“어떤가? 당해본 소감이?”
그리고 그 검은 오러와 맞닿아있는 단도 크기 정도의 타오르는 불의 검에 가로막혔다. 그 검을 잡고 있는 것은 데르트 헤니투스의 손이었다.
그는 담담하게 다른 한 손을 움직였다.
콰아아앙!
베이지색 마나가 바람의 벽과 부딪치며 순식간에 부서졌다.
덜컹!
그 압력에 침실의 창들이 폭발하듯 열려버렸다.
그러자 바깥의 풍경이 더 선명하게 보였다.
붉게 물든 하늘 사이로 조금씩 남색 어둠이 내려앉으며 밤이 찾아오려는 때.
쏴아아아-
시린 겨울바람이 창 안으로 불어 들어왔다.
“각자의 주둔지로 찾아가서 말했지. 성자가 왕세자의 상태를 보았는데, 내부가 진탕된 원인은 괴물의 공격에 담겨있던 독기 때문이라고. 이걸 치료하려면 괴물의 피가 필요하다고.”
바람을 타고 데르트의 목소리가 방안을 채웠다.
***
그 시각, 로잘린은 고룡 에르하벤의 곁을 떠나 황급히 기사단장에게로 다가갔다.
“이게 무슨 일입니까!”
“마탑주님. 못 들으셨습니까? 하긴, 다급하게 결정된 사항이고 급한 일이다 보니 미처 못 들으셨을 수도 있겠군요.”
“무슨 소릴 말입니까?”
기사단장은 비장하게 굳은 얼굴이었지만, 살짝 미소를 그렸다.
로운을 도우려 노력하는 로잘린에게 설명을 할 작은 틈은 있었으니까.
“왕세자 저하의 치료를 위해 괴물의 피가 필요합니다. 12시간 안에 피를 구하지 못하면 저하께서는… 힘드시다고 합니다.”
“…그래서요?”
“그래서 로운 병력과 지원군들이 1차 공격을 하며 괴물의 주의를 끌면, 저하를 제외한 낮 전투 때의 인원들이 나서서 일시에 기습공격을 해 피를 채취하겠다고. 계획이 정해졌습니다. 그리고 신전이 열리면 그에 대한 대비도 다 해놓으셨다고 합니다.”
로잘린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진정시키며 물었다.
“누가요? 누가 그런 계획을 이리 급하게 세웠다는 겁니까?”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리타나와 툰카가 그녀를 알아보고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고국. 브렉 왕국의 왕자, 동생이 슬그머니 웃으며 손을 들어 보였다.
그때, 기사단장이 어느 때보다도 힘차게 답했다.
“케일 경께서요.”
“…뭐?”
그녀는 저도 모르게 반말이 흘러나왔다.
누구?
케일 공자?
“데르트 공작님께서 케일 전 사령관께서 깨어났다고 하셨습니다. 그분이 일어나자마자 상황을 듣고 세우신 계획입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로잘린은 그런 계획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이, 이상하군요. 회의도 없었잖아요?”
“데르트 공작님께서 혹시 우리 안에 스파이가 있을 수도 있으니, 긴밀히 전해야 한다고 각자의 주둔지에 오셔서 전하셨습니다. 아마 스파이가 있다면, 그들 눈에는 데르트 사령관님이 주둔지를 둘러보며 그저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보였을 겁니다.”
하하.
기사단장은 짧은 웃음을 터트렸다. 정말 웃음이 나와서라기보다는 마음을 안정시키려는, 결의를 다지는 소리였다.
“케일 경도, 공작님도 참 든든하지요?”
“그런-”
말도 안 돼!
라고 외치려던 로잘린은 이어지는 기사단장의 말에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골드 드래곤께서도 곧 회복하신다면서요? 위태로운 줄 알았는데. 역시 로잘린 님께서 곁에서 돌보신 덕입니다.”
“…그것도 데르트 공작께서 하신 말씀입니까?”
“네. 이제 저희는 드래곤 둘에, 본 드래곤, 거기에 최한 경과 케일 전 사령관님. 그리고 로잘린 님과 다른 지원군들이 함께이니.”
기사단장은 기사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무엇이 두렵겠습니까?”
“맞습니다!”
“두렵지 않습니다!”
기사들이 의연하게 외쳤다. 병사들도 기합과도 같은 소리를 내질렀다.
그리고 밝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그들은 두려웠다.
무서웠다.
그 괴물의 시선을 끌어야 한다니. 고작 시선을 끌다가 죽을 수도 있었다. 아니, 죽을 것 같았다.
그래도 싸워야 했다.
“공작께서, 케일 전 사령관의 아버지께서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기사단장은 마음에 깊이 스며들었던 말을 천천히 내뱉었다.
“이번에야말로, 함께 싸우면서 아들에게 나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소.”
데르트 공작이 긴밀히 찾아와 모든 작전을 설명한 후 건넨 말. 그 말이 기사단장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그 말씀을 하시는데, 제가 많은 것을 깨달았고, 제 마음도 같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대단한 영웅들의, 위대한 존재들의 싸움을 그저 지켜만 보았다.
두려움에 떨며, 경이를 터트리며, 분노를 참으며.
그리고 결국에는 그들의 빛들이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기사단장은 이제 두려움을 버리고, 경이로움을 삼키며, 분노를 터트리기로 하였다.
멈추기보다는 나아가는 쪽을 택했다.
“우리는 승리할 것입니다. 다시 태양이 떠오를 수 있도록, 새로운 태양, 로운의 미래가 떠오를 수 있도록. 우리가 밤을 끝낼 것입니다.”
이곳에 있는 자들은 두려움을, 이 어둠을 그들의 손으로 끝내기로 마음먹었다.
“…마탑주님……?”
기사단장은 멈칫하며 침을 삼켰다.
“로, 로잘린 님?”
“하하, 하하하-”
로잘린이 웃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그녀는 붉은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단 한마디를 남겼다.
“…감히.”
그 한마디와 함께 그녀의 발끝에서부터 붉은 마나가 화염처럼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콰아아아앙—!
굉음이 울려 퍼졌고, 로잘린은 검은 흑룡이 어느 한 방의 창을 뚫고서 밖으로 튀어나오는 것을 보았다.
“최한–!”
흑룡과 함께 최한이 튀어나오고 있었다.
“내가 이전과 같다고 생각하면 곤란하지.”
최한과 흑룡을 동시에 밖으로 튕겨내어 버린 장본인. 데르트 헤니투스는 침실에 남은 이들을 보며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굉장하군요.”
입을 연 것은 드래곤 밀라였다.
정말로 어떠한 낌새도 저 데르트 헤니투스의 가면을 쓴 자에게서 느껴지지 않았다. 이질감은 조금도 없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밀라는 하얀 별이 가진 기운을 하나도 감지할 수 없었다.
“네놈! 하얀 별, 맞지?!”
채앵!
소드 마스터 하나가 곧바로 검을 뽑아들었다.
“글쎄.”
그러나 이어진 데르트 헤니투스의 의뭉스러운 말에 하나는 멈칫해야 했다. 어쨌든 그 외양은 너무나도 케일 헤니투스의 아버지와 같았으니까.
“글쎄는 무슨 글쎄야.”
알베르의 얼굴이 구겨졌다.
그는 잠옷 차림으로 그대로 침대 아래로 내려선 채, 데르트 공작에게로 창을 휘둘렀다.
콰앙!
창과 검이 부딪쳤다.
“이 붉은 검! 이런 고대의 힘을 지닌 것은 하얀 별 네놈뿐이지.”
“잘 아네. 그렇다면 내가 달라진 것도 느끼겠지?”
그 말에 알베르는 입을 꾹 다물었다.
‘최한은 분명 기존의 하얀 별을 상대할 때 정도의 힘을 사용하였다. 그것도 나름 많은 힘을 쏟아.’
그런데 그런 최한이 손쉽게 튕겨져 나가버렸다.
그 이유는 한 가지로 추측할 수 있었다.
“…균형을 잡았다 이건가?”
땅 속성을 뺀 나무, 바람, 물, 불의 속성을 모두 지닌 하얀 별.
그는 땅을 가지면 자연 5대 속성을 모두 가져 균형을 이룰 수 있었다.
지금껏 불균형했던 하얀 별은 알게 모르게 모든 힘을 쏟아붓지 못했다.
“답을 아는군. 그런데 말이야.”
데르트 헤니투스는, 하얀 별은 웃으며 물었다.
“왜 이리 엉성하게 덤벼? 최한도 그렇고.”
데르트 헤니투스의 얼굴을 한 하얀 별은 그 답을 이미 알고 있었다.
“왜? 케일 헤니투스의 아버지가 어떻게 되었을까 봐? 죽었을까 봐?”
“이 새끼가!”
하나의 검에서 오러가 피어오르며, 그녀의 눈동자에 불길이 일었다.
그녀는 알베르와 대치 중인 하얀 별의 빈틈을 노렸다.
“커헉!”
하지만 하얀 별과 닿기도 전. 그녀의 몸은 튕겨져 나갔다.
“하나!”
성자 잭은 바닥에 나뒹구는 하나를 급히 부축했다. 하얀 별의 주위로 물과 바람이 뒤엉켜 두터운 벽이 둘러진 것이 보였다.
“데르트 공작은 어디에 있죠?”
밀라의 차분한 목소리에 하얀 별은 어깨를 으쓱여보였다.
우우웅—
베이지색 마나가 사방을 뒤흔들며 그 모습을 드러냈다.
하얀 별은 툭 내뱉었다.
“살아있어.”
알베르와 하얀 별의 눈동자가 서로를 향했다.
데르트 헤니투스의 얼굴로 하얀 별은 자상한 미소를 그렸다.
“물론 살려두고 싶다면, 나를 죽이면 곤란하고. 네놈들은 결코 찾을 수가 없거든.”
알베르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져갔다.
하얀 별의 불 검과 맞닿아있는 하얀 창이 잘게 떨리고 있었다.
우우웅—우우우—-
그리고 베이지색 마나의 진동이 더욱더 격렬해졌다.
바깥의 소리마저 들리지 않을 정도의 격렬한 파동이었다.
알베르도 드래곤도 분노하고 있었다.
이를 맛본 하얀 별은 입 밖으로 웃음이 새어 나왔다.
“아아.”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알겠군. 왜 너희들이 엉성하게 덤비는지 말이야.”
지극히 연극조였다. 누가 봐도 일부러 조롱하는 태도였다.
평범한 인상의 데르트 헤니투스였지만, 속에 든 것이 하얀 별이라 그런지 그 얼굴은 악귀처럼 보였다.
미소 하나조차 악의가 넘쳐흘렀다.
“내가 내 힘을 드러내면.”
하얀 별은 속삭였다.
“분명 사자용은 이쪽을 주시할 거다.”
강한 존재에게 반응하는 사자용.
“내 힘을 막으려 너도, 드래곤도 힘을 쓸 것이고. 그리되면 괴물은 움직이겠지?”
그 결과로.
“괴물은 이곳에 있는 강적을 죽이러 올 테고, 그 강적 앞을 가로막기 위해 약하디약한 로운의 병사들과 지원군들은 덤벼들 거야. 그걸 너도 알고 드래곤도 알지.”
잘못하다간 상상도 할 수 없는 참극이 벌어질지도 몰랐다.
우우우웅—
밀라의 마음을 반영한 듯 귀청이 아릴 정도로 마나들이 진동했다. 바깥에서 불어오는 바람조차, 한 줄기의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오로지 악귀의 간악한 목소리만이 들릴 뿐.
“마음이 약한 너희들은 그 괴물을 처치하러 가야 할 테고. 아이쿠! 그러면 나는 그냥 도망치면 되겠네? 데르트 헤니투스 목숨을 손에 쥐고 말이야.”
환한 미소가 하얀 별의, 데르트의 얼굴 위로 드리웠다.
“재밌겠지?”
그때였다.
콰직.
아주. 정말 아주 미세한 소리가 들렸다.
진동하는 마나에 의해 간신히 하얀 별의 귓가에 감지된 소리였다.
“……!”
순간 하얀 별의 눈동자가 커졌다.
피식.
알베르의 입에서 비웃음이 흘러나온 그때.
“변형해!”
알베르의 외침과 함께 그의 손에 들린 창이 모양을 바꾸었다.
창이 사라지고, 순식간에 밧줄이 되었다.
그 밧줄은 붉은 검을 옭아매었다.
그 순간, 문이 자랐다.
데르트 헤니투스의 탈을 쓴 하얀 별. 그의 뒤에 자리해 있던 닫힌 문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콰직. 콱.
나무줄기가 삽시간에 자라나 하얀 별의 몸을 옭아매기 시작했다.
‘저하. 아무래도 이상한 게 있어서요.’
‘뭔데?’
‘일단 침실 문 장식 틈새로 씨앗 몇 개만 심어두겠습니다.’
‘씨앗?’
‘그럴 일이 있어요. 아까 회의 때 찝찝한 게 있어서.’
‘쌍둥이?’
‘…있습니다. 아무튼. 제가 틀리면 좋을 일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서 말이죠.’
알베르는 대화의 한 자락을 떠올리며 미소를 그렸다.
밀라는 마나를 가라앉혔고, 소리를 차단하고 있던 마나의 진동은 어느새 사라졌다.
끼이익-
나뭇가지가 자란 문이 열렸다. 하지만 하얀 별로 인해 가로막혀 틈이 부족해 아주 작게 열렸다.
그리고 그 틈새로 한 사람의 눈동자가 나타났다.
그 눈동자는 방안의 풍경을 천천히 훑어보고 움직이다 한곳에 머물렀다. 바로 자신의 옆.
“찾았다.”
불길이 이는 듯 맹렬히 타오르는 암갈색 눈동자였다.
그 눈동자의 주인은, 케일 헤니투스는 나뭇가지를 떨쳐내려는 데르트 헤니투스를, 아니, 아버지의 탈을 쓴 놈을 바라보았다.
“하얀 별. 오랜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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