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683
682화.
“제정신이 아니군!”
“뭐가?”
케일의 목소리는 평온했다.
지켜보던 소드 마스터 하나는 저도 모르게 손으로 제 팔을 쓸었다. 팔에는 소름이 돋아 있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저 녀석의 끝은 어디지?’
하나는 창밖으로 방벽이 세워지며 사자용과 아군을 가로지르는 광경을 본 순간, 웃고 있는 케일 또한 볼 수 있었다.
저 녀석은 어디까지 내다보고 움직이는 걸까?
고작 스무 살인데, 저런 생각과 저런 태도는 어디서 오는 걸까?
“하!”
하얀 별은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케일을 바라봤다.
“지금 ‘뭐가?’냐고 한 건가? 분노에 사로잡혀 상황 파악이 안 되는 건가?”
쏴아아아-
하얀 별 주위로 서서히 바람이 모여들며 그를 감쌌다. 그의 옷자락이 점점 더 격렬하게 펄럭였다.
“마법도 안 되는 상태로, 사자용과 나를 상대한다?”
바람이 공간을 채웠다.
치익-.
진즉에 마법등은 마나 교란 장치로 인해 꺼진 상황. 방안을 밝히던 촛불마저 하얀 별의 바람에 사그라들어 버렸다.
창밖은 그래도 아직 주홍빛 하늘이 일부 남아, 완전한 어둠이 내리지 않았건만. 이 방안에는 어둠이 더 빨리 찾아왔다.
하얀 별은 웃으며 말했다.
“이 어둠 속에서?”
이 어둠 속에서 사자용과 자신을 상대한다?
그것도 완전해진 나를?
데르트 헤니투스라는 약점을 쥐고 있는 나를?
“바보구나.”
하얀 별은 탄식했다.
“케일 헤니투스. 역시 너는 나와 다르구나. 어리석구나.”
무엇을 어리석다고 말하는 것일까?
지켜보던 소드 마스터 하나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얀 별과 케일 헤니투스. 이 두 존재는 하나에게 있어 너무나도 다른 존재였다. 그런데 왜 하얀 별은 두 사람이 닮은 것들이 많지만, 결국에는 다른 존재라고. 그 사실이 안타깝다는 듯 말하는 것일까?
하나의 시선이 저도 모르게 케일에게로 향했다.
그때, 케일의 입이 열렸다.
“내가 왜 이러냐고?”
짙은 어둠이 아닌, 남색과도 같은, 아직은 덜 물든 어둠 속에서 케일은 담담하게 말했다.
“단 둘뿐이잖아.”
조곤조곤 내뱉는 목소리는 어둠 속에서 방안으로 퍼져나갔다.
“상대할 적은 단 둘뿐인데. 그것도 한 놈은 하얗고 너무 커서 잘 보이고. 한 놈은 내 눈앞에 있고.”
어둠 속 불꽃이 피어올랐다.
화르르-
붉은 머리칼보다 더 시뻘건 불길이 케일 주위에서 피어올랐다.
“제정신이 아니라도 그 정도야 상대 가능하지.”
바람과 불.
바람이 꺼트린 것은 오로지 작은 촛불뿐이었고, 불은 무엇도 태우지 않고 있었지만. 각각 바람과 불에 감싸인 두 존재는 서로를 응시하고 있었다.
하얀 별의 왼손이 상의 안주머니로 향했다. 다시 모습을 드러낸 하얀 별의 한 손에는 하얀 가면이 들려 있었다.
이마부터 코 중간까지. 얼굴의 절반을 가리는 흰 가면이 하얀 별의 얼굴 위에 드리워졌다.
달칵.
작은 소리와 함께 하얀 별의 모습이 바뀌었다.
데르트 헤니투스가 아닌, 하얀 별의 본래 모습으로. 물론 가면 아래 얼굴의 절반이 숨겨진 채였다.
그 광경은 굉장히 자연스러우면서도 신비로웠으나, 케일에게는 그저 변하지 않는 본질, 하얀 별만이 보일 뿐이었다.
하얀 별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케일을 보며 입가를 비틀었다.
“네놈들이 둘로 찢어져서 나와 사자용을 상대하면, 과연 살 수 있을 거라 보나?”
그때였다.
“어. 충분히 가능하지.”
한 사람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하얀 별의 시선이 움직였다. 어느새 창틀에 걸터앉아있는 알베르 크로스만. 그는 여전히 가벼운 잠옷 차림이었다.
하지만 밤이 찾아와도 그 하얀 비늘을 감추지 못하는 사자용처럼, 하얗게 빛나는 창이 그의 손에 들려 있었다.
“내가 특급 과외를 하나 받아서 말이야.”
안로만에게 들었다.
‘우리는 사자용을 해치운 후, 그 데이터를 분석하고 사자용의 뼈를 바탕으로 EX급 무기를 만들었다.’
‘그 말이 뜻하는 바는 하나다.’
‘사자용은 이제 해치울 수 있는, 공략이 가능한 몬스터라는 것이다.’
안로만은 말했다.
공략이라는 단어가 붙었다는 것은, 단순히 죽일 수 있다의 의미가 아니라. 저 존재를 완전히 파헤쳐 정복했다는 것을 뜻한다고.
‘EX급 무기. 그리고 S급 이상의 강자 몇 명이면. 의외로 쉽다.’
쉽다고 말하지만, 그 공략 내용은 상당히 어려운 편이었다.
그러나 알베르는 흔쾌히 말했다.
“사자용은 내가 맡으마.”
케일 헤니투스만큼은 아니었지만, 알베르도 꽤 눈이 돌아간 상태였다.
하얀 별이 변장을 한 상대가, 시기가. 알베르가 눈을 멀쩡히 뜨고 책임지고 있는 장소의, 사령관급 인사였으니까.
케일은 어깨를 으쓱이며 하얀 별을 바라봤다.
여전히 태연한 어조였다.
“그러라는데?”
뭐가 문제냐는 눈빛에 하얀 별은 입가를 일그러트렸다.
“신전은 어떻게 할 생각이지?”
“그러게?”
평이한 어조로 케일은 답했지만.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대답했지만.
갈 생각이다.
케일은 하얀 별을 데리고 신전에 갈 생각이다.
‘케일. 안로만이 그러더군.’
케일, 최한, 라온, 알베르만이 아는 이야기.
‘신전의 끝에 도달하는 데 1년이 걸린 것은 이유가 있었어.’
‘난… 자신이 없어. 하지만 할 생각이다. 그곳에 누가 먼저 발을 디뎌야 한다면 내가 가야지.’
봉인된 신. 절망의 신이 잠들어있는 공간.
그 신전의 끝에 도달하는 방법은 하나였다.
케일은 그 길에 하얀 별을 데리고 갈 작정이다. 왜냐면 이번에는 쉬이 끝낼 생각이 없었으니까.
그렇기에 케일은 태연히 답했다.
“그건 뒤에 생각하면 될 문제겠지.”
“뭐?”
전혀 케일 헤니투스답지 않은, 대책 없어 보이는 대답에 하얀 별은 황당하다는 듯 그를 바라봤다.
그러나 케일은 저를 감싼 불을 향해 손을 뻗었다.
“밀라 님, 가세요. 여기는 나에게 맡기고.”
콰아아앙—
벼락을 품은 불꽃이 곧바로 하얀 별에게로 쏟아졌다.
바람벽이 불꽃과 부딪치며 굉음을 토해내었다.
알베르는 창틀 위에 올라선 채로 허공을 바라봤다.
그런 그를 스쳐 지나가 창밖으로 뛰어내리는 존재가 있었다.
“밀라 님.”
밀라는 폴리모프 마법을 풀었다. 마나 교란 상태였지만, 예전에 카로 왕국 때 라온이 염색 마법 정도는 유지할 수 있었듯. 본체로 돌아가는 것쯤이야 고룡급인 그녀에게 어렵지 않았다.
용이 다시 한번 거대한 몸체를 드러냈다.
“어딜-!”
하얀 별이 무언가를 알아챈 듯, 밀라와 창틀의 알베르를 향해 몸을 움직였다.
콰아아앙!
그 앞을 케일이 막아섰다.
촤르르-
회전하는 물 채찍이 하얀 별을 향해 쉴 틈 없이 쏟아졌다.
“하!”
하얀 별은 비웃음과 함께 손도 쓰지 않은 채 바람과 물로 만든 벽으로 그 공격들을 모조리 막아내었다.
쾅! 콰앙! 쾅!
끊임없이 굉음이 터지며 방안은 엉망진창이 되어갔다.
집기들은 모조리 부서졌고, 하나는 오빠 잭의 앞을 막아서며 그 여파에서 보호하려 하였다.
“오빠, 좀 가만히 있어! 자꾸 왜 그래!”
“가야돼.”
“뭘 어디로 가?”
그녀는 자꾸 어딘가로 가려는 오빠를 따라 움직이며 그를 보호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런 와중에도 그녀는 케일 헤니투스를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뭐지?”
케일 헤니투스는 품에서 배지를 하나 꺼내 들었다.
그리고 덥다는 듯 단추를 두어 개 풀고 있었다.
“넌 이번에 아주 잘못된 선택을 한 거야.”
드래곤 로드의 레어를 건든 것도, 환생의 저주를 겪게 된 것도.
그 모든 선택들보다 하얀 별은 오늘을 더 후회하게 될 것이다.
아니, 이제는 후회를 할 순간조차 오지 않을 것이다.
케일은 눈을 감았다.
‘어쨌든 인간아, 걱정 마라! 내가 우리 인간의 아빠랑 가짜 힐스만이랑 다 데리고 간다!’
‘론 할배랑 바람 정령들이면 금방 찾을 거다! 아마 마나가 혼란스러운 상태라, 이상한 장소가 있다면 바로 찾을 거다!’
현재 정체를 알 수 없는 가짜 힐스만은 양손과 양발이 묶인 채 얌전히 갇혀있었다.
마나 구속구가 채워진 채로 말이다. 가짜 힐스만은 도망갈 듯 굴더니 순순히 그 모든 것을 따랐다.
케일은 눈을 뜨며 망설이는 용에게 말했다.
“밀라 님, 가세요.”
“…좀 이따가 보지요. 선생님.”
다시 나타난 드래곤.
아래에 있던 이들은 그 광경에 환호할 틈도 없었다.
밀라는 빠르게 날갯짓을 하며 한곳을 향해 날아갔다.
“이제 일어나셔야지요.”
멈춰선 용의 거대한 몸체도 땅에 있는 존재의 몸을 다 가리지 못했다.
용의 입가가 벌어지며 미소와도 비슷한 것을 만들어내었다.
그때.
“…하아.”
한숨이 들려왔다. 밀라보다 더 거대한 몸집을 가진 존재.
골드 드래곤은 감고 있던 눈을 천천히 떴다. 밀라는 금빛 눈동자를 보며 한쪽으로 눈짓했다.
“저기. 당신을 기다리는 분이 있군요.”
창가에 선 알베르 크로스만이 정확히 골드 드래곤, 에르하벤이 있는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죽은 척도 끝이군.”
그 말과 함께 숨죽이고 있던 드래곤의 거대한 날개가 서서히 움직였다.
쿠웅-.
용이 몸을 일으켰다.
그뿐인데도, 주변의 건물이 흔들리고, 땅이 울렸다.
그러나 날아오르는 골드 드래곤의 모습에서는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잘 쉬었다는 듯.
용은 가뿐하게 날아오를 뿐이었다.
“다 오는군.”
그리고 날아오른 용은 북동쪽 하늘을 바라봤다.
이미 밤이 내려앉은 곳.
회색의 거대한 용이 날갯짓을 하며 빠르게 이곳으로 오고 있었다.
그 위에선 분홍빛 머리칼의 소년이 앉아서 손을 흔들었다.
에르하벤은 그 흔드는 손에서 시선을 돌려 몸을 움직였다. 푹 쉬었더니, 조금 살 만했다.
그는 기꺼이 제 등을 내어주었다.
“감사합니다.”
“뭘.”
알베르는 에르하벤의 등 위에 올라섰다.
“후우.”
그는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겨울의 찬 공기가 몸 안으로 퍼져나갔고, 그의 뜨거운 숨이 밖으로 흘러나갔다.
알베르는 제 꼴을 살펴보았다.
맨발에 잠옷 차림인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것만으로 충분할 것이다.
“…저 금발! 저하! 저하가 틀림없어!”
“왕세자 저하께서도!”
마법이 없는 밤을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이 모습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두려움을 없애는 데에는.
그는 열린 창 안을 보다가 불꽃에 휩싸인 붉은 머리칼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우릴 기다렸나 봅니다.”
괴물 사자용. 그 존재가 에르하벤을, 알베르를, 그의 손에 들린 창을 응시했다.
“가지.”
에르하벤의 몸이 괴물에게로 향했다. 날개가 밤을 베어낼 듯 펄럭였다.
“자, 잠시만요!”
그때였다.
“저하! 저도, 저도 데려가 주세요!”
누군가 창밖으로 허둥지둥 뛰어내렸다. 에르하벤이 놀라더니, 황급히 등을 내어주었다.
툭.
에르하벤의 등 위에 철퍼덕 떨어진 사람.
“야! 너 미쳤어?!”
뒤따라 누군가 비명과도 같은 외침을 뱉으며 창밖으로 뛰어내려 에르하벤의 등에 여유롭게 착지했다.
“성자님?”
알베르가 놀라 그에게로 다가갔다.
“저하!”
허겁지겁 일어선 성자 잭이 알베르의 잠옷을 움켜쥐었다.
“왜, 왜 이러십니까?”
순간 당황한 알베르가 말을 더듬었지만, 성자 잭은 알베르의 왼손을 움켜쥐었다.
정확히 말하면 왼손과 함께 그 손에 들린 창을 같이 움켜쥐었다.
“저하. 방금 신께서 말씀하셨습니다.”
허공을 멍하니 보고 있던 성자 잭.
그는 태양신의 말을 듣고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태양신은 성자 잭에게 직접 말을 해주는 일이 조금씩 생기고 있었다.
“성자님……?”
알베르가 찜찜한 얼굴로 성자 잭을 바라보았을 때, 잭은 나직이 읊조렸다.
“강화.”
“네?”
“강화된 무기라고.”
잭은 더듬더듬 말했다.
그는 자신이 내뱉는 것이 무슨 말인지 몰랐지만, 일단 신의 뜻을 전하는 것이 먼저였다.
“이건 안, 안로만의 것이었을 때와는 다르다고 했습니다. 신의 손길이 닿은 것이라고.”
새로운 외부 데이터를 바탕으로 업데이트가 되었다는 태랑.
자신이 온 곳을 제3지구라고 하는 점을 비롯하여 많은 데이터가, 시스템의 변화가 있었다.
잭은 하얀 창을 멍하니 응시하며 말했다.
“빛이… 빛이 쏟아질 것이라고.”
빛?
알베르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어둠은 저하를 막지 못할 것이라고. 강화된 부러지지 않는 창의 주인은 저하뿐이라고.”
마찬가지로 성자 잭은 알베르를 묘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신께서 알베르 크로스만은 태양 같은 사람이니, 빛나야 한다고. 어둠을 밝히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주문을 알려주었다고 한다.
그 말을 읊으면 모든 것을 알 것이라고.
알베르는 그 주문을 되새기며 하얀 창을 내려다봤다.
그때였다.
“피해야 돼!”
“간다!”
하나와 에르하벤이 차례로 외쳤고, 용은 그 몸을 움직여 창가 근처를 벗어났다.
콰아아아—–!
굉음과 함께 창가 쪽 벽이 박살 났다.
본격적으로 하얀 별과 케일의 전투가 시작된 듯싶었다.
“저하……!”
무언가 염원을 담은 듯 성자 잭이 알베르를 불렀다. 알베르는 입술을 깨물고는 입을 열었다.
“안젤리나의 수호를 받는 이로서 명한다.”
태양신이 가르쳐줬다는 주문.
알베르는 이 주문의 첫 문장을 읊으며 안젤리나가 태양신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또한 태랑에게 데이터를 준 것은 최정건과 안젤리나 중 안젤리나임을 깨달았다.
더불어 태양신이 무엇을 주려는 것이기에, 이런 주문을 만든 것일까.
알베르는 그런 생각을 하며 입을 열었다.
“순리를 따라라.”
-1.1 업데이트 항목 첫 번째.
태랑의 기계음이 들려왔다.
-추가 데이터. ‘신성한 손전등.’
-태양신 신성력을 바탕으로 빛을 발하는, 야간 환경 개선을 위한 항목.
뭐? 손전등? 신성력?
알베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다크엘프에게는 치명적인 독인 신성력.
-‘신성력’ 항목을 개방합니다.
-무기에 잠재된 신성력은 단지 발광만을 위한 것으로 소유주에게 어떠한 위협도 되지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소유자의 주요 패턴을 분석. 이를 바탕으로 최적합 형태 변환.
무기가 변했다.
철컥.
알베르의 손에 다시금 총이 들렸다.
-삐이-! 삐이이-!
-소유주의 주변 환경 불안정 상태. 정보 분석.
-‘마나’라는 것이 불안정한 상태.
-그러나 신성력과 무관한 상태. ‘신성력’ 사용 가능.
태랑은 말했다.
-따라서 즉시 개방.
철컥.
알베르는 흠칫 놀라며 눈을 크게 떴다.
기존의 마력과 다른 탄환이 총 안에 자리하는 것이 느껴졌다.
-5초 후. 신성력 발출.
-아무도 없는 곳, 어두운 곳에 사용하기를 강력 추천.
이렇게 갑자기?
-5, 4-
제길!
알베르는 당장 총구를 한곳으로 겨눴다.
아무도 없는 곳이고 가장 어두운 곳.
하늘이었다.
-2, 1.
-발사.
철커덕.
총에서 기이한 금속음이 나더니, 곧 총성이 밤을 가로질렀다.
타앙—!
그 순간 알베르는 보았다.
성자 잭은 알베르가 본 것을 입으로 내뱉었다.
“…빛……!”
그것도.
“태양의 힘……!”
태양의 힘이 담긴 빛이었다.
그것이 뜻하는 바는 하나였다.
“신성력!”
공격성도 치유력도. 뭣도 하나 없지만 일단 신성력은 분명했다.
성자 잭의 입이 저도 모르게 벌어졌다.
마법이 없는 밤.
총에서 쏘아진 작은 빛은 이내 점점 커지며 하늘로 향했다.
마치 작은 태양이 떠오르는 것 같았다.
그렇기에 알베르뿐만 아니라, 땅에 있던 이들도 그 광경을 모두 보았다.
마나 교란 때문에 정신없던 로잘린은 하늘을 멍하니 보는 기사단장의 중얼거림을 들을 수 있었다.
“…태양……!”
기사단장은 스스로 그 말을 뱉은 것에 놀랐다가 이내 무언가 울컥하는 표정으로 주변 사람들을 바라봤다.
주변 로운 왕국 소속 기사들과 병사들도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한 가지를 떠올리고 있었다.
로운 왕국 크로스만 왕가.
태양신의 선택을 받은 피가 흐른다는 가문.
어릴 적 혹은 가끔씩 흘려듣던 그 전설이 선명하게 머릿속에 떠올랐다.
특히 이 어둠 속에서,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듯이 그 전설이 생각났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알베르 크로스만도 그 전설을 떠올리고 있었다.
동시에 ‘진실’도 되새겼다.
고대의 하얀 별 피를 이은 크로스만 왕가에 내려진 태양신의 감시 혹은 저주를.
더불어 알베르의 몸속에 흐르는 다크엘프 피를 향한 태양신의 저주를.
마지막으로 그 모든 것에서 벗어나, 순리인 자신을.
알베르는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이거… 정말 내가 태양이라도 된 것 같군.”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지.”
알베르는 고개를 들었다.
마침, 그믐이었다.
“달이군.”
태양이 아니라, 하늘에 떠오른 것은 달이었다.
남들은 태양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그에게는 달이었다.
알베르는 아래를 내려다봤다. 사람들의 시선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도 느껴졌다.
이 광경을 케일 헤니투스가 본다면 식겁하겠지만.
“…나도 전설이 될 수도 있겠는데?”
잘만하면 재밌는 그림이 나오겠는데?
케일 헤니투스와 달리, 알베르는 이런 것도 꽤 즐기면서 이용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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