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688
687화.
“숙여!”
“다 몸을 숙여라!”
한밤에 펼쳐진 폭발은 정확하게 괴물 사자용을 명중했다. 그러나 그 여파는 주변에까지 미치고 있었다.
펄럭. 펄럭.
폭발과 함께 불어오는 바람에 옷자락이 흔들렸다. 일반 병사와 기사들은 몸을 최대한 엎드려 땅과 붙어야 했다.
콰직, 콰지직.
“피해!”
그간 몇 번의 전투로 금이 가며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던 건물은 결국 그 벽이 허물어져 갔다.
뭉치고 또 뭉쳤던 바람. 그 압력이 일으킨 폭발이 이 정도였다.
“…불…….”
하지만 사람들은 그 바람의 영향에도 눈을 크게 뜨며 활활 타오르는 벌건 것을 볼 수밖에 없었다.
액체도 아니건만, 마치 용암을 떠올리게 하는 시뻘건 불은 사자용의 전신을 뒤덮으며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꿈쩍도 안 하네.”
그럼에도 괴물의 비늘과 방패는 조금도 타지 않았다.
“아, 얼굴을 노려야 했나?”
케일은 아쉽다는 듯 중얼거렸다.
사자용은 케일이 던진 단추가 막 터지려는 찰나 방패를 들어 제 얼굴을 가렸다.
사자의 얼굴을 한 괴물은 그 갈기를 방패에 숨기며 불을 피했다.
‘용보다 더 질긴 비늘이군.’
시뻘건 불길 속에서도 고고한 모습을 유지하는 하얀 비늘. 그리고 조금의 그을림도 없는 새하얀 방패.
처음으로 실제로 마주한 사자용의 모습은 케일에게 꽤 신선했다.
그러나 반대로 케일을 주시하던 사자용은 곧 미련 없이 시선을 돌려버렸다.
괴물은 더 이상 태울 것이 없어 사그라드는 불길이 사라지길 가만히 기다릴 뿐이었다.
그것이 더욱더 사람을 질리게 만들었다.
케일은 살짝 질린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폭발의 여파는 이미 지나간 뒤라 몸을 일으키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았다.
“케일 헤니투스.”
“저하.”
그는 씨익 웃으며 뒤돌아섰다. 알베르 크로스만은 한쪽으로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인 채 케일을 바라보고 있었다.
케일은 상당히 흡족한 표정으로 툭 내뱉었다.
“실질적인 타격은 없었지만, 그래도 썩 괜찮은 한 방이죠?”
알베르의 고개가 더욱더 한쪽으로 삐딱하게 기울어졌다. 그렇기 때문인지 케일은 알베르의 얼굴이 유독 삐딱해 보였다.
알베르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괜찮은? …썩 괜찮은 한 방?”
“네.”
“…장난하나.”
“장난 아닌데요?”
알베르의 상당히 가라앉은 목소리에 케일은 이 인간이 왜 이러나 싶었다. 알베르는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로 불경한 이놈은 자신의 가라앉은 목소리에 꿈쩍도 안 했다.
‘이놈이나 사자용이나.’
꿈쩍도 안 한다는 점에서 케일과 사자용을 묶어버린 알베르는 케일에게로 다가갔다.
“케일 님.”
어느새 최한도 밀라의 등에서 뛰어내리며 가까이 왔다.
“너 안 다친다고 라온 님과 약속했다고- 음?”
“어딜 다치셨습니, 아.”
최한과 알베르 모두 다가오던 걸음을 멈췄다. 에르하벤은 등 위에서 벌어지는 일이라 볼 수 없었지만, 가까이 다가온 드래곤 밀라 역시도 케일의 모습을 보고 의외라는 듯 작은 탄성을 흘렸다.
“선생님, 본인 피가 아니군요?”
“…밀라 님, 제가 이리 피를 흘리면 죽습니다.”
“그런 것 치고는, 일전에는 그렇게 피를 흘렸잖아요?”
할 말 없게 만드는 용 덕분에 케일은 입을 꾹 다물었다. 대신 그는 두 손을 들어 보였다.
“여기. 손바닥 하나 빼고는 안 다쳤습니다. 말짱하고 팔팔합니다.”
툭툭. 그는 제 옷자락을 손으로 털어내었다.
“이거 다 진흙이에요. 별거 아닙니다.”
“다행입니다, 케일 님.”
최한이 순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케일은 참 한결같이 순한 놈이라 생각하며 알베르를 바라보았다.
“하얀 별은?”
다행이라는 말은커녕, 바로 하얀 별의 소재를 묻는 알베르 역시도 참 한결같았다.
케일은 그런 생각을 하며 자신의 심장이 있는 왼쪽 가슴께를 두드렸다.
“여깄습니다.”
“미쳤니?”
곧바로 튀어나온 알베르의 말에 알베르도 케일도 순간 멈칫했다.
알베르는 저도 모르게 나온 말에 놀라는 것도 잠깐,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고는 다시 말을 정정했다.
“…미친 건 아니지?”
그 말이 그 말이었다.
케일은 특유의 나른한 미소를 그리며 여유롭게 상의 안주머니로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황금패를 꺼내 들었다.
“넌- 참.”
알베르 크로스만은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 저걸 꺼내 들 수가 있냐는 표정으로, 이놈은 한결같다 못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며 황금패를 바라봤다.
“여기 있습니다. 하얀 별, 여기다가 가뒀습니다.”
음?
알베르의 표정이 점차 변하기 시작했다.
의문, 이해, 마지막으로 떨떠름함으로. 세 번의 표정 변화를 겪은 왕세자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로운 왕실에서 내어주는 귀한 물건에 빌어먹을 것을 가뒀구나. 동생아, 이 황금패가 마음에 들더냐?”
케일은 진지한 얼굴로 답했다.
“네. 갑자기 하나 집어 들려고 하니, 이게 딱 잡히더군요. 동그란 게 크기도 적당하니, 손에 착 감겼습니다.”
“…그래.”
그때, 어느 정도 폭발의 여파가 걷힌 땅에서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와아아아아아아-
사람들의 환호성이 누굴 향한 것인지는 묻지 않아도 뻔했다.
피와 같은 벌건 것으로 뒤덮인 채지만, 등장하자마자 굉장한 공격을 하며 용 위에 우뚝 선 케일 헤니투스. 승리의 상징인 전 사령관을 향해 로운의 병사들은 참을 수 없는 환호를 내질렀다.
“이런!”
그때, 밀라의 짧은 외침과 함께 에르하벤의 몸이 움직였다.
알베르에게로 향했던 케일의 시선이 움직였고, 하얀 방패가 눈에 들어왔다. 아직 사그라들지 않은 불을 품은 방패.
“전 이만 가겠습니다.”
최한이 케일을 스쳐 지나갔다.
콰아앙–!
방패와 흑룡이 부딪치며 굉음을 터트렸다.
철컥. 순간 들려오는 작은 소리에 케일은 시선을 돌렸다. 알베르가 총구를 매만지며 숨을 고르고 있었다.
마법이 없는 전투. 알베르에게 믿을 것은 손에 들린 저 무기와 자신의 체술, 무기술 정도이리라. 그럼에도 케일은 물었다.
“저하. 저 없어도 되죠?”
“원래 자네 없이 할 작정이었어.”
“좋습니다. 그럼 저는 빠지죠.”
알베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내 눈을 감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앞으로 저 사자용을 어떻게 레이드 할 것인지에 대한 공략이 펼쳐지고 있었다.
‘하얀 별이 없다.’
이 전투에서 하얀 별이 변수로 작용하지 않는다.
그 사실만으로도 그는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대단한 놈.’
다시 눈을 뜬 알베르는 하얀 별을 황금패에 가두었다는 케일을 바라보았다.
섬뜩하게 만들던 그 기운은 어느새 사그라들고 평소처럼 힘없고 창백해 보이는 꼬라지 그대로였다.
“쉬어라.”
알베르는 케일을 스쳐 지나가며 앞으로 나섰다.
동시에 케일은 에르하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녀석을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 같구나.”
“그러게 말입니다.”
“헌데 의외구나. 박복한 놈이 이리 빠지겠다고 하고.”
에르하벤이 아는 케일은 이리 쉬이 전투에서 빠지는 녀석이 아니었다. 그간 아무리 동료들이 빠지라고 해도 빠지지 않고 꼭 싸움에 끼어들어 목숨이 간당간당한 상황을 만들던 케일이었다.
그렇기에 에르하벤은 케일이 겉으로는 안 다쳐 보여도 혹여 내부가 다쳤나, 아니면 그만큼 많이 피곤한가 싶어 걱정을 속으로 삼켰다.
그때, 케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이제 이 목숨이 좀 귀하게 느껴지거든요.”
에르하벤도, 알베르도 잠시 멈칫했다.
고룡은 입을 꾹 다물었고, 케일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말을 이었다.
“저는 이 땅에서 오래 살고 싶습니다. 두고 가기 아쉬운 게 참 많아서요.”
“…….”
“항아리 다 고쳤습니다.”
고룡은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에르하벤 님, 오래 사셔야죠.”
“하아. 끈질긴 놈.”
“그러니 박복해도 오래 버티는 것이겠죠.”
물론 케일은 스스로가 그렇게 박복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중이었다.
‘이제 백수 라이프도 머지않았고.’
휘이잉, 케일의 발목에 회오리바람이 맺혔다.
“그럼 저는 이만 빠지죠.”
케일은 미련 없이 에르하벤의 등을 빠져나와 아래로, 땅으로 천천히 내려갔다.
에르하벤은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이내 그 거대한 날개를 펼쳤다.
“일단 잡고 생각해야겠군.”
목표는 사자용.
에르하벤과 알베르. 괴물의 시선을 끌었던, 공격하게 만들었던 유일한 두 존재가 괴물에게로 향했다.
어느새 사그라든 불길. 여전히 성스럽게 하얀 괴물은 발을 내디뎠다.
쿵.
괴물도 에르하벤과 알베르를 향해 달려들었다.
콰아아앙—!
케일은 등 뒤로 그 싸움이 만드는 굉음이 들려왔지만, 시선 하나 돌리지 않았다. 대신 그는 땅에 내려서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케일 공자.”
정글의 왕 리타나가 놀람을 감추지 못한 채 케일에게 다가왔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말라붙은 피인지 검붉은 것에 여기저기가 물든 케일의 모습과 그의 창백하고 지쳐 보이는 얼굴이 담겼다.
물론 케일은 꽤 컨디션이 좋은 상태였다.
생각보다 하얀 별을 상대할 때 자신의 힘을 많이 쓰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리타나와 시선이 마주하자 미소를 그렸다.
“아, 오랜만에 뵙습니다.”
“케일 공자님.”
그때, 나직한 목소리와 함께 리타나의 앞을 가로막으며 다가오는 이가 있었다.
‘…이 새끼 왜 이래?’
수호 기사 클로페 세카였다.
품에 영상저장구를 몇 개나 든 채 다가오는 클로페 세카. 케일은 그의 눈동자를 보고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어디 돌아버린 놈 같은데.’
한 540도쯤 돌아버린 놈처럼 보였다.
그러나 클로페 세카의 입장에서 현 상황은 제정신을 차리기 힘들 정도로 엄청난 순간이었다.
“드디어 전설을-”
“클로페 세카 경.”
꽈악. 케일은 클로페의 어깨를 잡으며 황급히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왠지 뒷이야기는 들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왕세자 저하께서 서대륙에 퍼진 소문과 관련된 문제를 클로페 세카 경에게 부탁했다고 들었습니다만.”
리타나를 비롯하여 타국 사람들과 주변에 로운 왕국 수뇌부, 일반 병사들도 많았기에 클로페에게 말을 높이는 케일이었다.
“후후.”
하지만 이어진 클로페의 웃음소리에 케일의 표정은 절로 구겨질 수밖에 없었다.
불길하다.
이놈이 지금 뭘 하는 것이지?
“걱정 마십시오. 케일 공자님, 제가 모든 것을 뒤집어 놓을 것입니다. 세상은 곧 진실을, 위대한 기록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뭐, 어쨌든 잘하고 있다는 소리겠지요?”
“네. 물론입니다.”
케일은 찝찝했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클로페를 붙잡고 뭔 짓을 하고 있냐고 따질 수도 없었다. 그럴 여유는 없었으니까.
대신 케일은 그에게 속삭였다.
“그렇다면 하나를 더 부탁하죠. 가능하겠습니까?”
말을 그리했지만, 케일의 눈빛은 ‘가능하지? 해라.’ 이리 말하고 있었다.
“네. 가능합니다.”
위대한 전설, 아니, 신화와 같은 이야기의 한편에 자신이 도움이 될 수 있다면 클로페 세카는 모든 것을 다 내걸 수 있었다.
그는 이어질 케일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리타나를 비롯하여 주변에 있던 모든 이들도 함께 귀를 기울였다.
사자용과의 전투도 마다하고 이곳에 온 케일이었다.
그 사람이 부탁할 것이란, 무엇일까?
결코 쉬운 일은 아닐 터.
케일은 시선이 집중된 것을 느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제가 하얀 별을 생포했습니다.”
……!!!
정적과 함께 소리 없는 경악이 퍼지기 시작했다.
주변에 있던 이들은 지금 자신이 제대로 들은 것이 맞나 싶었다.
리타나는 저도 모르게 손이 떨려와 두 손을 맞잡았다.
‘분명, 케일 공자가 하얀 별과 싸우고 있다는 것은 들었다. 그런데 생포를 했다고?’
죽이는 것보다 생포가 훨씬 더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이다지도 피폐한 몰골이 된 것인가?’
놀람을 넘어선 경탄과 고마움이 물밀 듯이 치밀어 올랐다.
케일은 모두 저에게 집중한 것을 느꼈지만 일부러 모른 척 클로페에게 말했다.
“이 사실을 퍼트리십시오. 서대륙 전역에.”
“…호오.”
클로페의 눈동자에 이채가 감돌았다가 사라졌다.
“크크큭. 알겠습니다.”
…왜 저리 웃어?
케일은 새삼 클로페 세카 같은 놈이야말로 무서운 놈이란 생각이 들었다.
툭툭. 하지만 케일은 클로페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고는 걸음을 옮겼다.
“부탁합니다.”
그런 그가 내딛는 걸음을 막아서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다만 전장에 남는 쪽을 택한 각국의 대표들이 케일에게 다가왔다.
그러나 그들보다 케일의 입이 먼저 열렸다.
“각자 맡으신 일이 있으실 겁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 말에 다가오던 이들은 걸음을 멈췄다.
묻고 싶은 것이 참으로 많았다. 하지만 가장 지쳐 보이는 이는 지금도 멈추지 않고 어딘가로 나아가고 있었다.
“로운을 도우러 온, 이 도움에 대한 감사는 모든 일이 끝난 뒤에 웃으며 하겠습니다.”
리타나는 케일의 말에 결국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받은 도움이 더 커요.”
“저도 그렇습니다.”
발렌티노 왕세자도 뒤이어 같은 뜻을 표했다. 케일은 그들에게 미소를 그려 보였다.
의연해 보이는, 결코 쓰러질 것 같지 않은 굳건해 보이는 미소였다.
어찌 이리 힘든 와중에도 저런 티 없는 미소를 지을 수 있을까?
타국 사람들은 감탄했고, 로운 왕국 병사들은 차마 다가가지 못했지만 온몸에 힘이 솟아올랐다.
그의 존재만으로도 승리가 스스럼없이 떠올랐다.
물론 케일은 정말로 티 없이, 기분 좋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흐흐.’
어디에 숨어 있을까?
케일의 눈빛이 번뜩였다.
‘분명 아버지에게 고용된 이들 중 사라진 이는 세 명. 하나는 하얀 별이라면, 남은 둘은 어디에 있을까?’
그 둘 중 최소 하나는 아버지 데르트 공작의 납치와 연관되어 있을 터.
‘그리고 사예르. 그놈도 이 근처에 있을 거야.’
곰족 왕 사예르. 엔더블 왕국 소환식 이후로 보지 못한 그놈도 어딘가에서 숨은 채 이 퍼슬 시를 관찰하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아버지 납치 장소와 곰족 왕이 관련 있을지도 모르지.’
그리고 시간이 조금 흐르면 곰족 왕은 분명 케일의 하얀 별 생포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것이다.
“흐음.”
케일은 거침없이 걸음을 내디디며 생각을 정리했다. 그런 그에게로 많은 이들이 인사를 건네거나 혹은 선망과 걱정의 눈빛을 보냈지만 케일은 그저 묵묵히 걸어갔다.
투둑. 투둑.
굳어버린 검붉은 진흙이, 마치 핏자국처럼 그의 걸음마다 떨어졌다.
하지만 케일의 머릿속은 그런 것들을 담을 틈이 없었다.
‘분명 사예르는.’
혹은 또 다른 하얀 별의 수하는 하얀 별의 부재를 알아차리고.
“인질 교환을 하자고 하겠지.”
저들은 하얀 별을 버릴 수 없다.
모든 목표의 종착점에 하얀 별이 있으니까.
그러니 적들은 데르트 공작과 하얀 별을 교환하자고 케일에게 거래를 제안할 것이다.
은밀히 제안하든, 대놓고 하든, 분명 어떠한 제스처를 취해올 터.
그러면 그때.
‘다 잡는다.’
하얀 별 쪽의 모든 전력을 다 무너뜨릴 생각을 지닌 케일이었다.
저쪽이 가족을 건든 이상, 케일이 할 선택은 이것뿐이었다.
달칵.
케일은 문을 열고 들어섰다.
“인간아! 다쳤, 아니다! 인간 피가 아니다!”
“보고 싶었는데!”
“다친 건 아닌 것 같은데.”
평균 9세가 문을 열고 들어선 케일을 향해 안길 듯이 달려왔다.
케일은 저보다 강한 평균 9세를 피해 한 발 옆으로 슬쩍 걸음을 옮기고는 바로 창가로 향했다.
유일하게 마법이 가능한 공간. 창가 한편에 놓인 구슬을 손으로 매만졌다.
“내 말 들립니까.”
-록수야, 잘 들린다.
여의주이자 영상통신구의 역할을 하는 구슬 속에 이수혁이 묘한 표정으로 케일과 그리고 창밖의 풍경을 번갈아 바라보고 있었다.
묘한 피로감을 담은 이수혁의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던 케일은 이내 시선을 돌렸다.
그곳엔 의자에 묶인 채로 생글생글 웃고 있는 한 남자가 있었다.
힐스만 경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전혀 다른 사람.
“당신이 누군지 짐작이 가는데. 내 생각이 맞을 것 같습니까?”
“글쎄.”
그가 케일의 물음에 의뭉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지만 케일은 별다른 말 없이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내가 가만히 생각해봤거든요. 하얀 별도 아니고, 그렇다고 내가 만나본 사람도 아닌 것 같고. 그런데 아버지와 저를 친근하게 부르고. 또 이렇게 감쪽같이 변장이 가능한 존재는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고. 그리고 너무나도 순순히 잡히고, 공격 의사도 없고.”
툭툭. 케일은 친모 주르 템스의 일기장을 천천히 매만졌다.
여전히 웃고 있는 남자의 눈동자가 일기장을 뚫어질 듯이 바라봤다. 그러다가 그 시선이 케일에게로 향했다.
그 순간.
타앙—!
날카로운 총성이 밤하늘을 가르며 울려 퍼졌고, 뒤이어 괴물의 괴성이 그 소리를 뒤덮어버렸다.
전장과는 조금 떨어진 고요한 공간. 케일은 힐스만 모습을 한 남자를 향해 입을 열었다.
이 바쁘고 긴박한 상황, 그러나 변수를 막기 위해 이 한 가지는 묻고, 확인하고 지나가야 했다.
“성이 템스입니까?”
템스.
케일 외가의 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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