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690
689화.
“미친, 이게 뭐야?!”
드래곤 라쉴은 몸을 이리저리 틀며 사방을 둘러보았다.
수많은 돌멩이들이 허공에 떠올라 퍼슬시의 창공을 뒤덮어갔다.
“뭐 이리 돌멩이가 많, 아니지, 그게 문제가 아니지!”
크고 작은 돌멩이. 그래봤자, 돌멩이였다.
아무리 큰 돌멩이라도 지금 라쉴의 거대한 몸과 부딪치면 부서지리라. 평소의 라쉴이라면 돌멩이에 눈길 하나 주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너무 많잖아!’
많아도 너무 많았다.
끊임없이, 어디서 나오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끊임없이 떠오르는 돌멩이들.
화려한 색을 품지 않은 돌멩이들은 알베르가 쏘아 올린 빛 덩어리에 표면이 반사되어 반짝이고 있었다.
“…위험 지역 선포. 목적은 몰살.”
그 사이로, 검은 눈동자를 빛내며 사자용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3단계. 무차별 공격이었다.
“후퇴하십시오!”
왕세자 알베르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라쉴은 결국 재빠르게 후퇴를 선택했다.
“아, 진짜! 나도 모르겠다!”
마법도 없는 판국에, 자신의 특성인 ‘불굴’을 사용한다고 해서 딱히 득을 볼 상황도 아니었다. 자신의 힘은 1 대 1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지, 이런 상황에서는 딱히 도움이 되지 않았다.
“으악!”
그 순간, 라쉴은 미간을 팍 찌푸렸다.
“야, 야! 이 분홍 머리! 너, 안 놔?”
그의 머리에 난 뿔을 도도리가 쥐어 뽑아버릴 듯 꽉 움켜쥐었다.
꼬맹이지만 용이라고, 라쉴은 제 머리를 쥐어뜯어 버릴 것 같은 도도리의 악력에 고함을 질러댔다. 도도리는 넋이 나간 얼굴이었다.
“야, 놓으라고! 야, 이 꼬맹, 으헉!”
부웅-.
동시에 라쉴은 자신의 코앞을 스쳐 지나가는 거대한 방패를 보았다.
회색빛 드래곤의 눈동자에 사자용의 모습이 담겼다.
“저 새끼가 돌았나!”
거대한 방패를 들고서 괴물이 갑자기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미 몇 개 날아가 버린 날개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겠다는 듯.
쿵. 쿵!
땅으로 내려선 괴물은 걸음을 내디디며 사방을 향해 방패와 날카로운 손톱을 들이밀었다.
콰아앙— 콰앙!
무지막지한 공격에 건물을 비롯한 도시의 모든 것들이 부서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알베르 크로스만은 나직이 중얼거렸다.
“3단계. 물리적인 힘과 능력 2가지 모두 사용.”
제3지구의 안로만이 말하길.
‘3단계에 들어서면, 사자용은 자신이 가진 신체적인 힘과 방패, 그리고 특수 능력 2가지를 사용한다.’
‘1, 2단계 때에 사자용은 공격에 대한 방어 혹은 단순한 움직임만을 보였다. 그렇기에 충분히 공략이 가능하다고 판단 내리기 쉬우나, 이 3단계에 들어서면 그 상황이 달라진다.’
안로만은 이때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하였다.
‘자신에게 위협이 될 강한 놈만 노리던 사자용은 3단계 이후로는 생명을 가진 무엇이든 죽이려고 해.’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아주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이는 사자용.
그러나 괴물이 표출하는 것은 실로 괴물다운 최악의 공격성이었다.
“사람들에게로 다가가지 못하게 해!”
“그러죠.”“제길!”
에르하벤의 외침에 밀라와 라쉴이 괴물의 근처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채 주의를 끌었다.
인간들이 모여 있는 방벽. 그 근처로 가는 것은 막아야 했으니까.
알베르는 그 모습을 침착하게 바라보며 안로만의 말을 떠올렸다.
‘그리고 3단계가 지나면, 그때부터 알베르 크로스만 네가 중요해진다.’
‘태랑. 바로 그 무기를 제대로 쓸 순간이 오거든.’
‘또한 그런 너를 도울 파트너가 있어야 돼.’
알베르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4단계. 그때부터 알베르를 도울 이들은 차고 넘쳤다.
다만 현재 3단계. 그것도 마나 궤도에 교란이 일어난 상태에서는 이 단계를 무사히 이겨낼 이는 케일 헤니투스뿐이었다.
“…케일 헤니투스의 도움은 여기까지만 받고.”
케일의 도움이 필요 없다고 했지만, 결국 마법이 없으니 여기까지는 그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비록 그 도움의 규모가 장난이 아니지만.”
알베르는 목소리를 높였다.
“괴물의 저 상태는 30분 정도입니다! 그것만 지나가면 됩니다!”
가디언.
이 괴물은 결국 기계와 같다고, 우리처럼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고.
안로만은 그리 말했었다.
“30분?”
정신없는 와중에 용케 그 목소리를 들은 라쉴은 고개를 휙 아래로 숙였다. 그러고는 마법이 없기에, 생목으로 크게 외쳤다.
“야, 이 하찮은 인간들아! 30분만 어찌 살아남아 봐! 알겠냐?! 죽지 말라고! 걸리적거리니까!”
허.
에르하벤이 그 모습에 헛웃음을 흘렸으나, 라쉴은 진지했다. 꿈자리가 뒤숭숭한 것은 사절이었다.
그때, 그는 다시 한번 제 머리의 뿔을 잡아당기는 도도리의 힘을 느꼈다.
“야, 이 꼬맹이- 감히,”
“피해!”
부웅.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라쉴의 귓가에 닿은 순간. 라쉴은 황급히 대각선으로 상승했다.
콰아아아앙—!
괴물의 주먹이 라쉴이 있던 자리를 스쳐 지나가며 광장의 한 곳을 박살 내버렸다.
“아차!”
라쉴은 그 모습을 보자마자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가 대각선으로 피하며 잠시 틈이 생긴 공간.
괴물은 곧바로 그 틈새로 뛰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사자용의 검게 변한 눈동자가 향한 방향은 방벽. 바로 가장 많은 생명체들이 모인 곳이었다.
“미친, 왜 저렇게 빨라! 갑자기 왜 빨라졌냐고!”
라쉴은 그 뒤를 쫓아가며 답답한 마음에 소리쳤다.
3단계로 접어든 괴물은 마법이라도 쓰는 것처럼 그 속도가 빨랐다. 밀라와 라쉴이 그런 괴물을 추격하였다.
“아… 아…….”
그 모습이 방벽 안의 사람들에게는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높다란 방벽. 그 너머로 다가오는 괴물은 아주 컸다.
쿵. 쿵.
땅이 울리게 만드는 그 거대한 몸집은 점점 괴물이 다가올수록 제대로 체감이 되었다.
멀리서 막연히 드래곤과 싸우던 모습을 볼 때와는 전혀 달랐다.
밤이었지만, 알베르가 띄운 성스러운 빛 아래로 다가오는 괴물의 모습은, 그렇기에 무서웠다.
얼마나 큰 괴물인지.
얼마나 단단하게 생겼는지.
얼마나 강해 보이는지.
저 검은 눈동자를 지닌 괴물이 어떻게 모든 것들을 부수며 다가오는지.
모두 보았다.
“으아아악!”
“침착해라! 드래곤들께서 지켜주신다! 천천히, 천천히 후퇴해!”
쿵. 쿵.
그러나 괴물이 너무 빠르게 다가왔다.
“저건, 저건 너무 빠르잖아!”
“괴물이야, 괴물이라고!”
새삼 왜 괴물인지, 왜 이 서대륙에 있어 재앙인지 가늠할 수 있을 정도의 무지막지한 신체 능력이었다.
지휘 권한을 가진 이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방벽 가까이 있던 자들은 차라리 방벽 근처로 가! 지금 후퇴해봤자, 늦는다!”
“물러서! 그리고 흩어져라!”
“전하!!”
그때, 리타나는 제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여긴, 여긴 우리가 싸울 영역이 아닌 것 같습니다!”
로운을, 왕세자를 돕자고 했던 전사의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아까 왕세자를 구하자며 괴물에게 공격을 가하자고, 결연하게 외치던 이들 중 한 명이었건만. 그는 실제로 자신을 향한 공격을 마주하자 공포에 잠식되어갔다.
쿵!
괴물이 발을 굴렀다.
“전하! 물러서셔야 합니다!”
전사는 절절한 음성으로 외쳤고, 순식간에 마법을 쓴 듯 다가온 괴물은 발을 굴림과 동시에 위로 뛰어올랐다.
두 손으로 방패를 잡은 괴물은 그대로 방벽을 향해 그 방패를, 방벽 안의 인간들을 향해 그 공격을 펼치려 하였다.
“전하!”
그 순간, 리타나의 입이 열렸다.
“그럴 필요 없다.”
“네?”
“저길 봐라.”
도망을 치지도, 혼란을 느끼지도 않는 이들이 있었다.
그저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이들.
무기를 쥔 손이 두려움에 덜덜 떨리고 있었지만, 결코 그 무기를 꽉 쥔 손을 풀지 않고 있는 이들.
그렇기 때문에 전장은 아직 질서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들은 로운 왕국의 병사들이었다.
남아있는 지원군들보다 많은 수를 차지하는 병사들. 그들은 입술을 꽉 깨문 채로 자신들의 상관 혹은 로운의 기사를 바라봤다. 그리고 상관과 기사들은 기사단장을 바라봤다.
기사단장은 알베르를 바라봤다. 단장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침착함을 유지해라.”
그 단 한마디에 그들은 자리를 지켰다.
그리고 곧 그들이 그럴 수 있었던 이유가 눈앞에 펼쳐졌다.
콰아아아앙—!
거대한 굉음을 일으키며 방벽을 향해 내리쳐진 괴물의 방패.
그리고 갑자기 어둠이 찾아왔다.
그때 비로소 사람들은 깨달았다. 이 어둠이 무엇으로 인해 찾아온 것인지.
“…돌멩이!”
밤하늘을 뒤덮던 수천, 혹은 그 이상의 돌멩이들. 하나하나 별것도 아닌 것들이 지금 뭉쳐져 사람들의 머리 위에 방패처럼 드리워졌다.
콰지지직-!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사람들의 시야에서 다시 어둠이 사라졌다.
흩어지는 돌멩이들 사이로, 이미 가루처럼 부서져 눈처럼 내리는 돌가루들.
괴물의 방패와 부딪친 돌멩이들은 수없이 많이 부서졌다. 형체를 유지할 수 없을 만큼. 그러나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숫자의 돌멩이들이 아직 하늘에 존재했고, 동시에 아직 퍼슬시 곳곳에 존재하고 있었다.
방패를 든 채 한두 발자국 뒤로 물러서는 괴물.
사람들은 이 돌멩이 방패가 괴물의 방패를 막아섰음을 제대로 깨달은 순간, 로운 왕국민들을 바라봤다.
그들의 입가에 지어진 희미한 미소 혹은 안도를 본 그때.
한때, 전혀 버티지 못하리라 생각했던 로운 왕국이 북부 연합과의 싸움에서 이겨내며 나돌았던 말. ‘방패는 부서지지 않는다.’ 그 말의 의미를 비로소 진정 깨달을 수 있었다.
타앙–!
정신을 차리게 하는 날카로운 소리가 하늘을 가로질렀다.
로운의 왕세자가 돌멩이 방패와의 격돌로 잠시 틈이 생긴 괴물을 다시 공격하기 시작했다.
콰앙!
반짝이는 흑룡이 검과 함께 괴물의 후방을 노렸다. 그 검을 든, 검은 머리의 검사는 또 다른 틈을 노리듯 그 눈빛이 날카로웠다.
용들도 마법 대신, 괴물보다는 조금 부족할지라도 타고나게 강한 그 신체로 공격을 감행하였다.
그러나 괴물도 이제 많은 틈을 주지 않았다.
쩌어억-.
괴물의 입이 열리며 그 안에 검붉은 빛이 맺혀 들었다.
알베르가 죽은 척을 하게 했던 바로 그 힘. 알베르의 방패를 그을리게 했던, 죽은 마나를 사용하는 그였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던 그 힘이 다시금 펼쳐졌다.
물론 더 빠르고 강력하게.
콰아아아아앙—-!
다시금 굉음이 울려 퍼졌지만, 이전처럼 도망치는 이들은 없었다.
대신 그들은 무수히 많은, 대부분 자신의 주먹보다도 작은 그 돌멩이들이 삽시간에 뭉쳐 들며 다시금 거대한 방패를 만드는 것을 보았다.
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돌들.
마치 별들이 모여드는 것 같았다.
콰아아앙—-!
또다시 굉음과 함께 수많은 돌멩이들이 괴물의 검붉은 빛에 까맣게 타들어 가며 사라졌다.
하지만 결국 그 공격을 막아내었다.
굉음이 멈추고 돌멩이 방패가 다시 흩어지기 전, 그 찰나 어둠 속에서 한 사람이 희열에 가득 찬 목소리로 내뱉었다.
“괴물이 존재한다면, 저희에게는 영웅이, 신에게 버금가는 영웅이 존재하지요.”
사람들은 그 소리가 들린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흩어지는 돌멩이들 사이로 흘러들어오는 빛. 그 빛으로 인해 조금 전 말한 이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그 사람은 클로페 세카였다.
쿠웅-.
동시에 다시금 괴물은 용과 영웅들을 무시하며 방벽 안의 사람들을 노렸다.
그때, 한 사람은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가 작게 탄식을 흘렸다.
“아……!”
지금 자신의 발 옆에 있던 돌멩이 하나가 떠오르고 있었다.
아직 퍼슬시에는 그들을 지켜줄 돌멩이들이 많이 남아있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저도 모르게 한 곳으로 향했다.
퍼슬 시청 건물의 많은 창문 중 열린 창문 하나. 그곳에 서 있는 붉은 머리칼의 남자.
그 사람의 손을 따라 움직이는 돌멩이들.
그는 입꼬리를 올렸다.
“30분이면 할 만하지.”
케일은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이 서 있었다.
사자용을 막느라 돌멩이가 부서지는 것은 케일에게 큰 무리를 주지 않았다. 몸에 오는 반탄력이 거의 없었다. 케일은 그저 돌멩이를 다룰 뿐.
물론 수많은 돌멩이를 다루기 위해 들어가는 힘이 많았으나, 그의 몸이 다칠 일은 없었다.
그렇기에 케일이 부서지지 않는 방패의 힘 대신에 무서운 짱돌의 힘을 택한 것이었다.
똑똑똑.
케일은 등 뒤로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라온.”
“알았다, 인간!”
라온이 다가가 문을 열어주었다.
벌컥.
“공자님.”
늑대족 라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오늘도 역시나 왜소하지만 어느 산보다도 커다래 보이는 케일의 등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지상, 지하의 모든 탈출로를 막았습니다. 지하까지 모두 확인하느라 조금 늦었습니다.”
전장에 보이지 않던 늑대족. 그들은 이 퍼슬시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모든 물리적 탈출구를 막아버렸다.
케일은 라크에게 등 돌리지 않은 채 여전히 사자용 괴물을 바라보았다.
그때, 창밖으로 검은 무언가가 케일에게로 다가왔다.
까악. 까악.
그것은 까마귀였다.
마나와는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는, 마법과도 비슷한 신비한 힘.
주술.
까마귀는 주술을 따라 움직이며 케일의 앞에 당도했다.
검은 날개를 활짝 편 채, 까마귀는 제 주인인 호랑이족 가샨의 말을 전해주었다.
“공자님, 곰족의 끄나풀을 발견했습니다. 퍼슬시 근처, 숲에 머물고 있더군요.”
케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공자님.”
그때, 라크의 어깨 너머로 소리 없이 한 사람이 나타났다.
“찾았습니다.”
몰란 가주 론의 아들이자, 요리사인 비크로스. 그가 대검을 바닥에 꽂으며 무심히 말했다.
“공작님께서 현재 계실 것이라 추정되는 곳을 발견한 것 같습니다.”
공작. 케일의 아버지 데르트 헤니투스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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