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697
696화.
괴물이 무너졌다!
그 짧은 한 문장은 퍼슬시에 있던 이들이 예상하던 것보다 더 빨리 서대륙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그 원인은 몇 시간 동안 중단되었던 영상통신의 비중이 컸다.
‘뭐? 퍼슬시가 마나 교란 상태로 마법이 안 된다고?’
‘지금 그곳에 저하가 계신단 말이다! 카로 왕국의 미래가 그곳에 계신데! 당장 로운 왕실에 연락해!’
‘어떻게든 관련 소식을 알아보게! 지금 이 서대륙의 운명이 퍼슬시에 달려있다고!’
하얀 별이 퍼트린 소문 때문에 안 그래도 퍼슬시 전투에 서대륙 사람들은 촉각을 곤두세웠다. 일반 평민부터 수뇌부들까지. 두려움과 걱정을 안고 전쟁의 방향을 알고 싶어 했다.
특히 로운 왕국으로 지원 병력을 보낸 왕국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지원 병력의 대표로 자발적으로 나선 이들이 그 나라의 중심이거나 중심이 될 자였기 때문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밤이 되자마자 원활하던 통신이 끊겼다.
그러니 불안함에 시달리던 이들은 다시 퍼슬시에 마법이 가능해지자마자 영상통신을 쏟아부었고, 그에 따라 전쟁의 결과는 빠르게 서대륙 전역으로 알려졌다.
‘승리했습니다!’
‘…정말인가?’
‘네! 괴물이 무너졌습니다!’
‘오, 세상에! 왕께서는 안전하신가?’
‘…아. 그것이…….’
각국 지원 병력 중 영상통신을 맡은 마법사들은 자국에 보고를 하다가 한 번씩 멈칫거렸다.
정글에서 온 영상통신 마법사는 상관의 물음에 씁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왜? 무슨 일이 있나? 전하께서 다치셨나?’
‘…전하께서는, 그리고 저희 병력들은 모두 안전합니다. 다만. 다만.’
‘왜 그리 말을 망설이는가! 어서 말하게!’
‘…로운에서 거의 다 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음?’
‘로운 왕국의 자체적인 병력과 그들에게 협조하는 존재들이 괴물을 쓰러트렸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엄청난 괴물이라 하지 않았나? 로운 왕국은 정말, 상상했던 것보다 더 대단한 곳이군.’
‘하지만 로운 왕국의 피해가… 매우 큽니다.’
‘그게 무슨 소린가?’
상관은 피해가 크다는 말에 퍼슬시나 로운 자체 병력에 대해 떠올렸다. 그러나 이어진 말에 상관은 차마 어떠한 말도 내뱉을 수 없었다.
담당 마법사는 비통한 얼굴로 읊조리듯 보고했다.
‘로운 왕국의 왕세자께서 괴물을 무너뜨리시고, 그대로 쓰러지셨습니다. 현재 그 몸 상태를 파악 중이라고 합니다.’
아.
탄식이 절로 터져 나왔다.
‘그리고, 케일 헤니투스 사령관은 온몸에 피 칠갑을 한 상태로. 그는 기절하지는 않았지만 상세가 아주 안 좋아 보였습니다.’
‘허어.’
‘그런데.’
마법사는 지난밤의 전투를 떠올렸다.
붉게 물든 채 싸운 사령관. 쓰러질 정도로 앞장서서 괴물과 부딪쳤던 왕세자.
‘그런데 그들 외에는 큰 부상자가 따로 없습니다. 저희는 무사합니다.’
건물이 무너지고 여러 번의 폭발. 그리고 괴물과 드래곤들의 싸움 여파에 휩쓸려 다친 이들은 꽤 있었지만 그 부상은 크다고 할 수는 없었다.
상관은 한참 만에 입을 열었다.
‘…로운의, 로운의 손실이 너무 크구나.’
그리고 한마디를 덧붙였다.
‘참으로, 참으로 대단한 곳이야. 로운은.’
제일 많이 다친 이가 왕세자와 사령관이라니. 이어진 보고에서 드래곤과 최한에 대한 얘기도 나왔다. 들을수록 놀라우면서도 이유 모를 감정이 치솟았다.
그것은 존경이었다.
그러나 이내 마지막 보고 사항을 읊는 순간이 되자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현재 퍼슬시에는 신전이 열렸습니다.’
‘그것이 문제겠군.’
‘네. 다만 당장 전투를 벌일 일은 없는 상태로, 현재 앞으로 어떻게 할지에 대해 논의할 예정입니다.’
‘…로운 왕세자가 그러한데 논의가 되겠나?’
‘…관련 사항은 정해지는 대로 전하의 재가를 받은 후 보고하겠습니다.’
‘그래.’
‘그리고 하나 더 있습니다! 이건, 보고라고 하기엔 좀 애매하지만.’
‘음? 뭔가?’
마법사는 질끈 눈을 감았다. 어둠 속 아름다운 빛이 현실처럼 그려졌다. 그는 눈을 다시 뜨며 그때의 감동을 담아 외쳤다.
‘그, 로운의 왕세자께서 신의 힘을 받아 태양을 만드셨습니다!’
‘…어? 뭐라고? 태양? 신?’
‘네! 로운의 차기 왕은 태양신의 수호를 받는 것 같습니다!’
‘…허.’
정글뿐만 아니라 비슷한 내용의 영상통신이 곳곳에서 이루어졌고, 그에 따라 두 가지 소식이 빠르게 서대륙 전역에 퍼졌다.
첫 번째는 괴물이 무너졌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왕세자와 케일을 필두로 한 전쟁의 결과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에 서대륙 곳곳에서 환호성과 탄식이 함께 퍼져나갔다.
그러나 로운 왕국보다는 못했다.
로운 왕국 전역은 발칵 뒤집혔다. 괴물이 무너졌다는 기쁨보다 그 뒤를 이은 소식들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들도 현재 퍼슬시에 머무는 로운 왕국민들보다 더하지는 않았다.
“어떻게, 저하께서는 깨어나셨대?”
“나도 몰라!”
병사는 답답함과 슬픔을 감추지 못한 채, 동료의 물음에 냅다 소리치듯 답했다.
“왜? 자네는 그런 정보 잘 알아 오지 않나!”
물어본 이도 답답하다는 듯 목소리가 커졌다. 그로선 정보통으로 통하는 이 병사에게 소식을 물을 수밖에 없었다.
퍼슬시청 앞. 건물 주변 경계를 서고 있던 두 병사의 대화에 주변에 있던 병사들도 은근슬쩍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정보통으로 통하는 병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로선 알 수가 없네.”
그 순간, 정적이 내려앉았다.
정보통으로 통하는 병사는 그 정적을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푹 숙이며 씁쓸함을 꾹 삼켰다.
만약 알베르 크로스만의 상태가 좋았다면 알음알음 그 소식이 퍼슬시청 안에 퍼졌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 말도 없는 것은 그 상태가 위중해 극비로 여기고 있다는 소리였다.
“…어서, 어서 저하께서 깨어나셔야 할 텐데. 이대로 무너지시면-”
“그럴 일은 없을 거다.”
음?
순간 들려온 목소리에 병사는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그제야 그는 주변에 정적이 내려앉은 진정한 이유를 깨달았다.
“사, 사령관님!”
사령관 케일 헤니투스. 그가 병사가 서 있는 곳을 지나치고 있었다. 그의 뒤로 대검을 등에 짊어진 자와 붉은 머리칼의 마법사가 함께하고 있었다.
비크로스와 로잘린의 시선을 차례대로 받게 된 병사는 어깨를 움츠리며 고개를 숙였지만, 다시 한번 들려온 케일의 목소리에 그는 고개를 바로 들어 올렸다.
“걱정하는 일은 없을 테니, 본인의 임무에 충실하도록.”
케일의 목소리는 언뜻 들으면 참 차갑게 느껴졌으나.
“끼니는 잘 챙겨 먹고.”
그 안에는 자그마한 따뜻함이 스며들어 있었다. 병사는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감사합니다!”
다른 병사들도 절로 지나가는 케일 일행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물론 케일은 왜 병사가 감사하다고 말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비크로스. 로운 왕실에서 밥 잘 안 챙겨주냐?”
“잘 챙겨줍니다. 왕세자 저하를 따라서 온 왕실 주방장이 현재 퍼슬시청에서 식사의 모든 것을 진두지휘 중이죠. 물론 스테이크는 제가 더 잘합니다만.”
“…아… 그래.”
케일은 떨떠름한 얼굴로 비크로스를 바라보다가 이내 퍼슬시청 안으로 들어섰다.
끼이익. 문을 열고 들어선 그들을 향해 잠시 시선이 집중되었으나 이내 다들 짧은 인사와 함께 자신의 일에 집중하였다.
케일은 그 광경을 눈에 담으며 조금은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비크로스.”
“네.”
“너는 론에게 가보도록.”
“네.”
론은 현재 퍼슬시청 소유 감옥에 곰족을 비롯한 하얀 별의 부하들을 가둔 채 여러 가지 일을 벌이는 중이었다. 잠깐 그 보고를 하러 왔던 비크로스는 다시 지하 감옥으로 향했다.
“로잘린 님. 대회의실에 먼저 가시겠습니까?”
현재 정글, 위퍼 등 각국의 대표들은 퍼슬시청 대회의실에 자리하고 있었다. 추후 퍼슬시 복구 문제와 눈앞에 나타난 신전에 대한 문제를 논하기 위해서였다.
“네. 먼저 가서 시간 좀 끌고 있을게요.”
다정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로잘린의 눈빛은 믿음직했다.
“그러니 케일 공자는 편히 할 일들 다 하고 오세요.”
“배려 감사합니다.”
“천만의 말씀을.”
대회의실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려던 로잘린은 잠시 멈칫하더니 케일을 향해 걱정 어린 눈빛을 보내왔다.
“왕세자 저하 상태, 저한테도 알려주실 수 있나요?”
차마 왕세자를 보러 가겠다고 말하지 못한 로잘린이었다.
기절한 왕세자. 이는 로운에게 있어 위중하면서도 예민한 문제였다. 따라서 현재 알베르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이는 극히 드물었다.
기절하기 전 알베르의 명이라며, 기사단장과 그의 수하들조차 알베르를 보러 갈 수 없었다.
“네. 깨어나시면 바로 연락드리죠.”
“고마워요, 공자. 아, 그리고 공작님께서 무사히 돌아오셔서 다행이에요.”
싱긋 미소 짓는 로잘린을 따라 케일도 미소를 그려 보였다.
“그럼 얼른 가봐요!”
“네. 나중에 뵙겠습니다, 로잘린 씨.”
케일은 퍼슬시청 가장 위층으로 향했다. 위층으로 들어서자, 복도가 시작되는 입구에서 기사들이 삼엄한 경계를 서고 있었다.
“사령관님을 뵙겠습니다.”
“기사단장께서 수고가 많으십니다.”
“아닙니다.”
기사단장은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고 지나가는 케일을 바라봤다.
케일은 아무도 없는 복도 끝에 위치한 문으로 향하고 있었다. 저 안에 알베르가 있었다. 케일은 알베르를 잠시 본 후, 데르트 공작에게로 갈 생각이었다.
“후우.”
기사단장은 그런 케일을 보며 작게 숨을 내뱉었다.
케일의 온몸을 붉게 만들었던 피는 말라붙어 검은 옷자락에 덕지덕지 얼룩을 만들었고, 그의 얼굴은 수건으로 대충 닦아낸 덕인지 제법 말끔했지만 그 탓에 창백한 안색이 더욱더 도드라져 보였다.
“참으로-”
기사단장은 하고픈 말이 많았으나 차마 내뱉지 못한 채 다시 꼿꼿이 섰다. 기사단장으로서 왕세자를 지키는 것. 그것이 자신이 할 일이었다.
“감사합니다.”
다만 작은 목소리로 케일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를 하나도 듣지 못한 케일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인간아!
아무도 없는 복도. 케일은 혼자가 아니었다.
-내가 네 사과파이 왕세자한테 줘도 되나? 왕세자도 사과파이 먹어야 한다!
킁! 라온의 콧물 삼키는 소리를 들으며 케일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하께 사과파이 다 줘도 돼.”
-그건 안 된다! 인간이 백 개는 먹어야 한다! 비크로스가 레몬차 백 잔 끓여주기로 합의해줬단 말이다!
“뭐?”
순간 케일은 라온의 소름 돋는 발언에 서늘하다 못해 추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때, 복도 끝에 도달한 케일의 앞에 잠겨있던 문이 천천히 열렸다.
“케일 님.”
최한이 살짝 문을 열며 케일이 들어설 공간을 만들어주었다.
“들어오십시오.”
케일이 들어선 방안은 휑했다.
어디선가 급히 가져온 듯한 침대와 테이블, 의자 몇 개만이 덩그러니 있을 뿐이었다.
“저하의 상태는 어떠십니까?”
침대에는 알베르가 눈을 감은 채 누워있었다. 여전히 꼬질꼬질한 잠옷 차림새였고, 그의 피부와 머리칼은 다크엘프 쿼터로서의 빛깔을 띠고 있었다.
에르하벤은 묘한 눈빛으로 알베르를 바라보다가 이내 케일을 향해 입을 열었다.
“갑옷을 입지 않아 자잘한 외부 타박상들이 있지만, 상처가 남을 정도는 아니고. 내상은 전혀 없다. 다만 마력을 전량 모두 소모하는 바람에 기력이 다해 잠시 기절을 한 것 같구나.”
“그렇군요.”
“왕세자야!”
라온이 마법을 풀고는 왕세자 옆 침대에 내려앉았다. 아공간에서 사과파이를 꺼낸 라온은 그것을 왕세자 옆에 척하니 두었다.
온과 홍은 라크를 데리러 가서 현재 이 자리에 없었지만, 온과 홍이 있었다면 쿠키까지 꺼내 들어 왕세자의 주변에 장식되어졌을 것이다.
“왕세자야! 너도 우리 인간처럼 기절하기 시작하면 안 된다! 어서 일어나야 한다!”
“푹 쉬고 나면 괜찮을 거다.”
에르하벤이 라온의 이마를 슬쩍 뒤로 밀며 알베르에게서 떨어뜨렸다.
케일은 그 광경을 보며 한숨을 살짝 내쉬었다.
“왕세자 저하도 좀 쉬셔야죠. 안 쉬고 계속 일하니, 마력이 떨어졌다고 바로 기절을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
순간 정적이 내려앉았다.
“음? 최한, 왜 그렇게 쳐다보지?”
순한 얼굴의 최한이 조금 반항기 가득한 눈빛으로 케일을 쳐다봤다.
“응? 너는 왜 그래?”
라온이 사과파이를 와그작 구겨버리며 케일을 멍하니 응시했다.
“…에르하벤 님?”
허! 하! 참나! 연신 감탄사를 흘리며 에르하벤이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어댔다. 박복한 놈이 박복한 소리만 한다고 연신 혀를 찼다.
케일은 갑자기 셋이 왜 이러나 싶어 미간을 찌푸렸으나, 이내 셋 다 답이 없자 한숨을 내쉬었다.
“어쨌든 저하가 언제 깨어나실지 지금 알 수 없는 겁니까?”
“음. 그렇지.”
에르하벤이 씁쓸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케일은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시선을 돌려 창밖을 내다봤다. 어느새 새벽이 찾아왔고 아침의 태양이 떠오르고 있었다.
봉인된 신의 신전은 그 빛을 받아 더 찬란하고 성스럽게 존재감을 뿜어내었다.
“일단 저 신전을 처리해야 합니다.”
에르하벤은 케일의 말에 그를 바라봤다. 라온과 최한도 케일에게로 시선이 움직였다.
꿈틀. 그렇기에 왕세자의 눈꼬리가 살짝 움직이는 것을 아무도 보지 못했다.
“저하께서 일어나실 때까지 기다리면 좋겠지만, 서대륙의 모든 시선이 집중된 이상 한시라도 빨리 저 신전을 없애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그 방도를 논의할 생각이냐?”
에르하벤의 물음에 케일은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방도는 나왔습니다.”
“신전을 처리할 방도가 벌써 나왔나?”
“네.”
“어떻게?”
에르하벤이 물었고, 최한과 라온도 케일의 대답을 기다리며 집중했다.
움찔. 알베르의 손가락이 살짝 움직였다.
케일은 천천히 창가에서 동료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동시에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신전에는 저만 들어가겠습니다.”
하얀 별을 처리하려면. 세계수가 말한 그 방식을 쓰려면.
뿌리 단검을 심장에 박으려면.
그리고 수만 여명의 사람들을 희생하게 하는 일을 막으려면.
‘나 혼자 들어가야 한다.’
제3지구의 안로만이 알베르를 통해 알려준 신전의 실체.
왜 1년여 동안 수만 여명의 사람들을 희생해야 했는지, 그에 대한 내용을 듣고 내린 결정.
케일의 시선이 동료들이 있는 곳에서 멈췄다.
“제가 신전에 들어가서 다 처리하고 오겠-”
순간 케일의 눈동자가 커지며 그는 말을 멈춰야 했다.
“…저하? 깨셨습니까?”
“…그래.”
침대 위 알베르가 조금씩 눈을 뜨며 기가 차다는 듯 케일을 보며 툭 내뱉었다.
“눈 뜨자마자 헛소리를 다 듣는군.”
뒤이어 라온이 냅다 소리쳤다.
“역시 지금 인간 뭐 꾸미고 있는 거다! 절대, 절대로 혼자 들어가게 하면 안 된다!”
라온은 전투가 끝나고 찾아온 온, 홍과 함께 굳건하게 맺은 세 명의 약속을 언급했다.
“우리 셋이서 감시, 아니, 우리 셋도 따라갈 거다!”
스릉.
최한이 검날을 닦으며 무심히 말했다.
“저도 가겠습니다.”
멈칫하던 케일은 에르하벤을 바라봤다. 에르하벤이 온화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박복한 놈. 혼자서 뭐를 할 생각이냐? 온에게 듣기로는 네놈 세계수에게 갔다 왔다지? 내가 세계수를 만나고 오면 의문이 풀릴 것이냐?”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온과 홍은 라크를 데리러 가기 전, 라온과 에르하벤을 비롯한 모든 드래곤들에게 케일의 이상한 모습을 전한 상태였다.
‘아무래도 이상한데.’
온이 뭔가 이상하다고 말했고, 에르하벤과 라온은 그 말을 매우 신뢰했다. 두 용이 봐도 여기서 온만큼 눈치 빠른 이가 없기 때문이었다.
에르하벤이 손을 들어 올렸다.
딱!
그의 손가락이 맞부딪쳤고.
철컥.
금색 마나와 함께 방의 문이 굳게 잠겼다.
에르하벤은 온화한, 하지만 용 특유의 살벌한 미소를 지으며 케일에게 조곤조곤 말했다.
“자, 무슨 짓을 꾸미는지 말해보려무나.”
케일의 머릿속으로 짱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는 왠지 모르게 즐거움과 안도가 담겨 있었다.
-큰일 났구만. 이제 다 불어야겠어. 아주 어마어마한 난관이야.
케일은 뒷목이 서늘해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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