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711
710화.
사건의 경위는 간단했다.
다크엘프 타샤와의 만남 후, 케일 일행은 다시 해리스 마을로 돌아가 최한과 함께 에르하벤의 레어가 있는 곳으로 갔다. 당연히 해리스 마을에는 최소한의 방어 마법을 설치해둔 상태였다.
그리고 레어 입구 앞에 도착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에르하벤이 밖으로 걸어 나왔고, 그는 그들을 보자마자 바로 마나를 일으켰다.
‘그사이에 갑자기 라온이 등장해서 이런 상태가 된 것이지.’
후우.
케일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보나마나 이 모든 상황의 연유는 뻔했다.
“에르하벤 님은 하얀 별을 먼저 만났군.”
조금 전 에르하벤이 한 말만 봐도 답이 나왔다.
‘하. 그 녀석도 의심스러웠지만, 결국 그 녀석 말대로군.’
‘어리석은 용이여, 세뇌에서 빠져나오거라.’
그 녀석은 하얀 별을 가리키는 것일 테고, 아마도 우리가 라온을 세뇌시켜 데리고 다닌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에르하벤의 서늘한 눈동자가 정확히 케일이 있는 곳에 닿아있었다. 그는 보이지도 않건만, 마나를 통해 케일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했다.
“말로는 안 된다는 것이냐?”
후광이 비치는 것 같은 얼굴의 소유자가 입꼬리를 비틀었다.
“그러면 말 말고, 이것으로 상대를 하면 되는 것인가?”
우우웅-
에르하벤의 손아귀에 금빛 가루가 뭉치며 거친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케일은 얼른 품에서 여의주를 찾았다.
본디, 케일은 김록수에게 기름칠 잘된 혀 역할을 맡기려고 했다.
‘…너 소질이 없구나.’
‘난 네가 더 신기하다만.’
하지만 김록수는 아직 스무 살이라 그런가 영 소질이 없었다. 그다음으로 이수혁을 떠올렸으나, 그는 너무나도 바빴다. 현재 부산 서면 쉘터를 중심으로 각 지역별 중심 구역을 선정하여 전체적인 안정화 작업을 계획 중이라고 하였다. 그 까닭에 이수혁은 여기저기 출동을 많이 다녀야 했다. 그 곁을 최정수가 함께하였으며 그는 현재 훈련에 집중하는 중이라 케일도 얼굴 보기가 힘들었다.
‘박진태는 영 아니고.’
당연히 박진태는 안 될 말이었다.
그러니 남은 존재는 하나였다.
‘사실 최고의 선택일 수도 있어.’
케일은 여의주를 꺼내 들었다.
“음?”
에르하벤은 허공에 나타난 구슬을 보고 눈을 살짝 크게 떴다.
‘어떠한 마법적인 작용이 없었다.’
공기 중 마나의 변동은 조금도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허공에 구슬이 나타났다.
‘마법이 아닌 새로운 힘?’
오러도, 죽은 마나도 아니었다. 에르하벤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는 얼마 전 자신을 찾아왔던 하얀 가면을 쓴 남자를 떠올렸다.
‘그러니까, 네놈 말대로라면 어린 용을 납치하여 세뇌시킨 채, 서대륙 곳곳에 문제를 일으키는 놈들이 있다?’
‘그렇습니다.’
‘그래서 현재 연금술 종탑과 마법사 몇몇이 비밀 단체를 만들어 그들을 쫓고 있고?’
‘네. 다만 어린 드래곤께서 관련되어 있어, 가장 오래 사신 에르하벤 님을 찾아뵈어 말씀을 드려봅니다.’
‘…그래서?’
하얀 가면은 단호히 말했다.
‘그들을 조심하십시오. 속으시면 안 됩니다. 특히,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 것을 믿으라고 말하면, 그것은 거짓이니 현혹되지 마시길 바랍니다.’
하얀 가면은 에르하벤에게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 것을 믿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 보이지도, 냄새가 나지도, 온기가 느껴지지도 않는. 그저 마나로만 느껴지는 존재를 경계할 수밖에 없었다.
‘…다르다.’
하지만 갑자기 나타난 구슬로 인해 그 하얀 가면 녀석의 말과 다른 상황이 되었다.
에르하벤은 구슬에 떠오르는 존재를 볼 수 있었다.
“음.”
저도 모르게 침음을 삼켰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구슬 안에 나타난 것은 그로서는 처음 보는 존재였다.
-…….
아무 말 없이 지긋이 에르하벤을 바라보는 구슬 안의 존재.
케일은 그 모든 상황을 보며 빙그레 입꼬리를 올렸다. 구슬 안의 존재는 상황 파악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하는, 누구보다도 뛰어난 기름칠 잘된 혀를 가진 이였다.
‘원조지, 원조.’
여의주 속 사자의 갈기를 지닌 검은 호랑이가 그 눈동자를 에르하벤에게 고정하고 있었다.
‘그래. 사람보다는 호랑이가, 그것도 사자의 갈기를 지닌 검은 호랑이가 더 있어 보이지.’
딱 봐도, 신비로운 존재 같아 보이지 않은가?
천년을 산 드래곤도 저런 호랑이는 본 적 없을 것이다.
암흑 호랑이, 원조 기름칠 잘된 혀. 알베르 크로스만이 입을 열었다.
-위대한 용이 어찌하여 세뇌를 당한다는 것이지?
에르하벤의 눈동자가 일순간 흔들렸다.
“맞다! 나는 세뇌당하지 않았다!”
라온이 적절하게 맞장구를 쳐줬다. 암흑 호랑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이어 말했다.
-신체의 자유를 빼앗길지언정, 용은 스스로 굴복하지는 않을 터.
호오.
케일의 입꼬리가 삐뚜름하게 올라갔다.
‘에르하벤 님께 반말이라.’
아주, 신비로운 존재로 나갈 작정을 하셨구만.
케일은 별말 없어도 알아서 연기를 잘해 나가는 알베르를 뿌듯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순간 케일의 얼굴을 본 알베르의 표정이 구겨질 뻔했으나, 알베르는 간신히 참고는 고개를 털었다.
풍성한 검은 갈기가 부드럽게 흔들렸다.
-그대가 보기에 내 말이 틀린가?
오. 즐기는군.
케일은 알베르의 미묘하게 올라간 입꼬리를 포착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갑작스러운 상황에 케일과 클로페를 제외한 일행은 당황을 감추지 못했다.
로잘린은 암흑 호랑이의 존재를 몰라 애써 당황을 숨기고 있는 중이었고. 최한은 갑자기 알베르가 에르하벤에게 본인이 늘 케일에게 말하던 불경한 행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클로페는 그저 고요했다.
“…이게.”
마지막으로 에르하벤이 당황스러움을 살짝 드러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그로선 당연한 반응이었다.
천년을 가까이 살면서 온갖 몬스터와 동물을 다 봤다. 그럼에도 저런 호랑이는 처음 보았다.
‘그것도 사람의 말을 하고. 무엇보다도 저 눈동자.’
암흑 호랑이의 눈동자는 또렷한 것이, 그 안에 든 지혜가 느껴졌다.
더불어 얼굴보다는 작은 크기라고 하더라도 그 구슬 안에 자리한 모습에서 풍겨져오는 분위기가 누군가를 이끌어본 적이 있는, 군주의 느낌이 들었다.
-이게 무슨 상황이라-
알베르의 눈동자가 슬쩍 케일에게로 향했다. 에르하벤의 물음에 어찌 답할 것인지 묻는 눈동자였다.
케일은 곧바로 입을 열었다.
“시-”
음?
그런데 말이 나오지 않았다.
‘시험이라고 말해주십시오. 자세히 설명을 한다고요.’
그리 말하려고 했다.
“시-”
하지만 시험이라는 단어를 내뱉을 수 없었다.
‘뭐지?’
케일은 다시 입을 열었다.
“봉-”
봉인된 신의 시험. 그것을 말하려고 했지만 나오지 않았다. 케일의 그 모습을 해괴하다는 듯 바라보던 알베르의 눈동자에 이채가 감돌았다.
그 뒤에도 케일은 몇 번이나 봉인된 신과 이 세상이 시험이라는 것을 말하고자 시도했다. 환상이라는 것 빼고 말이다.
“…저하, 안 되는군요.”
하지만 그는 한마디도 내뱉을 수가 없었다.
‘갑자기 왜 이러지?’
지금껏 잘만 말하고 다녔는데, 어찌하여 지금은 안 된단 말인가?
에르하벤 님은 시험을 치르는 대상이 아니라서 그런가? 그렇다고 하기에는 이미 투명화해서 최한의 집까지 따라온 라온 앞에서 대화를 나눴었다.
‘라온 앞에서는 되는데, 왜 에르하벤 님 앞에서는 안 되지?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이지?’
아.
차이가 하나 있다.
‘하얀 별.’
에르하벤은 케일보다 하얀 별, 봉인된 신으로 추정되는 이를 먼저 만났다. 그리고 현재, 케일은 에르하벤에게 시험을 언급할 수 없었다.
‘하얀 별이 서둘러 움직인 이유를 알겠군.’
암흑 호랑이는 케일의 눈빛을 마주하다가 입을 열었다.
-시-
알베르도 말을 못 이었다.
그는 케일이 혼자서 하는 행동을 보았기에 곧바로 납득했다.
-음. 이건 안 되나 보군.
대번에 케일처럼 상황을 파악했다.
가만히 지켜보던 에르하벤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 마나의 뒤틀림은 너인가?”
씨익. 암흑 호랑이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아니. 보이지 않는 나의 동생이 함께한다.
에르하벤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는 한참 동안 알베르, 그리고 케일이 있을 허공을 바라보다가 힘겹게 내뱉었다.
“너도, 보이지 않는 네 동생도… 신인가?”
응?
케일은 멈칫했다.
갑자기 웬 신?
케일의 시선이 알베르에게로 향했고, 알베르는 여유롭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나는 신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 세계의 존재가 아닌가?”
-음. 그건 맞다.
알베르는 약간 뭔가 어긋났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순순히 사실대로 답했다. 그는 흔들리는 케일의 동공을 모른 척했다.
에르하벤은 계속 물었다. 그의 표정은 점점 굳어갔다.
“…설마 마족?”
-아니다. 내 모습이 이렇다 하여, 마족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지.
하아.
에르하벤이 하늘을 보며 탄식을 흘렸다. 그를 감싸던 황금빛 가루가 조금 사그라들었다.
“답은 나왔군.”
고룡은 자신의 오랜 경험과 그간 쌓아온 지식으로 결론에 도달했다.
“…마족도, 신도 아니라면 한 존재뿐이군.”
이 자연이 아닌, 다른 세상의 존재.
거기다가 마법도, 오러도 아닌. 에르하벤조차 짐작할 수 없는 방식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존재.
마족도 신도 아니라면. 남은 하나는, 천족뿐이었다.
“모습은 내가 알던 것과 다르지만, 내가 그곳을 가본 것도 아니고. 얼마든지 특이한 모습은 있을 수 있지.”
-음.
알베르는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케일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천족이라고 착각한 것 같습니다만. 말 하죠? 다른 세-”
음. 안 되네.
케일은 다른 세계라는 단어 자체도 내뱉을 수가 없었다.
‘시험과 관련된 단어라서 그런가?’
알베르도 마찬가지인 듯 케일 쪽을 향해 살짝 고개를 가로저어 보였다.
케일은 슬쩍 뒤에 선 일행들을 바라봤다.
로잘린이 흔들리는 눈동자로 이곳을 보고 있었다. 이거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그녀의 눈동자가 그리 말하고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에르하벤은 홀로 다른 세상에 있는 것처럼 심각한 얼굴로 알베르에게 물었다.
“그러면 나를 찾아온 그놈은 누구지?”
-그건 말할 수가 없군.
“아까부터 지켜보니, 말하고 싶어도 말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 같군.”
-그렇다.
“…그래. 그런 제약이 있어야겠지.”
천족이니, 다른 세계의 일에 관여를 하려면 법칙에 의한 제약이 있을 터.
에르하벤은 홀로 납득해나갔다.
알베르는 이를 지켜보다가 뭔가 떠오른 듯 아주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
-그놈에 대해 말할 수 있는 하나 확실한 점은 그놈은 지금 이곳을 난장판으로 만들려고 한다는 것이지. 우리는 이를 막으려고 하는 중이고.
암흑 호랑이는 우아하게 갈기를 흩날리며 에르하벤에게 말했다.
-자세한 이야기는 레어에 들어가서 좀 나눌 수 있겠나?
그때, 에르하벤의 시선이 한 곳에서 멈췄다. 인간들 중 묘한 느낌을 주는 힘을 가진 자가 그곳에 서 있었다.
그 시선을 받은 이가 앞으로 나섰다.
“저에겐 드래곤 슬레이어의 힘과 유사한 와이번을 조종하는 힘이 있습니다.”
클로페 세카의 백발이 바람에 흩날렸다. 하지만 그의 녹안은 흔들리지 않았다.
“이는 드래곤을 실제로 해했던, 가짜 드래곤 슬레이어 시렘을 죽이고 얻은 힘입니다. 이에 대한 증거는 얼마든지 보여드릴 수 있습니다.”
누가 보아도 고고하고 성스러워 보이는 클로페 세카.
케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적절히 나섰군.’
클로페가 적절하게 나서준 덕분에 에르하벤의 의심을 지우고, 한층 더 깊은 대화가 가능할 것이다.
클로페는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하며 말했다.
“저는 파에른 왕국의 수호 기사 클로페 세카. 케일 님의 뜻을 이어받아, 이 세상의 혼란을 잠재우려 합니다.”
케일의 표정이 대번에 떨떠름해졌다.
그때.
“…케일?”
갑자기 에르하벤의 표정이 달라졌다.
“네. 케일 님의 뜻에 따라-”
“…하얀 가면 놈의 이름이 케일이었는데?”
“…네?”
클로페의 눈이 커졌다. 에르하벤은 여의주 속 알베르에게 다가왔다.
“내가 만난 하얀 가면. 그래, 하얀 별 그 녀석의 본명이 케일이라고 하였다. 이것이 무슨 상황이지?”
케일과 알베르는 서로를 바라봤다.
진짜 하얀 별의 본명은 케일이 맞긴 맞았다. 케일 베로우.
그런데 뭔가 찜찜했다.
알베르는 곧바로 입을 열었다.
-…그자의 얼굴도 보았나?
“당연히. 나는 얼굴도 모르는 이를 믿을 순 없다.”
-…어떻게 생겼지? 아니, 잠시만.
갑자기 알베르가 뒤로 가더니, 그의 덩치에 가려져 있던 누군가를 앞으로 끌어왔다.
-이자와 비슷하게 생겼나?
스무 살의 김록수가 떨떠름한 얼굴로 어정쩡하게 서 있었다.
“아니. 다르게 생겼다. 음.”
에르하벤은 이상한 분위기에 살짝 고개를 기울이며 말을 이었다.
“조금 화려하게 생겼다고 해야 하나.”
알베르의 고개가 천천히 움직였다. 그는 케일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동생아, 네 얼굴인 것 같은데?
***
똑똑똑.
네크로맨서 메리는 노크 소리에 문으로 다가갔다.
“메리.”
다크엘프 타샤의 목소리였다. 달칵. 메리는 살짝 문을 열었다. 타샤가 약간 난감한 미소를 지은 채 자신의 등 뒤를 가리켰다.
“왕세자 저하의 손님이신 분인데. 메리 너와 아는 사이라고, 잠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냐고 하는데.”
“음!”
메리의 눈동자가 커졌다. 타샤가 가리킨 복도 끝에는 하얀 가면을 쓴 사람이 서 있었다. 순간, 하얀 별인가 싶어 저도 모르게 기운을 이끌어 올릴 뻔했던 메리는 곧 석상처럼 굳어버렸다.
“…어째서?”
하얀 가면을 쓰고 있었지만, 체격, 헤어스타일, 피부, 코 아래의 얼굴. 눈동자와 머리칼 색. 그 모든 것들이 익숙한 누군가와 닮아있었다.
복도 끝에 서 있던 이는 천천히 다가와 특유의 나른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메리. 다른 애들은?”
아.
메리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온과 홍을 돌보기 위해 홀로 헤니투스 영주성에 남았던 메리. 로잘린과 최한, 클로페가 해리스 마을로 돌아가 여의주를 통해 케일에 대해 알았던 것과 달리, 메리는 아직 케일을 만나지 못했다.
케일과 로잘린, 클로페가 다음 날 새벽 일찍 메리와 온, 홍을 만나러 헤니투스 영주성으로 갔지만. 다크엘프 타샤로 인해 그들은 변변한 대화도 하지 못한 채 헤어져야 했다.
메리는 다시 수도로 만나러 올 로잘린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공자님?”
어느새 타샤를 지나쳐 메리의 앞에 선 남자는 살짝 하얀 가면을 들어 올렸다.
그 가면 아래, 케일 헤니투스와 똑같이 생긴 자가 케일 헤니투스처럼 미소 짓고 있었다.
절망은 차근차근, 다가오고 있었다.
***
에르하벤의 레어 중앙에 위치한 테이블. 케일은 그곳에 놓인 의자 중 하나를 차지한 채 한숨처럼 툭 내뱉었다.
“신이든, 신 꼭두각시든 별별 짓을 다 하네. 안 피곤한가?”
띠껍다 못해 불경한 표정으로 케일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댔다.
그때, 알베르와의 대화를 끝낸 에르하벤이 떨떠름한 얼굴로 말했다.
“왕궁에 잠입하자고?”
-그래. 모든 비밀통로를 내가 알고 있으니. 그대는 내 동생과 함께 잠입하면 될 걸세. 편할 거야.
“…잠입해서 왕세자를 만나고?”
-그렇네.
암흑 호랑이의 입꼬리가 올라가며 송곳니가 드러났다. 그 눈동자가 서늘하게 번뜩였다.
-나는 왕세자가 멍청한 짓을 하는 건 못 보겠거든.
그의 시선이 케일에게로 향했다. 케일은 셔츠 목 단추를 하나 풀고 있었다. 조금 전 케일은 알베르에게 말했었다.
‘기록 좀 살펴보겠습니다. 그곳에 답이 있거든요. 그러니 알아서 계획대로 처리 부탁드립니다.’
불경한 표정으로 투덜거리는 것과 달리, 케일의 표정은 이미 답을 찾은 자의 것과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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