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724
723화.
“허억. 허억.”
최한은 달리고 또 달렸다.
“허억, 헉.”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다 못해 심장이 터져 버릴 것 같았다.
그럼에도 그는 멈출 수가 없었다. 오히려 어떻게든 그가 가진 모든 힘을 쓰며 달리고 또 달렸다.
최한은 환상 속이었지만, 원래 그가 가진 최한으로서의 힘을 온전히 모두 쓸 수 있는 상태였다.
이전에 봉인된 신과 마주했던 시험 때와 달리, 이번 환상 시험들은 얼마든지 그가 최한으로서 가진 본래의 힘들을 사용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그가 가진 모든 것을 사용해서 달리고 또 달렸다.
“헉, 허억-”
마침내, 그는 눈앞에 보이는 거대한 석벽을 단숨에 올라섰다.
그리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실패군.”
아래에 보이는 것은 붉은 것투성이였다.
피와 시체. 그리고 불.
해리스 마을을 덮친 붉음.
최한의 이번 환상은 과거에 그가 마주했던 해리스 마을의 비극이었다.
그는 그 붉음 사이로 도망치는 ‘암’ 요원들이 눈에 들어왔다. 과거의 그는 저들을 죽이고, 해리스 마을 사람들의 시신을 보며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슬픔과 분노를 겪어야 했다. 이성을 잃는 것이 무엇인지 그때 처음 깨달았었다.
하지만 이번 시험은 슬픔도 분노도 아닌, ‘실패’였다.
최한은 성벽 아래로 내려섰다.
이 당시의 최한이 아닌, 더 강해진 현재의 최한.
그는 어둠의 숲에서 눈을 뜨자마자 달려왔지만, 늦었다.
타닥.
그의 발이 성벽 아래, 마을에 닿은 순간.
“…또 시작이네.”
그의 시야로 붉음 대신에 초록빛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파아앗-!
초록빛이 그의 시야를 덮쳤고, 최한이 다시 눈을 떴을 땐, 어둠의 숲이었다.
그의 시선이 마을 쪽으로 향했다.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는 다시 달렸다.
현재 그는 7번 달렸고, 7번 모두 해리스 마을이 전부 무너진 후에 마을에 도착했다.
이는 7번의 실패를 뜻했다.
실패의 시험은 최한에게 딱 간당간당한 시간을 주었다.
그의 현재 수준으로 달렸을 때, 막 마을에 당도했을 땐 해리스 마을 사람들이 암에 의해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죽었을 시간을 말이다.
물론 과거와 다르지 않았다. 최한은 과거에도 마을이 습격받았을 때 어둠의 숲 이 위치에서 약초를 캐고 있었으니까.
그는 멈추지 않고, 그가 가진 모든 능력을 사용해 달리고 또 달렸다.
해리스 마을로.
앞으로 몇 번 더 실패할지 알 수 없다.
숨이 찰 만큼 달려가는 최한의 얼굴에는 표정이 사라져있었다.
그러나 그의 눈동자에는 작은 빛이 맴돌고 있었다.
‘줄어든다.’
점점 최한은 조금 더 빠르게 해리스 마을로 당도하고 있었다.
이렇게 하다 보면 언젠가는 환상 속이지만 해리스 마을 사람들 일부라도 구할 수 있고 마을의 일부를 지켜낼 수 있을 터.
만약 달리기만 해서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다른 방법을 찾으면 된다.”
그러니.
“해볼 만해.”
이러다 보면 그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으리라.
최한은 자신보다 훨씬 어리지만, 존경하는 누군가가 자주 하던 그 말을 내뱉으며 달렸다. 그는 조금 전보다 더 빨라지고 있었다.
그런 그의 주위에 반짝이는 검은 오러가 피어올랐다. 난폭하기만 하던 그 검은빛이 조금씩 최한의 곁에 정제된 형태로 머물기 시작했다.
한편, 클로페 세카는 두 손을 맞잡은 채 입을 열었다.
“간단한 시험이군요. ‘실패’는 말이죠.”
그는 권태를 넘어선 뒤, ‘실패’의 맹점을 알아내었다.
이 시험은 실패를 넘어 극복하는 것이 아니었다.
애초에 현재 상태의 시험 참가자가 성공할 듯 말 듯 간당간당한, 그러면서도 동시에 극복할 수 없는 상황을 환상으로 보여주었다. 그래서 성공을 바라며 이 시험을 벗어나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러니 실패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하지요. 이것이 내 과거의 허물이라는 것을.”
클로페는 제 주위를 감싸는 초록빛이 옅어지는 것을 보았다.
과거의 실패를 인정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것.
그것이 이 시험을 가장 쉽게, 평온하게 넘어가는 방법이라고. 클로페는 확신했다. 옅어지는 초록빛 너머 새로운 색깔의 빛을 향해 나아가려던 그는 잠시 멈칫하며 걸음을 멈췄다.
“…혹시 정말 이 실패를 극복하려는 사람은 없겠지?”
그건 불가능할 텐데.
동시에 다른 생각도 들었다.
“가능할 수도 있겠군.”
그는 뒤돌아섰다. 눈동자에 기이한 열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현재’의 나를 극복하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
이 시험은 현재 시험 참가자의 상태로 간당간당하면서 동시에 불가능한 상황을 시험으로 보여주었다.
그 말은 즉, 현재보다 더 성장하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소리였다.
‘그것을 다른 이들도 모를까?’
클로페는 케일의 동료로 자리한 이들을 떠올렸다.
일단 툰카는 제외했다. 단순한 자의 속내 따위 알고 싶지 않았다.
‘최한은 그냥 성공하려고 달려들 것이다.’
그놈은 머리도 좋은 편이면서 이럴 때는 전략적으로 시험을 통과할 방법을 생각하기보다는 단순하게 행동할 것이다. 아니지, 단순한 것이 아니라 실패를 이겨낼 것이란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있는 것이리라.
‘메리와 로잘린은.’
클로페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머물렀다.
그는 초록빛 너머 새로운 빛깔을 한번 쳐다보다가 다시 초록빛을 향해 걸어갔다.
메리와 로잘린. 그 두 사람은 처음에는 헤매겠지만 분명 이 시험을 빠르게 탈출하는 방법을 알아챌 것이다.
‘그러나 실패를 순응할 스타일이 아니지. 일단 실패를 극복하기 위해 달려들다가 안 되면 물러설 자들이야.’
최한보다 어떨 때는 더 과격한 편인 메리였으니, 충분히 그럴 만했다. 그리고 이성적인 편인 로잘린이지만, 그 고고한 성격상 실패는 참고 넘어가지 못할 터.
클로페는 다시 초록빛 속의 환상. 실패를 향해 걸어갔다.
“그러다가 셋 다 진짜로 성공을 하면, 곤란해.”
이 시험을 실패에 대한 순응이 아닌 극복 혹은 성공으로 마무리 짓는 것.
그것은 즉 현재보다 더 성장한다는 것을 뜻했다.
곤란하다.
아주 곤란하다.
“뒤처지는 것은 곤란하지.”
클로페는 케일의 옆에 계속 머물며 그가 걸어가는 길을 알고 싶고 기록하고 싶었다.
그런데 뒤처진다?
이미 그의 신체는 꽤 케일의 동료들보다 뒤처진 상태였다.
그러니 더 뒤처질 수는 없는 법.
그는 본인의 의지로 다시 초록빛 ‘실패’를 향해 걸어갔다. 그의 눈동자는 기이한 열기와 열망에 가득 차 있었다. 전설의 곁에 함께하는 것. 클로페는 그것만큼은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 시각, 메리는 눈을 감고 있다가 뜨며 보랏빛을 향해 걸음을 내디뎠다. 하지만 이내 그녀는 잠시 멈춰 서서 초록빛으로 뒤덮인 환상을 지켜보았다.
“실패는 과정입니다.”
그렇기에 지금의 메리가 있을 수 있었다.
그녀는 미련 없이 고개를 돌리며 다시 보랏빛을 향해 걸어갔다. 메리는 스스로에게 다짐하듯이 중얼거렸다.
“하루라도 빨리 바깥사람들을 위해 이 신전을 없애는 것.”
그것이 메리에게 있어 중요한 문제였다.
이 시험 또한 메리의 삶에 있어 하나의 과정이었다. 그러니 그녀는 목표를 향해 나아갈 뿐이었다.
메리에게 있어 목표는 한 가지였다.
동료, 가족들이 편하게 사는 것.
케일과 같은 목표였다.
다시 라온, 온, 홍과 함께 어둠의 숲에서 산책하다가 노을이 지는 것을 보고 밤하늘의 별을 보는 것. 지금 메리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이었다.
그녀는 거칠 것 없다는 듯 걸음을 옮겼다.
가장 처음으로 보랏빛 구간에 접어드는 메리였다.
***
“에르하벤 님.”
신전의 닫힌 문 앞. 그 근처에 자리한 알베르의 곁으로 다가온 에르하벤이 입을 열었다.
“현재 세 명이 초록색에 진입했군.”
알베르의 시선이 신전 위 구로 향했다.
“그리고 세 명 중에 한 명은 다음 단계로 진입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여섯 조각으로 나뉜 구의 총 2조각이 완전한 초록빛을 띄우고 있었다. 그리고 1조각은 초록빛을 넘어 이제 보랏빛을 조금씩 뿜어내는 중이었다.
초록은 실패를 뜻했다.
알베르의 입이 열렸다.
“…네 번째 조각도 지금 권태를 벗어나 실패로 가는 중이군요.”
툰카를 제외한 다섯 명의 1차 파견 인원.
알베르는 저 안의 상황을 전혀 알 수 없었다.
‘다시 잠들어도 암흑 호랑이가 될 수 없었어.’
여의주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 알베르는 저쪽에 다시 닿을 방법을 찾을 수가 없었다.
“일단 마지막 한 조각을 제외하고는 모두 초록색에 진입을 했거나 탈출 중이군.”
“네.”
“그러면 남은 것이 굴욕과 분노 환상인가?”
“그렇습니다.”
“…걱정이군.”
에르하벤은 유일하게 홀로 노란빛을 선명하게 띄우는 조각을 바라봤다. 저 조각은 전혀 초록빛을 띄울 생각이 없는 듯 또렷한 노란빛만을 뿜어내고 있었다.
‘저 노란빛은 누구지?’
일단 케일은 아닐 것이다.
왠지 그런 막연한 믿음이 들었다. ‘권태’. 케일이 백수를 꿈꾼다고 말하지만 그의 삶을 보면 그의 성정과 권태는 멀어 보였다.
‘누굴까?’
메리, 최한, 클로페, 로잘린. 다른 네 명의 이름이 스쳐 지나갔다. 그 네 명도 ‘권태’와는 멀어 보였다. 각자의 목적이 명확한 인간들이었으니까.
“음.”
그때, 구를 살펴보던 에르하벤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주변에 가지 말래도-!”
작은 검은 용이 날개를 열심히 파닥이며 구 근처를 맴돌고 있었다.
당연히 그 존재는 라온이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비크로스, 온, 홍과 함께 있는 것 같더니, 어느새 구 근처로 가서 맴돌고 있었다.
에르하벤은 아무래도 신의 영향을 받는 구이니만큼, 무슨 일이 생길까 싶어 성룡을 제외하고는 근처로 접근하는 것을 막았다.
‘쯧. 데리러 가야겠군.’
에르하벤은 라온을 다시 데려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저리 구 주위를 맴돌다가 밤이 되어도 안 내려올 확률이 높았으니까.
‘애는 제때 잘 자야 되지.’
론과 비크로스가 온, 홍, 라온의 식사를 담당한다면, 애들 잠은 에르하벤이 신경 쓰는 편이었다.
“라온-”
그가 입을 연 순간이었다.
“음?”
갑자기 라온이 뭔가에 놀란 듯 격렬하게 날개를 파닥이더니, 에르하벤과 알베르 쪽으로 마법 화살처럼 빠르게 날아왔다.
“쟤가 갑자기 왜 저래?”
“글쎄요?”
에르하벤과 알베르도 의아해할 때, 라온이 두 존재 앞에 도달했다. 상당히 놀란 얼굴이었다.
“나, 나-!”
통통한 앞발이 구가 있는 곳을 가리켰다.
“나, 인간의 기운이 느껴진다!”
“뭐?”
“네?”
벌떡, 알베르가 자리에서 일어섰고, 에르하벤은 한 발자국 라온에게 다가갔다.
“저, 저거-!”
라온이 구를 다시 가리켰다.
“저 노란색 조각! 저기서 인간의 그 힘이 느껴진다!”
“무슨 힘?”
힘이 느껴진다고?
순간 고룡은 케일이 가진 힘들을 떠올렸다.
방패, 불벼락, 석창 등등. 많은 고대의 힘들과 그 외의 그가 가진 힘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그 힘들을 라온이 느꼈다고?’
설마-
‘설마 조각 밖으로 라온이 느낄 만큼 그 힘들을 케일이 거하게 사용해야 할 정도로, 그 박복한 놈에게 무슨 문제가 생긴 건가?’
에르하벤은 저와 같은 생각인지 알베르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을 목격했다. 그때, 라온이 아주 확신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그 쎈 척하는 힘!”
“…응?”
“하나도 안 쎈데! 세 보이게 만드는 힘! 그거 저 조각에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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