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725
724화.
알베르가 다급히 입을 열었다.
“라온 님, 혹시 다른 힘은요? 방패나-”
“전혀! 하나도! 안 느껴진다!”
라온은 에르하벤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금 용 할배야! 나랑 같이 가서 확인하자! 그리고 최한이랑 로잘린이랑 메리랑 맛 간 클로페랑 어디 있는지 알아보자!”
“…그래.”
일단 라온의 뜻에 따라 구로 접근한 에르하벤은 곧 미간을 찌푸렸다.
“안 느껴지는데?”
구에서 어떠한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상하다!”
라온이 노란 조각을 가리켰다.
“우리 인간 꺼 빼고는 다른 조각들은 아무것도 안 느껴지고, 조금 전에 느꼈던 인간의 기운도 이제 안 느껴진다.”
에르하벤은 차마 구에 손을 대지는 못한 채 그것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나는 아예 아무것도 안 느껴지는데?”
라온 역시도 구를 만지지는 못한 채 고개를 연신 갸웃거렸다.
“이상하다! 인간의 기운은, 음. 지금은 안 느껴진다! 하지만 분명히 조금 전에는 느껴졌다! 그건 쎄 보이는 척하는 힘이다! 사기 칠 때 쓰는 거!”
라온은 그리 말하면서도 앞발 하나를 슬쩍 제 가슴께 위로 두었다.
한 가지.
라온은 에르하벤에게 아직 말하지 않은 것이 있었다. 조금 전 케일의 기운을 느끼고 이를 말해야 한다는 생각에 가볍게 무시했던 부분이었다.
쿵. 쿵. 쿵.
심장이 다시 안정적으로 뛰고 있었다.
‘이상하다!’
아까 케일의 힘을 느꼈을 때, 라온은 심장이 평소보다 유달리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 에르하벤은 그런 라온을 지긋이 지켜보다가 입을 열었다.
“라온, 네 특성이 ‘현재’였나?”
“그렇다!”
에르하벤은 미간을 찌푸렸다.
일단 라온이 조금 전에 케일의 힘을 느꼈다는 것은 거짓이 아닐 확률이 높았다. 그렇다면 라온은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을까? 그리고 왜 하필 케일일까?
“음, 특성이랑은 상관없을 것 같고.”
현재.
라온의 특성은 아직 발현되지 않았지만.
‘현재라는 이름을 가진 특성인 만큼, 현재와 연관되었을 확률이 높지. 그런데 저 조각에서 케일의 힘을 느낀 것과는 상관이 없지.’
에르하벤은 여전히 구 주위를 맴도는 라온에게로 다가가 이만 내려가자고 말했다.
한편 알베르는 두 용의 모습을 지켜보다가 닫힌 문으로 시선을 돌렸다.
“일단 케일 헤니투스는 현재 저 시험 안에서 고대의 힘을 사용하는 중이란 소리지?”
그것도 실질적인 전투와는 관련 없는 힘.
알베르는 케일이 가장 늦게 권태 시험에 머무는 것이 살짝 의아했지만, 일단 하나는 확신했다.
‘뭔 짓을 하고 있기는 하나 보네.’
그럼 걱정은 덜어도 되겠군.
***
5일.
케일이 이곳에서 보낸 시간을 의미했다.
“뭐 하냐?”
그는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입을 열며 노트를 덮었다.
“그냥.”
“그래?”
“왜?”
케일의 시선이 그제야 옆으로 향했고, 옆자리에 앉은 반 친구는 씨익 웃어 보였다.
“너 요새 조금 편해 보인다?”
“뭔 소리야.”
케일은 가볍게 그 말을 무시했다. 하지만 친구의 말은 사실이었다.
고1 김록수의 삶.
편하긴 정말 편했다.
오랜만에 듣는 수업은 꽤 재밌었고, 비실비실한 몸이긴 하지만 젊어서 그런지 피로감이 훨씬 덜 했다.
그리고 그를 건드는 사람도, 각종 사건 사고의 발생도 없었다.
그저 평온하고 조용했으며 활기찼다.
이것이 평화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재밌기도 하고.’
월요일부터 시작된 고1 김록수의 삶은 현재 금요일까지 왔고, 그사이에 들어간 도서부는 그의 삶에 있어 가장 활발한 사교 활동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최정건과는 아직 데면데면한 사이지만.’
당장 내일로 다가온 토요일에 최정건을 따로 만나기로 했지만, 그간 적당한 대화만 오갈 뿐 친밀한 사이가 되지는 못했다.
“아, 오늘 1교시가 수학이냐? 미치겠네.”
그때, 종이 울렸고, 케일은 반 친구의 투덜거림을 들으며 교과서와 함께 노트를 펼쳐 들었다.
‘오늘 점심은 뭐더라?’
케일은 급식 식단을 떠올리며 느긋하게 들어오는 선생님을 맞이했다.
스스스—
그런 그의 주위를 노란 가루가, 아니, 교실 전체를 노란 가루가 장악하고 있었다.
케일이 숨을 내쉴 때마다 그 노란 가루는 그의 코를 타고 몸 안으로 스며들어 갔다.
케일은 이를 모른 채 노트를 펼쳐 들며 펜을 움직였다.
그렇게 케일은 수업과 야자까지 끝마치고 보육원으로 돌아왔다.
“록수야.”
“안녕하세요.”
보육원에서 생활지도를 맡은 분이 케일을 반갑게 맞이했다. 확실히 친밀한 사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케일을 향한 걱정과 호의는 보이는 분이었다.
그녀는 케일의 얼굴을 슬쩍 살피다가 방으로 가려는 그를 향해 말을 붙였다.
“록수야.”
“네.”
“참 마음이 놓인다.”
“네?”
케일은 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슬쩍 시선을 돌려 케일이 아닌 그가 들어온 문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고등학교는 잘 맞나보구나. 얼굴이 좋아 보여.”
“…그래요?”
“응. 훨씬 편해 보이네. 잘 적응한 것 같아서 마음이 한결 놓이는구나.”
이전 날카로우면서도 만사 귀찮아하던 눈동자와 달리 지금 케일의 눈동자에는 활기가 담겨 있었다.
그것이 참으로 보기 좋았다.
“뭐, 제 생각에도 잘 적응한 것 같습니다.”
“그러니? 더 다행이네.”
“네.”
“그래, 피곤할 텐데 어서 들어가 봐.”
얼른 들어가란 손짓에 케일은 간결하지만 예의 바르게 인사하고는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정확히 말하면 2인실이지만 홀로 쓰고 있는 방으로.
달칵.
케일은 문을 닫으며 제 방을 둘러보았다.
그의 눈에 보이지 않았지만, 그 방은 노란 가루로 뒤덮이다 못해 자욱했다. 케일은 이를 모른 채 일단 창문으로 다가가 문을 열었다.
봄바람이 들어오며, 조금은 갑갑하던 방이 시원하게 환기가 되었다.
케일은 그 바람에 입가에 미소를 짓고는, 옷을 갈아입고선 책상으로 다가갔다.
바람이 불어왔음에도 노란 가루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확실히 봄바람이 좋기는 해.”
그는 대충 바닥에 내려둔 가방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지이익. 가방 지퍼가 열렸고, 케일은 참고서와 함께 수행평가로 할 것들을 몇 가지 꺼냈다.
“참 편하네.”
그리고 노트를 꺼냈고, 또 하나를 꺼내 들었다.
툭, 투둑.
동그란 형태를 유지했을 것이라 추정되는 반으로 갈라진 구슬.
케일의 입이 열렸다.
“그래봤자, 과거지.”
반으로 갈라진 여의주를 내려다보는 케일의 눈동자가 서늘하게 가라앉아있었다.
쏴아아아—
그 순간 창문으로 들어선 바람에 노트의 표지가 넘어가 버렸다.
사라락-.
멈춘 페이지. 그곳에는 여러 글자가 적혀 있었다.
수많은 이름과 지명, 지칭이 나열된 공책.
케일이 5일 동안 수업 내내 반복해서 적은 글자들이었다.
그는 자신의 노트를 바라보며 툭 내뱉었다.
“이 시험은 현실을 잊게 만든다.”
권태라는 시험의 내용. 그것은 이미 파악한 케일이었다.
그는 언제든 이 시험을 벗어나 다음 단계로 넘어갈 준비가 되어있었다.
그럼에도 그가 여기에 머무르는 이유.
피식.
그의 입가에서 꽤 시니컬한 미소가 흘러나왔다.
그는 책상 책꽂이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 연습장을 펼쳐 들었다.
앞으로 다가올지도 모를 또 다른 위험.
하얀 별과 봉인된 신을 넘어서면 마주하게 될지도 모를 적.
“목표는 하나지.”
당장 케일이 앞으로 하려는 일은 봉인된 신의 재봉인. 그리고 하얀 별의 끝이었다. 이것들을 빨리하는 것도 중요했다.
하지만 모든 일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신과 주위 사람들의 평화였다.
그러기 위해 정보를 알아야 했다.
“최정건.”
단생자이자 사냥꾼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을, 나아가 더 많은 유익한 정보를 가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자.
물론 케일이 고1일 시기에, 최정건이 가진 정보이기 때문에 플린 상단이나 오르세나 공작가와 사냥꾼 간의 관계 따위는 물어도 답을 얻을 수 없을지도 몰랐다.
그렇지만.
“좀 털려야겠어.”
케일은 제 손을 내려다봤다.
주먹을 쥐었다가 폈다.
파지직.
적금빛 벼락이 맴돌다가 사라졌다.
-케일, 이 세상에서 날 쓰게?
짠돌이 불벼락이 말했고.
-여긴 신기한 세상이구나.
짱돌이 말했다.
그들이 신기하다 말하는 세상은 케일의 고1 당시 세상이 맞았다.
그러나.
‘그대로야.’
케일이 가진 힘을 그대로 쓸 수 있었다. 겉은 고1 김록수일지언정, 그 안에 든 것은 모두 현실의 케일이었다.
최정건.
신일지도 혹은 그것과 비슷한 기이한 존재일 확률이 높은 사람.
‘대화로 해결을 하면 좋지만.’
그자를 상대하려면, 힘이 조금 있어야 할 듯싶다.
우우우웅—
케일은 자신을 감싼 아우라를, 지배하는 아우라를 느끼며 말했다.
“쎄 보이는 게 좋겠지?”
-압박해서 협박하려는 건 아니고?
짱돌의 말은 가볍게 무시하는 케일이었다.
토요일 8시.
그때 이루어질 만남에서 최정수와 이수혁은 덤이다.
그의 목표는 최정건. 그자였다.
더불어 미래를 위한 정보 말고도 물어볼 것이 많았다.
왜 김록수의 고1 1학기 기억이 유독 희미하지?
‘분명 내가 기억 못 하는 무언가가 있다.’
케일은 그렇게 확신하고 있었으며 그에 대한 답 역시도 ‘최정건’이 키워드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최정건은 이 모든 정보를 그저 손쉽게 알려줄까?
‘그럴 리가 없지.’
죽음의 신이 하는 것을 보아도 그렇고, 쉬울 것 같지는 않았다.
물론 쉽지 않다고 해서 어렵다고 느끼는 것은 아니었다.
케일은 지배하는 아우라를 거둬들이며 의자에 앉았다.
“월요일까지 제출이었나?”
그럼 할 필요 없겠네.
수행평가를 가볍게 한쪽으로 밀어두고서 다시 기억 속 이름들과 지명을 적어 내려가는 케일이었다.
기억을 잘해서 탈이었던 케일로서는 이런 경험도 꽤 신선했다.
하지만 다시 겪고 싶지는 않았다.
***
“왔어?”
“뭡니까, 왜 그렇게 표정이 어색해요?”
“내가?”
“네.”
케일의 단호한 대답에 최정건은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돌렸다가 이내 꽤 큰 건물을 가리켰다.
“여튼 가자. 행사장에 9시까지는 가야 돼. 10시부터 행사 시작이거든. 시간이 꽤 넉넉하기는 한데.”
한적한 공원 옆에 세워진 건물은 강당이나 체육관과 비슷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주말이고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그 건물 쪽 말고 케일과 최정건이 만난 곳에는 지나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케일은 최정건이 건물 앞에서 보자고 했지만, 낯선 곳이라며 조금 빨리 만나자고, 그리고 공원 근처에는 간 적이 있으니 굳이 이 공원 쪽에서 그를 보자고 했다. 케일의 시선이 건물로 향했다.
한국의 무술에 대한 행사.
케일은 최정건의 뒤를 따라 걸어가면서 그 행사에서 만날 이를 떠올렸다.
최정수. 그 녀석이 있을 것이다.
‘편하게 만나고 싶네.’
케일은 최정수를 만날 때 마음이 편안했으면 싶었다.
“안 와?”
최정건은 앞장서서 건물 쪽으로 걸음을 옮기다가 케일이 움직이지 않자 뒤돌아보았다.
그 순간, 케일의 입이 열렸다.
“네란 베로우.”
최정건의 또 다른 이름을 내뱉은 그때, 케일은 주변의 온도가 순식간에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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