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728
727화.
‘일단은 지켜보자.’
사냥꾼이, 방랑자가 어떻게 싸우는지. 지들끼리 어떻게 치고받고 하는지 다 보고.
‘그러다 나를 건든다?’
그럼 나도 치고받고 하는 거지.
-케일, 눈동자가 살벌해 보인다.
아. 그러면 안 되지.
짱돌이 다급히 건넨 말에 케일은 눈에 힘을 풀었다. 하지만 신기했다.
미끼?
김록수, 케일 헤니투스 인생 중 자신도 모르게 그런 역할을 맡았던 적은 없었다.
‘일단 사냥꾼 후보 2명 중 한 명이 정이랑이군.’
최정건은 사냥꾼이 1명일 것이라 말했으니, 정이랑이 사냥꾼이라고 확정해도 무관하겠으나 케일은 일단 남은 후보자 1명에 대한 경계도 늦추지 않기로 하였다.
‘믿을 수가 없으니까.’
최정건을.
‘그래도 본인 핏줄은 꽤 아끼나 보네.’
그러니 케일을 미끼로 만들면서 최정수에 대한 안전을 도모하는 것이겠지.
그때였다.
“정수야, 인자 가자.”
“잠만, 이것 좀 보고.”
두 걸음.
정이랑 등 뒤로부터 딱 두 걸음 떨어진 곳. 거기까지 최정수가 왔다. 케일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친척과 같이 온 것으로 보이는 최정수는 검은 운동복 차림이었다. 일행도 같은 옷으로, 단체복인 듯싶었다.
17살 최정수.
케일이 만났던 최정수보다 훨씬 더 어린 티가 났다.
‘키가 좀 작네?’
체격도 왜소한데?
물론 케일에 비하면 상당히 좋은 체격이었으나 운동을 하는 사람으로 보자면 평범한 체격이었다. 원래부터 건장한 체격이었던 줄 알았던 케일로서는 꽤 낯설었다.
‘이 자식 고등학생 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봉인된 신의 시험에서 만났던 다른 세계의 스무 살 최정수는 이미 체격만큼은 완성형에 가까웠었다. 그에 비하면 지금은.
‘비실하군.’
스스로를 돌아보지 못한 케일의 생각이었지만, 그로서는 당연한 생각이었다.
“김록수.”
그때, 최정건이 자연스럽게, 하지만 갑자기 손을 어깨에 올려두었다. 그리고 어깨를 잡아당겼고 케일은 자연스럽게 최정수를 외면했다.
“아, 우리 이제 가야겠다.”
“진짜요?”
최정건이 정이랑과의 대화를 끝냈다. 아쉬워하는 정이랑. 아마 저건 연기가 아니라 진심일 것이다. 사냥감을 눈앞에서 놓아줘야 하니 얼마나 아쉽겠는가?
그래서 케일은 히죽 웃어주었다.
“정이랑, 간다. 또 보자.”
“음?”
“학교에서. 왜?”
“그렇지. 학교에서 봐야지.”
케일은 마찬가지로 히죽 웃는 정이랑에게 손을 흔들고는 채근하는 최정건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그는 최정수를 지나쳤다.
최정건은 최정수에게 눈길 하나 주지 않고 있었다. 아니, 아까 전부터 최정건은 최정수를 절대로 바라보지 않았다.
정이랑이 그들의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으니까.
‘미친놈.’
전시장이라 유리 막들이 사방에 존재했다.
모형 검을 감싼 유리 벽. 그걸 통해 케일은 보았다.
그들을 지켜보는 정이랑을.
그것도 혀로 입술을 축이며 비릿하게 웃는 정이랑을.
진짜, 진심으로 미친놈 같았다.
안경을 낀, 평범하고 활발해 보이던 인상의 고딩이 순식간에 또라이로 변했다.
‘…조금 살벌한데?’
그때.
“크큭.”
옆에서 아주 전형적인 악당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니 최정건이 비집고 나오는 웃음을 참고 있었다.
케일은 그 모습에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
“쟤죠?”
“어.”
“좋습니까?”
“당연히 좋지. 사냥감이 제 발로 굴러왔잖아.”
이야. 이거.
-케일, 둘 다 이상하구나.
짱돌 말대로 둘 다 미친놈이다.
***
하지만 그 이후로 케일의 일정은 아주 순조롭게 지나갔다. 더 이상 정이랑은 보이지 않았다.
“잘 봐. 우리나라에서 고대 검술에 관해서는 가장 많은 연구를 하는 가문이니까.”
행사장 한편에 마련된 무대. 그 위에서 최씨 가문 사람들이 검술을 선보이고 있었다.
‘음. 확실히 보여주기 용이군.’
케일은 저 검술이 진짜배기 최씨 가문 검술이 아님을 단박에 알아챘다.
최정수, 최한.
그 두 사람이 각자의 스타일에 맞게 변형했을지라도 그 둘의 검술 근본은 최씨 가문이었다. 그리고 그 검술은 지극히 공격적이면서도 깔끔했다.
“이야. 멋지네요.”
“그렇지?”
최정건의 입꼬리가 씰룩이고 있었다. 하지만 곧 그의 표정이 굳어졌다.
최정수가 무대 위로 올라섰다.
17살. 어린 그에게는 많은 시간을 주지 않았다.
그저 단체 기본 검무 때 가장 뒷자리에서 그 머릿수를 채울 뿐.
케일의 얼굴이 구겨졌다.
‘…실력이 영 별론데.’
“실력이 아직 한참 부족해. 이래선 안 되는데.”
음?
케일은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최정건을 바라봤다. 그는 케일의 시선도 느끼지 못한 채 연신 손톱 끝을 잘근잘근 씹어대고 있었다. 최정수가 무대에 서자마자 보인 반응으로, 걱정과 불안이 상당히 심해 보였다.
그러나 케일은 그 꼴을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툭.
케일의 어깨가 최정건의 어깨를 툭 쳤다.
‘헉!’
돌이다.
최정건 어깨는 돌덩이였다.
-케일, 괜찮나? 아무리 제약을 받은 신체라도 너의 그 비실한 몸으로는 안 되는 법이거늘.
짱돌의 안쓰러워하는 목소리는 무시한 채 케일은 무슨 먼지 털듯이 어깨를 한 번 털어내고 그를 쳐다보는 최정건에게 아픔을 참으며 속삭였다.
“9시 방향.”
최정건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주변을 훑었다.
무대 근처에 구경 온 수많은 사람들 중. 정이랑이 있었다. 그는 무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찢어 죽일 것들.”
최정건은 다시 무대로 시선을 돌리며 더 이상 어떠한 말도 하지 않은 채 검무가 끝날 때까지 가만히 서 있었다.
케일은 그 모습을 보며 문득 의문이 들었다.
‘최정건은 왜 이렇게까지 사냥꾼을 증오하는 것이지?’
죽음의 신에 대한 미움보다 사냥꾼을 향한 원한이 더 커 보였다. 무슨 사건이 그에게 있었던 것일까?
‘딱히 내 알 바는 아니지.’
최정수도 최한도 아닌 최정건은 케일에게 많은 의미가 담긴 사람은 아니었다.
환호하는 주위와 달리 침묵 속에서 두 사람은 검무를 감상하였고 최씨 가문의 시연이 모두 끝났을 때.
“어땠어?”
“참고가 잘 될 것 같습니다.”
“그래?”
케일의 감상을 묻던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한마디를 남기며 무대에서 등을 돌렸다.
“저기에 고등학생도 있다더라. 너랑 동갑.”
“그래요?”
“어.”
최정건은 망설이다가 흘러가듯이 말했다.
“성격 좋다더라. 너랑 동갑짜리.”
그러고는 성큼성큼 무대에서 멀어져갔다.
케일은 피식 웃고는 그 뒤를 따라갔다.
“이제 어디 갑니까?”
행사장 도우미로 일한 시간은 반나절이었다. 하루 종일 하는 일은 아니었다.
“드라마 촬영장에 갈 거다.”
오. 이수혁 팀장을 보는 건가?
“검사물인데, 오늘 내가 거기 보조 출연할 예정이거든.”
“선배는 참 하는 일이 많네요.”
가볍게 어깨를 으쓱인 최정건은 스태프 목걸이를 반납하고는 건물 밖으로 나왔다.
정이랑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어…음…….”
최정건은 잠시 망설이다가 케일을 끌고 구석으로 향했다.
“원래는 단체 버스 타고 촬영장에 갈 생각이었거든?”
“저도 그거 타도 됩니까?”
“그거야, 내가 알아서 처리했는데.”
어색한 미소가 최정건의 입가에 지어졌다.
‘무슨 꿍꿍이지?’
케일이 그리 생각한 순간, 최정건은 주위에 사람도 없건만 속삭였다.
“넌 나에 대해 알잖냐?”
“알죠?”
“그럼 편하게 갈래?”
편하게?
케일은 그 말에 대한 답을 곧 얻을 수 있었다.
“차네요.”
그것도 삐까뻔쩍한 외제 차. 더욱이 스포츠카였다.
케일은 잘 알지 못하는 브랜드였으나 고가의 차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는 빤히 최정건을 바라보았다.
“하하.”
그는 어색하게 웃으며 지갑에서 신분증을 꺼내 들었다.
“내가 신분증이 두 개거든.”
하나는 학생증, 하나는 주민등록증.
다 가짜였다.
“그리고 돈도 좀 많아.”
이제야 케일은 최정건이 어떻게 이 행사장과 드라마 촬영장에 김록수까지 달고서 자리를 구할 수 있었는지 단박에 깨달았다.
‘…뭔가.’
방랑자라고 해서, 용병이라고 해서 케일은 조금 힘겹게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을 그렸는데.
“제가 편견이 많았군요.”
케일은 스포츠카에 올라탔다.
최정건은 운전대를 잡았고, 곧 차는 아주 부드럽게 목적지를 향해 출발하였다.
***
“내가 출연할 드라마는 곧 방영할 예정인데, 검사물이라 액션신이 많은 편이지.”
최정건의 설명을 듣던 케일은 차창 밖의 풍경을 보며 입을 열었다.
“도시 밖으로 나가는 겁니까?”
“어. 촬영장이 시골 야산이야.”
시골 야산.
그 장소에서부터 케일은 묘한 두근거림을 느꼈다.
-케일, 방랑자는 사냥꾼을 야산으로 유인해서 죽일 생각인가 보군.
그러게.
케일도 같은 생각이었다.
“형 역할은 뭡니까?”
“나?”
최정건은 담백하게 답했다.
“불법 도박장에서 일하던 가출 청소년.”
시골 야산에 위치한 불법 도박장을 경찰인 주인공이 급습하는 것이 주요 촬영내용이었다.
“너도 나올래?”
최정건은 아까 전 단체 버스 대신 따로 간다며 보조 출연 반장에게 연락했을 때의 일을 언급했다.
“반장 아저씨가 아는 동생 데려간다고 하니까 잘 됐다고 잠깐 나올 의향 있냐고 물어보더라고. 갑자기 펑크가 났대.”
최정건의 시선이 잠시 사이드미러로 향했다가 다시 정면으로 향했다.
“연기는 걱정하지 마. 아마 우리는 아예 나오지 않을 수도 있을 걸? 대사나 행동이 좀 있는 역할은 다른 사람들이 다 하고, 우리는 그저 고개만 숙이고 있으면 돼.”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고 배우 지망생도 아니건만, 아무리 작은 역할이라도 이렇게 곧바로 촬영해도 되나? 케일은 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이어진 말에 입을 다물었다.
“내가 거기서 알게 된 형이 한 명 있거든.”
차는 어느새 도심을 벗어나 한적한 시골로 들어섰다.
“이수혁이라고. 그 형 이름인데.”
잠시 침묵하던 그가 이어 말했다.
“좋은 형이야. 그 형은 배우 지망생이고, 액션 스쿨 쪽에 자리 알아보는 중이라고 하더라.”
“선배는 아는 사람이 참 많네요.”
케일의 시선이 사이드미러로 잠시 갔다가 다시 정면으로 움직였다.
“그런데 형.”
“어.”
“저 뒤에 하얀 승용차.”
“어.”
최정건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어느새 뒤에 나타난 하얀 승용차.
시골 도로로 들어서자 그들의 뒤를 쫓는 저 차가 보였다.
케일은 담담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저기 운전석에 정이랑 아닙니까?”
“이제는 대놓고 오네.”
고1인 척 연기했던 사냥꾼은 가면을 벗어던지고 운전대를 잡고 있었다.
케일은 슬며시 주변을 훑어보았다.
논과 산. 평범한 2차선 도로.
전방 몇백 미터 앞에 옆으로 빠지는 샛길이 보였지만, 최정건이 향하는 목적지는 직진이었다.
“걱정 마.”
최정건은 액셀을 밟았다.
“안 잡혀.”
그 순간, 스포츠카가 이전과는 다른 엔진소리를 내뱉으며 점점 더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지금은 싸울 생각 없어. 때가 아냐.”
최정건은 낮게 읊조렸다.
“어차피 저 한 명 따돌리는 거야, 일도 아니지.”
과연 그럴까?
케일은 그리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나머지 한 명은 누굽니까?”
“어?”
갑작스러운 물음에 최정건은 전방을 보던 시선을 잠시 돌려 케일을 힐끗 쳐다보았다.
“사냥꾼 후보자요.”
“…그걸 왜-”
분명 최정건은 케일에게 후보는 두 명이지만 그중에 사냥꾼은 한 명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그가 겪어온 사냥꾼의 사냥 패턴과 더불어 차원 이동의 어려움으로 그렇게 확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케일은 달랐다.
“아, 잘 따라잡네.”
하얀 승용차는 더욱더 속도를 높여 뒤를 바짝 쫓아왔다.
최정건은 액셀을 더 세게 밟았고, 스포츠카는 순식간에 앞으로 나아갔다.
“아.”
그 순간 케일은 탄식을 흘렸다.
“……!”
동시에 최정건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끼이이이—!
최정건은 브레이크를 밟으며 핸들을 꺾었다.
케일은 왼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조금 전 전방에 보였던 샛길.
그 샛길에서 갑자기 차 한 대가 튀어나와 스포츠카를 향해 돌진했다.
‘최정건은 내가 17살 때.’
이 환상이 아닌 실제에서.
‘사냥꾼이 내 기억에 손대게 할 정도로 어떤 상황이 만들어지는 것을 막지 못했다.’
비록 케일은 그때를 기억하지 못하며 그 후에도 평범하게 살았지만. 이는 좋지 못한 상황이 틀림없었다.
즉, 최정건의 예상 밖 상황이 벌어졌음을 의미했다.
‘역시 둘이네.’
사냥꾼은 하나가 아니라 둘이었다. 이수혁을 보고 난 후 야산으로 가서 싸울 것으로 보이던 최정건의 계획과 달리 사냥꾼들이 먼저 그들을 덮쳤다.
케일은 스포츠카를 들이박으려는 트럭 운전석에 앉은 이를 보며 탄식을 흘렸다.
‘록수야. 참 마음이 놓인다.’
‘고등학교는 잘 맞나 보구나. 얼굴이 좋아 보여.’
‘훨씬 편해 보이네. 잘 적응한 것 같아서 마음이 한결 놓이는구나.’
‘피곤할 텐데 어서 들어가 봐.’
보육원 생활 지도 선생님이 했던 말들이 케일의 귓가에 맴돌았다.
그리고 지금. 그 선생님은 악귀처럼 웃으며 운전대를 잡고 있었다.
‘아, 맞다.’
그 순간 케일은 떠올렸다.
작년이다.
케일을 오래 지켜본 것처럼 말해서 잊고 있었는데, 저 사람이 보육원에 온 건 작년 초가을이었다.
단 몇 초.
그 이후면 스포츠카와 트럭이 부딪치리라.
그 짧은 순간, 케일은 최정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최정건의 무심한 눈동자를 마주한 그때.
“김록수, 미안하다. 조금 다치겠다.”
최정건은 그 말과 함께 운전대를 손에서 놓았다.
그의 손이 허공으로 향했고.
스스스—
검은 검이 그의 손에 들어섰다.
콰아아아앙—-
마침내 트럭과 스포츠카가 부딪치며 굉음을 토해내었다.
차 내부가 찌그러지며 차체가 흔들렸고, 최정건의 무심한 눈동자가 케일을 향하며 걱정이 스며든 그 순간. 케일은 툭 내뱉었다.
“안 다칠 건데.”
“…뭐?”
최정건의 눈동자가 커졌다.
웃고 있는 케일. 그를 감싸는 한 쌍의 은빛 날개가 나타남과 동시에 그의 앞에 방패가 생겨났다.
콰아아아—!
방패와 은빛 날개가 케일을 보호하며 무엇에게도 흔들리지 않게 그의 주위를 감싸 안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