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729
728화.
최정건은 눈을 깜박였다.
찰나의 순간 나타나 김록수를 감싼 은빛 방패와 날개.
믿을 수가 없었다.
“…누님?”
부서지지 않는 방패. 그리고 먹보 신녀.
최초의 드래곤 슬레이어이자, 고대의 하얀 별과의 마지막 전투에서 유일한 생존자인 최정건. 그는 아득한 과거의 추억들이 떠올랐다.
하지만 이는 잠깐이었다.
콰아아앙—!
트럭과 부딪치며 뒤집어지는 차체. 그 차체에 곧 화염이 치솟아 올랐다.
언제라도 불길에 휩싸일 것 같았다.
최정건 얼굴에 잠깐 어렸던 놀람이 사라졌다.
그는 무심한 얼굴로 손에 들린 검은 검을 내리그었다.
콰앙!
그 순간, 화염이 폭발하였고, 케일의 몸이 방패에 감싸인 채 차 밖으로 튕겨져 나왔다.
그때, 그는 보았다.
갑자기 허공에서 나타난 최정건의 검은 검이 그리는 결과를.
현재 위치
“미친!”
검은 찌그러진 차체를 마치 두부 자르듯 베어내었다.
최정건의 앞을 가로막는 모든 것을 베어내겠다는 듯 망설임 없이 움직인 검은, 폭발하는 화염마저도 베어내며 최정건에게 길을 만들어주었다.
마치 공기마저 검은 베어내는 것 같았다.
케일은 저 힘을 알고 있다.
‘…팀장!’
이수혁 팀장의 능력.
무엇이든 베어내는 능력.
그것을 지금 최정건이 사용하고 있었다.
“하!”
케일의 입가에 웃음이 서렸다.
왜 최정건이 이수혁 팀장의 능력을 사용하나?
그걸 묻고 있을 틈이 없었다.
탁.
여유롭게 차 문을 열고 내리는 정이랑의 손에 들린 장검을.
쾅!
트럭 문을 걷어차며 달려드는 보육원 선생님의 두 손에 솟구치는 화염을 보았으니까.
-케일, 어떻게 할 거냐?
짱돌이 물음을 던졌을 때, 정이랑은 이미 최정건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급하지 않게, 아주 우아하게. 물 위를 미끄러지듯 빠르게 정이랑은 최정건을 향해 다가가 검을 움직였다.
콰앙!
무엇이든 벨 것 같던 최정건의 검이 정이랑에 의해 막혔다.
“뭐야, 뭐야.”
하지만 케일은 저 싸움을 보고 있을 여유는 없었다.
그는 차를 들이박았던 보육원 선생님의 이름을 떠올렸다.
박소진.
그 박소진은 지금 케일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악귀처럼 웃으며.
“뭐야, 뭐야.”
한껏 양 입꼬리를 올리며 웃는 그녀의 얼굴에 짙은 호기심이 어렸다.
“록수야, 방랑자가 보호해준 거야?”
그녀는 한쪽으로 고개를 기울이며 상큼하게 말했다.
“그럴 리가 없는데. 저 거머리 새끼한테 방어용 힘은 없는데.”
그 순간, 그녀는 두 손을 움직였다.
두 손에 감겨있던 검붉은 불길이 케일을 향해 쏟아졌다. 동시에 그녀는 뒤따라 케일에게 달려들었다.
반드시 죽이겠다는 집착이 보였다.
화르르르–!
독사처럼 다가온 검붉은 불길이 케일을 감싼 방패와 두 날개를 잡아먹었다.
-케일, 해볼 만하다.
짱돌의 목소리가 들린 순간, 케일은 몸을 움직였다.
동시에 박소진은 검붉은 불길로 뒤덮인 케일을 향해 손을 뻗었다. 방패를 부수려는 듯 꽉 쥔 주먹이었다.
그때였다.
“크윽!”
그녀는 황급히 검붉은 불길 속으로 집어넣었던 손을 뺐다.
파지직.
그녀의 손에 조금 전 그녀를 집어삼키려고 했던 힘의 잔재가 남아있었다.
검붉은 불과 다른 황금빛이 섞인 적금빛 불. 그 불은 벼락을 품고 있었다.
“뭐야, 뭐야.”
같은 말을 내뱉는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조금 사라졌다.
검붉은 불길이 사라졌다.
적금빛 불에 의해.
그리고 그 적금빛 불, 벼락을 품어 일렁이는 그 불 사이로 케일이 적금빛 불벼락을 한 손에 쥔 채 미소 짓고 있었다.
그는 그녀를 따라 하듯 무심히 말했다.
“뭐야, 뭐야. 사냥꾼이 둘이었어?”
은빛 방패 대신 화려하고 파괴적인 불벼락을 움켜쥔 케일은 손을 뻗었다.
“사냥꾼이 주제 파악을 잘해야지.”
불벼락은 곧바로 박소진을 향해 쏘아졌다.
“잡을 수 없는 사냥감을 노리면 되나?”
콰과과과—!
적금빛이 박소진을 덮쳤다. 검붉은 불과 적금빛 불이 뒤섞이며 마치 서로를 잡아먹으려는 뱀처럼 뒤엉켜 솟구쳤다.
연기와 흙먼지가 그 여파로 사방을 뒤덮어갔다.
-케일, 온다.
그리고 케일은 가볍게 손을 뻗었다.
콰아앙—!
은빛 방패와 박소진의 주먹이 부딪쳤다.
군데군데 검게 타오른 옷과 머리칼. 그녀는 그것들은 보이지도 않았다. 오로지 케일만을 응시했다.
콰앙! 쾅! 쾅!
검붉은 불길을 휘감은 주먹이 방패를 두드렸다.
“어떻게, 한국인데! 록수야, 어떻게 네가 저쪽 세상의 힘을 가지고 있어? 응?”
박소진의 눈동자가 점점 노란색으로 변해갔다.
그리고 케일은 담담하게 말했다.
“뭐가 문젭니까?”
박소진의 눈동자가 커졌다. 어떤 욕망으로 번들거리던 눈동자에 검은 검이 담겼다.
어느새 최정건이 다가와 박소진을 향해 검을 내리그었다.
“크으윽!”
박소진은 황급히 몸을 피했다.
서걱.
하지만 검 끝에 그녀의 팔이 닿았고, 그녀의 팔은 검이 지나간 자리대로 베였다.
“빌어먹을 거머리 새끼.”
그녀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샤낭꾼 뒤만 졸졸 쫓아다니는, 패배자 새끼.”
하지만 최정건은 박소진에게 눈길 하나 두지 않았다. 가치 없는 것이라는 듯. 최정건은 고개를 돌렸고 검이 다시 한번 움직였다.
콰아아앙!
최정건의 검과 정이랑의 검이 부딪쳤다. 최정건의 입이 열렸다.
“내 능력이 닿지 않는군.”
최정건의 검은 정이랑의 검을 베어내지 못했다. 최정건은 검을 밀어내었고, 정이랑은 여유롭게 뒤로 밀려났다.
타닥.
최정건은 방패를 지운 케일의 앞에 섰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정이랑도 내려섰고, 그는 손가락으로 안경을 밀어 올렸다.
“네란 베로우의 고향으로 차원 이동을 했는데. 당연히 네란 베로우가 쫓아올 거란 생각을 해야 하지 않겠어?”
정이랑은 눈이 마주친 케일에게 사뭇 다정한 미소를 지었다.
최정건은 손에 들린 검을 살짝 털어내며 물었다.
“그래서 나에 대한 대비를 했다?”
정이랑은 대답 대신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고는 안경 너머 눈동자를 날카롭게 빛냈다.
“이거, 2 대 1이면 충분히 이기겠다고 생각했다만. 2 대 2 일 줄은 상상도 못 했는걸? 어떻게 김록수가 고대의 힘을-”
그때였다.
정이랑과 최정건이 잠시 소강상태로 대화를 이어가려던 찰나.
우르르르-
하늘에 작은 울림이 퍼졌다.
그리고 적금빛 벼락이 한 줄기 하늘에서 아래로 내리꽂혔다.
그 방향은 정확히 정이랑을 향해 있었다. 최정건은 등 뒤로 섬뜩한 기분이 들어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표정 없는 얼굴의 케일이 그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다들 대화할 것이 많아 보이지만. 내 알 바는 아니잖아?”
콰아아앙!
굉음과 함께 케일은 정이랑의 검에서 치솟아 오르는 붉은 힘을 보았다.
그것이 적금빛 벼락과 부딪쳤고, 정이랑은 뒤로 밀릴지언정 벼락에 집어삼켜지지는 않았다.
‘저 붉은빛.’
익숙하다.
절망의 신이 사용하던 붉은 힘과 뭔가 비슷했다.
“선배.”
케일은 정이랑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손으로 한쪽을 가리켰다.
박소진이 어느새 샛노란 눈동자와 샛노란 머리카락으로 변한 채 달려들고 있었다.
검붉은 불길을 전신에 두른 그녀는 그녀 자체가 하나의 불처럼 느껴졌다.
-케일, 쉽지 않겠어.
해볼 만하다고 말했던 짱돌이 갑자기 쉽지 않겠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나 케일은 표정 변화 없이 달려드는 정이랑을 응시한 채 최정건에게 말했다.
“잡아요.”
단호한 음성에 최정건의 몸이 박소진 방향으로 틀어졌다.
그때 들려온 한마디.
“제약은 풀고.”
최정건이 멈칫했지만 그는 뒤돌아보지 않고 움직였다.
“분부대로.”
그는 케일의 지시를 승낙했고, 그 순간 케일은 공기가 일렁이는 것을 느꼈다.
마치 장마 때처럼, 공기가 무거워지고 갑갑해졌다. 알 수 없는 무게감이 케일을 감쌌을 때.
사아아아—
한 줄기 서늘한 바람이 불었다.
-공기부터 다르군. 언제 저렇게 자랐지?
짱돌이 씁쓸하게 말한 그때, 케일은 최정건의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갈색이었던 그의 머리칼이 밤보다 더 어두운 검은색으로 변해 있었다. 검게 변한 머리칼은 허리까지 내려오는 장발이었다.
우우웅—
그의 머리칼 빛깔만큼 검은 검이 울음을 토해낸 순간, 그 검은 박소진을 향해 내리꽂혔다.
서걱.
검붉은 불길이 일부 베였다.
“크윽!”
박소진의 신음이 터져 나왔다.
“빌어먹을—!”
박소진은 얼굴을 야차처럼 찡그린 채 무엇이든 태울 것 같은 불길한 빛을 띤 불길을 더 난폭하게 일으키며 최정건에게 달려들었다.
그 두 사람을 모습을 보던 케일은 한 가지를 깨달았다.
‘아귀군.’
늘 굶주림에 괴로워하는 진짜 아귀처럼. 최정건은 목말라 보였다.
그러나 그의 눈동자에는 희열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사냥꾼을 사냥하는 일. 그가 진정으로 바라는 일이라는 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미쳐버렸군.
드물게 불벼락 짠돌이가 진지하게 한마디를 내뱉은 그때.
‘음?’
주르륵.
최정건의 입가에 한 줄기 검붉은 핏물이 흘러내렸다. 케일의 눈가가 찡그려졌다.
‘설마 제약을 풀면 몸에 반동이 오나?’
하지만 케일은 생각을 이어가지 못했다.
콰아앙!
은빛 방패가 정이랑의 검과 부딪쳤고, 케일은 가볍게 몸을 뒤로 물리며 충돌의 여파를 피했다.
정이랑은 어디 상처 하나 없는 상태였다.
“이거, 김록수가 불쌍하게 네란 베로우 미끼 신세구나 싶었는데 말이야. 아니네?”
그는 여유로움을 다시 되찾은 듯 박소진 쪽을 힐끗 보고는 케일에게로 검을 들고 달려들었다.
“그래도 내 미끼가 되어주어야겠어.”
최정건이 케일을 미끼로 쓰려고 했듯이. 정이랑도 케일을 미끼로 잡아 최정건을 압박하는 데 쓰려는 수작 같았다.
-케일, 저 녀석은 제약을 풀지도 않았다.
짱돌의 말대로. 박소진이 점점 머리칼과 눈 색을 넘어 외양과 골격까지 달라지는 것과 달리, 정이랑은 평범한 한국인의 모습 그대로였다.
-저 녀석이 강하다. 진짜배기는 저 녀석이야.
안다.
케일도 그 사실을 충분히 잘 알고 있었다.
쩌저적.
정이랑의 검과 부딪쳤던 방패가 흔들리며 조금 금이 갔으니까.
콰아앙!
다시 한번 검과 방패가 부딪쳤다. 케일은 불길한 붉은빛이 넘실대는 검 너머 정이랑의 웃는 얼굴을 보았다.
쩌저적-
이전보다 더 은빛 방패에 선명한 금이 새겨졌다.
“도망갈 거야? 아니면 벼락?”
정이랑이 유들유들한 목소리로 물었고.
케일은 답했다.
“다 틀렸어.”
그리고 방패가 사라졌다.
“!!!”
정이랑의 눈동자가 커졌다.
케일은 방패를 거뒀다.
휘이잉-
대신 발목에 회오리바람을 매달았다. 그의 몸이 빠른 속도로 정이랑에게로 향했다.
이미 방패와 검이 부딪쳤던 상태라, 케일과 정이랑의 거리는 매우 가까운 편이었다. 케일은 그 거리를 더욱더 좁혔다.
“이런!”
놀란 정이랑이 검을 틀었다.
하지만, 케일은 손을 들었고.
쾅!
작지만 단단한 은빛 방패가 검을 막아섰다.
그 덕에 정이랑은 무방비상태가 되었다.
씨익.
케일은 웃었고.
-한 번 더 한다!
우르르-
하늘이 짧은 울음을 토해내며 적금빛 벼락을 정이랑에게로 내리꽂았다.
“크윽!”
정이랑은 그 찰나를 허투루 날리지 않았다. 그는 급히 몸을 틀었다. 방패와 부딪치며 반동으로 튕겨져 나가려던 검을 꽉 움켜쥐고선 그 몸을 옆으로 내뺐다.
“기다렸어.”
케일은 그 순간을 기다렸다.
정이랑이라면 불벼락도 방패도 피해낼 터.
애초에 케일의 목표는 정이랑이 아니었다.
촤르르르—
케일의 손에 들린 물로 된 창. 하늘을 잡아먹는 물이 만들어낸 창이 케일의 손짓을 따라 움직였다.
목표는 정이랑의 손.
최정건에게 방해물이 되는, 모든 것을 베어내는 능력을 막아서는 정이랑의 검.
저것을 우선 정이랑에게서 뺏는다.
“이-!”
이를 정이랑도 알아챘다.
그는 다시 수창을 피해 몸을 뒤틀려고 하였다. 상당한 신체 제어력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힘들었다.
쿠우우—
정이랑이 딛고 있는 땅이 흔들렸다.
나무, 바람, 불, 물.
그다음은 땅이었다.
갑작스러운 땅의 흔들림으로 정이랑은 균형을 잃었고, 그의 눈동자에 그의 손을 찌르는 수창이 담겼다.
주르륵.
케일의 입가에 핏물이 흘렀고.
콰아아아—-!
흔들리는 땅을 뚫고 석창들이 솟아올랐다.
정확히 정이랑의 사방을 옥죄며 하늘을 향해 창끝을 겨눈 석창들.
정이랑은 옴짝달싹도 할 수 없는 바위 감옥에 갇혀버렸다.
“크윽!”
결국 수창은 정이랑의 손목에 깊은 상흔을 새기며 지나갔다.
탕!
마침내 검이 정이랑의 손을 떠나 바닥으로 떨어졌고.
“이건 내가 가질게, 친구.”
케일은 웃으며 정이랑의 검을 집어 들었다.
그 순간.
“크아아악!”
박소진의 외침이 들려왔다.
케일은 시선을 돌렸다.
박소진은 옆구리를 움켜쥔 채 앞으로 고꾸라지고 있었다.
그 앞엔 최정건이 검날의 피를 털어내며 케일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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