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730
729화.
어떠한 감정도 담기지 않은 최정건의 시선은 케일과 정이랑을 가둔 석창에서 떨어지지를 않았다.
-저놈이 눈이 있다면 알아보았겠지, 나는 못 알아보아도 짱돌 놈의 힘은 알아보았겠지!
분노가 살짝 섞인 불벼락 짠돌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서운 짱돌. 그 힘의 주인은 고대의 하얀 별과 싸우며 유일한 생존자인 네란 베로우, 최정건을 살려냈다.
저벅저벅.
최정건은 걸음을 옮겼다.
-사람을 미끼로 쓰는 놈이 아니었는데……!
여전히 케일의 머릿속에는 분노와 실망이 가득한 불벼락 짠돌이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만 케일은 눈에 보이는 현재를 조금 더 믿을 수밖에 없었다.
최정건은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한쪽 다리를 들어 올렸다.
퍽!
그 발은 정확하게 무릎 꿇은 채 앞으로 쓰러진 박소진을 걷어찼고.
쿠웅!
“크윽!”
박소진은 케일이 만든 석창 바위 감옥에 부딪쳤다. 주르륵 그녀의 몸이 창 옆면을 따라 땅바닥에 떨어졌다.
“허억. 헉.”
박소진은 피가 새어 나오는 옆구리를 두 손으로 움켜쥔 채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저벅저벅.
최정건은 그 일련의 과정에 눈길 하나 두지 않은 채, 케일 쪽으로 다가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정이랑의 곁으로 다가왔다.
케일은 그 행동에서 알 수 없는 기시감을 느껴 입을 열었다.
“선배.”
하지만 최정건은 케일의 말에 반응 한 톨 하지 않고서, 케일이 더 뭐라 하기도 전에 검을 움직였다.
서걱.
“끄으윽!”
정이랑의 오른손이 최정건의 검에 의해 깊은 자상을 입었다.
벌써부터 막대한 출혈이 쏟아지고 있었다.
-허.
짱돌이 탄식했고 케일은 침음을 삼켰다.
투둑. 툭.
박소진의 피가 묻었던 최정건의 얼굴에 정이랑의 피까지 닿았으나 그는 표정 변화 하나 없이 담백하게 말했다.
“다시는 검을 못 들겠군.”
그러고는 그제야 케일을 보며 말했다.
“정말 다치지 않겠어.”
그 순간 케일은 깨달았다.
‘이 새끼 진짜로 미친놈이구나.’
그리고 생각보다 훨씬 더 냉정하구나.
케일은 바위 감옥으로 정이랑의 움직임을 막았으나, 최정건은 그것으로 부족하다고 판단. 정이랑이라는 검사의 공격 수단인 주요 손을 무용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적이 공격 불능 상태에 빠지자.
“왼손까지 잃고 싶지 않다면 입을 여는 편이 좋을 거야.”
비로소 대화를 시작하는 최정건의 모습.
‘전문적이군.’
한두 번 해본 자의 행동이 아니었다.
최정건과 케일의 시선이 맞부딪쳤다.
“당황하지도 않는군.”
최정건은 탐색하듯이 케일을 바라보다 툭 내뱉고는 정이랑에게로 가까이 다가갔다.
정이랑은 바위 감옥 밖에 있다가 깊은 자상을 입은 손을 안으로 당겨 다른 손으로 지혈을 하고 있었다.
그는 처음 신음을 토해낸 것을 제외하고는 어떠한 고통도 표시 내지 않았다. 그저 최정건을 향해 비굴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어딨냐?”
최정건은 그런 정이랑에게 짧게 말했다.
“너네 가주는 어딨지?”
케일은 그 대화에서 정보를 하나 얻었다.
‘사냥꾼 집단에도 가주라는 것이 있나? 점조직이 아닌 어떤 가문의 형태를 이룬 건가?’
정이랑은 차마 입을 열지 못한 채 데구르르 눈을 굴리며 케일과 최정건 눈치를 살폈다. 그때, 어딘가 일정치 못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크크크큭, 크크크-”
박소진이었다. 그녀는 어깨를 들썩이며 힘겹게 고개를 들어 올렸다.
“왜?”
그녀는 최정건에게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어 보였다.
“가주님은 왜 찾아? 찾아서 죽이게?”
정말로 우습다는 듯. 그녀는 최정건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외쳤다. 그 목소리에는 고통도 잊어버린 듯한 희열이 담겨 있었다.
“겨우 방랑자나 택한 패배자인 네놈이! 감히, 신도 되지 못한 네놈이 가주님을 죽인다고? 크크큭! 그게 가능할 것이라고 보나?”
“야, 닥쳐!”
정이랑이 황급히 박소진을 만류하며 비굴하게 케일을 바라봤다.
“다, 정말 다 말할 테니까, 어떻게 살려만 주면 안 될까? 저기 네란 베로우. 그러니까, 최정건 선배는 대화가 안 통해. 사냥꾼이라면 그냥 죽이거든. 응? 일단 대화부터 하자, 응?”
케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 부분은 인정한다.’
최정건은 사냥꾼에 한해 대화가 안 통한다.
그리고 타협도 없다.
“글쎄. 선배는 내가 대화하자고, 너희를 살려주라고 해서 살려줄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
최정건이 케일을 바라보았고, 케일은 한쪽 입꼬리를 비틀 듯 위로 올렸다.
“나도 아까 전에 죽을 뻔했거든.”
평범한 고등학생 김록수였다면, 아까 전 트럭과의 충돌로 죽거나 혹은 죽지 않더라도 그에 버금가는 큰 부상을 입었을 것이다.
“아니, 아. 진짜.”
정이랑은 어쩔 줄 몰라 하며 더욱더 비굴한 눈빛을 여실히 드러냈다. 동시에 박소진의 상태를 끊임없이 확인했다.
“그런데 말이야. 정이랑.”
케일은 그런 그를 보며 피식 실소를 흘렸다.
“너 피 멎었는데, 왜 그렇게 손 움켜쥐고 있냐?”
그 순간, 정이랑의 눈빛이 달라졌고 동시에 최정건이 멈칫했다. 김록수의 표정을 살펴보고 있던 그의 몸이 방향을 틀며 정이랑에게로 향했다.
콰직!
하지만 정이랑이 더 빨랐다.
정이랑의 몸은 가뿐하게 석창을 부수었다. 케일은 그의 눈동자가 보라색으로 변함과 동시에 깊은 자상을 입었던 오른손을 뒤덮은 보라색의 미끌거리는 점액질을 보았다.
석창을 부순 정이랑은 그대로 왼손을 뻗었다.
그 방향은 케일의 손에 빼앗긴 검을 향해 있지 않았다.
“커헉!”
정이랑은 박소진의 뒷덜미를 잡고서 황급히 뒤로 몸을 뺐다.
서걱-!
최정건의 검은 빈 허공만을 베었고, 케일은 정이랑을 향해 손을 뻗었다. 순식간에 불벼락이 케일의 손에서 피어올라 화살처럼 정이랑에게로 향했다.
정이랑은 오른손을 움직여 허공을 휘저었다.
촤아악–.
보라색 점액질이 마치 물감처럼 공중에 흩뿌려졌고, 동시에 케일의 불벼락은 그 점액질에 잡아 먹혀버렸다.
오.
케일의 입꼬리가 다시 한번 올라갔고, 짱돌이 케일의 심정을 담은 말을 내뱉었다.
-이 정도군.
보라색 점액질. 저 특이한 힘을 가늠하는 케일이었다.
“제길. 또 방심을-!”
최정건은 한번 거칠게 말을 내뱉더니 이내 더 차가운 표정으로 바뀐 채 정이랑에게로 향했다. 그가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케일은 공기가 더욱더 한층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호랑이가 등장하자, 숨죽이는 초식동물들처럼.
주변의 공기들이 최정건의 행동에 숨을 죽이는 것 같아 보였다.
그때, 케일의 눈동자가 커졌다.
“죽여라!”
박소진이 웃으며 외쳤다.
“날 죽여!”
그 모습은 광기에 가득 차 있었으며 어느 때보다도 활활 맹렬히 타오르고 있었다. 그녀는 다가오는 최정건을 노려보며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미쳤군.”
최정건은 그 한마디와 함께 달려가는 자세 그대로 검을 치켜들었다.
“죽여! 죽이라고!”
박소진이 더 크게 외쳤고. 케일의 눈이 커졌다. 그는 저도 모르게 방패를 꺼내 들려고 하였다.
“미안하다.”
정이랑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보라색으로 변한 눈동자에 핏물이 한 줄기 흘러내렸다.
푸욱.
그의 오른손이 박소진의 심장을 꿰뚫었다. 붉은 기를 머금은 오른손에 박소진의 심장이 들렸다.
“흐흐흐.”
박소진은 즐겁다는 듯 웃었지만, 곧 그 웃음소리가 사라지며 그녀의 눈동자에 빛이 꺼져갔다.
동시에 정이랑이 어떠한 감정도 담기지 않은 목소리로 읊조렸다.
“업을 바칩니다.”
그 순간 정이랑의 등 뒤. 아무것도 없는 허공이 일렁였다. 붉은 점이, 붉은 실선이, 곧 붉은 면이 일렁이며 점점 모습을 드러냈다.
그 모든 것은 찰나였고, 최정건은 무심을 가장한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제길!”
우우웅–
검은 검이 맹렬한 울음을 토해내며 위에서 아래로 내리그어졌다. 오러도 두르지 않았건만, 검은 공간을 베어내는 것처럼 허공을 넘어 정이랑에게로까지 그 무형의 힘을 쏘아 보냈다.
“다음에.”
그러나 이미 정이랑의 키만큼 모습을 드러낸 붉은 면에 정이랑은 제 몸을 맡겼다. 그의 몸이 뒤로 쓰러지듯이 기울어졌고, 붉은 면에 점점 삼켜졌다.
정이랑은 박소진을 품에 안은 채로 최정건을, 그리고 케일을 바라보았다.
무심한 얼굴로, 그러나 타오르는 눈길로.
“다음에, 또 보자.”
그때, 검을 떠난 무형의 힘이 정이랑이 있던 곳을 휘저었다.
콰아아앙—!
폭발음과 함께 붉은 면이 일부 베이지 않고 폭발했다. 그러나 이미 정이랑도, 붉은 면의 나머지도 사라진 후였다.
“…하.”
최정건의 손에 들린 검이 덜덜 떨렸다. 그의 몸이 떨리고 있었다. 그의 시선이 케일에게로 향했다.
“석창을 썼으-”
하지만 그는 더 말을 잇지 않았다. 케일의 서늘하게 가라앉은, 마치 관찰하듯 바라보는 시선에 그는 고개를 숙였다.
부서지지 않는 방패.
무서운 짱돌.
파괴하는 불.
거기다가 또 다른 동료였던 이들의 흔적까지.
최정건은 케일 뒤로 그리운 이들의 모습이 떠오름과 동시에 정신이 아득해져 왔다. 그러나 고개를 숙인 그는 제 손에 묻은 피가 보였다.
이내 고개를 다시 든 최정건은 아무것도 드러나지 않는 표정으로 돌아왔다.
그때, 케일의 무심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썩 뛰어난 실력은 아니네.”
최정건은 케일의 시선을 피해 정이랑과 박소진의 시체가 사라진 곳으로 다가갔다.
-케일. 잘했다.
그 순간, 케일은 짱돌의 씁쓸한 칭찬을 듣고 있었다.
그는 자신을 미끼로 쓰려고 한 최정건에게도, 저를 사냥하려고 했던 정이랑과 박소진에게도 딱히 별다른 감정이 없었다.
그들의 도망에도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왜냐고?
‘어차피 환상이니까.’
케일은 이 상황에 감정이 휩쓸릴 만큼, 어리지 않았다. 그는 진짜 17살이 아니었다.
‘정이랑이 도망침으로서 완성했어.’
케일은 ‘사냥꾼 대응’에 대한 기본 틀을 완성했다.
사냥꾼이 사냥감을 노리는 법.
사냥꾼이 숨어드는 법.
사냥꾼이 전투하는 법.
사냥꾼이 위기 시 도망치는 법.
모두 보았으며, 이것으로 실제 현실에서 사냥꾼과 싸울 수 있는, 내 사람들을 지킬 수 있는 작은 기반을 마련했다.
케일은 이제 정이랑이 타고 왔던 승용차 쪽으로 향하는 최정건에게로 다가가 그의 곁에서 툭 내뱉었다.
“선배. 나에 대해 궁금한 것 없습니까?”
최정건은 케일에게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불벼락. 먹보 신녀.”
그러나 이어진 말에 그의 어깨가 떨렸다.
“짱돌, 알죠?”
결국 최정건은 케일을 바라보았다. 비실한 체격에, 입가에 마른 피까지 묻힌 김록수의 시선은 사냥감을 바라보듯 최정건을 응시했다.
“자, 불어보세요. 선배가 알고 있는 것 모조리. 응?”
파지직. 파직.
케일의 주위에 적금빛 전류가 흐르고 있었다. 마치 불벼락 짠돌이의 마음이 투영된 듯 차분하면서도 난폭한 기세였다.
“평화적으로, 대화합시다. 응?”
케일로서는 저를 미끼로 사용하고, 위험한 상황에서 방치한 자에게 보일 수 있는 최대한의 상냥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래도 최한의 삼촌이고 최정수의 조상이니까.’
와중에 그는 생각했다.
‘이 대화만 끝나면.’
이수혁 팀장 얼굴 한번 보고.
나가야지.
심장에 단검 꼽고 하얀 별을 완전히 처리하려면, 동료들보다 빨리 신전 끝에 도달해야 했다.
***
“노란색에 머문 하나는 제외한다고 하더라도.”
파문된 신관 케이지는 이해하기 힘들다는 얼굴로 왕세자 알베르를 향해 말했다.
“왜 다들 보라색에서 멈춰있는 거죠?”
왕세자 알베르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 채 입술을 깨물었다. 봉인된 신의 신전 위에 자리한 구. 여섯 조각으로 나뉜 구를 바라보는 알베르의 눈동자가 깊게 가라앉았다.
‘보라색은.’
알베르는 환상 시험에서 보라색이 뜻하는 바를 떠올렸다.
‘굴욕.’
포기를 외친 툰카를 제외한 다섯 조각. 그중에 노란색을 띄는 하나를 제외하고 나머지 네 조각 모두 보라색 ‘굴욕’에서 멈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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