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732
731화.
150장. 너무 막 나가는데요?
‘난이도를 2배 올린다고?’
케일은 이건 좀 많이 아니다 싶은 순간, 목소리가 이어졌다.
어떠한 감정도 없는, 기계적인 목소리.
-굴욕의 대상 파악 중입니다.
대상? 대상은 내가 아닌가?
케일이 생각을 정리하기도 전에, 목소리는 빠른 속도로 틈 없이 이어졌다.
-시험자의 데이터상 조건 중 가장 굴욕을 많이 받은 대상을 선정.
-해당 인원은 둘.
-난이도 상향으로 총 두 단계에 걸쳐 진행됩니다.
-난이도 상향으로 새로운 시험 상황 필요. 이에 따른 조정 필요.
-최적화를 시작합니다.
“으윽!”
케일은 순간 저도 모르게 손으로 눈가를 매만졌다.
보라색으로 가득한 공간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최적화 30%.
-40%.
최적화가 진행될수록, 케일은 속이 울렁거렸다.
꼭 롤러코스터를 막걸리 한 병 마시고 안전바 없이 탄 느낌이었다.
죽겠단 소리였다.
‘토할 것 같다.’
진심으로 그런 생각이 든 그때, 목소리는 단호하게 말했다.
-최적화 완료.
드디어 끝난 최적화.
하지만 케일의 뒤틀린 속은 아직 그대로였다.
그러나 목소리는 기다려주지 않았다.
-1.5 버전의 굴욕 시험을 지금 시작합니다.
파아앗!
보라색이 케일을 덮쳤다.
***
“미친.”
케일은 속이 울렁거리고 나발이고 간에 그것은 이제 더 이상 문제가 아니었다.
“큰일인데.”
그를 덮친 보랏빛이 사라지고 마주한 시야에 처음 들어온 것은 창밖으로 보이는 새벽하늘이었다.
해가 떠오르기 전의, 막 어둠이 걷히는 그 시간.
새벽은 태양이 떠오르지 않았음에도 밤이 조금씩 물러서며 자리를 비켜주고 있었다. 밤과 아침의 중간. 그 시간대는 참으로 아름다웠다.
하지만 케일은 새벽하늘이 아름답든 말든 지금 눈에 뵈지 않았다.
“내가.”
그는 제 손을 내려다봤다가 고개를 들었다.
“내가, 베니온 스텐 따까리라고?”
띨띨하고 심술궂게 생긴 놈 한 명이 창가에 비췄다.
저게 지금 케일이 들어온 몸이었다.
베니온 스텐.
라온을 가두고 사육하던 스텐 후작가 놈. 단순히 길들이려던 것이 아닌, 해서는 안 될 짓을 해온 놈.
“하.”
케일은 이 몸의 주인 놈을 알고 있었다.
라온과 베니온 스텐 간의 일을 처리하기 위해 스텐 영지에 방문했을 때.
그 당시 베니온 스텐이 뒤에서 벌였던 구린 일들을 전담으로 처리하는 놈들이 있었다.
그놈들 중에 베니온 스텐의 오른팔 격인 놈이 있었는데, 케일이 지금 몸을 차지한 이놈은 그 오른팔의 오른팔의 오른팔이었다.
쉽게 말해 말단보다는 조금 더 높지만, 어찌 됐든 베니온의 따까리 신세란 소리였다.
사실 직위에 대한 정식 명칭이 있었지만 구린 일을 하는 놈에게는 따까리란 표현도 아까웠다.
“하아.”
케일은 지금 진심으로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다.
창문 아래 위치한 책상. 그 위에 있는 문서를 한 장 케일은 집어 들었다.
편지. 아니, 명령서였다.
콰직.
명령서가 구겨졌다.
책상 위에 놓인 달력이 눈에 들어왔다. 펠리스력 780년 3월 29일에 동그라미가 쳐져 있었다.
케일이 이 세상에 온 날은 펠리스력 781년 3월 29일이었다.
오늘이 며칠인지 알 수는 없었으나, 최소한 1년 전 3월임을 알 수 있었다.
즉, 라온이 세 살 무렵.
한창 괴로울 때임에도 괴로운지조차 모를 나날을 보내고 있었을 때였다.
구겨진 명령서 속 글자가 몇 개 케일의 눈에 들어왔다.
내일, 톨스 영지, 모실 수 있게 준비.
톨스 자작가의 영지 한 마을에 라온을 가둔 동굴이 있었다.
베니온 스텐이 톨스 영지에서 갈 만한 곳은 거기뿐이었다.
즉, 내일 베니온 스텐은 라온을 보러 톨스 영지에 가며, 이 몸은 그런 베니온을 모시기 위해 준비를 해야 한다는 소리였다.
케일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 몸의 주인이 싼 짐들이 보였다.
나름 준비를 다 끝내놓은 듯했다.
‘그럼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케일은 차근차근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정하려 하였다.
“음!”
하지만 케일은 순간 몸을 휘청이며 한 손으로 책상을, 다른 한 손으로는 머리를 움켜쥐었다.
“왜, 갑자기-”
갑자기 잠이 쏟아져 왔다.
거부할 수 없는, 마치 늪에 빠지듯이 밀려오는 수마에 케일은 눈앞이 점점 흐릿해져 갔다.
‘빌어먹을, 도대체 뭐야?’
케일은 현 상황이 다시 변하자 짜증이 한껏 일어났다.
그러나 그는 달력을 보며 한 가지는 확실히 파악할 수 있었다.
이 굴욕 시험은 자신이 겪는 굴욕을 시험하는 것이 아니었다.
‘내 사람’, ‘나에게 소중한 이들’이 겪는 굴욕을 지켜보는 것이었다.
후에 모든 시험을 끝낸 케일은 동료들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들이 왜 가장 이 시험에서 오랜 시간을 소모했는지 충분히 이해했다.
“…빌…어…먹…ㅇ…….”
케일은 수마를 이기지 못하고 잠에 빠져들며 험한 말을 내뱉는 것을 망설이지 않았다.
굴욕 시험 시작 전 목소리는 말했다.
‘데이터상의 조건 중 가장 굴욕을 많이 받은 대상을 선정.’
‘해당 인원은 둘.’
난이도 2배. 그에 따라 케일은 총 2명의 굴욕을 지켜봐야 했다.
결국 케일은 잠에 빠져들었다.
“미친.”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욕을 참을 수가 없었다.
“…지금 자네 뭐라고 했는가?”
그의 눈앞에 로운 왕궁 시종장의 옷을 입은 꼬장꼬장한 인상의 노인이 서 있었다.
그 말은 이곳이 로운 왕국의 중심. 로운 왕궁이라는 소리였다.
케일은 고개를 돌려 창을 찾았다.
새벽의 끝자락. 해가 조금씩 떠오르고 있었다.
시험의 목소리는 말했다.
‘난이도 상향으로 총 두 단계에 걸쳐 진행됩니다.’
‘난이도 상향으로 새로운 시험 상황 필요. 이에 따른 조정 필요.’
케일은 그 의미를 바로 알아들었다.
밤에는 베니온 스텐의 따까리 몸에 들어가고.
‘낮에는-’
생각을 이어가려던 케일에게 벼락같은 외침이 들려왔다.
“뭐 하는 겐가!”
“…네?”
케일이 아는 시종장이 아닌, 낯선 얼굴의 노인이 시종장 옷을 입은 채 케일을 노려보고 있었다.
“자네 지금 뭔 말을 내뱉었는지 잊었나?”
“네?”
‘미친’이라고 했지.
케일은 알면서 모른 척 답했다.
“이런 얼빠진!”
그 모습에 시종장이 더 분노를 터트렸지만, 케일은 여전히 담담한 얼굴을 했다.
그는 조금 전 창을 통해 확인했다.
현재 이 몸은 상당히 어벙하게 생겼다.
그냥 담담한 표정 자체가 어벙해 보였다. 그러니 시종장은 얼빠진 얼굴에 화날 터.
그러거나 말거나 케일은 가만히 서 있었고, 그에 노인은 한숨을 푹푹 내쉬더니 신경질스러운 목소리로 지시했다.
“그거.”
“네?”
“네놈 손에 들린 그거!”
노인의 답답해 미칠 것 같아 하는 목소리에 그제야 케일은 제 손에 들린 쟁반을 내려다봤다.
“아, 네.”
수프와 빵이었다.
“…이게 왜요?”
하.
시종장은 이제 지쳐 보였다.
“1왕자한테 가져다주고 오게.”
“…1왕자요?”
“뒷배 없는 놈. 몰라?”
케일이 아는 로운 왕궁 1왕자는 뒷배가 아주 두둑했다.
우선 케일부터가 그 뒷배였으니까.
낯선 얼굴의 시종장이 중얼거리며 더 이상 케일에게 볼일 없다는 듯 뒤돌아섰다.
“애새끼가 뭐가 그리 먹고 싶은 게 많다고. 쯧! 귀찮게! 자네는 안 가나?!”
애새끼……?
케일의 표정이 굳어졌다.
방금 케일이 잠들기 전. 달력은 분명 펠리스력 780년 3월이었다.
그렇단 말은 알베르 크로스만이 이미 성인임을 뜻했고, 이때 알베르는 뒷배는 없었지만 시종장이 이런 말을 서슴없이 시종 앞에서 내뱉을 만한 처지가 아니었다.
“시종장님.”
케일은 뒤돌아 가는 시종장을 불러 세웠다.
“…뭔가?”
시종장이 짜증에 가득 차서 쳐다보았고, 케일은 진지한 얼굴로, 하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여전히 어벙한 얼굴로 물었다.
“1왕자께서 현재 연세가 어떻게 되시는지-”
“뭐?”
케일은 자연스럽게 쟁반 위를 가리켰다.
“제가 연세를 몰라서요.”
오늘 날짜를 묻는 거보다는 이게 낫지 않은가?
케일은 당당했다.
그걸 당당하게 말해야 할 사항인가?
시종장은 눈빛으로 그리 말하며 케일에 대한 욕을 실컷 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는 한숨과 함께 한마디를 남기고 케일에게서 멀어졌다.
“열다섯.”
역시.
지금은 펠리스력 780년이 아니다.
‘난이도 상향으로 새로운 시험 상황 필요.’
목소리가 말한 대로, 지금 케일은 새로운 시험 상황을 2개 겪고 있었다.
밤에는 라온이 세 살 때로.
낮에는 알베르 크로스만이 열다섯 살 때로.
“저, 시종장님.”
“왜!”
시종장은 나이답지 않게 힘이 넘쳤다.
“또, 또 왜!!”
“1왕자 궁이 어딥니까?”
“이, 이-!”
시종장은 눈앞의 신참 때문에 아침부터 화병이 날 것 같았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래, 그 애새끼한테는 이런 얼빠진 시종 놈을 붙여주는 게 훨씬 낫지.’
그는 시종에게 한마디를 남기고 이제는 더 이상 불릴 틈이 없게 빠른 걸음으로 사라졌다.
“서쪽.”
케일은 사라지는 시종장을 보며 뒤돌아섰다.
‘똑같네.’
알베르가 15살 때이므로, 혹시 케일은 자신이 아는 왕세자 궁과 위치가 달라졌나 싶어 한번 물어보았다.
다행히 위치는 기억과 같았다.
‘가볼까.’
그는 1왕자 궁으로 향하며 주변을, 무엇보다도 자신의 행색을 살펴보았다.
시종은 직급이 존재했으며 그 연차와 직급을 상의 어깨 부분에 표시해두었다.
‘아무것도 없다.’
어깨에 어떠한 색깔 표시도 없었다.
케일은 자신이 이제 막 입성한, 신참 시종의 몸에 들어왔음을 깨달았다.
‘그것도 6개월도 안 된 상태군.’
이는 권력은커녕, 이 왕궁에서 힘 하나 없는 시종이 되었단 소리였다.
“이거 참.”
케일은 갑자기 알아챈 사실에 실소를 흘렸다.
‘자기 궁에 요리사도 하나 없는 신세인 건가?’
보통 왕족은 자신의 궁에 전담 요리사를 두었다.
케일은 차갑게 식은 수프를 보니, 새삼 자신이 알베르의 어린 시절은 물론 청소년기에 대해 하나도 몰랐단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번에 한 가지는 확실히 알았다.
‘내 주위 사람들 중에 가장 굴욕을 많이 겪은 두 명.’
그것은 라온과 알베르 크로스만이었다.
좌절, 실패, 절망. 그것들은 굴욕과는 다르기는 했다.
케일은 스스로의 몸을 살폈다.
‘이번에는… 고대의 힘도 사용할 수 없군. 다른 능력도.’
본래의 힘 하나 없이, 라온과 알베르의 굴욕을 지켜보아야 하는, 권력도 힘도 하나 없는 자의 몸에 들어가 있어야 하는 케일.
밤낮으로 이 두 존재의 굴욕을 지켜보는 것은 케일에게 있어 힘든 일이 맞았다.
그래서 케일은 결론을 내렸다.
‘그러니 힘들지 않게 살아야지.’
베니온 스텐의 따까리로서, 로운 왕궁 막내 시종으로서 케일은 다짐했다.
‘다 엎자.’
어차피 환상이잖아?
그는 사이다를 콸콸 쏟아부으리라 다짐했다.
음식을 담은 쟁반을 들고 1왕자의 궁으로 가는 케일의 발걸음은 참으로 가벼웠다.
***
케일보다 훨씬 전부터 굴욕 시험을 시작하게 된 동료들.
그들의 시작은 각기 다 달랐다.
카로 왕국 두보리 영지의 병사 몸 속에 들어간 메리는 심장이 쿵쿵 뛰었다.
‘…엄마.’
기억 속 목소리만 떠오르던 엄마.
그 엄마의 얼굴을 보고 있는 그녀는 마음이, 심장이 아파왔다.
“제발, 제발 한 번만 부탁드릴게요. 네?”
“시끄러! 내일 오전 안으로 돈 못 내면, 네놈들 상상보다 더한 것들이 존재할 거다! 알았어?”
말도 안 되게 과중한 영지세. 이를 낼 형편이 되지 못한 메리의 아버지가, 그리고 어머니가 간곡히 징수관에게 부탁을 하고 있었다.
굴욕.
메리는 잊어버렸던 10살 이전의 기억을 조금은 찾을 수 있었다.
그것은 기쁘지 않은 일이었다.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로잘린과 클로페도 과거의 가까운 이들의 굴욕을 마주하고 있었다.
그러나 단 한 명.
최한은 조금 다른 상황에 놓여있었다.
실패 시험을 드디어 극복했을 때.
“허억. 허억.”
해리스 마을 사람들을 마침내 구해냈을 때.
“해냈어……!”
그는 초록빛에 감싸이며 스스로의 극복을 느낄 수 있었다.
과거의 실패도, 현재의 나도.
최한은 모두 극복해냈다.
그렇기에 보랏빛과 함께 찾아온 목소리에 최한은 멈칫했다.
-대상 선정 완료.
-삐이, 삐이이.
-대상 선정에 오류 발생. 오류 발생.
보랏빛이 최한을 덮치며 목소리는 이어 말했다.
-오류 원인 파악 완료.
-대상자 케일 헤니투스는 대상에 부적합.
-시험자의 기억을 바탕으로 대상자 재탐색.
-대상 본질 파악.
최한은 눈을 떴다.
-대상자 김록수.
신전 파견 인원 중 유일하게 케일 헤니투스의 본질을 알고 있는 최한.
그만이 케일 헤니투스 속 김록수의 굴욕을 마주할 수 있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최한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
“뭘 보는 거지?”
이야.
케일은 감탄했다.
15살 알베르 크로스만.
“나가.”
그는 한창 사춘기를 겪고 있었다.
케일은 그 사실이 색달라 저도 모르게 웃었다.
열다섯 알베르 크로스만의 미간이 꿈틀거린 것도 동시에 일어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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