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734
733화.
“이걸 누가 준비했지?”
굳은 얼굴의 알베르가 건넨 질문에 케일은 밝게 답했다.
“제가 했습니다!”
상당히 해맑다 못해 환해 보였다.
케일은 도통 이 상황을 납득하지 못하는 알베르에게 이어 말했다.
“시종장이 저에게 이 궁의 책임자 역할을 맡겨주어, 그에 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자 합니다. 왕자님.”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생긴 얼빵한 얼굴로 웃어 보였다.
국왕 궁 주방에서 파견 나온 시종들이 그 얼굴을 보며 말문이 막힌 듯했다.
‘이 얼굴도 맘에 드는데?’
케일은 생각지 못한 강력한 무기다. 이 얼굴은.
“하!”
이제야 알겠다는 듯 알베르는 짧은 탄식을 터트리더니 피식피식 웃음을 흘리며 식탁 상석에 앉았다. 그리고 포크를 집어 들었다.
힐끗. 그는 음식을 들기 전, 시종 케일을 쳐다보고는 중얼거렸다.
“이거 시종장 속이 뒤집히겠군.”
그는 잠시 고민하더니 음식에 시선을 둔 채 케일에게 툭 내뱉었다.
“마음껏 해봐.”
알베르는 시종에게 무엇을 마음껏 해보라는 것인지는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들려오는 대답에 그는 다시 시종을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네! 제 역할대로 하겠습니다.”
순간 알베르는 이놈이 무엇을 알고 답하는 것인가, 아니면 아무것도 모르는 것일까 헷갈리기 시작했다.
그는 묘한 표정으로 케일을 한참 쳐다보다 시선을 돌린 채 작게 중얼거렸다.
“역할대로 하는 사람을 몇 년 만에 보는지 모르겠군.”
“네?”
미처 듣지 못한 시종 케일에게 알베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들으라고 한 소리가 아니었다.
“아냐.”
그때, 시종 케일이 다시 입을 열었다. 무언가 번뜩 떠오른 듯 빠르게 내뱉었다.
“아, 저하.”
순간 분위기가 싹 가라앉았다.
봄의 한낮. 그것도 따뜻한 실내임에도 기온이 뚝 떨어진 것처럼 섬뜩한 침묵이 깔렸다.
저하.
이는 왕세자를 칭하는 호칭이었다.
대외적으로는 모르겠으나, 내부적으로 그리고 암묵적으로 알베르에게 저하라 칭하는 궁인은 없었다.
정적이 깨졌다.
“아, 왕자님.”
시종은 참으로 아무렇지 않게 다시 정정해서 알베르를 불렀다.
그 순간, 알베르의 눈동자에 이채가 감돌았다.
‘실수가 아니다.’
눈앞의 이 시종을 현재 알베르만이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었다.
시종 등 뒤에 자리한 주방 시종들이나 하인들은 시종의 표정을 볼 수 없었다. 그래서 경악한 채 숨죽이고 있었다.
그러나 시종은 흐트러짐 하나 없었다.
저하.
그 말은 실수로 내뱉은 말이 아니다.
실수인 척 내뱉은 말일 뿐.
그제야 알베르는 아까 이 시종을 처음 봤을 때 어렴풋이 짧게 느꼈던 날카로움이 그의 진실된 모습임을 깨달았다.
‘어벙한 얼굴 아래 본색을 숨기고 있군.’
눈앞의 시종이 가진 본색이 무엇일지는 알 수 없으나.
이거, 정말.
‘시종장이 제대로 헛발질을 아니, 스스로 늪에 빠지겠군.’
알베르는 저를 부른 시종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그는 ‘저하’라는 소리를 들은 적이 전혀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 담담한 얼굴을 보며 케일은 한마디를 더 남겼다.
“독은 없습니다.”
허억.
고개를 살짝 숙이고 있던 주방 시종 중 하나가 급히 숨을 들이마셨다.
피식. 알베르는 한 번 더 실소를 터트렸다.
그도 알고 있었다.
이 음식들에 독이 없다는 걸.
왜냐면 1왕자 궁에 올 음식들이 아니었으니까.
그러니 알베르는 바로 포크를 집어 들었던 것이다.
그는 시종에게 담담하게 말했다.
“나가.”
또 축객령이다.
하지만 이전처럼 날카롭지는 않았다. 오히려 아무 감정도 드러나지 않은 무던함만이 담겨있을 뿐.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불러주십시오, 왕자님.”
케일은 그 말을 끝으로 문밖으로 향했다. 그 뒤를 국왕 궁에서 온 주방 시종과 하인들이 서둘러 따랐다.
달칵. 신속하게 문이 닫혔고, 곧바로 주방 시종 중 가장 고참이 유유히 걸어가는 케일의 옆으로 따라붙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오!”
원래라면 신참인 케일에게 반말을 해야 했으나, 1왕자 궁 책임자라는 소리에 어느 정도 말투에 신경을 쓰는 시종이었다.
케일은 놀람과 화, 당혹스러움을 모두 숨기지 못하는 주방 시종에게 해맑게 답했다.
“저는 제 할 일을 했는데요?”
“무슨! 지금 그쪽이 궁 안의 상황을 몰라서-”
“그만.”
케일은 손을 들어 보였다.
시종은 서늘하게 가라앉은 눈빛에 저도 모르게 움찔했다.
“궁금한 건 시종장님께 여쭤보십시오. 저는 1왕자 궁에 대한 기본적인 업무를 보라 지시를 받았고, 그에 따른 이행을 했을 뿐입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궁에 대한 기본적인 업무.”
당연히 주방 시종도 경력이 있는 만큼 궁 전반에 대한 기본적인 업무를 알고 있었다.
‘그걸 이런 신참한테 시종장이 맡겼고, 그걸 신참은 막힘없이 진행하려고 한다고?’
이해가 될 듯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저는 바빠서, 그럼 이만.”
하지만 눈앞의 신참은 그와 뒤따르는 시종들에게서 멀어졌다.
“아.”
잠시 걸음을 멈춘 그는 어벙한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저녁때도 잘 부탁드립니다. 성장기에 맞게 영양 밸런스를 잘 맞춰주세요.”
그러고는 뭐가 그리 급한지 서둘러 궁 밖으로 먼저 나가버렸다.
“허.”
남은 주방 시종 고참은 기가 찼지만 뭐라 말할 꼬투리가 없었다.
일단 1왕자도 왕자였고, 거절할 명분이 자신의 위치에서는 없었으니까.
다만.
‘…그냥 어벙한 놈이 아냐.’
멀어지는 신참이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것은 단번에 깨달을 수 있었다.
‘이거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골치가 아파왔다.
“어떻게 할까요?”
후임의 말에 그는 퉁명스럽게 답했다.
“어떻게 하긴. 저녁 식사도 준비해야 한다고, 1왕자 궁 식사라고 주방에 보고해야지.”
“그러면 저희한테 뭐라고 하지 않을까요?”
“우리가 왜?”
주방 시종은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우린 잘못 없어. 모든 건 저 신참에게 모든 업무를 맡긴 시종장님 아니면 확인 제대로 안 한 부주방장님이 처리하실 일이지. 우리가 떠맡을 건 없어.”
“아.”
그는 저를 보며 안심하는 시종들을 힐끗 보고는 바삐 걸음을 옮겼다.
‘알아봐야 해.’
지금 이 궁 안의 판도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 수 없는 기묘한 예감에 그는 실체가 없는 이 흐름을 파악해야겠다 마음먹었다.
케일은 이를 모른 채, 알았다고 해도 관심 두지 않았을 것이 뻔했지만, 궁 밖으로 향했다.
“저기- 시종님!”
그때, 케일의 발걸음을 잡아채는 목소리가 있었다.
케일은 고개를 돌리니, 아침에 그에게 이런저런 정보를 주었던 하인을 볼 수 있었다.
물론 그는 염색 마법을 쓴 다크엘프 마법사였다.
“저. 시종님.”
그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케일의 옆에 겨우 멈춰 섰다.
“아.”
하지만 케일은 무언가 떠오른 듯, 말을 내뱉으려는 다크엘프보다 먼저 입을 열었다.
“곧 새 가구와 여러 자재, 의상들이 올 겁니다. 손이 모자라니, 도와주십시오.”
“…네?”
하인은 순간 멍한 얼굴로 되물었고, 케일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네?”
케일은 못 들었냐는 듯 반문했고, 하인은 그제야 고개를 황급히 가로저었다.
“아, 아뇨. 다 들었는데. 도와달라고요?”
“네.”
케일은 단호하게 답하고는 하인에게, 위장한 다크엘프에게 물었다.
“급한 일입니까?”
내 발걸음을 잡을 만큼.
그 속말은 숨겨도 충분히 전해졌고.
“아뇨, 그건 아니고. 그냥 대화를 좀 해보려고.”
“아. 그럼 나중에 합시다. 제가 오늘 좀 바빠서.”
“네?”
“그럼 이만.”
케일은 어벙한 얼굴과 달리 상당히 단호하게 하인에게서 멀어졌다.
케일은 지금 서둘러야 했다.
“일단 피해 다녀볼까?”
시종장. 그리고 여기저기 그가 벌인 일들의 책임자들을 피해 다녀야 했으니까.
“난장판이 되겠어.”
궁 안에 숨을 곳쯤이야 하나는 있겠지.
케일은 점심 식사를 시작으로 펼쳐질 난장판을 기대하며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을 곳으로 서둘러 움직였다.
“허.”
혼자 남은 하인은 멀어지는 케일의 모습을 한참 바라보다가 고개를 숙였다.
“…이거, 예상왼데?”
하인의 눈동자가 날카롭게 번뜩였다.
그는 더 이상 보이지 않는, 케일이 사라진 길목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타샤 님께 보고해야겠어.”
죽은 듯이, 정말 죽어가는 땅처럼 조용히 시간을 흘려보내던 1왕자 궁.
그곳이 한 시종으로 인해 시끄러워지고 있었다.
‘조용히 강해지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지만.’
하인으로 위장한 다크엘프는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이것도 나쁘지 않군.”
***
“해가 지는구만.”
우걱우걱.
케일은 궁 시종 식당에서 슬쩍 빼돌린 파이를 먹으며 하늘을 바라봤다.
붉게 변한 하늘 끝에 태양이 조금씩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오늘 정말.”
케일은 오늘 하루를 떠올려보았다.
“최곤데?”
오전 내내 일을 벌여놓고, 오후 내내 왕실 구석 정원에 몸을 숨긴 채 시간을 때웠다.
실로 오랜만에 푹 쉬고 있는 중이었다.
참으로 무책임한 시종이 아닐 수가 없었다.
‘그래서 시종장이 머리 아프겠지.’
1왕자 궁을 위해 한 번 정도는 이런 대형사고를 쳐줘야 했다.
그간 1왕자 궁을 외면한 이들도 한번 당황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흐음.”
케일은 파이를 얼른 다 집어삼켰다.
“이제는 베니온 따까리가 되는 건가?”
해가 모두 지는 순간.
케일은 눈앞이 점점 어둡게 변해갔다.
이제 알베르 크로스만 대신 라온을 보러 가야 하는 순간이었다.
케일은 자연스럽게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귀를 기울이며 눈을 떴다.
다그닥 다그닥.
마차가 움직이고 있었다.
케일은 이 마차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조금도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보나 마나 톨스 자작 영지로 가는 중이겠지.’
라온을 감금해둔 동굴이 있는 비밀 별장. 그곳으로 베니온 스텐은 수하들을 데리고 움직이는 중이리라.
케일은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느새 해가 다 지고 조금씩 밤이 밀려오고 있었다.
“호오.”
마차 안을 둘러본 케일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어쩐지 조금 이상하다 싶었더만.”
베니온 뒷골목 수하의 오른팔의 오른팔.
쉽게 말해 베니온의 따까리이자 후작가 일행에서 제대로 된 대접을 받을 처지가 아니었다.
그런데 그런 처지에 비해 현재 타고 있는 마차는 짐마차도, 허름하거나 평범한 마차도 아니었다.
마차에 쓰인 재료 자체가 상당히 튼튼하고 고급스러운 것들이었다.
그런 마차에 홀로 타고 있는 케일.
아니 베니온 따까리.
“그러면 그렇지.”
케일은 그 이유를 대번에 깨달을 수 있었다.
마부석으로 향하는 창문을 보자, 기사들의 뒷모습이 보였다.
마부석에 자리한 기사. 그들도 모두 베니온의 수족인 자들이었다.
“하긴, 이건 꼭 남들 시선으로부터 지켜야겠지.”
케일의 시선이 그가 앉아있는 자리 맞은편에 놓인 상자들로 향했다.
상자들은 뚜껑 없이 천으로 덮여있었다. 흘러내린 천 끝자락 사이로 상자 안이 드러났다.
“각종 물품들이 즐비하군.”
스텐 영지의 뒷골목과 밀접한 관계를 맺은 베니온 스텐. 그런 놈이 톨스 자작가로 가져갈 것이 뭐 있겠나?
술, 도박 거리 등등. 남에게 보여지면 곤란한 물건들. 베니온이 즐길 거리들이 이 마차 안에 고이 모셔져 있었다.
‘그러니 기사보다는 뒷골목 오른팔의 오른팔에게 이 마차를 맡겼겠지.’
목숨처럼 지키라고.
피식.
케일은 실소를 흘리며 슬그머니 몇 개의 상자 쪽으로 다가갔다.
그는 상시 마부석의 기사와 창밖을 살피며 상자 안을 확인했다.
“흐음. 없네.”
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아.”
잠시 고민하던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따까리가 그냥 맨몸으로 다닐 리가 없는데.”
깨끗하고 정직한 곳에서 일하는 놈도 아니고. 뒷골목에서 오른팔의 오른팔로 살아남을 만한 놈이라면, 베니온의 온갖 더러운 뒤처리를 해온 놈이라면, 케일이 찾는 것들 중 몇 가지라도 갖고 있을 법했다.
“음!”
케일은 마차 바닥에 놓인 가방을 집어 들었다. 어젯밤 이 따까리 놈의 방에서 보았던 가방으로, 분명 이놈의 것이리라.
그는 가방을 펼쳐 안을 뒤적였다.
‘이런 놈은 제 목숨이 제일 소중한-’
찾았다.
케일은 따까리 놈의 양말 속에 꽁꽁 숨겨져 있는 작은 병을 2개 발견했다.
“누가 보아도 좋은 게 든 것 같지는 않군.”
왜냐고?
케일은 상의 안주머니에서 작은 단검을 꺼냈다. 더불어 천으로 싸맨 기다린 침 몇 개도 꺼냈다.
액체가 담긴 작은 병 2개.
그리고 단검 한 개와 장침 몇 개.
거기다가 이 베니온 따까리는 무력도 별로였다.
“딱 봐도 독이군.”
이런 놈일수록 제 몸을 지킬 최후의 수단은 늘 품고 다니는 법이었다.
“흐음.”
그러나 그래봤자, 이놈은 말단 중 말단이다.
아주 비싸고 귀한 극독약을 들고 다닐 리가 없다. 그럴 능력도 없는 놈이다.
“수면독 혹은 마비독이겠군.”
양말에 감싸고 다닐 정도의 독이면 그 두 가지 중 하나일 터.
아니면 조금 더 강한 독이거나.
“한번 확인을 해봐야겠는데.”
무슨 독인지 일단 알아내어야 했다.
케일은 유심히 병 안의 액체를 살폈다.
‘정보는 낮에 구하면 되겠어.’
로운 왕궁. 그곳에서 어떠한 정보를 찾는 것은 요령만 있다면 전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흐.”
케일의 입에서 실소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 미소는 곧 사라졌다.
“신기하네.”
케일은 지난밤부터 잠을 한숨도 못 잤는데, 피곤하지가 않았다.
또한.
‘아무래도 몸이 바뀐 동안 두 몸의 주인이 알아서 일을 하는 것 같은데.’
어떻게 알아서 일하는지 궁금하면서도 딱히 알고 싶지 않았다.
대신 상쾌한 몸 상태가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런데 그 몸 상태만 신기한 게 아니었다.
‘시험에 참가하지도 않은 왕세자와 라온의 기억을 이렇게 잘 구성해내다니. 신기하군.’
이 시험은 케일의 과거를 보여주었던 이전 시험과 달랐다.
‘일단 깊이 생각하지는 말자.’
케일은 첫 번째 목표를 가장 빨리 이 시험들을 끝내는 것으로 잡았기에 그것에 집중하기로 하였다.
그는 라온의 동굴로 향하는 마차 안에서 다른 이들의 시선을 피한 채 바삐 움직였다.
***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일까?
케일은 지난밤 베니온 따까리로서 그의 뒤통수를 치기 위해 착실히 준비하다가 시종의 몸으로 새벽을 맞이했다.
거기까지는 꽤 상쾌한 하루였다.
“너.”
케일은 제 목에 겨눠진 창끝을 힐끗 쳐다보다가 고개를 들었다.
“무슨 속셈이지?”
알베르 크로스만. 소년의 눈동자가 서늘하게 가라앉은 채 케일을 향해 창을 겨누고 있었다.
그런데 그 창끝이 잘게 떨리고 있었다.
피식.
케일은 저도 모르게 실소를 흘렸다.
“지금 웃음이 나오나!”
알베르가 인상을 찡그리며 외친 그 순간, 케일은 부드럽게 말했다.
“왕자님. 무기를 겨눌 땐, 손을 떠시면 안 됩니다. 적에게 내 두려움을 보여줘선 안 됩니다.”
한 걸음.
케일이 다가가는 순간, 알베르는 흠칫하며 저도 모르게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열다섯 알베르 크로스만.
똑똑하고 영리하고 어른스러워 보이지만. 아직은 어리고 마음이 여리며, 날은 세우지만 그것을 실제로 찌를 줄은 모르는, 그저 아이였다.
‘나름 열심히 시종 역할 해보려고 아침 일찍 움직였을 뿐이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일까?’
케일은 바로 몇십 분 전을 떠올리며 한숨을 삼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