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736
735화.
“술은 브렉 산으로 준비해! 알았냐?”
“네!”
케일은 베니온의 오른팔의 오른팔이 건넨 말에 빠릿빠릿하게 답했다.
“최대한 빨리 가지고 주방으로 와!”
현재 케일이 머무는 몸의 주인, 베니온 따까리의 상사는 뭐가 그리 급한지 케일에게서 멀어져 제 할 일을 하러 갔다.
“흐으음.”
절로 콧노래가 흘러나온 케일은 거침없이 걸음을 옮겼다. 그런 그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는 하나도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별장 내 마법사들이 머무는 곳으로 들어가 한마디를 던졌다.
“소가주님이 챙기라고 하신 게 있어서 좀 가져갈게요.”
마법사는 힐끗 케일을 쳐다보고는 대답도 없이 고개를 돌려버렸다.
뒷골목에서 말단으로 일하는 케일에게 할 말이 없다는 태도였다. 다만 베니온의 따까리라는 것을 알아서 그의 행동을 의심하지 않았을 뿐.
‘여깄네.’
케일은 아무렇지도 않게 마법 도구를 하나 챙겨 들었다.
“쉬세요.”
진심이 담긴 인사를 한마디 남기고 케일은 술병이 보관되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최고급만 마시기는.”
케일은 술병을 몇 개 챙겨 들고 주방으로 향했다.
“가자.”
“네.”
케일은 베니온 오른팔의 오른팔이 앞장서 걸어가는 그 뒤를 따랐다.
드르륵. 드르륵.
두 사람 모두 갓 만들어진 음식들이 담긴 트레이를 끌고 있었다. 물론 케일은 술병도 그 트레이에 올려둔 상태였다.
“오늘 소가주님 기분 안 좋으시니까, 알지?”
“네.”
케일은 대충 답하며 라온이 감금된 동굴 앞에 도착했다.
“안녕하십니까?”
케일의 상사 혹은 형님쯤 되는 놈은 기사를 보자마자 넙죽 고개를 숙였다. 케일도 따라 숙였고, 기사는 오만한 눈동자로 그들과 트레이를 쳐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인사와 함께 두 사람은 동굴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어휴, 저도 보초 서는 주제에 고개 빳빳하기는.”
케일은 앞에서 투덜거리는 목소리쯤은 가볍게 흘려들었다.
‘음.’
대신 그는 정면, 동굴 안을 향해 촉각을 곤두세웠다.
지금 저 안에는 세 살 라온과 베니온 스텐이 함께 있었다.
베니온 스텐은 라온을 괴롭히는 광경을 보며 식사를 했다고 하였다.
아주 맛있게. 즐겁게. 그 순간을 음미했다고.
그래서 과거 케일과 라온은 그 광경을 그대로 베니온에게 도로 선사해준 적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
‘썩, 아니, 매우 좋지 않군.’
케일은 베니온 스텐의 빌어먹을 식사 장면을 실제로 마주해야 할지도 몰랐다.
“서둘러라.”
동굴 끝. 케일은 베니온의 오른팔이 두 사람에게 미간을 찌푸리며 지시 내리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오른팔 옆에는 이 감옥을 감시하고 관리하는 고문관이 자리했다.
“왜 이리 굼뜨지?”
그때, 평온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열린 철창 문 안.
고급스러운 탁자와 화려한 테이블보. 푹신한 가죽 의자.
감옥과 어울리지 않는 고풍스러운 식탁. 그곳에 베니온 스텐이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은 채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어떠한 흠 하나 없이 아주 우아한 모습이었다. 옷차림부터 해서 자세까지.
그런 그의 정면에는 여기저기 자잘한 상처를 입은 채 웅크린 검은 용이 존재했다.
용은 그 검푸른 눈동자로 베니온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 발과 목은 마나 구속구 족쇄가 채워진 채, 잘게 떨리고 있었다.
“얼른 와.”
케일과 함께 왔던 놈이 채근하며 철창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얼른 음식들을 세팅하기 시작했다.
케일은 고개를 숙인 채 그 뒤를 따라 들어가 대충 음식을 세팅했다.
“시작해.”
베니온 스텐은 그 한마디를 던지고는 의자에 등을 기댔다.
“네. 알겠습니다.”
음식을 세팅한 놈은 황급히 감옥 한편으로 가서 채찍을 집어 들었다. 케일의 눈동자가 채찍으로 향했다.
그 순간이었다.
“뭐하지?”
베니온 스텐이 여전히 라온을 내려다보며 말했고, 케일의 상사가 식겁한 얼굴로 케일에게 입을 벙긋거렸다.
‘야!’
베니온과 밖의 오른팔을 번갈아 힐끗거리며 다급히 소리 없이 외쳤다.
‘술!’
그제야 케일은 술병을 집어 들었다. 그의 눈동자에 베니온 스텐 앞에 놓인 잔이 담겼다.
이제 보니, 그의 역할은 술 시중인 듯했다.
베니온 스텐의 여흥이 중간에 끊기지 않게, 술을 꼬박꼬박 채우는 역할.
케일이 술병을 집어 들자, 그제야 채찍을 든 놈은 안심한 듯 입을 열었다. 분위기를 돋우려는 듯 한층 흥이 난 목소리였다.
“제가 오늘 제대로 해보겠습니다! 기대해주십시오!”
마치, 채찍을 쥔 자신이 베니온의 신임을 제대로 받고 있다고 여기는 듯한 모습이었다.
당당히 외친 놈은 천천히 실실 웃으며 라온에게 다가갔다. 라온은 그런 놈을 쳐다도 보지 않은 채 여전히 베니온 스텐을 노려보았다.
베니온 스텐도 그런 라온을 보며 처음으로 입꼬리를 올렸다.
“이제 좀 입맛이 도는군.”
그 말과 함께 그는 잔을 집어 들었다.
하지만 잔에 술이 채워져 있지 않았다.
‘음?’
베니온의 미간이 꿈틀거리며 그의 눈썹이 들린 순간, 그는 그때까지도 감옥 안의 다른 인간들에게 눈길 하나 두지 않고 라온만 바라봤다.
마치 주변에 눈길 둘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하.”
그 순간, 누군가의 바람 빠지는 웃음소리가 흘러나왔고.
탁!
술병이 탁자 위에 도로 놓아졌다.
베니온 스텐의 시선이 인간이 아닌 술병으로 향한 순간, 케일은 몸을 돌려 다리를 들어 올렸다.
철컹!
철창 문이 도로 닫혔다.
물론 잠기지 않아 언제라도 열릴 수 있었지만, 시간을 벌 수 있었다.
케일의 얼굴에는 표정 하나 없었다.
조금 전 그가 탁자 위에 도로 놓은 술병.
그 안에는 마비독이 담겨 있었다.
이 베니온 따까리가 소지한 두 개 중 하나로 천천히 몸이 마비되게 하는 약이었다.
‘천천히 약효가 도는 걸로 서서히 마비되는 걸 보려고 했는데.’
케일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사람들이 당황한 틈을 타 망설임 없이 움직였다.
“아무래도 안 되겠군.”
케일의 양손이 움직였다.
“야, 너 지금 뭐 하는 짓이야!?”
케일의 한 손은 상의 안의 남은 약병을 집어 들었고. 또 다른 한 손은 그대로 술 시중을 들기 위해 곁에 있던 베니온 스텐의 뒤통수를 낚아챘다.
베니온 스텐과 케일의 시선이 그때 처음으로 서로에게 향했다.
“감히, 무슨 짓을-!”
베니온 스텐이 분노에 찬 얼굴로 입을 열었을 때.
“뭐긴.”
피식. 웃음과 함께 케일은 약병을 쥔 손을 움직였다.
쾅.
의자 손잡이에 부딪친 약병 입구가 부서졌다. 그 안에 든 것이 흘러내리려는 찰나, 케일은 그 병을 그대로 들어 베니온 입안에 욱여넣었다.
그 억센 손길에 베니온의 입이 벌어졌고 안에 든 액체가 그대로 그의 목구멍을 타고 흘러 들어갔다.
“크윽!”
베니온이 신음을 토했고, 채찍을 든 놈이 놀람과 분노를 담은 채 케일에게로 다가왔다.
“이 미친 새끼가!”
케일은 입꼬리를 올렸다.
이 몸, 하나는 마음에 들었다.
‘나보다 건강해.’
뒷골목을 뒹굴며 몸 쓰는 일을 꽤 했는지 생각보다 신체 능력이 괜찮았다.
그래봤자, 기사나 전사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했지만.
하지만 조금 날쌨다.
케일은 그 점을 잘 이용했다.
쾅!
케일은 탁자에 놓인 술병을 집어 들어 그대로 채찍을 펼치지도 않고 당황한 채 다가온 놈에게 내리쳤다.
“커헉!”
놈이 휘청이자, 케일은 채찍을 뺏어 들었다.
그리고 철창으로 다가가 채찍으로 그 입구 문을 둘러 묶었다.
시간을 벌기 위한 행동으로.
“밖에, 기사를 불러와!”
베니온 오른팔이 그리 외치며 철창으로 다가왔다. 어떻게든 철창을 열고 들어오려 했다.
“네놈, 미쳤어?”
케일은 그 목소리를 무시하며 뒤돌아섰다.
때마침 휘청이던 놈이 다시 케일에게 달려들려는 중이었다.
“으아아! 이 새끼 죽인다!”
괴성과 함께.
케일은 실소를 흘리며 품에 든 단도를 그대로 던졌다.
“커헉!”
“운이 좋네.”
단도는 그대로 종아리에 박혔다.
“이 자식, 내가 이딴 단검에 쓰러질 줄, 커억!”
단검을 단 채로 달려들려던 자는 그 몸이 한쪽으로 기우뚱 쓰러졌다. 단검이 꽂힌 다리가 이상하게 움직여지지가 않았다.
그 순간, 그의 귓가에 짐승의 울음소리와 비슷한 신음이 들려왔다.
“크으으-”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베니온이 식탁에 엎어진 채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었다. 그나마 간신히 든 얼굴로 케일을 노려보고 있었다.
“으으, 으…….”
뭔가를 내뱉으려고 했지만, 입술이 잘게 떨리고 있었다.
덜컹, 덜컹! 덜컹!
채찍의 매듭을 풀고 철창 문을 열려는 소리가 갈수록 커져갔다.
“이 새끼, 너 내가 들어가면 곱게 못 죽을 줄 알아!”
베니온의 오른팔이 악귀 같은 얼굴로 외쳤을 때, 무심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극독이야.”
순간 베니온의 눈동자가 커졌다. 그는 고저 없이 담담하게 말한 입의 주인, 케일을 바라보았다.
씨익.
케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온몸을 못 움직이겠지? 넌 30분 안으로 죽을 거다.”
물론 거짓말이다.
베니온의 몸에 들어간 것은 1시간이면 풀릴 마비독일 뿐. 다만 약효가 빨리 돌아서 마비가 바로 찾아온다는 점이 술병에 들어간 독과 다른 점이었다.
케일은 놀라서 숨을 들이쉬는 사람들을 무시한 채 감옥 한곳으로 향했다.
검은 용의 눈동자가 그를 응시했다. 케일은 용에게 시선 하나 주지 않고서 상의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기사가 오기 전.
서둘러야 했다.
덜컹, 덜컹!
“극독이라니! 해, 해독제는-”
베니온의 오른팔, 케일이 빙의한 몸의 두목 놈이 떨리는 음성으로 외쳤다.
“해독제는 당연히 나한테 있지.”
그 말과 함께 케일은 상의에서 마법 도구를 꺼내 들었다.
아까 이곳으로 오기 전에 챙겨온 물건.
“으, 으으!”
이를 알아본 베니온이 마비가 된 몸을 어떻게든 움직이려고 하였다.
그의 얼굴과 옷, 몸은 온통 흘러내린 술과 망가진 음식이 점점 묻으며 엉망이 되어갔다.
“알아보나 보네?”
케일은 그 소리에 답하듯 중얼거렸지만 뒤돌아보지 않았다.
대신 검은 용의 목을 잡았다.
용은 노려보았고, 케일은 망설임 없이 손을 움직였다.
철컥.
용의 눈이 커졌다.
목에 채워져 있던 마법 구속구가 마법 도구에 의해 잘려 나갔다.
케일은 라온의 목을 손에서 놓고 앞발을 잡았다.
철컥. 철컥.
두 앞발이 자유로워졌다.
철컥. 철컥.
그리고 뒷발, 감옥에 묶여있게 했던 것까지 자유를 되찾았다.
“아, 안 돼-”
이제 두목 놈은 베니온이 문제가 아니라 더 큰 일이 벌어졌음을 깨달았다.
용이 풀려났다.
마나 제어를 했던 그 구속구마저 제거된 채.
완전한 자유를 찾았다.
용은 더 이상 가둘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아, 아.”
두목인 만큼 그는 상황 파악이 빨랐다.
철창 문을 거의 다 열었던 것을 멈추고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섰다.
“무슨 일인가!”
“소가주님! 뭐야, 비켜!”
상급 기사 두 명이 부하들을 이끌고 달려왔다. 그들은 두목을 밀어내고 철창 안 광경을 보려다가 멈칫하며 굳어버렸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우우웅— 우웅—
상처가 아물지 않은 어린 용의 주위로 검은 마나가 일렁이며 요동쳤다.
검은 용은 제 앞발을 내려다보며 앞발을 쥐었다가 폈다가를 반복했다. 어린 용은 고개를 들어 저를 구속하던 족쇄를 풀어준, 나쁜 놈 중 한 명을 응시했다.
지금껏 몇 번 본 적이 있는 이 나쁜 놈은 아주 환하게 웃고 있었다.
진심으로 기쁘다는 듯.
그놈은 그런 얼굴로 즐겁게 말했다.
“이제 니가 여기서 제일 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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