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738
외전 1. 신입사원 김록수 2
“네?”
“그게 무슨-”
신고식에 대해 모르던 대부분의 신입사원들이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둘러보며 웅성거렸다.
최정수는 방금 전 박경호를 통해서 듣지 않았다면 몰랐을 신고식에 대해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그, 신고식은 뭘까요?”
“모릅니다만.”
“에이, 다 아는 것 같은 분인데.”
“모릅니다.”
무뚝뚝한 김록수의 대답에 최정수는 울상을 지었고, 김록수가 그 모습에 살짝 한숨을 쉬며 입을 열려는 찰나 사회자가 입을 열었다.
“이곳이 어딘지 아시겠죠?”
아.
순간 탄식이 흘러나왔다.
오리엔테이션이 펼쳐지는 강당.
이곳은 회사에서도 꽤 거리가 멀었다.
“설마-”
최정수가 김록수를 바라보았고, 그 시선을 받은 김록수는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신고식을 한다면, 수색이겠군요.”
그는 강당 입구를 보며 덧붙였다.
“이곳은 망가진 땅 중 하나니까.”
망가진 땅.
괴물이 한바탕 휩쓸고 가서 아직 문명이 제대로 복구되지 못한 땅을 일컬었다.
한국 안에는 그런 곳이 아주 많았다.
“다들 알다시피 이곳은 현재 망가진 땅 중 하나입니다.”
사회자는 웅성거리는 신입사원들에게 친절히 말했다.
“그리고 오시는 길에 보셨겠지만, 이곳에 강당이 들어섰고 밖에 몇 개의 건물이 새로 지어지고 있죠.”
그것이 뜻하는 바는 하나였다.
“다행히 이 땅은 다시 인간의 구역이 된 곳입니다.”
망가진 땅에는 괴물들이 서식한다.
쉘터를 중심으로 새로운 중심 도시에 사는 인간들은 이 도시 근처의 망가진 땅을 조금씩 수복 중이었다.
지금 강당이 있는 이 땅도 몬스터를 몰아내고 현재 도시를 재건 중인 땅이었다.
“‘머리’ 쪽 분들은 이 재건과 관련된 서류를 검토하는 일을 하실 겁니다.”
사회자는 ‘몸’ 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여기 계신 분들께서는 보물찾기를 할 겁니다.”
신입사원에게 주어진 임무.
“…보물찾기?”
최정수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을 때, 김록수의 눈동자에 이채가 감돌았다.
“여기 계신 분들은 모두 각각의 재능을 지닌 뛰어난 분들이시지만, 바로 임무에 투입할 수는 없습니다.”
실제 전투에는 투입할 수 없다는 소리였다. 그래서 다른 방식으로 ‘임무’를 주어 그들의 능력을 보겠다는 소리였다.
사회자는 단호하게, 하지만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이 강당 근처에는 중요한 공공기관들이 많았습니다.”
도시 재건에 있어 중요한 것은 도시의 흔적, 기록이었다.
“몬스터들을 이미 몰아낸 곳이기 때문에, 각각 팀별로 움직여 행정에, 도시 재건에 도움이 될 만한 물건을 찾아오시면 됩니다.”
최정수의 귓가로 뒤에서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흐음. 수색을 하라는 건가?”
“시시하네.”
시시하다고 말한 이는 익숙한 목소리였다.
‘박경호였던가?’
최정수의 입꼬리에 씁쓸함이 걸렸다.
‘난 첫날부터 싸우고 싶지는 않은데.’
수색이 차라리 나았다. 첫날부터 괴물이든 사람이든, 어떤 존재의 피를 보고 싶지 않았다.
사회자를 맡은 직원이 말을 이었다.
“그 물건의 가치에 따라 보물찾기 등수를 매기도록 하죠. 그리고 심사는 당연히 여기 계신 각 팀의 팀장님들이 함께하실 겁니다.”
신입사원들의 시선이 팀장들 쪽으로 향했다.
쿵.
사회자가 발을 굴리며 시선을 다시 모았다.
‘음.’
최정수는 사회자의 굳은 얼굴에 살짝 멈칫했다. 그제야 그는 상처투성이인 사회자의 손이 보였다. 아무래도 저 사람도 전투조인 듯싶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입니다.”
사회자는 단호하게 ‘몸’ 쪽 부서 신입들에게 말했다.
“무너질 것 같은 건물에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다치면, 무조건 등수 제외입니다. 탈락이라는 소리죠.”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빈손으로 오셔도 되니,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세요.”
안전이라.
김록수는 속으로 두 글자를 되새기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안전이 중요하지.’
물론 옆에 있는 어리숙해 보이는, 오늘은 페어로 움직일 녀석의 생각은 알 수 없었지만.
“시간은 오늘 낮 2시까지.”
현재 시각은 오전 10시였다.
“그럼 안전하게 열심히 하시길 바랍니다. 2시에 모두 멀쩡한 모습으로 뵙죠.”
사회자가 손을 들었다.
“그럼, 시작!”
삐이이이—
어디선가 버저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렇게 바로 한다고?!”
“일단, 우리는 우리 부서로 가야 하나? 서류를 보라며?”
수색과 사무. 각각의 역할을 맡은 신입사원들이 말을 쏟아내며 강당 안은 소란스러워졌다.
최정수는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런 건 결국 발이 빠른 사람이 이기는 거야! 가죠!”
“네, 서두릅시다!”
벌써 수색을 맡은 몇몇 팀의 신입사원들은 같은 팀원들끼리 강당 밖으로 향했다.
“어… 음…….”
최정수는 어찌해야 하나 싶어 김록수 쪽으로 시선을 돌리려던 찰나.
“멍청한 것들. 보면 모르나?”
박경호가 피식 웃음을 흘리더니, 옆에 있던 후방 팀원에게 말했다.
“가죠. 나만 믿어요.”
“뭔가 있으신가 봐요?”
“이런 시험이야, 보나 마나죠.”
스윽. 박경호의 시선이 최정수에게로 향했다.
“뭐, 아무것도 모르는 어리숙한 분들도 있겠지만.”
“자, 자. 가요, 가.”
서포트를 맡은 후방조, 최수인이라는 이름표를 단 여인은 최정수에게 미안하다는 듯 눈인사를 하고는 박경호를 끌고 강당 밖으로 나가버렸다.
“음.”
최정수는 옆을 바라봤다.
“우리는 어쩌죠?”
고개를 돌리니 김록수는 눈을 감은 채 가만히 의자에 앉아있었다.
톡톡. 그의 검지가 무릎을 두드리고 있었다.
“저, 록수 씨?”
그제야 김록수가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가죠.”
그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생각보다 크네.’
최정수는 호리호리해서 몰랐는데, 생각보다 큰 김록수의 키에 눈을 크게 떴다. 선명하게 짙은 검은 눈동자가 김록수의 암갈색 눈동자와 마주했다.
“그, 록수 씨? 어디를 가죠?”
최정수는 살짝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무작정 나갈 수는 없잖아요? 목표를 정해두고 수색을 해야 할 것 같은데.”
그는 슬쩍 김록수의 손목시계를 가리켰다.
“수색 시간이 4시간 정도면, 짧은 편인데. 수색 범위를 좁혀서 집중적으로 탐색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록수의 눈동자에 이채가 스쳐 지나갔다.
좋은 게 다 좋은 거라고 허허 웃을 것 같은, 사람 좋아 보이는 외양과 달리 의견이 뚜렷했다.
“최정수 씨의 의견도 맞습니다.”
4시간. 언뜻 보면 길어 보이는 시작이지만.
몬스터가 휩쓸고 간 후 폐허가 된 도시를 탐색하기에는 지극히 짧은 시간이다.
특히, 이곳은 이제 막 재건에 들어가는 곳으로 신입사원의 대부분, 아니, 전체가 무너진 후의 이 지역을 처음 방문했다고 보아도 좋았다.
처음 온 장소.
모두 무너져 분간이 가지 않는 도시 전경.
그 사이에서 특정되지 않은, 단순히 ‘중요한 물건’을 찾으라?
빈손으로 돌아올 확률이 높은 일이었다.
“록수 씨.”
최정수는 김록수가 제 의견에 동의하는 듯 하자, 바로 입을 열었다.
“그럼 동서남북 방향을 정해서 하는 게 어떻습니까?”
“아뇨.”
“네?”
“우리는 광범위하게 수색하죠.”
“아니, 그건-”
그건, 어렵잖아요?
최정수의 표정이 흐려졌다. 분명 자신의 의견에 동의했던 김록수였는데, 광범위하게 가자니.
이도 저도 아닐 확률이 높았다.
“저, 록수 씨.”
“제가 다 기억하고 있습니다.”
“네?”
김록수는 다시 눈을 감았다.
머릿속에 여러 가지 그림들이 스쳐 지나갔다.
제대로 된 전투 능력이 없는 현재 상황에서 그가 전투조에 후방으로라도 참여하기 위해 필요한 일들.
그는 될 수 있으면 많은 것들을 기록해두었다.
“무너지기 전, 이 지역 지도를 압니다.”
김록수와 최정수의 시선이 마주쳤다.
“지하철 노선도, 관공서, 지역 기업, 주택가. 모두 알고 있습니다.”
“…네?”
최정수는 멍하니 되물었다.
“여기 사셨어요?”
피식.
그 얼빵한 모습에 실소를 흘린 김록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제 능력이 ‘기록’입니다. 기억과 관련되었죠.”
툭.
김록수는 최정수의 어깨를 살짝 두드리고는 강당 문으로 향했다. 어느새 강당 안에는 김록수와 최정수 팀뿐이었다.
“이곳에 회사 강당이 있다길래 주변 지리는 외워두었습니다.”
움직이지 않는 최정수에게 김록수는 고갯짓했다.
“가시죠.”
이야.
최정수의 입에서 작은 감탄이 흘러나왔다.
“와. 대단하신데요? 어떻게 미리 다 보고 오셨대.”
김록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무심히 답했다.
“전 이렇게 해야-”
거기까지 말한 그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나는 이렇게 해야, 버틴다.’
다시 그는 말을 이었다.
“전 이렇게 해야 합니다.”
“그러시구나.”
최정수는 강당 밖으로 나온 김록수가 주변을 둘러보는 것을 바라보았다.
강당 밖은 정말로 폐허뿐이었다.
김록수의 입에서 무심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여기서 3시 방향으로 3km 가면 시청이 있습니다. 꽤 멀지만 거기부터 시작해서 타원형으로 돌면서 강당 쪽으로 되돌아오죠.”
“네, 좋죠, 어?”
강당 뒤편으로 걸어간 김록수가 구석에서 무언가를 들고 나왔다.
“…짐이 많으시네요?”
그 무언가는 가방이었다.
주렁주렁, 아주 많이도 매단 가방을 김록수는 아무렇지도 않게 등에 메고서 담담하게 말했다.
“제가 약해서, 살아남으려면 짐이 많이 필요합니다.”
그 말을 들은 최정수의 입꼬리가 묘하게 올라갔다.
“그쪽은 검이 다입니까?”
“네.”
“그럼 가죠.”
맘에 드는데?
최정수는 홀로 낮게 중얼거리고는 얼른 김록수 뒤를 따랐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이들이 있었다.
강당에서 조금 떨어진, 겨우 그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건물의 꼭대기.
그곳에 자리한 이들이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이야. 1팀 신입들은 뭔가 특이한데요? 저 짐하며, 가장 늦게 출발하고.”
3팀장은 이수혁을 보며 장난스럽게 웃어 보였다. 이수혁은 어깨를 으쓱였고, 3팀장은 한숨을 내쉬며 걸음을 내디뎠다.
“전 먼저 가보겠습니다. 하아, 이 신고식은 왜 하는 건지. 신입들보다 팀장들이 더 고생하는 건데.”
“그러니까요. 그래도 신입들 여러 면을 볼 수 있으니까, 좋지 않습니까.”
4팀장이 그 뒤를 따르며 넉살 좋게 맞장구를 쳐줬다.
“이번 우리 팀 신입 중에는 능력 각성을 한 지 얼마 안 된 애들이 절반이라. 걱정이네요. 헛짓거리할까 봐. 어휴, 저도 가보겠습니다.”
5팀장도 자리를 떴다.
“그럼 저도.”
하나둘 다른 팀장들도 뒤를 따랐다. 각 팀장들이 향하는 방향은 제 팀의 신입사원들이 움직인 방향이었다.
팀장은 오늘 신입들의 뒤를 따르며 그들의 성향과 팀 융합 가능성을 살피고, 나아가 그들의 안전을 전담한다.
“그런데 2팀장님.”
“네, 이 팀장님.”
아직 떠나지 않고 있던 2팀장과 1팀장 이수혁.
“여기 몬스터들이 모두 떠난 것 맞습니까?”
“네. 현재 일주일간 관측된 몬스터는 하나도 없다고 합니다.”
“그래요?”
“네.”
쏴아아아—
바람이 불어왔다.
이수혁은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칼을 뒤로 쓸어넘기며 눈을 감았다.
“바람이 많이 부는군요.”
“그러게요. 비가 오려나.”
2팀장은 저 멀리서부터 서서히 밀려오는 회색 구름을 보며 골치 아프다는 듯 볼을 긁적였다.
“비 오면 수색은 바로 중단시켜야겠어요.”
“네.”
“이 팀장님, 같이 가실까요?”
그녀는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는 이수혁을 보며 말했다.
“1팀, 2팀 신입들 모두 같은 방향으로 가는 것 같습니다만.”
“…시청으로 가는 거겠죠?”
“네. 그래 보여요. 우리 팀의 신입인 박경호 씨가 여기가 연고지거든요. 아버지가 시청에서 근무하셨다고 하던데. 아무래도 그쪽으로 간 것 같아요.”
2팀장은 밝게 웃으면서도 얼굴에 걱정을 드리웠다.
“박경호 씨가 방향을 잘 잡기는 했는데, 음.”
시청은 이 도시에서 가장 먼저 몬스터를 몰아낸 곳이었다.
그러니 안심해도 좋았다.
다만.
“이번 우리 팀 신입들이 둘 다 능력은 좋은 편인데, 실전 경험이 거의 없어서. 걱정이네요.”
“가보죠.”
이수혁이 움직이자, 2팀장도 일단 걱정을 접고 그 뒤를 따랐다.
* * *
“누가 봐도 여길 시청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겠는데요?”
최정수는 김록수의 뒤를 따르며 조금씩 보이는 건물에 탄식을 흘렸다.
본관과 별관 몇 동을 포함하여 꽤 큰 규모를 자랑하던 시청. 현재 별관은 다 무너지거나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본관의 경우 절반가량 무너져 언뜻 보면 시청인지 알아보기가 힘들었다.
그냥 ‘아, 큰 건물이었구나.’ 정도의 느낌만 주었다.
“…그리고 우리 말고 이곳이 시청인 걸 아는 사람이 있군요.”
최정수가 난감한 얼굴로 김록수보다 앞서 걸어갔다. 김록수는 검집에 손을 올린 채 걸어가는 최정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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