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741
외전 2. 우리 팀장님이 망나니가 되었어요! 1
자칭 타칭 ‘회사’라고 불리는 이곳.
이곳에서도 가장 전투적인 곳이라 불리는 ‘1팀’.
그곳의 신입이자 막내 장세종은 서류를 잔뜩 든 채 직원 휴게실 근처를 지나갔다.
열린 휴게실 문 틈새로 수군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록수 팀장 좀 이상해지지 않았어?”
멈칫. 그의 걸음이 멈췄다.
보통의 능력자라면 듣기 힘들 정도의 은밀한 목소리였으나, 신입 장세종은 감각 관련 능력을 지녔기에 충분히 잘 들렸다.
“음.”
“아니, 진짜 그렇지 않아? 어찌 보면 번아웃 온 것 같기도 하고, 어찌 보면… 좀… 미친 것 같기도 하고. 회사에서 술이라니-”
“…김록수 그놈이 이상한 게 하루 이틀이야? 원래도 미친놈이잖아.”
저 퉁명스러운 목소리는 박경호였다.
김록수 팀장의 입사 동기로, 현재 2팀 팀장으로 일하며 조만간 승진할 예정이라고 들었다.
“아니, 미친놈이 맞긴 맞는데. 이런 쪽으로 미친놈은 아니었잖아. 뭔가, 뭔가 이상하단 말이지.”
“너 바쁘다며? 남 신경 쓰지 말고 네 할 일이나 신경 써라.”
끼익. 박경호의 말을 끝으로 순식간에 휴게실 문이 열렸다.
신입 장세종은 박경호와 눈이 마주치고 흠칫 어깨를 떨었다. ‘천둥의 창술사’라 불리는 2팀장 박경호는 장세종을 보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까딱.
하지만 그는 장세종에게 어서 가라는 듯 고갯짓했고, 장세종은 잔뜩 움츠러든 채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휴게실을 지나 황급히 사무실로 향했다.
“하아.”
장세종의 입에서 얕은 한숨이 나왔다.
휴게실에서 들은 말들을 흘려들을 수가 없었다.
“…뭔가-”
박경호와 대화하던 사람의 말대로.
김록수 팀장은.
“뭔가 이상해지기는 하셨는데.”
장세종은 지금 회사 전체가 수군거리고 있는 김록수의 묘한 변화를 생각하며 그 시작이었던 2주일 전을 떠올렸다.
* * *
2주일 전은 김록수가 처음으로 회사에 무단결근을 했던 날이었다.
“뭐? 팀장님이 아직 안 왔다고?”
오전 타임 출동이었던 김민아 차장은 미간을 찌푸린 채 장세종을 바라봤다. 장세종은 살짝 몸을 움츠러트린 채 고개를 끄덕였다.
“네, 네. 팀장님이 아직 안 오셨습니다.”
“휴가는 어제까지 아냐?”
서포트 정소훈 대리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네. 어제까지였고 오늘부터 정상 출근이십니다.”
“…이상한데.”
정소훈 대리는 곧바로 외투를 집어 들었다.
김민아 차장은 뭐라 서류를 대충 끄적이더니 장세종에게 넘겼다.
“이것 좀 차 대리한테 전해줘. 나는 팀장님한테 갔다 와야겠어.”
정소훈, 김민아. 두 사람의 표정은 심각했다.
그들이 사무실을 떠나며 중얼거리는 아주 작은 목소리가 장세종에게 선명하게 들려왔다.
“팀장님 요즘 무리하더니, 쓰러진 거 아니에요?”
“정 대리, 팀장님이 쓰러지는 거 봤어? 쓰러진다고 하더라도 연락은 주고 쓰러질 사람이야. 이거, 뭔가 생긴 거야.”
“…혹시 불법 길드에서 팀장님 집을 습격한 거 아닙니까?”
정소훈 대리의 목소리가 불안감에 미세하게 떨렸다.
“아니면 해외에서 파견 나온 암살 요원이 팀장님을 납치했다거나. 아, 불안한데. 팀장님이 사시는 데는 도시 외곽 아니에요? 거기 보안도 안 좋을 텐데. 2팀장한테 연락해볼까요?”
“일단 진정해. 팀장님 집에 가보고 결정한다.”
“하아. 알았어요. 그런데 팀장님은 돈도 많이 버는 사람이 왜 도시 외곽 집에서 지낸대요?”
“몰라. 나중에 귀농하려면 돈이 많이 필요하대.”
장세종은 두 직장 선배가 떠나는 모습을 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무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번 기수 신입은 장세종 혼자였다.
“으음.”
그는 한껏 불안한 얼굴로 김록수 팀장 자리를 바라보았다. 텅 빈 그 자리에는 별다른 집기도 없었다.
김록수.
장세종은 원래 그 이름을 잘 몰랐다. 오히려 2팀장 박경호가 유명했으면 했지, 김록수라는 이름은 낯설었다.
하지만 이 회사에 들어오기로 한 후, 이쪽에 대한 정보를 하나둘 모으며 김록수가 이 회사 안에서, 나아가 정부와 길드 쪽 업계 방면으로 상당히 유명한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매스컴에 드러나지 않아 몰랐을 뿐, 회사의 최고 전력이라 불리는 1팀의 수장이자 암묵적으로 ‘몸’ 담당이라 칭해지는 회사 전투 요원들의 리더라 했다.
더불어 ‘머리’ 쪽 담당자들도 김록수 앞에서는 그 능력에 감탄을 금하지 못한다고 하였다.
그 김록수를 칭하는 단어 중 하나인 ‘독종’.
장세종은 이 별칭을 들었을 때 별로 좋지 않은 의미로 받아들였었다.
하지만 그 내막을 알게 된 후, 탄성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김록수가 팀장이 된 후, 1팀의 사망률은 0%라고 한다.
그리고 맡은 임무 중 실패한 임무는 하나도 없다고 한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부족한 인프라 속에서도 김록수는 철저한 계획을 수립하여 어떻게든 임무를 완수한다고 했다.
더불어 그의 팀에 속하면 그 실력이 더 발전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이렇게 평가를 받는다고 한다.
‘역시 이수혁의 뒤를 이을 자는 김록수다.’
라고.
장세종은 이수혁이라는 이름에 김록수의 대단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수혁.
그 이름은 대격변 후 한국사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인물이었다. 더불어 그는 이 회사의 기반이자 원천인 사람이었다.
물론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그리고 이수혁이 고인이 된 그 전투에서 살아남은 이가 김록수 팀장이라고 하였다.
“음.”
문득 장세종은 ‘역시 이수혁의 뒤를 이을 자는 김록수다.’ 그 말을 들은 2팀장 박경호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는 뭔가 불만스럽다는 듯 중얼거렸었다. 이는 장세종의 귀에만 잡혔다.
‘…이수혁의 뒤를 이을 자는 2명이었어.’
본인을 가리키는 건가 싶었지만 그런 뉘앙스는 아니었다. 오히려 김록수 외에 한 명 더 있었다는 투였다.
“…아무튼 별일 아니어야 할 텐데.”
장세종은 괜스레 일어나는 걱정을 꾹 눌렀다.
독종이라는 김록수가 속한 1팀에 배정되었을 때. 장세종은 상당한 긴장감을 느꼈다. 하지만 실제로 마주한 김록수는 상상과는 조금 달랐다.
‘장세종 씨, 반가워요.’
‘안녕하십니까, 팀장님! 편하게 말씀해주십시오.’
‘그래요, 그럼.’
자기소개도 하지 않았는데, 저를 보자마자 이름을 부르며 인사를 건넨 김록수.
그는 냉막한 인상이었으며 알 수 없는 아우라가 있었다. 수많은 사선을 넘나들며 작전을 완수한 리더다운 분위기라고 해야 할까.
어딘가 여유로우면서도 날카로운 분위기가 그를 감싸고 있었다.
‘오래 버텨서 돈 벌고 은퇴하자.’
하지만 무심하게 건네는 말에는 신입을 향한 작은 온기는 분명 담겨 있었다.
‘밥은? 밥은 먹고 해야지.’
‘퇴근해. 신입은 천천히 배워도 돼.’
‘혼자 산다고? 끼니는? 대충 때운다고?’
그 차갑고 무심한 얼굴로, 냉정한 목소리로. 김록수는 전혀 독종답지 않게 장세종을 챙겼다.
장세종은 아직 수습 기간이라 작전이나 임무에 파견 나가지 못했고 그 때문에 아직 팀장과 일해보지 않았지만.
며칠 전 임무를 끝마친 후 피 칠갑을 하고서 사무실에 들른 김록수는 장세종에게 말했다.
‘요 앞에 반찬가게 하나 있다. 거기 반찬 몇 개 사놨으니까. 챙겨가라.’
‘끼니는 챙겨야 할 거 아냐. 서포트라도 전방을 지원한다며? 체력이 기본이다.’
김록수는 좋은 리더 같았다.
그러니 1팀원이 모두 김록수를 따르는 것이리라.
장세종은 부디 팀장에게 별일이 없길 기도했다.
“…차장님?”
하지만 김록수를 만나러 갔다가 돌아온 김민아 차장의 표정이 이상했다.
그녀는 심각한 표정이면서도 동시에 조금 넋이 나갔으며 묘하게 찝찝한 얼굴이기도 했다.
장세종은 한 번 더 그녀를 불렀다.
“차장님?”
“어? 아, 아. 왜?”
“팀장님은 괜찮으십니까?”
“아.”
김민아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어. 괜찮으셔. 다만 조금 무리하셔서 피곤하셨나 봐.”
“그래요?”
“어. 그렇지.”
“그럼 내일은 출근하시는 겁니까?”
그의 물음에 김민아는 다시금 묘한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일주일 정도 쉬실 것 같다.”
그러더니 그녀는 팀장님의 연차가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사무실을 벗어났다.
뒤늦게 들었지만, 김록수가 일주일 이상 연달아 연차를 사용하는 것은 이때가 처음이라고 했다.
장세종은 사무실을 벗어나는 김민아가 아주 작게 중얼거리는 것을 잡아챌 수 있었다.
“…세상에, 말도 안 돼.”
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더는 말하지 않았다.
다만 장세종은 김민아가 괜찮다고 했지만 그의 생각보다 더 심각한 일이 김록수에게 발생한 것이라 확신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일주일. 휴가를 끝내고 돌아온 김록수 팀장은 무언가 달라져 있었다.
“팀장님! 오셨습니까!”
장세종은 저도 모르게 반가운 마음에 벌떡 일어나 출근한 김록수를 향해 인사했다.
그 순간.
씨익.
김록수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장세종은 움찔하고야 말았다. 그는 김록수가 차갑게 피식 미소 짓는 것은 몇 번 보았지만 저렇게 미소 짓는 건 처음 보았다.
이전처럼 다가가기 어려운 분위기가 느껴지는 모습은 맞았으나 무언가 달랐다.
그 전은 차갑고 냉정해 보였다면, 지금은 조금, 좀 달랐다.
‘…우아해 보인다?’
장세종은 김록수의 미소를 보고 떠올린 감상에 저도 모르게 머릿속이 멍해졌다.
‘아니지.’
우아보다는-
‘기품이-’
기품이 있어 보인다.
김록수의 미소에서.
“오랜만이군.”
분명 김록수의 목소리인데, 평소와 같은 말로 건네는 인사인데.
그 어조가 조금 달랐다.
여전히 시니컬하지만, 어딘가 우아한 어조였다.
‘뭐야?’
장세종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1주일 만에 휴가를 끝내고 출근한 김록수 팀장. 그를 바라보는 팀원들의 반응은 장세종보다 더하면 더 했지 다르지 않았다.
다들 동공이 흔들리고 있었다.
김록수 팀장은 의자에 앉았다.
끼익.
“허.”
누군가 탄식을 흘렸다.
늘어지듯이 기대어 앉은 김록수. 평소 출근하자마자 서류부터 처리하느라 정자세로 정돈된 모습과 달랐다.
스윽.
천천히 손을 뻗어 결재 서류를 집어 드는 김록수의 몸짓은 묘하게 시선을 잡아끌었다.
그때, 김록수의 시선이 사무실을 훑었다. 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뭘 그리 보는 거지?”
장세종은 이런 표현이 맞나 싶었지만, 살짝 미간을 찌푸린 그의 얼굴에서 평소 표정 없는 차가운 김록수 팀장과 달리 싸가지가 없어 보인다고 생각했다.
“일 안 하나?”
그런데 그 살짝 짜증기 섞인 어조나, 손짓, 제스처가 기품 있어 보였다. 이것 말고는 달리 표현할 말이 없었다.
‘뭐야?’
장세종은 저도 모르게 김록수와 함께 출근한 두 사람에게로 시선이 향했다.
김민아 차장과 정소훈 대리.
두 사람은 장세종을 비롯한 팀원들의 눈빛에 어색한 미소를 그렸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맛있군.”
“네?”
장세종은 돈가스를 썰어 먹는 김록수를 멍하니 바라봤다. 모두 외근을 나가고, 김록수 팀장과 장세종만 사무실에 남았다.
그 바람에 두 사람이서 점심을 먹게 되었다.
“새롭군.”
“네?”
“음. 입맛 걱정은 안 해도 되겠어.”
“네?”
서걱. 서걱.
돈가스를 마치 스테이크 썰 듯이 썰어 먹는 김록수의 자세는 아주 능숙하면서도 여유로웠다.
특히 휴지로 입가를 닦는 모습은 너무나도 기품이 넘쳐흘러 과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