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745
외전 3. 왕세자를 건들지 마시오 2
“…네?”
뭐라고? 와이번 기사단이라고?
그 북부의 전설의 기사단?
웨튼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피식.
알베르의 입에서 바람 빠지는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3왕자 줄을 붙잡아서 장군까지 올라간 자가 능력을 논한다니. 우습군.’
웨튼 장군은 더듬거리며 말했다.
“그, 배, 배로 오는 것이 아닙니까?”
“웨튼. 현실은 자네 상상보다 가혹해.”
웃긴 놈.
알베르는 웨튼을 속으로 비웃었다. 하지만 이내 그 표정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나는 솔직한 사람을 좋아하는 편이지. 그래, 진심인 사람을 아끼는 편이야.”
알베르는 창가로 향했다.
하늘이 어느새 흐려져 있었다.
빛이 들어서지 않는 창가. 알베르는 창밖에 시선을 둔 채 물었다.
“웨튼, 이번 전쟁에 진심인가?”
흐린 날씨와 달리 왕세자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자네는 이번 전쟁이 아니라, 사령관이라는 자리에 진심인 것 아닌가?”
웨튼은 입안이 바짝 메말라갔다.
저 화사한 미소로 이미지 좋은 왕세자가, 지금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였다.
서늘한 칼날이 웨튼의 목 앞에 드리워진 듯했다.
왕세자는 눈빛을 칼날처럼 세운 채 말했다.
“케일 헤니투스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다.”
참으로 건방지고 왕세자를 옆집 친구 대하듯이 하는 케일 헤니투스였지만. 그렇기에 알베르는 알 수 있었다.
케일 헤니투스는 그간 그가 모아온 역량 전부를 이번 전쟁에 걸고 있다는 것을.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다.
케일 헤니투스는 자신의 터전, 자신의 목숨, 자신의 가족을 지키려고 싸우고자 한다.
알베르 역시도 로운 왕국을 지키기 위해 싸우려 한다.
같은 진심인 사람들끼리. 진심이 통하는 사람과 일해야 잡음이 없는 법이었다.
“케일 공자는 능력을 보여주었고, 또한 이 땅을 지키는 것에 누구보다도 진심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케일 헤니투스가 알베르에게 보여주겠다고 마음먹어서 보인 것이 아니었다.
그가 그간 행해온 일들을 보면 절로 알 수 있는 부분들이었다.
“또한 그는 권력, 명예. 무엇도 바라지 않고 평화만을 진심으로 원하지.”
그래서 웃긴 놈이지만, 믿을 수 있는 놈이다.
“나는 능력도 되고, 진심인 자의 손을 들어준 것일 뿐.”
알베르는 테우스의 말을 듣자마자 제 탐욕을 드러낸 웨튼을 보며 그 너머의 존재를 떠올렸다.
“지금 로운 왕국은 무너지냐 아니면 버티냐의 기로에 서 있어.”
웨튼은 눈을 질끈 감았다.
와이번 기사단. 공중전이 가능해진 적은 배로 오는 것보다도 더 은밀하고 빠르며 파괴적인 공격이 가능할 것이다.
“가서 3왕자 쪽에 전하게.”
웨튼은 철렁 가슴이 내려앉을 듯했다.
차마 눈을 뜰 수 없었다.
“왕국이 사라지면, 왕도 없다고.”
알베르는 집무실 책상 앞으로 가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환하게 웃어 보였다.
“어서 가야지?”
눈을 뜬 웨튼은 움찔하더니 이내 집무실 문으로 향했다. 그 발걸음에는 힘이 없었다. 웨튼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
“웨튼. 자네가 선을 넘지 않았다면 참 좋았을 거야.”
흐읍.
웨튼이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다. 그런 그에게로 한마디가 더 전해졌다.
“이 말도 그대로 3왕자 측에 건네게. 2왕자 쪽에도 같은 말을 하면 좋고.”
선을 넘지 마라.
3왕자와 2왕자를 지지했던 이들을 향한 경고이자 명령이었다.
달칵.
문을 여는 웨튼의 손이 떨렸다.
알베르는 웨튼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는 이런 일이 한 번쯤은 있을 줄 알았다.
서북부의 스텐 후작가, 서남부의 기예르 공작가 쪽이 원래 지지하던 왕자 파벌에서 손을 떼었다.
더불어 왕세자에게 마법 병단을 비롯한 힘이 생기기 시작하자, 2왕자와 3왕자는 왕위에 대한 욕심을 거의 포기한 듯싶었다.
그러나 그들을 지지하던 세력은 아직 욕심을 버리지 못했다.
어리석게도.
‘그럴 때가 아닌데 말이지.’
물론 이해는 한다.
그간 지지했던 시간과 노력, 비용이 있었으니 그에 다른 몫을 얻기 원할 터.
이 왕실이라는 곳이 조금만 방심하면 다 뜯어먹어 버릴 놈들이 가득히 널리고 널린 곳이지 않던가.
“본보기가 되겠어.”
아마 오늘 웨튼 장군의 일이 본보기가 되어, 각 파벌에 알베르의 뜻이 전해질 터.
“수고한 보람이 있군.”
사실 일부러 테우스를 통해 웨튼 장군 귀에 이번 일이 들어가게 하도록 하기는 했다.
알베르는 서류를 집어 들었다.
사락사락. 종이 넘기는 소리가 고요한 집무실을 채웠다.
투둑. 투둑.
그때, 들려온 이질적인 소리에 왕세자는 움직이던 것을 멈추고 달력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2월 초.
가장 추운 때 중 한때이건만, 칼바람이 불어 시린 날씨이건만, 눈 대신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가-, 시작되나 보네.”
어머니의 기일이 다가올 때쯤에는 항상 눈 대신 비가 며칠 동안 내렸다.
신기하게도.
* * *
“왔군.”
“네, 저하.”
오늘 아침 있을 회의에 따라가기 위해 말단 기록관이 알베르의 집무실로 방문했다.
“왜 자꾸 그렇게 보나?”
알베르는 자신의 눈치를 살피는 것 같은 기록관에게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오늘은 날씨가 좋습니다.”
잠시 멈칫한 알베르가 기록관을 바라봤다.
기록관은 살짝 고개를 숙인 채 말을 이었다.
“당분간 내내 날씨가 좋을 것이라고 하더군요. 지난해들과는 달리요.”
알베르의 눈동자가 커졌다.
기록관은 한껏 몸을 움츠러트린 채 말을 덧붙였다.
“…날씨도 기록으로 늘 남겨둡니다. 통계와 비슷하죠.”
눈치 좋은 녀석.
알베르가 이 소심해 보이지만 어찌 보면 대범한 말단 기록관을 눈여겨보고 곁에 두는 이유였다.
“그렇군. 날씨가 좋군.”
피식. 알베르가 조금 메마른 얼굴로 바람 빠지는 웃음을 흘렸다.
어제 내렸던 비는 어느새 그쳤고, 환한 태양 빛이 땅을 비추고 있었다. 아직 밖은 춥겠지만, 햇볕이 좋아 마냥 춥게 느껴지지 않았다.
‘휴. 다행이야.’
기록관은 그제야 안심했다.
알베르의 기분이 조금 나아졌음을 알아챘기 때문이었다.
어제 웨튼 장군의 일에 대한 소문을 들었다.
왕궁 내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소문은 시종을 드는 사람들과 기록관들 귀에 제일 먼저 들려오는 법이었다.
‘참, 어리석은 자들이야.’
2왕자와 3왕자를 따랐던 귀족들.
아직까지도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는 그자들이 어리석다 싶었다.
전쟁이나 권력을 떠나.
‘건들 때가 있지, 건들 때가!’
조만간 왕세자의 어머니 기일이었다.
그리고 그 뒤, 초봄에 왕세자의 생일이 다가온다.
왕실에서는 왕세자 어머니의 기일을 따로 기리지 않았다.
국왕마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그녀의 기일에 무심했다. 일부러 외면하는 듯했다.
알베르 왕세자는 어머니의 기일이면 어머니가 묻힌 곳을 찾아가 홀로 한두 시간 정도 시간을 보내다가 돌아온다고 한다.
또한 그곳에 갈 때는, 어떠한 기록관과 시종도 대동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왕세자의 생일이 되면, 국왕 궁에서 선물과 케이크를 보냈지만, 그 외에는 어떠한 행사나 축하도 없이 조용히 지나갔다.
‘들리는 말로, 2왕자와 3왕자 쪽에서 귀족들 단도리를 쳤다고 하던데.’
이맘때만큼은 2왕자와 3왕자도 알베르를 건들지 않았다. 아무리 데면데면한 사이라고 하더라도 선은 지키는 형제였다.
문제는 줄어드는 권력과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보이는 게 없는 귀족과 관리들이지.
“흐음. 자네 덕에 기분이 조금 좋아졌군.”
기록관은 살짝 놀라며 왕세자를 바라봤다.
화사하기보다는 조금 메마른, 하지만 편안해 보이는 얼굴의 왕세자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지금 이 공간에는 왕세자의 진짜 수족만이 존재했다.
눈앞의 이 기록관을 제외하고는.
“내 비밀 하나 알려줄까?”
“네?”
비밀?
갑자기 알베르가 꺼낸 말에 기록관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기록관이라면 아주 좋아할 만한 내용이지.”
허튼 말을 하지 않는 왕세자이기에 기록관은 옆구리에 끼고 있던 기록지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꿀꺽. 절로 침을 삼켰다.
알베르는 소문과 정보를 좋아하기로는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는 기록관들의 행태를 알기에 피식 웃고는 속삭이듯 말했다.
“나는 왕이 되면 어머니의 기일과 내 생일을 챙길 생각이네.”
“……!”
기록관의 어깨가 덜컹거렸다.
그 소심해 보이는 모습에 알베르는 다시 피식 웃음을 흘렸다.
유독 왜소한 체격의 기록관의 동공이 흔들리고 있었다.
“어때?”
알베르는 장난스럽게 말했다.
“왕세자치고는 유치한 이야기지? 야사로 넣어도 돼. 기록관들은 야사나 비사를 엮어서 돈을 따로 번다던데?”
“저하-”
그때, 기록관은 허리를 깊이 숙였다. 침착하게 인사를 한 그는 다시 고개를 들어 알베르를 올곧이 바라봤다.
“저하께서 왕이 되시면 그때 기록지에 기록하겠습니다.”
알베르의 입꼬리에 묘한 미소가 맺혔다.
“…그 말도 마음에 드는군.”
그 순간이었다.
똑똑똑-
다급한 노크 소리와 함께 문밖으로 알베르의 측근인 테우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하! 접니다!”
위이이잉—
동시에 알베르의 영상통신구가 빛을 뿜어내며 긴급 상황임을 알렸다.
벌컥.
시종이 알베르의 눈짓에 황급히 문을 열었고, 관리 테우스는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알베르를 보며 외쳤다.
“북부에서 선전포고를 하려고 합니다!”
벌써?
기록관은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진짜로 전쟁이 시작된다.
평화의 시간이 길어져 전쟁은 오래전의 역사로만 느껴졌다.
순간 집무실 안에 내뱉을 수 없는 혼란이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긴장감과 불안감이 피어올랐다.
전쟁이라는 단어가 만들어낸 감정이었다.
그때, 온화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놀랄 것 없다.”
화사한 미소와 그에 어울리는 외모로 유명한 왕세자 알베르 크로스만.
그는 웃지 않았다.
하지만 그 눈빛은 결심한 자의 눈빛이었다.
그는 수하들에게 말했다.
“준비한 대로 하면 돼.”
기록관은 창 안으로 쏟아지는 태양 빛에 감싸인 알베르를 멍하니 바라봤다.
“태양은 로운을 비출 테니까.”
그 순간, 기록관은 확신했다.
이 순간은 반드시 역사에 변화의 시작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또한 로운의 역사는 끊어지지 않고 이어질 것이라고.
* * *
어느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불굴 연합은 로운을 향한 선전포고를 하였고, 로운 왕국 역시도 서대륙에서 마지막으로 선전포고를 하였다.
‘이 땅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곳이 로운 왕국이다. 살아남은 자들의 힘을 보여주겠다.’라고.
언제 전쟁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
초조함이 회의실 전체를 내리누르고 있었다.
“…기다리는 것도 고역이군요.”
정적을 참지 못한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 그의 시선이 힐끗 상석으로 향했다.
그곳엔 알베르 크로스만이 고요히 앉아있었다.
왕실 중앙에 위치한 궁. 그 궁을 모두 비웠다.
그리고 오로지 전시를 위한 것들로 채웠다.
그 중심에는 얼마 전 로운 왕국 선전포고 당시 제드 크로스만 국왕에게 전권을 넘겨받은 알베르 크로스만이 있었다.
“저하. 정말로 헤니투스 영지에 병력을 투입하지 않아도 괜찮을까요?”
정보 담당자의 물음에 알베르는 정면을 응시했다.
재무, 군사, 수도 방위, 국경 방어, 외교, 행정.
각 분야의 최고 실무진들이 모두 이 회의실에 자리해 있었다.
알베르는 자신의 정면에 놓인 영상통신구 화면을 바라보았다.
영주성이 있는 웨스턴시 하늘을 감싼 은빛 방패.
“아직. 헤니투스 영지에서 요청 온 것은 없다.”
이 자리에 있는 이들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재무대신이 입을 열었다.
“헤니투스 가문이 가진 재력은 막강할 것입니다. 몇 대에 걸쳐 쌓은 부이니까요.”
그 돈으로 헤니투스 영지가 전쟁을 준비한다면, 엄청난 일이 일어날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 재력으로 전쟁을 준비하기에는 그 시간이 부족합니다.”
말을 내뱉는 그녀의 얼굴 위로 염려가 떠올랐다. 염려보다는 불안감이었다.
“물론 케일 헤니투스 공자가 정보를 쥔만큼 미리 준비를 했겠지만, 일개의 영지가 모든 것을 감당하기에는-”
“그만.”
알베르의 단호한 목소리가 회의실에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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