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746
외전 3. 왕세자를 건들지 마시오 3
전쟁을 앞둔 왕세자는 웃지 않았다. 그는 영상통신구 너머 빛나는 은빛 방패를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헤니투스 가문은 본디 어둠의 숲을 지키는 방벽이자, 어둠의 숲 너머 북방을 최전선에서 맞이하기 위해 그곳에 자리 잡은 가문이다.”
돈으로 유명한 가문이지만.
“그들의 시작은 무가다.”
본질은 지키는 것, 버텨내는 것에 시작을 둔 가문이었다.
“저하, 허나-”
그 순간이었다.
-위이이이잉—-
-위이잉—위이이이—-
영상통신구 너머 헤니투스 영지에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저하! 적의 침공이 시작되었습니다!
밖을 내다보던 바센 헤니투스가 다급히 다가와 보고했다.
“……!”
알베르는 주먹을 꽉 쥐었다.
하늘을 가린 은빛 방패 너머로 수많은 검은 점들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 점들은 점점 제 형체를 드러냈다.
와이번이다.
전설의 와이번 기사단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알베르는 곧바로 입을 열었다.
“문을 열어라!”
끼익- 쾅!
큰소리와 함께 회의실 문이 열렸다.
그 문은 하나가 아니었다.
쾅, 쾅 쾅!
8각형의 형태를 지닌 회의실.
총 8개의 문이 열렸다.
그 문 너머, 수많은 이들이 숨죽인 채 왕세자를 응시하고 있었다.
군사, 재무, 외교, 행정, 수도 방위 등등.
각 분야의 중급관리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시를 기다렸다.
“가보겠습니다!”
“저도!”
최고실무진들 중 몇몇이 곧장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들의 손에는 모두 헤니투스 영지를 향한 영상통신구가 들려 있었다.
그들은 각각 다른 입구로 향했다.
사각사각.
말단 기록관은 알베르의 옆에 자리한 채 서둘러 기록을 시작했다.
“음.”
그리고 침음을 참지 못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아직 알베르의 곁에 남은 재무, 행정, 외교 등의 최고실무진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앗!”
말단 기록관은 저도 모르게 손에서 펜이 미끄러질 뻔했다. 그는 제 손바닥을 바라봤다. 땀으로 가득 차 있었다.
-콰아아앙—!
-쾅! 콰앙! 콰아앙—!
영상통신구 화면 안에서, 와이번들이 헤니투스 영지를 감싼 방패를 부수기 위해 수많은 공격을 퍼부었다.
“…곰족!”
그 단어를 외치며 황급히 외교대신이 자리에서 일어나 한 입구를 향해 뛰어나갔다.
그가 향하는 곳엔 서대륙 곳곳과 연결된 영상통신구를 도맡고 있는 통신 마법사와 외교관들이 있었다.
“이런, 빌어먹을!”
가장 나이가 많은 재무대신이 저도 모르게 거친 말을 내뱉었고, 말단 기록관은 열심히 기록을 해나갔지만 손이 점점 더 떨려왔다.
그때였다.
“아직이야.”
알베르 크로스만이 입을 열었다.
“네?”
대신 중 한 명이 되물었다.
하지만 알베르는 그에 대한 답이 아닌 혼잣말을 내뱉었다.
“아직 끝이 아니야.”
그래, 케일 헤니투스는 분명 무언가를 준비해놓았을 거다.
아직 내가 아는 그놈의 무기들이 나오지도 않았어.
알베르는 초조함을 억누르며 기다렸다.
그리고 기다림에 대한 답이 왔다.
“하하하, 참나.”
본 드래곤과 수많은 해골 몬스터. 이를 시작으로 헤니투스 영지는 파에른의 와이번 기사단에 대한 반격을 시작했다.
“네, 네크로맨서-!”
“신전에서 연락이 옵니다!”
충격을 받아 입을 막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혹은 사방에서 쏟아져 오는 연락으로 정신이 없거나.
알베르는 그 주위를 둘러보았다.
케일과 약속했다.
‘저하, 지금부터 헤니투스 백작가는 신전으로부터 오는 모든 연락을 무시할 겁니다.’
‘책임은 내가 지도록 하지.’
네크로맨서를 두고 한 약속.
“책임질 수밖에 없겠는데.”
담담한 표정의 알베르에게로 대신 중 한 명이 다급히 말했다.
“저하! 네크로맨서입니다! 이건, 이건-”
“그게 왜?”
“네?”
“무엇이 문제지?”
서늘하게 가라앉은 알베르의 모습에 목소리를 높이던 대신은 말을 잇지 못하고 입을 벙긋거렸다.
“저하!”
외교대신의 눈빛에 알베르는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준비한 대로.”
책임을 지겠다고 말한 이상, 이미 준비를 해둔 알베르였다.
“네!”
이를 외교대신 역시도 알고 있었다.
지켜보고 있던 대신 한 명이 도저히 안 되겠다는 듯 입을 열었다.
“저하, 아무리 전쟁이라도 네크로맨서라니-”
알베르는 그 말을 끊으며 말했다.
“죽고 싶은가?”
“네?”
“아니면 죽는 꼴을 봐야 하는가?”
“네, 네?”
대신은 그제야 알베르의 눈이 붉게 충혈된 것을 알 수 있었다.
화사하고 부드럽기만 하던 얼굴이 웃지 않자, 누구보다도 차가워 보였다.
아니, 독해 보였다.
“로운 왕국은 지금 남의 눈치를 볼 때가 아냐. 살아남을 수만 있다면, 뭐든 해야 할 때지. 헤니투스 영지도 마찬가지다.”
그는 저를 바라보는 이들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지금 헤니투스 영지전에 참여한 네크로맨서는 귀한 인재다. 저 힘은 우리를 지키는 데 쓰이고 있다. 그것이면 충분해.”
“하지만 타국과 신전에서-”
“나라가 망하면 그것도 소용없어. 우리가 전쟁에서 지면, 힘을 잃으면 그때 문제가 되는 법이다. 그대는 나보다 세상사를 잘 알 텐데?”
말을 꺼냈던 대신은 입을 다물었다.
왕세자의 말대로 나라가 망하면 모든 것이 소용없다.
알베르는 입을 다문 대신을 보며 케일 헤니투스의 말을 되뇌었다.
‘왕국 전체가 영웅이 되는 겁니다.’
그래, 헤니투스 영지는 단순히 버텨내지 않을 것이다.
이길 것이다.
알베르는 희망을 가지고, 곧장 각 분야의 담당자에게 지시를 내렸다.
“동북부에 실시간 정보를 전달하도록!”
“신전의 연락은, 일단 태양신 연락만 받고 나머진 무시해!”
“서북부와 동남부는 병력 대기 단계를 한 단계 상향하도록!”
사각. 사각.
기록관의 손놀림이 점점 더 빨라졌다. 마법도구를 씀에도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정보를 기록하려면 서둘러야 했다.
기록관의 눈동자에 의지로 가득 찬 알베르의 모습이 담겼다.
“…허-”
하지만 곧 회의실에는, 궁 전체에는 찰나의 정적이 내려앉았다.
-형, 형님-!
알베르의 영상통신구 화면 너머로 바센 헤니투스의 비명과도 같은 외침이 들려왔다.
모두 보았다.
‘콰아아앙!’
엄청난 폭음과 함께 영상통신구 화면을 뒤덮는 폭발의 여파.
그 뒤에 적의 거대한 힘을 막아내고 겨우 서 있는 케일 헤니투스의 모습.
‘이, 이건 인간의 싸움이 아니야!’
알베르의 옆에 있던 기록관은 숨이 막혀왔다.
적의 거대한 힘.
그것을 막아내는 케일 헤니투스.
‘내가 상상하던 전쟁의 규모를 넘어섰어!’
기록관은 이 생각이 비단 혼자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라 확신할 수 있었다. 지금 이 찰나의 정적이 그 근거였다.
‘과연, 헤니투스 영지를-’
그리고.
‘로운 왕국을 지킬 수 있을까? 버틸 수 있을까?’
케일 공자는 적의 공격을 버텨냈지만,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더불어 앞으로 다가올 적이 더 있었다.
‘로운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
기록관은 기록하는 것마저 멈춘 채, 온몸이 굳어갔다.
그때였다.
“바센 헤니투스.”
정적을 깨는 침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메말랐지만, 담담한 목소리. 알베르 크로스만이었다.
“네 형님이 너에게 무엇을 명했지?”
그는 바센 헤니투스에게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모두의 귓가에 그의 목소리가 온전히 들렸다.
“부끄럽지 않으려면, 후회하지 않으려면 네 할 일을 잊지 마라.”
기록관의 어깨가 움찔했다.
그는 저도 모르게 알베르를 바라봤다.
붉게 충혈된 눈동자, 메마른 표정, 굳어버린 얼굴.
하지만 그 눈동자는 아직 살아 있었다.
기록관은 펜을 쥔 손에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왕가 1기사단과 마법병단 1대대는 지금부터 헤니투스 영지로 간다.”
8개의 열린 문 중.
유일하게 밖과 연결된 출구.
그 문 너머에는 대장군이 서 있었다.
“명을 받듭니다!”
대장군은 알베르가 그에게 명령을 내리지 않고, 바라보지 않았음에도 고개를 숙였다.
곧 왕가 1기사단과 마법 병단 1대대가 신속하게 헤니투스 영지로 향하리라.
-우리가 어떻게 이겨내는지 정확하게 전합니다.
바센의 목소리가 영상통신구로 전해졌고, 모두의 시선이 알베르에게로 향했다.
알베르는 고개를 끄덕이며 뜻을 전했다.
“멈추지 마라. 모두 준비한 것을 하도록 해.”
기록관의 손이 빨라졌고, 사람들은 쉴 새 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방패는 부서지지 않았군요.
케일 헤니투스의 한마디가 회의실에 울려 퍼진 순간.
‘됐어! 로운 왕국이 이겼다고!’
말단 기록관은 격정을 참지 못하고 기록을 멈춘 채 알베르를 바라봤다.
‘아.’
하지만 그는 알베르의 표정을 본 순간, 치솟던 감정이 가라앉았다.
“이제 시작이다.”
조금 전, 동북부 1차 경계선에 적의 함대가 넘어섰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곧 우바르 영지 앞바다에서 또 다른 전쟁이 벌어진다.
왕세자에게로 시선이 모두 모였다.
“준비한 대로.”
왕세자는 한마디를 내뱉었다.
그리고 잠시 뒤 덧붙였다.
“그러면 승리할 것이다. 케일 헤니투스가 증명했듯이.”
알베르는 영상통신구를 손에 쥐고는 유일하게 단 한 명만이 시립해 있는 공간으로 향했다.
현재 왕세자의 집무실로 사용되는 공간이었다.
왕세자 전담이 된 말단 기록관은 그 뒤를 따라야 했으나, 그보다 먼저 펜을 들어 올렸다.
그간의 기록을 이어가던 그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 * *
크고 작은, 많은 전투가 끝나고 드디어 찾아온 듯한 평온의 순간.
“대관식이라…….”
다크엘프 타샤마저 나가고 홀로 남은 알베르 크로스만은 창밖을 내다보았다.
큰 전투의 여파로 엉망이 된 퍼슬시.
하지만 하얀 별과 봉인된 신까지 처리한 후라 그런지, 도시 곳곳을 다니는 이들의 발걸음이 꽤 가벼워 보였다.
알베르는 눈을 감았다.
‘알베르 크로스만. 이제 그만 이 자리에 올라서는 것이 어떻겠냐.’
‘참고로. 대관식은 봄에 하도록.’
봄이라.
피식. 알베르의 입에서 바람 빠지는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똑똑똑-
“저하. 접니다.”
알베르는 입을 열었다.
“들어오게.”
달칵.
문이 열리고 시종과 함께 그의 뒤에 선 말단 기록관이 알베르의 눈동자에 담겼다.
“체스터.”
“네, 저하.”
말단 기록관이 마법펜을 든 채 알베르에게로 다가왔다.
말단 기록관 체스터는 조금은 기쁘다는 듯, 또 조금은 허무하다는 듯 웃는 알베르를 볼 수 있었다.
“체스터. 나 봄에 왕위를 이어받을 것 같다.”
들어서던 시종과 체스터가 흠칫 놀라며 다가오던 걸음을 멈췄다.
이내 체스터는 다시 걸음을 옮기고는 알베르의 앞으로 가 허리를 숙였다.
“제가 그 순간을 기록해도 되겠습니까.”
“그러도록.”
그 말을 끝으로 알베르는 다시 화사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자, 그럼 다음 일을 해볼까?”
다시 앞을, 미래를 바라보는 올곧은 눈동자에는 힘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때, 체스터는 시종이 조심스럽게 건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초봄이지만. 그래도 생신 전에 대관식을 준비하는 것이 어떠실지요?”
알베르가 시종을 빤히 쳐다보더니 장난스럽게 말했다.
“뭐, 유치하지만. 좋은데?”
조금은 장난기가 담긴 시니컬한 미소였다.
체스터와 시종의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그려졌다.
가끔씩이지만, 왕세자는 이제 자신의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화사한 미소 대신 진짜 미소를 보여주었다.
기록관은 펜을 들어 올렸다.
공식적인 문서가 아닌, 그가 개인적으로 기록하고 있는 책에 초안으로 남길만한 괜찮은 문장이 하나 떠올랐다.
아니지.
기록관은 새로운 문장을 써 내려갔다.
-외전 3. 왕세자를 건들지 마시오. 끝-
-다음 외전은 ‘눈이 오는데? 맞다! 꽃도 핀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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