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753
외전 6. 죽음의 신이 기록한 관찰 일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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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째 일지.
나는 신이 되었다.
그것도 죽음의 신.
미쳤군.
나 같은 게 신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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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신은 산을 오르고 있었다.
“여기는 올 때마다 참 삭막하단 말이야.”
바삭.
발밑에 검은 뭉치가 짓밟히며 재가 되어 공중으로 흩날렸다.
신은 잠시 걸음을 멈춰 주위를 둘러보았다.
“…….”
검은 땅.
땅은 마치 가뭄이라도 온 듯 갈라져 있었고 강이 있었던 자리에는 시뻘건 액체만이 흐르고 있었다. 그나마 검은 바위들만이 형체를 유지하는 중이었다.
“여긴 허구한 날 돌밖에 없네.”
말라비틀어진 나무들은 크기에 상관없이 모두 검었으며, 그 주위로 풀이나 들꽃조차 없었다.
또한 하늘은 잿빛으로 뒤덮여 햇살 한 톨조차 땅에 허락해주지 않고 있었다.
“쯧.”
죽음의 신은 혀를 차며 이 땅의 주인을 보러 산 정상으로 걸음을 옮겼다.
“야!”
그는 정상에 자리한 작은 신전으로 향했다.
사실 신전이라기엔 초라한 외형의 작은 오두막집이었다.
“야, 방패쟁이!”
오두막집 마당 평상에 있던 두 명 중 한 명이 고개를 홱 돌리며 들어서는 죽음의 신을 보고는 왈칵 얼굴을 구겼다.
“저 멍청한 새끼가! 내가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했을 텐데!”
“네가 왜 승질이야? 네가 방패쟁이냐? 당사자는 가만히 있는데, 네가 왜 난리야. 짠돌이라서 속도 좁냐? 그리고 어디서 신한테 멍청한 새끼래? 이 자식이 자꾸 선 넘네?”
“아오!”
죽음의 신과 대화를 나누던 이는 제풀에 화를 참지 못하고 두 손으로 머리칼을 움켜쥐었다.
적금빛의 긴 머리칼이 마치 타오르는 불처럼 일렁이며 공중에서 흩날렸다.
죽음의 신은 그런 모습에 코웃음을 치고는 평상 한편에 엉덩이를 붙였다.
“왔냐?”
그제야 두 명 중 남은 한 명이 무뚝뚝한 얼굴로 죽음의 신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러고는 시선을 돌려 낡디낡아 금이 간 돌 방패를 천으로 묵묵히 닦았다.
“야, 방패쟁이.”
“그래.”
“네 제자가 또 하나 산을 넘었더구나.”
“…크흠.”
“너 지금 웃었지? 그렇지?”
무뚝뚝한 남자의 입꼬리가 살짝 씰룩였고 죽음의 신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물론 적금빛 장발 남자도 입꼬리를 씰룩였으나, 죽음의 신은 눈길 하나 주지 않았다.
그는 돌 방패를 닦는 이에게 놀리듯 물었다.
“좋냐? 가만 보니까, 이미 다 알고 있었던 것 같은데. 안 그런 척하면서 다 보고 있었냐? 응?”
하도 무뚝뚝한 놈이 반응을 보이자, 죽음의 신은 저도 모르게 흥이 나 계속 말을 내뱉었다.
“죽음의 신이여.”
그때, 남자가 방패를 내려놓았다.
그 모습에 죽음의 신은 움찔하며 입을 다물었다.
“…내가 좀 많이 건드렸냐?”
슬그머니 남자의 눈치를 보며 말을 건넸다. 왜냐면 눈앞의 이자가 화나면 골치가 아프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남자는 죽음의 신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다른 말을 내뱉었다.
“죽음의 신이여, 정건이를 잘 부탁한다.”
죽음의 신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케이지도.”
그리고 남자가 덧붙인 이름에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이내 과장되게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아니, 정건이 그 자식은 내가 어떻게 할 수가 없다니까? 안 그런 것 같은데, 최씨 일가 애들이 고집이 엄청나!”
“너만 할까?”
“…물론!”
죽음의 신은 인정했다.
“물론 고집이 나만 하지는 않지!”
그는 영 탐탁지 않은 얼굴로 투덜거렸다.
“그리고 케이지 그 녀석은 왜 그렇게 갈수록 성질이 더러워지는지 모르겠다니까! 물론, 어릴 때도 엄청나기는 했지! 신한테 닥치라고 말하는 7살이라니!”
“그래서 모두를 외면할 건가?”
죽음의 신의 과장되게 들썩이던 어깨가 내려가며 제자리를 찾았다.
짧은 침묵이 내려앉았으나, 죽음의 신은 황량한 땅을 눈에 담으며 그 침묵을 깨트렸다.
“수호의 신이여.”
그는 다시 낡은 방패를 닦는 남자에게 말했다.
“외면이라니. 내가 그럴 수 없다는 것은 자네가 잘 알지 않나?”
방패를 닦는 이는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슬그머니 웃어 보이는 모습에 죽음의 신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쏴아아—
바람이 죽음의 신 얼굴을 훑고 지나갔다. 그는 한숨처럼 내뱉었다.
“어찌하여 신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되는 것으로 정해졌을까?”
“힘든가?”
“그럼 안 힘들게? 참-”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이었다.
“참, 무감각해지려고 해도 잘 안돼.”
“무엇이?”
“대의를 위해 소를 희생하는 짓이 참 싫어.”
“그래서 그 아이를 데려온 것 아닌가?”
“…김록수?”
“그래.”
“…부정은 못 하겠군.”
그는 평상에서 일어섰다.
“가려고?”
“그래.”
“잘 가게.”
방패를 닦는 이는 죽음의 신에게 시선 하나 주지 않고 작별 인사를 건넸다. 죽음의 신 역시도 그런 그에게 시선 한 톨 건네지 않고서 오두막집 밖으로 향했다.
“왜 따라와?”
“야, 멍청이.”
죽음의 신은 저를 멍청이라 부르는 적금빛 머리칼의 남자를 쳐다봤다.
“왜?”
그가 무심히 건네는 물음에 적금빛 머리칼의 남자는 그 머리칼을 벅벅 긁어대며 곁으로 다가와 아주 작게 말했다.
“힘내라. 속이 답답하면 여기 술 있으니까, 먹으러 와. 너 같은 멍청이한테 그 정도는 줄 수 있어.”
죽음의 신은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으며 걸음을 옮겼다.
“아오, 저 새끼! 일부러 신경 써줘도 저딴 식이라니까!”
등 뒤로 짜증 가득한 목소리가 들렸지만, 가볍게 무시했다.
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호의 신. 그의 목소리가 닿았다.
귀가 아닌 머릿속으로.
-단생자는 타고나길 그릇이 크다.
-하지만 그릇은 언제든지 커질 수 있다.
-그리고 그릇이 커지면 자격을 얻지.
-그릇이 커지는 경우는 단 하나다.
-희생.
-무수한 희생을 시키거나 혹은 무수한 희생을 하거나.
-수많은 이의 목숨을 빼앗거나 혹은 수많은 이의 목숨을 지키거나.
-지키기 위한 과정에서 몸이 몇 번이고 부서질 때.
-존재의 그릇은 커진다.
죽음의 신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작게 중얼거렸다.
“너처럼?”
수호의 신 목소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머릿속에 바위처럼 단단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처럼.
피식.
죽음의 신은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이 땅의 주인에게 들릴 정도로 나직이 중얼거렸다.
“선을 넘지 말거라. 방패쟁이.”
-자네도. 더는 엮지 말아라.
“알았어, 알았어.”
죽음의 신은 짜증을 한가득 담은 걸음을 거칠게 내디뎠다.
“김록수는 이제 건들 생각 없어. 도와주면 몰라도. 더럽게 아끼네.”
짧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집에나 가자.”
* * *
불 하나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집.
그는 자신의 집 전체를 가득 채운 책장을 보며 손을 뻗었다.
책 한 권이 그의 손바닥 위에 놓였다.
사라락.
죽음의 신은 소파에 앉아 관찰 일지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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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XX번째 일지.
오늘부터 관찰 대상에 제2지구의 김록수를 포함시키기로 했다.
즉, 김록수는 오늘 태어났다는 소리다.
이 녀석의 앞날에 정해진 운명은 참으로 가혹하다.
아마도 이는 스스로 두 번째 하얀 별이라 칭하는 그놈, 환생자의 영향 탓이리라.
쯧.
김록수의 부모도 외로운 사람들이었거늘.
그래도 외로운 두 사람이 만나 가족을 이루어 그들만의 행복을 얻었건만.
김록수는 더 외로운 처지가 될 것 같은데.
나중에 운명 보는 녀석들 집에 쳐들어가서 김록수 앞날 좀 봐야겠다. 세상에 혼자가 되는 건 참 슬픈 일인데 말이야.
거참, 불쌍하구만.
최정건에게 한 번씩 이 아이의 주변을 살펴보라 일러야겠다.
뭐… 그놈이 내 말을 안 들을 확률이 높지만. 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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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신은 허공을 향해 손을 휘저었다.
수많은 책장을 가득 채운 책들 중 몇 권이 공중에 떠오르며 저절로 페이지를 움직였다.
그가 스스로 적은 일지들.
그 글자들이 떠오르며 허공에 기록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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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XX번째 일지.
최한은 아직도 어둠의 숲에서 빌빌대고 있다.
아니, 이 녀석은 숲을 빠져나갈 생각을 왜 안 해?
그래. 그거야 이해한다 쳐. 아직 최한이 강한 건 아니니까.
그래도 주변 탐색은 좀 하지?
거기 있는 수호의 신 힘 좀 네가 이어받으면 안 되겠냐? 그러면 너한테도 좋을 거라고!
문득 방패쟁이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뭐라더라? 그릇이 문제가 아니라, 저 녀석은 저 힘을 가져도 될 성품이 아니랬나?
아니, 최한같이 착하고 순한 놈이 어딨나? 조금 쎄해서 그렇지.
물론 방패쟁이는 저 힘을 나쁜데 착한 놈이 가져야 한다고 주구장창 말하고는 있는데. 내가 보기엔 방패쟁이랑 최한이 똑 닮았음. 흐흐.
암튼 최한이나 방패쟁이나 이 어린 두 녀석들을 어쩌면 좋냐. 진짜, 어휴. 답답한 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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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신은 허공에 다시 손을 움직였다.
그의 손아귀에는 어느새 와인이 가득 담긴 잔이 하나 들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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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XX번째 일지.
하. 하얀 별 이 새끼, 내가 인간이었을 때였으면 당장 볼싸다구를 왕복 이천 번 때렸다.
그냥 가서 팰까? 아냐. 그러면 안 되지. 분명 내가 직접 나서면 저 세계가 나를 싫어하게 될 거야.
하… 짜증 나네.
일지도 쓰기 귀찮음.
오늘 하얀 별이 새로운 고대의 힘을 발견함.
끝.
방패쟁이한테 술이나 뺏어 먹으러 가야지.
쯧.
아, 그래도 케이지는 잘 크고 있다.
귀여운 녀석. 이번에는 적어도 굶지 않고, 이상한 거 안 먹고,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자랐으면 좋겠지만, 그래도 나를 그만 무시했으면 좋겠다.
조금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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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별 이 녀석도 이제는 끝이 났고.”
죽음의 신은 와인을 한 모금 머금었다.
하얀 별만 끝난 것이 아니었다.
“봉인된 신도 영원히 세상에 나오지 못할 것이고.”
그리고 그렇게 될 수 있었던 것은.
“김록수 덕분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다.
그 외에도 많다.
모든 일은 그대 덕분이라고 말할 이가 참으로 많았다. 죽음의 신 눈길이 구석에 떠오른 일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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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X번째 일지.
제2지구의 최씨 일가에는 대대로 단생자가 몇십 년에 한 명꼴로 태어났다. 하지만 그 가문에서 신이 나온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왜 그럴까?
타고난 성질머리가 우두머리가 되기보다는 고집 더럽게 쎈 부하 직원 할 팔자라서 그런가?
아, 최정건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다.
그 녀석은 부하도 아니다.
그저 거래 상대일 뿐.
정말이다.
내가 그놈을, 그 싸가지 없는 놈을 소중한 부하라고 생각할 리 없다!
진짜 그렇다!
아무튼 희한한 집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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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이익-
죽음의 신은 등 뒤로 집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뒤돌아보지 않았다. 대신 입을 열었다.
“왔나?”
“그래.”
죽음의 신은 소파를 하나 소환했고, 제 옆으로 걸어온 이에게 소파와 함께 와인 잔을 내밀었다.
“자. 한잔해.”
“됐어. 또 일기장 들춰보고 있었냐?”
“응. 한 번쯤은 봐줘야 하거든.”
“네 과오가 모두 적혀있으니까?”
“그렇지. 나는 전능하지 않거든.”
“흥.”
죽음의 신은 콧방귀를 뀌는 상대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보이지 않는다.
분명 상대는 존재하건만, 어둠 속에서 상대는 보이지 않았다.
죽음의 신은 입을 열었다.
“그래, 태양신께서 여기는 어인 일로 오셨어? 이유 없이 올 신이 아니잖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