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757
외전 7. 백수를 꿈꾸는 그의 휴일 2
‘알아챈 것 같지?’
‘그런 것 같아.’
두 팀장은 그제야 안도하며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마 이사가 조금 그런 인간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알고서 이럴 사람은 아니었다.
“크흠.”
마 이사는 연신 헛기침을 하며 묵묵히 앉아있는 김록수를 힐끗거렸다. 그 모습에 2팀장은 한숨을 삼키며 입을 열었다.
“이사님. 김 팀장이 행사에 참여 못 하는 게 아쉬우시겠지만, 그래도 업무를 아주 잘 처리해놓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행사 때는 저와 3팀장만으로 충분합니다! 저희 실력 아시잖습니까?”
“크흠. 내가 2팀장, 3팀장의 실력은 충분히 알지. 자네 두 사람이면 행사가 충분히 잘 진행되겠지. 크흠.”
그는 연신 김록수의 안색을 살폈다.
“나는 그냥 우리 회사의 자랑인 1팀이, 그 1팀의 팀장이 행사에 참여해주면 좋겠다 싶은 거였지.”
3팀장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역시 마 이사는 1팀의 팀장이 행사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렇게 나온 것이었다. 아마 3팀장인 자신이 행사에 참여 못 한다고 하면 한두 마디는 하겠다만 이렇게 사람들을 불러세워서 여러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 별 신경도 안 썼을 것이다.
“뭐, 자네가 지난 1년, 아무튼 그 기간 동안 고생을 많이 했으니 푹 쉬고 오는 것도 좋겠지.”
마 이사는 그렇게 말하고는 2팀장을 쳐다봤고, 2팀장은 속으로 한숨을 또 삼키며 입을 열었다.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하하!”
“그렇지? 크흠, 자네들도 바쁠 테니 이만 가보게!”
“네, 이사님!”
2, 3팀장이 바로 자리에서 일어섰고, 김록수도 뒤따라 일어났다. 세 사람은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이사실을 벗어났다.
마 이사는 문이 닫히는 것을 확인하고는 곧바로 달력을 확인했다.
“…쓰읍. 벌써 그때가 왔구먼.”
그는 김록수를 썩 좋아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김록수의 능력만큼은 인정했다.
“그래. 김 팀장이 아니면 거의 1년 만에 이렇게 할 수가 없지.”
마 이사는 작년을 떠올렸다.
홀로 살아남은 1팀 생존자 김록수.
그가 이수혁의 유지를 이어받아 팀장 자리에 올랐다.
그 당시 1팀은 폐허와 같았다.
모두가 그 위명이 무너져 내릴 것이라 생각했다. 회사 안에서는 물론이거니와 회사 밖에서도 이수혁과 그의 수하들이 없는 1팀은 이제 별것이 아니다 라고 평했다.
하지만 그 예측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김록수는 1팀을 단 1년여 만에, 월등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정상으로 되돌렸다.
그 때문에 역시 1팀이라는 소리와 함께 올해 1팀의 페이스를 보았을 때 다시 회사 내 에이스 팀이 될 것이라며 작년과는 다른 예측을 내보였다.
“… 이 팀장이 그렇게 갔을 때도 휴가를 안 내더니.”
쯧.
마 이사는 이수혁도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죽음은 안타까웠다. 조금 더 솔직히 말하자면 상실감이 느껴졌다.
그를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리라.
동시에 그들은 생각했을 것이다. 그 상실이라는 거대한 구멍은 메꾸기 어려울 것이라고.
이수혁은 ‘리더’였으니까.
마 이사는 김록수의 얼굴을 떠올렸다. 팀장을 달기에는 아직 어린 나이였지만, 그의 표정은 단 1년여 만에 ‘리더’로 변해 있었다.
“독종이라고 불리더니, 너도 사람은 사람이구나.”
마 이사는 한숨을 짧게 내쉬었다.
“…고작 하루 쉬는 건가?”
그는 씁쓸함에 괜히 혀를 찼다.
그의 시선은 달력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내일.
그 날짜에는 아무것도 표시되어 있지 않았지만, 마 이사는 작년의 저 날을 잊을 수가 없었다.
“1년이군.”
이수혁 팀장과 그의 팀원들이 죽은 지 내일로 꼬박 1년이 된다.
이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이들은 바로 현재 1팀 사람들이었다.
다른 팀에 비해 신입이나 경력이 짧은 이들이 많은 1팀. 물론 회사 밖으로 여러 경험을 쌓은 연륜이 깊은 팀원도 몇 명 있었다.
평소와 달리 오늘만큼은 경력에 상관없이 1팀원들은 조용히 업무를 보며 연신 복도와 연결된 문을 힐끗거렸다.
그때.
끼이익-
문이 열리며 김록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다들 재빠르게 책상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 차장님.”
“네, 팀장님!”
“잠시 이쪽으로 오시겠어요?”
“네!”
하 차장이라고 불린 중년인이 평소와 달리 꽤 힘차고 재빠르게 대답을 하고는 그를 부르는 김록수의 책상 쪽으로 향했다.
작년 그 일 이후, 1팀을 재건하기 위해선 팀장이 된 김록수를 보조할 인력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경력자 채용을 열었고 그때 온 이가 하 차장이었다.
그는 과거 부산 서면 쉘터에서 이수혁 밑에서 일했던 구조대원 중 한 명이었다.
김록수와의 안면도 몇 번 있었기에 하 차장은 젊은 팀장 김록수를 보조하기에 가장 알맞은 인물이었다.
하지만 안면이 있기 때문이었을까.
평소에 조금 능글맞고 여유롭게 행동하던 하 차장이었다.
“부르셨습니까, 팀장님.”
그러나 지금은 상당히 재빨랐다.
그 모습에 팀원 몇 명은 저게 더 티가 난다며 참 눈치 없는 사람이라고 고개를 가로저었지만, 하 차장으로서는 이럴 수밖에 없었다.
이수혁.
그 사람은 하 차장에게 있어서 정말 큰 존재였으니까. 자신보다 한참 어렸지만 대장이라 부르며 따랐던 하나뿐인 ‘대장’이 이수혁이었다.
그렇기에 이수혁이 죽고 1팀이 힘들어졌다는 소식에 본래는 은퇴를 염두에 두고 부산 쉘터에서 머물던 그가 대번에 일을 접고 위쪽으로 올라왔다.
‘대장, 신입들이 그렇게 잘합니까?’
‘어. 정말 잘해. 둘 다 언젠가는 나를 뛰어넘을 거야.’
‘에이. 설마요. 대장은 역사 아닙니까, 역사.’
‘역사는 무슨. 헛소리 그만하고. 아무튼 그 둘 제대로 키워봐야지.’
하 차장은 몇 년 전 이수혁과 나눴던 대화가 문득 떠올랐다.
“하 차장님. 여기 내일 이것들만 좀 체크 부탁드립니다.”
“아, 네.”
그는 김록수가 내미는 서류를 받아들며 그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대장. 대장 말대로 김록수는 대단한 사람입니다. 분명 대장보다 더 대단해질 겁니다.’
김록수가 팀장이 된 후로 1팀에는 현재 사망자와 중상자가 한 명도 없었다. 자잘한 부상을 입은 경우는 있어도 큰 부상으로 며칠씩 입원을 해야 하는 경우는 존재하지 않았다.
대신 김록수의 몸에 상처가 늘어갔다.
“내일은 제가 없을 테니, 제 대신에 좀 부탁드립니다.”
“걱정 마십시오! 제가 알아서 잘 하겠습니다.”
“단, 위급 상황이나 긴급 출동 명령이 오면 바로 연락 주셔야 합니다.”
하 차장은 내일만큼은 김록수에게 웬만하면 연락하지 않고 일을 처리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를 알아챈 듯 김록수는 드물게 힘을 주어 말했다.
“반드시. 반드시 연락을 주셔야 합니다.”
“하아.”
하 차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대충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네, 생각해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평소의 능글맞은 대답이었지만, 김록수는 하 차장 성격에 저리 답하면 위급 상황에서는 반드시 연락하겠다는 약속임을 알았다. 그는 하 차장을 자리에 돌려보내고는 시계를 쳐다봤다.
퇴근 시간이었다.
김록수는 퇴근 시간이 다 되어가지고 불러냈던 마 이사를 떠올리며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달력을 힐끗 쳐다봤다.
내일, 실로 오랜만에 동료를 만나러 간다.
“모레 뵙겠습니다. 필요하시면 연락주세요.”
김록수는 팀원들에게 인사를 건네고는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1층 로비로 향하는 엘리베이터 대신에 그는 계단을 택했다.
오늘 퇴근 때는 사람을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
분명 오늘 팀원들처럼, 타 팀장들처럼, 마 이사처럼 평소와 다르게 굴며 어색하게 자신을 대할 테니까.
“뭐야?”
그때, 한껏 짜증이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록수는 계단 아래로 시선을 옮겼다.
“네가 왜 이리로 내려와?”
퉁명스럽게 말하는 이는 2팀의 박경호였다.
김록수, 최정수와 함께 입사한 동기로, 그는 전류를 담은 창을 사용하는 자였다.
“그러는 넌 왜 이리로 올라와?”
김록수도 똑같은 물음을 박경호에게 던지자, 박경호는 대번에 미간을 찌푸렸다.
“난 평소에도 계단을 이용하거든? 계단 오르기가 건강에 얼마나 좋은지 아냐?”
피식.
김록수는 전혀 박경호답지 않은 대답에 저도 모르게 웃음을 흘렸다. 박경호는 그런 김록수를 보며 코웃음을 흘렸다.
“흥. 계단으로 내려오는 이유가 보나 마나 뻔하네.”
뭐가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지 상당히 탐탁지 않아 하는 기색으로 투덜거렸다.
“참 다들 눈치도 더럽게 많이 보네.”
박경호는 계단을 성큼성큼 올라왔다.
“야, 김록수.”
창술사 박경호는 김록수가 팀장이 된 후로 그를 직책으로 부르지 않고 동기일 때보다 더 편하게 불러댔다.
이에 대해 2팀장이 뭐라고 했으나 끝까지 그 말을 듣지 않으며 오히려 김록수에게 호언장담을 했다.
‘두 번째로 빨리 팀장이 되는 사람은 나일 테니까. 기다려! 알았냐?’
김록수는 그런 박경호에게 화를 내지 않았다.
틱틱대는 그 속내를 알고 있었으니까.
“나는 내일 못 간다.”
퉁명스럽게 박경호가 내뱉는 말에 김록수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그래서 오늘 갔다왔냐?”
2팀장에게 박경호가 오늘 오후에 반차를 냈다는 소리를 들었다. 아마 반차를 냈음에도 처리할 일이 있어 퇴근 시간이지만 회사로 돌아온 것이리라.
“…에이씨!”
박경호는 김록수를 째려봤다. 그러고는 그를 지나쳐 계단을 올라가 버렸다.
“…내일 술 필요하면 연락해라.”
물론 한마디 인사를 남기고.
김록수 역시 인사를 건넸다.
“글쎄.”
그 대답을 들은 박경호의 걸음이 평소보다 더 쿵쾅거리며 짜증이 섞였지만, 김록수는 신경 쓰지 않고 계단을 내려갔다.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그리고 곧 동료들을 만나러 갈 시간이었다.
* * *
괴물이 등장하고 세상이 바뀌기 시작한 후로, 사람들이 하는 말이 있었다.
‘시체라도 찾을 수 있으면 다행이지.’
김록수는 지금 이 순간 생각했다.
정말 다행일까.
그래, 다행일지도 모른다.
남은 것이 무엇도 없다면 남겨진 자들은 그들을 기억만으로 내내 그리워할 수 없을 테니까.
하지만 김록수는 기억이 너무나도 선명했다.
그래서 이곳에 올 생각을 못 했다.
추모공원.
회사에서 일하다가 떠나간 이들의 유골이나 물품은 이 공원 곳곳에 안치되거나 보관되었다.
물론 의무는 아니었고, 가족이 원하면 이곳에 하지 않아도 되었다.
“오랜만입니다.”
공원 곳곳에 있는 납골당 중 한 곳에 들어선 김록수는 유독 많은 꽃이 쌓여 있는 한쪽을 보며 짧은 인사를 건넸다.
떠나간 동료들의 이름이 김록수의 시선을 붙잡고 놓아주지를 않았다.
김록수는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겨우 눈을 감았다.
“…빌어먹을.”
눈을 감으면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서 안주할 수도, 멈출 수도, 쉴 수도 없었다. 자신에게는 해야 할 일이 있었으니까.
“어쨌든 1팀은 잘 굴러갑니다.”
그 말이 김록수가 이곳에 오기 위해 준비해야 했던 모든 것을 담은 말이었다.
그렇기에 그 말밖에 할 말이 없었다.
김록수는 한참 동안 그곳에 서 있었다.
고요한 공간.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제 숨소리조차 편히 낼 수 없을 만큼 적막했다.
하지만 김록수의 머릿속은 어떤 때보다도 온갖 기억들로 뒤섞여 갔다.
고요 속에서 뻗쳐오는 기억의 무게는 감당하기에는 너무 무거웠다.
“후우.”
김록수는 짧은 한숨을 내쉰 뒤, 자세를 바로 했다.
“가보겠습니다.”
그는 팀원들에게 인사를 건넨 후, 뒤돌아섰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생각에 잠시 뒤돌아 최정수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조만간 네 가족들이 있는 곳으로 갈 수 있을 거다.”
최정수의 가족들 대부분이 목숨을 잃었던 마을. 그곳이 보이는 작은 언덕.
김록수는 언젠가의 기억을 떠올리며 한마디를 남기고는 그곳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밖으로 나와 하늘을 올려다봤다.
아직 해가 중천에 떠 있었다.
한낮이다.
오늘은 아직 너무나도 많이 남아 있다.
김록수는 결국 집으로 돌아왔다.
달칵.
불을 켰다.
여기도 조용했다.
김록수는 소리 없는 한숨을 내쉬며 대충 바닥에 몸을 눕혔다.
옷도 갈아입고 집 청소도 해야 했지만 귀찮았다.
그저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고 내쉬었다.
자신의 숨에 집중했다.
그러면 소란스럽던 머릿속이 조금씩 가라앉아갔으니까.
띠이—
그때, 들려온 소리에 김록수는 벌떡 몸을 일으켜 세웠다.
하 차장이 보내온 연락을 본 순간, 김록수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차라리 잘됐군.”
이대로 회사를 간다면, 현장으로 나간다면 휴가는 끝이겠지만.
김록수는 차라리 이게 마음 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현관문을 열며 고요만이 존재하는 공간을 벗어났다.
* * *
“인간아! 인간아!”
“으음……?”
케일은 자신이 잠이 들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천천히 눈을 떴다.
“인간아! 눈 좀 떠라!”
“이제 뜨는데!”
“맞다! 이제 눈 뜨네! 안 일어나면 침대 부술 뻔했다!”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
라온, 온, 홍의 대화가 쉴 새 없이 케일의 귓가를 때렸다.
어찌나 목소리들이 제각각이고 대화가 통통 튀는지, 시끄럽다면 시끄럽다고 할 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