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759
2부 1화
프롤로그
케일은 지그시 눈을 감았다.
하얀 별을 잡고, 봉인된 신을 다시 재봉인 처리했더니.
그 뒤에는.
“사냥꾼 가문이라.”
그래.
“이놈들만 잡고 쉬자.”
케일은 가만히 생각했다.
이제 나는 돈이 있고.
든든한 백도 있고.
집도, 별장도 있고.
농사지을 땅도 있고.
백수의 조건을 충족할 만한 건 다 있다.
다만, 주위가 평화롭지 않다.
최소한 나와 내 영역 안이 평화로워야 한다.
“분명히 이놈들만 잡으면, 조용해질 거야.”
그리고 이놈들 잡는 거?
“해볼 만하지.”
케일은 말과 달리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다.
“…사냥꾼 이 녀석들은 가문이 여러 세계에 있네?”
…흑마법이 공인된 세상, 중원이 존재하는 무협, 수인족이 다수인 세상 등등.
빌어먹을.
한동안 바쁠 것 같다.
1장. 터진다. 사건이 터진다
케일은 다시 한번 물었다.
“사냥꾼인가?”
한껏 치켜뜬 눈으로 케일을 바라보는 빌로스의 모습은 형편없는 도망자가 아니었다.
분노와 배신감을 넘어선 공포가 드리워져 있었다.
“고, 공자님-”
빌로스의 낮은 목소리는 떨림을 감추지 못했다.
“그, 들이 사냥, 꾼입니까?”
케일이 붙잡은 빌로스의 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그들은, 그들은……!”
말을 잇지 못하는 빌로스의 눈동자는 무언가를 보고 있었다. 과거의 기억을 되짚듯, 아니면 어젯밤의 악몽을 떠올리듯 정처 없이 흔들렸다.
“음.”
최한은 빌로스의 이런 모습을 처음 보았다.
“…그들은……!”
어떻게든 말을 이으려는 빌로스.
“빌로스.”
그런 그를 향해 케일은 나직이 말했다.
“일단 쉬어라.”
정처 없이 떠돌던 눈동자가 케일에게로 향했다. 빌로스는 지금껏 만난 케일의 모습 중 이렇게 차분한 모습은 처음 보았다.
“빌로스, 네 앞에 있는 게 누구지?”
“…공자님-”
케일의 목소리도, 표정도 모두 지극히 차분했다.
“여긴 안전해.”
빌로스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허공을 헤매던 제 손을 잡아준 이가 케일 헤니투스임을.
‘이렇게 낯간지러운 행동을 하실 분이 아닌데-’
아니지.
겉모습과 달리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기는 했다.
‘졸리다.’
빌로스는 수마가 밀려왔다.
“자도 돼.”
그는 흐려지는 시야 속에서 케일의 목소리가 들렸고, 그제야 편히 몸을 수마에 맡겼다.
“잠들었군.”
케일은 잠든 빌로스를 확인하고는 그의 손을 놓았다.
“성자님, 부탁합니다.”
케일은 그가 급히 들어오느라 열어놓은 문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곳엔 알베르 왕세자가 성자 잭을 데리고 문 앞에 서 있었다.
“네. 당연하지요.”
성자 잭이 황급히 빌로스에게로 다가갔다. 이미 그의 손에는 성스러운 빛이 휘감겨 있었다.
케일은 꼿꼿이 선 채 천장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후우.”
그의 입에서 짧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일단 좀 정리가 필요하겠군.”
케일은 현 상황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고, 그 자리에는 당연하다는 듯 함께하는 이들이 있었다.
* * *
퍼슬 시청 별관에 자리한 적당한 크기의 공간.
그곳은 의자 몇 개만이 덩그러니 놓인 빈방이었다.
“그러니까.”
지금 이 방 안에는 케일과 몇 명의 동료들이 함께하고 있었다.
“정리를 한번 해보자고.”
톡. 톡. 알베르 크로스만은 나무 의자의 팔걸이를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
“봉인된 신과 하얀 별 뒤에는 ‘사냥꾼’이라는 녀석들이 존재하는데. 그 사냥꾼은 현재 5가문의 주도 아래 움직인다. 맞나?”
“네.”
과거에는 7가문이었지만, 붉은 피 가문과 하얀 피 가문은 멸문과 배신으로 그 가문 무리에 속하지 않는다.
“그리고 네 외가인 템스 가문의 사람이 와서 정보를 주었는데, 그 내용이 오르세나 공작가와 플린 상단이 사냥꾼과 손을 잡았다는 것이고.”
케일은 진지하게 덧붙였다.
“그리고 그 외가 사람이 제 돈을 들고 날랐죠.”
“…그래, 그렇지.”
알베르는 떨떠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이번에는 그의 표정이 굳어져 갔다.
“플린 상단과 함께 사냥꾼과 손을 잡은 것으로 보이던 오르세나 공작가는 사실 국왕 전하의 수하고?”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사냥개라고 표현을 하시더군요.”
“그리고 아바마마는 오르세나 공작가와 함께 사냥꾼을 상대로 무언가를 하실 생각이고?”
“네. 개인적으로 사냥꾼을 쫓아왔다고 하셨습니다.”
케일은 국왕과 긴밀히 나눈 대화였지만, 이를 가감 없이 그대로 알베르와 동료들에게 말했다.
‘말하지 말란 소린 없었잖아?’
제드 국왕은 아마 케일이 알베르나 동료들에게 말할 것을 염두에 두었을 터. 그 정도의 심계는 있는 사람이었다.
‘어쩌면 더 깊은 심계를 지녔을지도.’
알베르는 잠시 헛웃음을 흘리더니 입을 열었다.
“국왕 전하께서는 마지막으로 할 일이 있다고 하시더군. 그게 쥐새끼를 잡는 일이라고 하던데.”
“국왕 전하는 수도로 가셨습니까?”
“그래.”
국왕은 떠들썩하게 퍼슬 시청으로 온 것과 달리, 함께 왔던 시종장과 검사를 데리고서 조용히 수도로 돌아갔다.
그렇기에 알베르가 각국의 대표들과 협상을 편히 진행할 수 있었다.
“하.”
알베르의 입에서 다시 한번 기가 차다는 듯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최한아, 최한아!
조용히 케일과 알베르를 지켜보던 최한은 라온의 목소리에 살짝 멈칫했다.
-지금 왕세자랑 우리 인간이랑 둘 다 엄청, 엄청 화가 난 것 같다! 사냥꾼 부시러 가나?
묘하게 부시러 가고 싶은 마음이 상당히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최한은 당연히 부수러 가겠지라고 생각하면서도 살짝 어깨를 으쓱이며 답을 피했다.
‘…빌로스.’
친한 이는 아니지만, 동료임은 틀림없다. 그것도 최한이 해리스 마을을 떠나 케일을 만난 후로 꽤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사람이었다.
“일단.”
알베르는 두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일단은 말이지.”
같은 말을 반복하는 알베르의 눈빛에는 희미하게 분노가 서려 있었다. 무엇에 화가 났을까, 최한은 물을 수 없었다.
“일단은 아바마마와 먼저 대화를 나눠봐야 할 것 같군. 자네는 빌로스가 깨어나는 대로 그의 말을 들어보게. 그리고 내 쪽에서 플린 상단 본점으로 사람을 보내, 정보를 알아보도록-”
쾅!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려 퍼지며 알베르의 말을 끊었다.
쾅, 쾅! 쾅!
노크 소리라기에는 상당히 급박한 소리와 함께 문밖에서 기사단장의 목소리가, 아니, 외침이 들려왔다.
늘 진중하려고 노력하던 사람이 비명처럼 외쳤다.
“저하!”
케일과 알베르의 시선이 부딪쳤다.
벌컥.
최한이 알베르의 말이 없음에도 문을 열어젖혔다.
“저하-!”
케일은 기사단장의 얼굴을 보았다.
‘공포?’
기사단장의 눈동자에 공포가 서려 있었다.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는 듯 말이다.
“기사단장, 무슨 일인-”
“왕궁이, 국왕궁이 무너졌습니다!”
뭐? 로운 왕궁이 무너졌다고?
케일은 물론이거니와, 방 안에 있던 모든 이들의 말문이 막혔다.
‘아니, 그냥 궁이 아니고, 국왕궁이?’
그럼, 그럼-
케일은 이 순간만큼은 차마 내뱉지 못했다. 하지만 알베르는 내뱉었다.
“아바마마는?”
그 목소리는 침착했다.
하지만 알베르는 어느새 기사단장이 코앞으로 가 그의 팔을 강하게 붙잡았다.
“기사단장! 어서!”
“그것이, 그것이 현재-”
기사단장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이럴 만한 일은 단 하나뿐이었다. 모두 그 답을 느끼고 있었다.
“기사단장. 정신 차려.”
기사단장은 알베르의 어조에 흠칫했다가 그의 눈빛을 본 순간, 곧바로 입을 열었다.
“그것이… 현재 국왕 전하의 행방을 파악할 수가 없는 상태로, 국왕궁이 완전히 무너져 그 안을 파악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그것이 말이 되나? 국왕궁의 기사와 마법사들은? 시종장이, 그 강한 사람이 있지 않은가! 아니지.”
알베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고는 허공을 향해 입을 열었다.
“왕궁으로 가야겠습니다.”
최한이 문을 열자마자 투명화를 한 라온을 향해 그는 요청했다.
“알았다.”
어리지만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허공에서 울려 퍼졌고, 곧바로 텔레포트 진이 형성되었다.
알베르를 중심으로 검은빛의 텔레포트 진이 그려졌다.
“저하! 그것이 다가 아닙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린 기사단장이 황급히 말을 이었다.
“오르세나 공작가가 불타올랐으며, 이 모든 일은 오르세나 공녀가 저지른 짓이라고 합니다!”
“오르세나?”
알베르의 시선이 케일에게로 향했다. 그들이 조금 전에 나누던 대화 내용이 떠올랐다.
기사단장은 뒤이어 덧붙였다.
“일단 보고는 그렇게 들어왔습니다.”
“저하.”
침묵하던 케일은 알베르에게 말했다.
“가시죠.”
그는 알베르가 서 있는 텔레포트 진 위로 올라섰다.
“론. 빌로스를 지켜.”
“네.”
론은 고개를 숙이며 어떠한 이견도 표하지 않았다.
알베르는 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기사단장에게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지극히 차분했다.
“자네는 여기 있게. 타국에 소식이 최대한 늦게 전해지도록 입단속 시켜.”
“저하, 현재 왕궁은 위험합니다! 모든 왕족분들께서 대피 중이라고 하셨습니다. 저도 가겠습니다! 지금 수도 곳곳에서 테러가-!”
알베르는 기사단장의 말을 자르며 내뱉었다.
“내가? 내가 위험하다고?”
그는 최한이 텔레포트 진에 올라서며 그의 곁에 서는 것을 눈에 담았다.
또한 이 텔레포트 진을 만든 용도 그의 곁에 있었다.
케일, 최한, 라온.
세 존재를 느끼며 알베르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 차가워졌던 손발과 하얗게 변해버렸던 머릿속에 조금씩 열기가 들어찼다.
“지금.”
확신한다.
지금 이 땅 위에.
“나보다 안전한 왕족은 없다.”
기사단장은 알베르의 눈동자를 본 순간, 입을 꾹 다물었다. 차분한 모습과 달리 그의 눈동자는 타오르고 있었다.
“국왕궁이 무너졌고 국왕 전하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급한 소식만 전한 기사단장의 모습만 보아도, 현재 로운 왕궁과 수도에 대한 소식은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수도의 상황이 혼돈 그 자체임은 틀림없었다.
어떠한 일이 벌어졌고.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갑작스러운 비극은 연유도 인과관계도 아직 파악할 수 없었다. 어렴풋이 흉수만 짐작이 갈 뿐.
그렇기 때문에, 알베르는 단호하게 말할 수 있었다.
“그러니 내가 가야지.”
가장 강한 내 사람들과 함께.
“가죠.”
알베르는 허공을 보며 말했고, 기사단장은 마침내 깊이 허리를 숙였다.
“저하, 곧 따르겠습니다.”
우우웅—우웅—
텔레포트 진이 진동하며 마법이 실행되었다.
케일은 그 찰나에 보았다.
꽉 쥔 알베르의 두 손이 핏줄이 터질 듯 불거지며 그 피부색이 하얗게 질려가고 있음을.
케일은 알베르의 얼굴을 타고 흐르는 식은땀을 못 본 척했다.
대신 그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
-왕세자 궁 위로 이동했다.
라온은 세 사람을 왕세자 궁 지붕 위로 이동시켰다.
케일은 라온의 목소리를 듣는 것과 함께 눈을 떴다. 그러고는 곧바로 한쪽을 바라보았다.
그는 원래 보여야 할 것이 보이지 않았다.
알베르의 공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짜였군.”
국왕궁은 말 그대로 폭삭, 바로 세워진 기둥 하나 없이 처절하게 무너져 있었다.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유려한입니다.
드디어 2부가 시작되었습니다!!
설레고 떨리고, 긴장되고. 첫 연재날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
이번에는…이번에는…250화…아니, 300화 안으로… 2부를 끝낼 생각입니다…!
아마도…가능하지 않을까요?ㅠㅠ
그럼, 2부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편안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유려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