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773
2부 15화
4장. 나는 강합니다
교황이 분명 용은 300여 년 전에 멸종했다고 하였다.
케일의 시선이 대화가 들린 방향으로 움직였다. 이미 꽤 많은 이들이 ‘용’을 내뱉은 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사람은 그 시선을 모른 척하며, 혹은 즐기는 듯 함께 대화를 하던 이에게 이어 말했다.
“크흠. 큼. 내 조카가 황궁에서 일하지 않나!”
“그, 하급 관리로 일한다는 조카?”
“그래! 그 아이에게 들었지.”
그 사람은 목소리에 잔뜩 힘을 주었다.
“그 아이가 말했어. 1황자께서 용과 함께한다고.”
“…용은 멸종하지 않았나?”
케일은 표나지 않게 대화가 들리는 쪽으로 더 다가갔다.
“아냐. 분명 용이래. 내 조카가 1황자님 궁에서 봤다고 했어.”
“정말로?”
믿을 수 없어 하는 상대를 향해 그 사람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확신하여 말했다.
“정말로! 아주 위엄이 넘치는 멋진 검은 용 님이 1황자님 곁에 계신다고, 분명히 그랬어!”
정말로 용이 1황자 곁에 있는 건가?
케일의 표정이 굳어져 갈 때, 그는 머릿속으로 라온의 의아해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응? 아주 위엄 넘치고 멋진 검은 용은 난데!
-인간아, 말도 안 된다! 나는 언제나 인간, 네 편이다!
케일은 라온의 말은 대충 흘려들었다. 그는 대화를 하는 두 사람 주변의 공기가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크흠. 큼.”
용에 대해 말을 꺼냈던 이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난감한 표정으로 슬쩍 광장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의 곁에 있던 동료도 주변의 눈치를 살피더니 그 사람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
하지만 그들이 남긴 대화 주제는 그들이 떠나자 비로소 들불처럼 급속도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세상에, 믿을 수가 없군. 용이라니!”
“정말일까?”
“어차피 이번 시험은 공개되는 부분이 많지 않던가! 때가 되면 사실인지 아닌지 알 수 있겠지!”
놀람과 경악, 의심을 감추지 못하는 사람들.
“멸종한 용이 정말 나타난 것이라면, 네크로맨서 실력을 떠나 1황자께서 황태자가 되시면 좋겠구만.”
“아냐. 1황자님의 네크로맨서 실력도 상당하다고 들었어. 거기다가 내가 듣기로는 함께 참여하는 도움 인원 중에 화이언스 가문의 1공녀가 있다고 들었네.”
화이언스? 검은 피 가문?
그곳의 1공녀와 1황자가 함께 시험에 참여한다고?
“으음. 화이언스 가문도 아직 후계자가 정해지지 않았지?”
“그렇지.”
꽤 새로운 정보가 광장 여기저기에서 들려왔다.
“아무튼, 나는 용이 정말이라면, 드래곤께서 이 땅을 다시 보살펴주셨으면 좋겠어!”
“그러니까 말이야! 땅의 침식 시작이 용이니, 용이 돌아오시면 분명 이 세상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거야!”
기대를 품기 시작하는 사람들.
다양한 대화가 케일의 귓가에 닿았다. 더불어 근처에 있던 이들이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마 곧 이 용에 대한 정보는 수도 전역에 삽시간에 퍼져, 수도를 넘어설 것이다.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는군.’
케일의 생각이 깊어지던 순간, 그는 서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재밌군.”
에르하벤이었다.
그때서야, 케일은 새로운 소식에 생각을 하느라 미처 못 깨달았지만, 고룡의 기분이 상당히 좋지 못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기는, 검은 피 가문에서 용을 멸종시키는 데 큰 관여를 했을 게 뻔한데.’
그런 상황에서 검은 피 가문의 사람과 1황자가 함께하고 그 자리에 멸종한 용이 있다고 하니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에르하벤은 꽤 동족을 아끼는 용이었으니까.
“일단 벽보까지 모시겠습니다.”
노신관 더스트를 따라 일행은 금방 벽보에 도달했다.
“흐음.”
제목은 아주 간단했다.
하지만 큰 벽보를 꽉 채울 만큼 중요하고 많은 내용이 그곳에 담겨 있었다.
자격은 간단했다.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미리 알려주는구나.”
“그러게요.”
케일은 에르하벤의 말에 동의를 표하며 내용들을 모두 머릿속에 기록했다. 그때, 누군가 케일의 로브 자락을 살짝 잡아당겼다.
케일은 시선을 돌렸다.
“자격을 증명하여 후보자가 되는 즉시, 시험이 끝나는 순간까지 황위 후계자로서의 보호와 권리를 부여받는다.”
메리가 그의 옷자락을 잡은 채 담담하게 말하고 있었다.
케일은 메리가 이러는 것을 처음 보았다. 그녀는 내비게이션과 같은 목소리로 이어 말했다.
“후보자가 되는 동시에 황궁에서 생활한다. 각기 별궁이 주어지며, 조력자를 동반하는 것이 가능하다.”
케일은 가만히 듣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후보자가 되면, 여러모로 우리의 계획에 이득이 많습니다.”
메리의 말이 맞았다.
후보자가 되면 황궁에 들어갈 합당한 권리가 생기고, 여러모로 황궁과 검은 피 가문에 대해 조사하는 것이 수월해질 터. 더욱이 후보자의 조력자 중에 화이언스 가문의 사람이 있으니 자연히 그들과 부딪치며 정보를 얻을 것이다.
메리는 케일이 아무런 반응이 없자, 그를 바라봤다. 마주한 암갈색 눈동자는 무심해 보였지만 차갑지는 않았다.
“하고 싶나?”
케일이 그 하나를 물었고, 메리는 답했다.
“궁금합니다. 또 다른 네크로맨서가.”
흐음.
케일은 잠시 고민했다.
‘이곳은 우리 세상이 아니다.’
그 때문에 그는 메리와 동료들이 위험할 상황은 피하고 조용히 검은 피만 박살 내고 돌아가고 싶었으나.
“위험하면 도망치면 됩니다.”
-인간아, 메리 하고 싶은가보다! 하다가 안 되겠으면 도망치고 나중에 뒤통수 치자!
이미 그의 뜻을 짐작한 동료들은 다른 말을 건네왔다.
그렇다면야.
“그래. 그러면 그렇게 하자.”
케일은 노신관을 향해 입을 열었다.
“모집을 어디서 받지?”
“황궁 입구라는군.”
에르하벤이 기다렸다는 듯 곧장 답했다. 용이 이러는 건 또 처음인데, 케일은 다시 한번 더 깨달았다. 용 멸종이라는 사실에 에르하벤이 상당히 화가 나 있었다는 것을. 더불어 새로이 등장한 용을 보고 싶어 한다는 걸.
케일은 간단하게 앞으로 할 일을 내뱉었다.
“돌아가서 동료들 의사도 묻고 움직이죠.”
* * *
교단에서 마련한 비밀 피난처. 그곳은 주택가에 위치한 평범한 2층 저택이었다.
케일은 동료들을 둘러보았다.
“메리가 괜찮다면, 저는 좋습니다.”
최한이 동의를 표했다. 이미 다크엘프 숀은 단단하게 결심한 메리를 보고 동의를 표했지만.
“위험하면 바로 그만둬야 돼.”
걱정은 감추지 못했다. 뱀파이어 제스나는 별다른 말이 없었고, 온과 홍은 라온과 함께 메리의 곁에 머물며 그녀를 응원했다.
“메리야, 네가 제일 셀 거다! 다 부수자!”
“막내 말이 맞는데! 다 부수면 되는데!”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면 되는데.”
케일은 마지막으로 수이 칸과 시선이 마주쳤다. 그는 검은 매의 모습을 한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은 계획이야.”
“어땠습니까?”
케일이 던진 물음에 수이 칸과 온, 홍, 그리고 최한이 그를 바라보았다. 수이 칸은 최한에게 눈짓했고 최한이 입을 열었다.
“검은 피. 화이언스 가문 근처로 가봤습니다만. 경비가 상당히 철저한 것은 물론, 곳곳에 흑마법 장치가 가득했습니다.”
“하늘에서 보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저택 가까이 가려고 하니, 죽은 마나로 투명한 방어막을 허공에 둘러놨더군.”
수이 칸은 덧붙였다.
“물론 원한다면, 잠입 가능하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최한이 재빠르게 덧붙였다.
“조금 복잡할 뿐이죠.”
케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잠입이 가능하다는 게 중요했다.
“정화자시여. 그러면 후보자 등록을 하러 가는 겁니까?”
가만히 듣고 있던, 유일한 외부인. 노신관 더스트가 조심스럽게 케일에게 말을 건넸다.
“후보자 등록은 내일까지 마감인지라, 결정을 하셨다면 여유 있게 오늘 등록하러 가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일행의 시선이 더스트에게로 향했다. 케일만이 허공을 보며 무언가를 가늠하듯 생각에 잠긴 듯 보였다. 몇 초 생각에 잠겼던 케일의 입이 열렸다.
“아무나, 네크로맨서 능력만 있다면 후보자에 등록할 수 있다고 하지만.”
하지만?
더스트는 중간에 말을 멈춘 케일의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그래도 적당하게 둘러댈 이 세계의 신분이 하나 있으면 좋겠군요.”
“아! 그렇긴 합니다. 기본적인 신상에 대해서는 등록할 때 적어야 하니까요.”
“그렇죠?”
케일이 씨익 웃으며 더스트를 빤히 바라봤다.
“네?”
그 모습에 더스트가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아.”
“음, 좋군.”
수이 칸과 에르하벤이 무언가를 깨달았다는 듯 나직이 탄성을 흘렸다.
케일은 여전히 의아해하는 더스트에게 말했다.
“자식 있습니까?”
“…없습니다만?”
“조심스러운 이야기입니다만, 왕국이 멸망한 지 얼마나 됐습니까?”
아.
그 순간, 노신관이 알아들었다는 듯 씨익 웃으며 답했다.
“멸망한 지 백 년 조금 넘었습니다. 또한 남은 핏줄은 저뿐입니다. 그리고 아직 교단 밖으로 제 신분이나 정체가 노출된 적은 없습니다.”
노인의 시선이 메리에게로 향했다.
“제 밑으로 손녀 한 명 들여도 됩니다.”
메리가 곧장 답했다.
“좋습니다. 할아버지.”
케일은 내비게이션 같은 목소리로 천연덕스럽게 답하는 메리를 보며 피식 웃고는 소파에서 일어섰다.
“가자. 황궁 입구로.”
* * *
이스카 제국의 수도 중앙에 위치한 황궁. 그 입구 정문 옆에는 평소에는 텅 비어 있지만, 어느 시기가 되면 짧은 시간 동안 제 기능을 하는 곳이 있었다.
“모집일이 이제 하루 남았군.”
바로, 황위 후계자를 가리는 시험을 위한 후보자 등록 사무소였다.
기둥과 지붕, 바닥은 대리석으로 이루어졌으며, 벽 없이 뻥 뚫린 사각형의 공간.
“또 누가 더 있겠어?”
두 명의 관리가 그곳에 자리한 채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다.
“흐음. 글쎄.”
처음 말을 꺼냈던 관리는 한쪽에 놓인 뼈 무더기를 바라봤다. 그 시선을 따라 뼈 무더기를 봤던 또 다른 관리는 입을 열었다.
“진짜배기들은 모집 공고 올라오자마자 다들 일찍 등록했잖아. 이제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사기꾼이나 가짜들이지.”
“아니면 자격이 있어도 그 힘이 별 볼 일 없는 놈들이거나.”
“그렇지. 저 뼈다귀 하나둘 조종하는 것도 힘들어할 거 아냐? 자네 아버님께 들어서 잘 알 거 아닌가?”
“많은 이야기를 들은 건 또 아니라서.”
현 황제를 뽑기 위해 과거에 열렸던 모집 공고. 그때 관리의 아버지가 이곳을 맡았었다.
“별 볼 일 없는 능력을 지녔으면 등록을 안 하는 게 나을 건데. 목숨은 하나뿐이라고.”
“그렇긴 하지.”
그는 동료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스카 황궁에 대대로 내려져 오는 비법을 통하지 않고는 네크로맨서로 각성해도 그 능력이 보통 미비하지.’
모집이라는 이름으로 공정성을 내세웠으나, 관리가 보기에 이 시험은 시작부터 꽤 불공정했다.
“노을이 지는구먼. 곧 오늘도 끝이겠어.”
하늘은 붉게 물들었으며, 태양이 지고 있었다.
동료의 말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던 관리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이런 하늘을 볼 수 있어서 참 다행이야.”
“그러게. 침식된 곳의 하늘은 밤낮 구별도 힘들잖아.”
“맞아.”
관리는 소망을 담아 읊조렸다.
“부디 이번 대 황태자께서도 이스카의 하늘을 유지해 주실 수 있는 분이었으면 좋겠어.”
“당연히 그럴걸? 자네도 알잖나! 용이 나타났잖아! 나는 벌써부터 1황자께서 만들어갈 이스카가 기대돼!”
관리의 미간에 주름이 졌다.
“예끼, 이 사람아! 벌써부터 결과를 속단해서는 안 돼!”
“그거야 그렇지만. 용을 데려오신 1황자님이 이기면 좋잖어? 그리고 1황자님은 유일하게 저 뼈 무더기를 모두 사용하신 분이라고! 능력도 가장 강하시잖아.”
“그래도 결과는 알 수가 없는-”
관리는 동료의 말에 반박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오는군.”
노을을 등지고, 로브로 모습을 가린 네 사람이 다가오고 있었다.
“흐음. 가짜배기일 거 같은데.”
동료가 밉살맞게 중얼거렸으나, 관리는 다가오는 이들을 관찰하며 인사를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꽤 큰 신장을 가진 세 사람. 그리고 그 세 사람의 보호를 받듯 걸어오는 작은 키를 지닌 사람.’
관리가 이를 알아챈 순간, 가장 키가 작은, 중심에 있던 이가 앞으로 나섰다. 세 명은 그 뒤를 따랐다.
“에이, 빨리 퇴근하나 싶었더니. 아, 저렇게 칭칭 다 숨기고 오는 사람들은 다 사기꾼이던데.”
동료가 투덜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관리는 그 말이 잘 들리지 않았다. 이상하게, 붉은 노을 아래 다가오는 저자들이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어서 오십시오.”
그는 공손히 인사하며 자신의 앞에 선, 로브로 전신을 가린 자에게 입을 열었다.
“…등록하시려는 겁니까?”
그가 묻는 그 순간, 로브를 입은 자는 손을 뻗었다.
‘음!’
관리는 그 손을 보고 멈칫했다. 검은 줄이 새겨진 손. 여타 후보자에 비해 검은 줄이 상당히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쿠웅-!
검은 선이 손끝에서 퍼져나갔고, 대리석 바닥에 큰 진동이 일어났다.
“어, 어-?”
동료가 넋이 나간 듯 탄성을 흘렸고, 눈앞에 선 자를 바라보던 관리는 천천히 그자의 손끝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
탄성이 흘러나왔다.
네크로맨서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모아놓은 뼈 무더기.
그 뼈들이 모두 움직였다.
“…용.”
하얀 뼈는 용의 형상을 한 채로 공중에 떠올랐다.
이를 넋 놓고 바라보던 관리는 황급히 정신을 차리고 이 형상을 만든 자를 바라보았다.
스륵.
메리는 후드를 벗었다.
검은 실선으로 뒤덮인 얼굴. 그 사이로 보랏빛 눈동자가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인간아! 착한 메리는 참 똑똑하게 기선 제압할 줄 안다!
케일은 라온의 목소리를 머릿속으로 들으며 메리를 바라보았다.
마침내 그녀의 입이 열리며, 기계 같지만 차갑지 않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후보자 등록하러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