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777
2부 19화
4황자는 수하의 말을 주변 사람들이 다 알아들은 것을 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황궁 성벽이라고?”
그는 테라스 창밖을 가리켰다.
“지금 저기 궁 하나가 날아가고 있는 것 같은데?”
케일의 눈동자에 이채가 감돌았다.
‘전혀 다른데?’
조금 전 전형적인 망나니 왕자 같던 놈이 지금은 차분했다. 오히려 냉정하게 느껴졌다. 케일은 2황녀와 1황자를 제외한 이들만이 그런 4황자를 관찰하고 있는 것을 알아챘다.
‘황족들끼리는 4황자가 본래 이렇다는 걸 알고 있었나 보네.’
수하는 4황자의 시선을 보고는 숨을 한 번 깊이 몰아쉬고 한결 침착하게 답했다.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와서 현 상황은 모릅니다.”
2황녀가 시종장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무슨 일이죠, 시종장?”
케일은 그제서야 시종장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황제와 검은 피 가문 가주를 보느라 시종장을 자세히 살필 겨를이 없었다.
‘음.’
이 사람도 만만치 않네.
“걱정 마십시오.”
시종장은 눈동자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웃음을 그렸다.
궁 안에서 폭발이 일어났건만.
“연회를 즐겁게 즐기시면 됩니다.”
상대는 그저 평온했다.
“저들이 더 들어오지는 못할 테니까요.”
소위 멸망단이라는 것이 절대 황궁에 흠집을 못 낼 것이라 확신하는 모습이었다.
금방 저 사태가 끝날 것이라고.
‘과연 그럴까.’
케일은 노신관이 전해준 정보를 조금 더 자세히 떠올렸다.
‘그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대략 30여 년 전으로, 그 당시까지만 해도 ‘멸망단’이라는 이름을 붙일 세력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세력은 몸집을 키우더니 그 신념대로 살아남은 지역을 공격하기 시작합니다.’
‘특히 그들은 제국을 노리고 덤벼들죠.’
‘처음에 저희 교단에서는 멸망단과 제국 사이에 모종의 커넥션이 있는 게 아닐까, 제국에서 사람들과 대륙을 조종하기 위해 저런 조직을 만든 것이 아닐까 의심도 했지만.’
‘최근 5년 전부터, 멸망단은 제국에 대한 공격을 제일 많이 해오고 있습니다.’
케일은 이런 세상이라면, ‘세상이 종말하면 새로운 세상이 온다!’라는 말을 믿는 단체가 있을 만하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없으면 이상하리라.
케일은 멸망단이 이번 일에 변수가 될 수도 있기에, 조금 더 자세한 정보를 물었다.
‘…제국에서 멸망단 단원을 몇 명 체포한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그 정보가 바깥으로 유출된 적은 없습니다.’
‘또한 아직 그 단체의 우두머리나 기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현재 살아남아 있는 제국, 왕국 연합에서 멸망단의 우두머리를 찾으려고 대륙 곳곳에 요원을 보낸 것으로 압니다.’
어떻게 이런 정보까지 알 수 있나 싶어, 케일이 더스트를 바라보자 그는 씨익 웃으며 답했다.
‘제국 행정 소속으로 일하는 말단 관리, 또 궁에서 일하는 시종 중 교단 사람이 있습니다.’
더스트는 덧붙였다.
‘그들이 정화자 님을 도울 것입니다.’
황궁은 케일 일행에게 완전한 적지가 아니었다.
다만 케일은 생각보다 좋은 정화의 불 교단의 수완에 놀랐다.
‘대단하군, 이단으로 내몰려 추적당하는 중인데도 그 적의 소굴에 머무는 이가 있다니.’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죠.’
제국 안에 비밀 안가를 마련해둔 것부터, 교단이 꽤 큰 도움이 되는 조력 집단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케일은 긴 이야기를 품고 있는 더스트에게 더 자세히 묻지는 않았다.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니니까.
“연회를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시종장의 말과 함께, 지휘자는 다시금 지휘봉을 들어 올렸다.
곧 음악이 울려 퍼지리라.
“시작이 안 될 것 같은데.”
더벅머리의 남자가 시종장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더 들어오지 못한다는 그 말은 지켜지지 못할 것 같은데.”
시종장의 한쪽 눈썹이 들린 그 순간, 더벅머리는 바깥을 가리켰다.
“음.”
최한이 짧은 침음과 함께 케일의 앞을 막았고, 메리의 곁에 에르하벤이 섰다.
동시에.
콰아아아앙—-!
콰아앙—!
콰아아앙—-!
연쇄적인 폭발음이 점점 가까이서 들려왔다.
마치 폭발이 다가오는 것만 같은 소리였다.
그리고 그 느낌은 사실이었다.
폭발은 점점 이 연회장과 가까운 위치로, 일직선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으아아악–!
끄아아악-!
뒤이어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은 폭발을 보고 비명을 지른 것이 아니었다.
“이럴 수가! 변종 괴물이 여기까지!”
“궁 안에 어떻게 저 괴물이 들어와!”
궁 안에서 지켜보던 사람들 중 몇 명이 비명과도 같은 말을 쏟아내었다.
‘정화자 님이시여.’
‘이 변화되어가는 세상에서 살아남은 것은 인간뿐만이 아닙니다.’
‘동물도, 몬스터들도 살아남았죠.’
‘그 갈래는 두 가지입니다.’
‘인간처럼 살아남을 수 있는 땅에서 살아가거나 혹은-’
인간을 위협하는 것은 죽은 마나로 변질된 땅만이 아니었다.
‘새로운 세상에 적응할 수 있는 몸이 되거나.’
동물 혹은 몬스터 중 300여 년 동안 죽은 마나에 적응되어 변화한 존재들이 나타났다.
검은 진흙으로 뒤덮인 거대한 괴물이 점점 이곳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쿵-!
쿵, 쿵!
케일의 세 배는 될 것 같은 키를 지닌 거대한 괴물.
그 숫자는 열에 가까웠다.
“어찌하여 제국 바깥에 있어야 할 저 괴물들이-!”
“…이거 가만히 있어도 돼?”
그러게. 어째야 하려나.
케일은 조금 냉정해져 있었다.
이곳은 우리 세계가 아니며, 내 동료들은 안전해야 한다.
또한 황궁. ‘적’의 실력도 알아야 했다.
“수호대는 움직였나?”
4황자의 냉정한 목소리에 케일이 귀를 기울이려던 찰나.
“썩을.”
케일은 나직이 들려오는 거친 말에 고개를 돌렸다가 얼굴을 구긴 채 궁 밖으로 뛰쳐나가는 2황녀를 볼 수 있었다.
“황녀님!”
“주군!”
그녀의 뒤를 따라 조력자 3명이 뛰어나갔다.
그때였다.
“저 괴물.”
메리가 입을 열었다.
케일과 메리의 시선이 부딪쳤다.
그녀는 케일의 눈치를 살피면서도 담담하게 말했다.
“저 괴물이, 보고 싶다. 그리고 비명 소리가 들려온다.”
피식. 케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지켜만 봐서는 이 세계를 제대로 알 수 없겠지.
“주군의 뜻대로.”
케일은 유려한 예법으로 답하였고 일행은 곧바로 2황녀의 뒤를 따라 움직였다.
“뭐야, 우리도 뭘 해야 돼?”
“아씨. 둘이나 나섰는데, 가만히 있어도 되나?”
“대장, 어떻게 하실 거예요?”
뒤에서 수군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케일 일행을 붙잡는 이들은 없었다. 힐끗. 뒤를 본 케일은 시종장이 조용히 수하와 대화를 나누는 것을 확인했다.
그 역시도 상당히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여어, 같이 갑시다!”
더벅머리의 남자가 케일 일행을 뒤따라왔다.
“아, 형님!”
“미치겠네. 움직일 거면 말 좀 하고 갑시다!”
그의 수하들도 덩달아 따라왔다. 하지만 더벅머리의 남자. 미스터리한 인물인 용병 출신 제로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케일 일행을 쫓아왔다.
케일이 그를 바라보니, 제로는 방긋 웃어 보이고는 정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왜 따라왔지?’
케일이 생각한 순간, 제로는 앞을 응시한 채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흐음. 오늘 이 짓도 멸망단이 한 걸까?”
마치 멸망단 소행이 아니라는 뉘앙스로 내뱉는 말.
케일은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그 순간, 메리가 물었다.
“그쪽은 알아?”
“에이.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용병 출신 제로. 9번째 후보자는 어떻게 그런 걸 아냐는 듯 능청스럽게 답했지만, 누가 보아도 그 모습은 의뭉스러웠다.
‘…재밌는 놈이군.’
케일의 미소가 짙어졌다.
하지만 그는 괴물을 향해 가는 길, 실려 가는 부상자들을 보며 그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 * *
“황녀님! 물러나십시오!”
2황녀는 수하의 말을 무시한 채, 주위를 둘러보았다.
“크르르르—!”
마치 늑대와 같은 울음소리를 내는 거대한 몸체를 지닌 이족보행형 괴물.
검은 진흙으로 뒤덮여 그들의 걸음마다 저 검은 진흙이 떨어졌다.
‘땅이 썩는군.’
검은 진흙이 닿은 땅은 검게 물들어갔다.
저 ‘검은 진흙 괴물’은 죽은 마나로 가득 찬 진흙 때문에 일반인은 상대하기가 참으로 까다로웠다.
“흑마법사들은?”
그래서 흑마법사들이 필요했다.
“2황녀님!”
다가오는 괴물들과 대치하고 있던 몇몇 기사들이 그녀를 보며 반색하더니 곧 입을 열었다.
“성벽 폭발이 먼저 일어나 그쪽으로 간 것 같습니다!”
“곧 1흑기사단이 올 겁니다! 흑마법 5대대도 올 예정입니다!”
2황녀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연쇄 폭발로 궁 하나와 그 주변 건물, 그리고 이어지는 길들이 초토화되어 있었다.
“으으…….”
“사, 살려-”
폭발로 인한 사상자들. 그들을 보호하고 이동시키는 병사들. 죽은 마나를 상대할 수 없는 일반 황궁 기사들.
‘도대체 저 괴물들이 어떻게 황궁 안으로 들어온 거야?!’
텔레포트 마법?
그걸로 괴물을 옮기는 게 가능한가?
“제기랄!”
전후 상황은 모른다.
어쨌든. 지금은!
‘1흑기사단과 흑마법 5대대가 올 때까지-’
저 괴물들을 묶어두어야 한다!
‘절대로 저 괴물들을 죽여서는 안 돼!’
검은 진흙 괴물이 진정 무서운 이유.
아무리 죽은 마나에 면역이 없는 기사라도, 황궁의 정예 기사쯤 되는 인물들이 괴물의 발도 제대로 묶지 못하고 대치하면서 괴물의 진로를 막아서지 못하는 이유.
그것은 단 하나였다.
‘저 괴물은 죽는 순간 폭발한다.’
그와 동시에 검은 진흙 속 죽은 마나가 방출되어 주변을 초토화 시킨다.
병사들이 사상자들부터 빨리 빼내려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검은 진흙 괴물이 열 마리나 나타나다니! 뭉쳐도 2, 3마리만 다니는 놈들인데! 2황녀님, 이건 최소 흑마법대대 셋 이상은 모아야 합니다!”
그녀의 수하가 2황녀의 표정을 보고는 다급하게 그녀를 말리듯 말을 쏟아내었다.
“위험 1등급 괴물입니다! 2황녀님, 시험을 앞두고 무리하시면 안 돼요! 다치시면 더 안 되구요!”
“누가 그걸 몰라?”
2황녀의 눈동자에 불길이 일었다. 수하는 입을 다물었고,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부족해!’
그녀 혼자 힘으로 막아 세울 수 있는 괴물은 최대 2마리였다. 그 정도만 해도 사람들은 대단하다고 하겠으나.
‘지금 10마리인데, 그게 무슨 소용이야!’
어쩔 수 없다.
그럼에도 해야지.
2황녀가 그리 마음먹은 순간, 등 뒤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엇을 해야 합니까?”
앞만 보던, 다가오는 괴물들만 지켜보던 2황녀는 고개를 돌렸다.
“아.”
보랏빛 눈동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녀의 뒤에 선 수하 3명이 보였다.
헤니 위시로프.
‘존댓말을 하는 사람이었던가?’
2황녀는 의문이 들었지만, 동시에 한 가지가 떠올랐다.
황궁 입구에 떠올랐던 하얀 본 드래곤.
“…폭발하지 않게 묶어두어야 합니다. 절대로 죽여서는 안 돼요.”
메리는 품에서 작은 주머니를 꺼냈다.
라온이 넘겨준 압축 아공간 주머니였다.
메리는 2황녀를, 다가오는 용병 출신 제로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같이해도 됩니까?”
2황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당연히 같이할 생각 아니었던가.
“그렇죠……?”
“호오. 나도 도울까?”
두 사람이 반응한 순간.
메리가 처음으로 네크로맨서 힘을 지닌 다른 사람과 함께 같은 힘을 쓰기로 한 순간이었다.
“크르르르—-!”
“크르르—-!”
검은 진흙 괴물들이 더 가까이 다가왔다. 여전히 기사들도 제대로 접근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도망치지 못한 부상자들이 아직 많았다.
2황녀는 침을 삼켰다.
“셋으로 감당이 될지 모르겠어요.”
담백한 음성이 들렸다.
“됩니다.”
뭐라고?
2황녀가 메리의 너무나도 간단한 대답에 멈칫했을 때.
“간단합니다.”
메리는 주머니를 열었다.
“괴물이 지금 여기 있는 것이 문제인 것 아닌가요?”
메리의 시선에 2황녀는 어정쩡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그리고 죽이면 안 되고.”
“…그렇죠?”
괴물을 죽이면 안 된다.
그런데 그 괴물이 여기 있어서 지금 문제다.
그렇다면 답은 간단하다.
“들어서 옮기면 되겠군요.”
용병 출신 제로가 황당하다는 듯 메리를 바라봤다.
“저 거대한 괴물을? 열 마리를? 우리 셋이서?”
“네. 됩니다.”
저 거대한 괴물보다 더 강한 힘을 지닌 거대한 것을 만들어, 그걸로 괴물을 들어 적당한 장소로 옮기면 된다.
메리는 연 주머니를 뒤집었다.
촤르르르–
수많은 하얀 뼈가 주머니에서 쏟아져나왔다.
그 어마어마한 양에 용병 제로가 눈을 크게 뜨고 쳐다봤을 때, 메리는 괴물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메리, 케일이 무리하지 말라고 전해 달라는구나. 제 몸도 안 챙기는 놈이 하는 말이라, 영 못 미덥겠지만. 나도 같은 마음이다.
머릿속에 울리는 에르하벤의 목소리를 들으며 메리는 저를 바라보는 케일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녀의 손이 움직였다.
검은 실선이 그 끝에서 흘러나왔고, 곧 하얀 뼈들이 움직였다.
쿠웅-!
3m에 달하는 거대한 괴물보다 비교할 수 없이 더 거대한 해골 괴물이 나타났고, 그 괴물은 날개를 펼쳐 하늘로 날아올랐다.
“…본 드래곤.”
용병 출신 제로는 말로만 듣던 그 하얀 본 드래곤을 보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