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779
2부 21화
5장. 너희는 누구지?
다음 황제 자리에 오를 후계자를 뽑는 첫 번째 시험.
‘조화’를 보는 이 시험은 3명의 후보자가 한 조를 이루어 각 조에 주어진 임무를 달성하는 것이었다.
“지금부터 한 시간. 조를 짜서 명단을 제출해주십시오.”
시종장의 말이 끝났음에도 어느 누구 하나 먼저 움직이는 이가 없었다.
눈치를 보거나 혹은.
‘골라서 뽑으려고 하거나.’
케일은 1황자와 2황녀를 보며 살짝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의외야.’
연회장에서 먼저 다가왔던 2황녀는 메리에게 협력하자는 뜻을 전해오지 않았다.
‘1황자도 마찬가지고.’
케일 일행 입장에서는 1황자와 같은 조를 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인간아, 아깝다! 헷갈리는 용에 대해 알아볼 수 있었는데!’
‘1공녀에 대해서도 알아볼 수 있었고 말이야.’
‘1황자의 실력이 궁금합니다.’
케일은 1황자의 실력이 궁금하다고 말한 메리에게 물었다.
‘누구와 하고 싶지?’
이번 시험.
‘메리, 너의 뜻대로 하고자 하는데.’
일의 큰 틀이 망가지는 것이 아니라면, 웬만하면 메리의 뜻대로 했으면 싶었다.
메리와 케일의 시선이 마주쳤다.
메리는 담담한 눈동자를 보며 어젯밤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케일은 그녀에게 누구와 하고 싶은지 물었고.
‘그래도 됩니까?’
메리는 자신의 뜻대로 해도 되냐고 물었다.
‘주군의 뜻에 따라야지?’
드물게 케일이 장난스럽게, 그리고 가볍게 말을 건네는 순간. 메리는 저도 그를 따라서 입가에 미소를 그릴 수 있었다.
‘내 뜻.’
메리는 자신의 뜻을 떠올렸다.
네크로맨서들과 함께 협력하고 경쟁해보고 싶었다.
그것이 그녀의 뜻이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그녀의 뜻은 따로 있었다.
‘…봤어.’
메리는 불탄 오르세나 공작가와 무너진 국왕궁을. 그리고 다친 사람들과 불안해하는 로운 왕국민을 보았다.
로운 왕국은 그녀에게 또 다른 고향이었다.
‘사냥꾼. 그들을 알고, 대응하고, 상대해야 한다.’
그것이 메리의 가장 첫 번째 뜻이었다.
물론 그것과 비중이 거의 같은 또 하나의 마음도 있었다.
‘동료들을 돕고 지킨다.’
온, 홍, 라온. 그리고 케일 등등. 메리는 일행들을 돕고 싶었다.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메리는 케일이 설명해준 후보자들에 대한 정보를 떠올렸다.
“주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케일이 사뭇 충성스러운 수하처럼 건넨 질문에 메리는 답했다.
“정했다.”
메리가 걸음을 옮겼다. 제일 처음 움직인 후보자였다.
의외라는 눈빛이 몇 있었다.
메리에 대한 대외적인 정보는 이미 알려져 있었고, 왕족이니 본인보다는 수하를 부릴 것이라 생각했다.
메리의 걸음이 멈췄다.
-인간아! 메리 선택 흥미롭다!
라온의 목소리가 케일의 머릿속에 들려왔고, 동시에 메리의 앞에 마주한 자가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호오. 내 밑으로 올 건가?”
4황자 노이.
메리가 선택한 첫 번째 조원이었다.
“아니.”
메리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가뿐히 답했다.
“나는 누구의 밑도 아니다.”
“뭐?”
4황자 노이의 눈썹이 살짝 들썩이며 기분 나쁜 티를 내었으나, 그런 그를 바라보는 메리의 눈동자는 담담했다.
“너 또한 누구의 밑도 아니다.”
이어진 메리의 말에 노이의 눈동자에 묘한 빛이 감돌았다. 메리는 이를 모른 채, 하고 싶은 말을 내뱉었다.
“강해 보이고 영리해 보인다. 함께하고 싶다. 어때?”
내비게이션을 떠오르게 하는 목소리였기에, 그 말은 더 신뢰가 되었다.
“…흥.”
4황자는 콧방귀를 뀌었지만, 부정은 하지 않았다.
이를 지켜보는 케일의 눈동자는 날카로웠다.
‘전형적인 망나니 황족인 줄 알았는데 말이야.’
어제 연회장에서 폭발이 일어나는 것을 보았을 때, 4황자는 가장 먼저 정보를 전달받음은 물론 그에 대한 꽤 이성적인 반응을 보였다.
‘겉과 달라.’
4황자 노이는 겉모습과 다른 인물이었다.
조금 더 침착하고, 조금 더 냉정하다.
‘메리의 생각을 알겠군.’
그렇기에 케일은 메리의 생각을 알아챘다.
‘1황자와 함께하면 정보를 얻기 쉽겠지만. 1황자는 우리와 함께하길 원하지 않는다.’
그러니, 이러니저러니 해도.
‘4황자는 가장 먼저 우리에게 협력을 요청했으며, 황궁에 대한 정보를 꽤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다.’
그리고 4황자는 1황자의 친동생으로, 뒷배가 같을 확률이 높다.
‘4황자와 함께하면, 정보를 얻을 거리가 꽤 많을 거야.’
케일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뭐야, 저놈은?’
헤니 위시로프. 떠오르는 황태자 유력 후보를 살펴보던 4황자 로이는 헤니 위시로프를 아주 흐뭇하게 바라보는 수하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더 어려 보이는 놈이 왜 저런 표정이지?’
헤니 위시로프.
그녀에 대한 정보는 극히 드물었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멸망한 왕국의 왕족이니까.’
그것도 타국에 미리 망명하지 않고 끝까지 땅을 지키려 했던 왕족이니, 그 형편이 말이 아니었을 확률이 높았다.
더불어 왕의 핏줄이라는 것은 멸망했다 한들 얼마든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거나 목숨을 위협받을 수 있는 요소가 많았을 테니, 조용히 살았을 터.
‘그래도 너무 정보가 적다.’
헤니 위시로프의 수하 세 명에 대한 정보 역시도 드러난 것이 극히 드물었다.
모두 같은 갈색 머리칼에 초록 눈동자.
형제 같으면서도 가면 아래로 드러난 이목구비를 보면 조금 다른 것 같기도 했다.
‘한 명은 검사 같고.’
검을 찬 놈 하나. 그리고 혼자 팔짱을 낀 채 여유로이 주변을 둘러보는 놈 하나.
마지막은, 조금 전 헤니 위시로프를 향해 흐뭇하게 웃던 놈-
‘이놈은 어깨에 웬 검은 매를 달고 왔지?’
조금 전 이곳에 검은 매를 어깨에 달고 왔었다.
물론 그 매는 아까부터 주인이 달려 보낸 것인지 하늘 저 멀리로 날아가 버렸지만.
‘알아봐야겠어.’
4황자 노이는 아직도 가장 유력한 후보는 1황자 센더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얀 본 드래곤을 본 순간, 그는 저도 모르게 19궁에 함께하자고 연락을 보냈다.
‘…진짜 용이 아니라, 네크로맨서가 만든 용이라니.’
노이는 연회장에서 하늘로 솟구치는 그 용을 본 순간을 잊을 수가 없었다.
세상은 용이 없어졌을 때부터 멸망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용을 인간이, 네크로맨서가 뼈로 만들었다.
그럼에도 그 용은 상당한 아우라를 지녔다.
‘…흥.’
노이는 뒷목이 저릿해지는 감각을 애써 무시하며 속으로 콧방귀를 뀌고는 메리를 보며 퉁명스럽게 물었다.
“다른 조원은?”
“생각해둔 이가 있나?”
“떨거지들에게는 관심 없다.”
이야.
케일은 4황자 노이가 고개를 치켜들며 하는 태도에 감탄했다.
동시에 깨달았다.
처음에 반말을 하는 메리에게 날을 세우던 녀석이 어느새 메리의 말투를 받아들이고, ‘떨거지’에서 메리를 제외시켰다는 것을.
“그럼 내가 선택해도 되나?”
“그러든가.”
알아서 하라는 듯 귀찮아하는 표정으로 노이가 답했지만, 케일은 그가 유심히 메리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하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인간아, 메리가 저기로 간다!
메리의 뒤를 따를 뿐.
‘자, 황궁 쪽에 정보를 얻을 방도를 하나 얻었으면 이제 어디를 선택할 거지?’
의외로 메리의 행동을 지켜보는 것이 케일은 꽤 즐거웠다.
‘역시.’
이유는 간단했다.
‘나와 생각이 같군.’
메리의 선택이 케일과 비슷했으니까.
“나?”
9궁의 후보자. 용병 출신 제로가 눈을 크게 뜨고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그는 앞에 선 메리를 보고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진짜 나?”
“그래. 너와 같이하고 싶다.”
“호오. 우리 4황자님도 같은 마음일까?”
제로가 4황자 노이를 쳐다봤고, 노이는 가소롭다는 듯 답했다.
“알아서 해. 걸리적거리지나 말도록.”
여전히 싸가지가 바가지로 없는 대답이었으나, 노이의 속내는 조금 달랐다.
‘예상외군.’
용병 출신 제로. 어찌 보면 헤니 위시로프 다음으로 정보가 불분명한 후보자였다. 물론 제로의 출신지나 현 신상은 꽤 명확했으나.
‘중간이 비어. 중간이.’
제로 이놈은 대략 10년여간의 기록이 없었다.
마치 이 세상에 없어졌다가 나타난 것처럼.
그런 자를 헤니 위시로프가 조원으로 택했다?
그 뜻은 하나였다.
‘제로. 저자의 정체가 무엇이든, 제어할 수 있는 범위 안이라고 보는 것이겠지.’
메리를 탐색하는 4황자의 눈동자가 더 깊게 가라앉았을 때.
“오, 좋지, 그러면 같이하자고! 나 꽤 유능하거든. 걸리적거리지 않을 거야! 하하하하!”
호탕하고 가볍게 웃으며 9번째 후보자 제로가 메리와 악수를 나눴다.
하지만 그의 속내도 꽤 복잡했다.
‘왜 나를 택했지?’
어제 검은 진흙 괴물을 잠시 같이 상대했다고 나를 택한 건가?
그렇다기에는 2황녀는 안 택했잖아?
제로의 의문이 커져 가려는 찰나.
“우리 쪽에 사람을 제일 많이 보내길래, 가장 하고 싶은 줄 알았어.”
담담하게 메리가 건네는 말에, 제로의 입꼬리가 살짝 굳어버렸다.
제로가 19궁에 사람을 많이 보내기는 했다.
몰래.
정보를 알아오라고.
“이야.”
그걸 내 면전에서 언급한다고?
이건 무슨 수작이지?
제로는 메리의 눈동자를 바라보았고, 그 순간 깨달았다.
‘…장난이 아니네.’
메리의 눈동자는 투명하고 올곧았다.
저런 눈동자로 이런 말과 행동을 거침없이 한다?
‘…1황자만 신경 써야 할 게 아니었어.’
제로는 황궁에 들어온 목적을 떠올리며 메리와 맞잡은 손을 놓았다.
“이야! 나 우리 조 너무 마음에 드는데?”
그는 싱글벙글 웃으며, 한숨을 푹푹 내쉬는 조력자들을 데리고 4황자 곁으로 다가왔다. 메리 일행도 그 뒤를 따라 한 조가 한데 뭉쳤다.
케일은 잠시 메리와 눈이 마주쳤고, 그녀에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차분한 그 모습에 메리는 안도하며 오늘 새벽녘 수이 칸에게서 들은 정보를 떠올렸다. 케일, 일행과 함께 들은 정보였다.
‘라온이 말한 이들의 행방을 찾았다.’
라온은 어제 황궁 폭파 및 괴물 습격 사건 후, 별들의 정원을 벗어난 인원을 모두 파악해 알려주었다.
그중 황궁 밖으로 나간 이들에 대한 정보를 수이 칸과 교단이 뒤쫓았다.
‘대부분 정보 길드 혹은 각 후보자의 세력으로 가더군. 하지만 단 하나, 행방을 쫓지 못한 자가 있다.’
수이 칸은 묘한 미소를 지었다.
‘팀장이 행방을 놓쳤다고?’
메리는 케일이 의아해하는 것을 보며 이어질 수이 칸의 말을 기다렸다.
‘9궁. 제로의 수하 행적을 쫓지 못했다.’
‘왜 못 쫓았습니까?’
‘수도를 벗어났어.’
수이 칸은 덧붙였다.
‘은밀히, 홀로.’
즉, 성문을 통해 정식으로 나간 것이 아닌 몰래 성벽을 넘어 수도 밖으로 갔다는 소리였다.
“자, 잘해봅시다? 하하하하!”
제로가 호탕하게 웃는 것을 보며 메리는 시선을 돌렸다.
시종장이 입을 열었다.
“조가 어느 정도 정해졌군요.”
그가 손을 들었다.
“서부 끝마을로 이동하겠습니다.”
그의 손에는 텔레포트 마법진이 새겨진 스크롤이 들려 있었다.
“텔레포트 마법진을 이용하여서 바로 임무지로 가시면 됩니다.”
케일은 라온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들려왔다.
-인간아, 마법진 찢을 때, 내가 마법 쓰면 되나?
임무지에 대한 좌표는 이미 구해놓은 케일 일행이었다.
케일의 머릿속으로 라온에 이어 에르하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적이 준 마법진 스크롤을 쓸 수는 없지. 마법진은 내가 적당히 쓰는 척만 하마.
시종장은 이어 말했다.
“일단 후보자별로 이동하시면 됩니다.”
각 조로 이동하려면 대규모 텔레포트가 되기에 조원별로 움직이는 듯했다.
촤악-!
어느새 검은 새가 다가와 케일의 어깨 위에 내려앉았다. 수이 칸은 케일과 눈이 마주치자 눈꼬리를 나른히 접어 보였다.
그 순간, 케일의 귓가로 시종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전히 차분한 목소리였다.
“부디, 첫 번째 시험에서 누구도 죽지 않으시길.”
시종장은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그날, 수도 전역에 황태자를 결정하기 위한 첫 번째 시험 ‘조화’가 시작되었음이 알려졌다.
* * *
“…어마어마하군.”
끝마을 9구역.
제국 서부 국경선을 따라 총 10구역이 존재하며, 그중 하나의 영지와 같은 규모를 자랑하는 9구역.
그곳은 10개의 구역 중 가장 큰 크기를 지녔으며.
“죽은 마나 비구름이 몰려온다! 대원들은 대피소로 이동해!”
“문을 걸어 잠가라!”
“영지민들을 집으로 이동시켜!”
동시에 당장이라도 죽은 마나에 침식되어 황폐화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땅이었다.
또한 서부 끝마을 중 수도와 거리상으로 가장 가까웠다.
-인간아, 저거- 저거 엄청나다!
케일은 본래는 영주성이었던 9구역 중앙성 최상층에서 서쪽에 세워진 거대한 방벽을 보았다.
더불어 그 방벽 너머.
검은 먹구름이 다가오는 것도.
“제길, 인사할 시간도 없군! 당장, 실드를 구역 전체에 둘러!”
9구역을 담당하는 변경백이 19명의 후보자들을 내버려 두고서 밖으로 뛰쳐나갔다.
“마스크를 쓰십시오!”
“죽은 구름은 30분을 넘기지 않으니, 그 후에 안내를 하겠습니다! 그동안 저희 안내를 따라주십시오!”
보좌관들이 다가와 후보자와 조력자들에게 마스크를 건네주었고, 성 고용인들은 황급히 성의 창문을 모조리 걸어 잠갔다.
죽은 마나를 두려워하는 곳에서는 일상적으로 이루어지는 일이었다.
-케일아.
닫힌 유리 창문 밖 풍경을 바라보는 케일에게로 짠돌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투둑. 투둑.
쏴아아아–
바람과 함께 검은 먹구름에서 검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비는 9구역 땅에 닿지 못했다.
구역 전체를 덮은 검은 반투명한 실드가 펼쳐졌다.
흑마법사 백여 명이 동시에 펼친 방어막이었다.
“이야.”
제로가 그 광경에 감탄을 흘릴 때, 케일은 검은 먹구름, 죽은 구름을 가만히 응시했다.
짠돌이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들렸다.
-저 먹구름 그냥 불벼락 작은 거 한 방 날리면 다 없애버릴 것 같은데?
그러게나 말이야.
케일도 비슷한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