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793
2부 35화
“진짜 용이라고?”
공격조 중 누군가 입 밖으로 흘려보낸 말에 어느 누구도 반응하지 않았다. 아니, 못 했다.
단 한 명만 반응했다.
“그래. 내가 용이지. 처음 보진 않았을 텐데?”
금빛 가루에 휩싸인 채, 얼굴의 반을 가면으로 가리고 있었지만. 백금발의 머리칼과 눈동자는 찬란했다.
‘으음.’
참모장 이안은 침음을 삼켰다.
등 뒤로 괴물이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쉽사리 용에게서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이럴 수가.’
헬슨 후작은 정화자의 곁에 검은 용이 있다고 했다. 어린 용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앞에는 다른 용이 있었다.
물론, 검은 용이 금발로 염색 마법을 사용해서 나타났을 수도 있었지만, 저 용이 사용하는 금빛 가루와 금빛 마나는 숨기려는 티가 조금도 나지 않았다.
‘놀라셨겠어.’
영상통신구는 조금 전부터 조용했다.
분명 헬슨 후작은 이 모든 광경을 보고 있음에도 어떠한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
이안은 누군가의 탄식에 잠시 시선을 돌렸다.
정체가 제대로 파악이 되지 않는 자.
용병 제로가 탄성을 흘리고 있었다.
‘음?’
이안은 더벅머리 아래, 용병 제로의 눈동자가 조금 기묘하게 보였다.
‘…맛이 가 보이는데?’
그 순간, 제로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아주 작게.
“…말도 안 돼.”
제로는 두 손끝이 저려왔다.
그의 시선이 1황자의 조력자, 또 다른 드래곤에게로 향했다.
흑발의 여인. 그녀는 옴짝달싹도 못 한 채 여전히 백금빛으로 빛나는 남자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크, 크큭.”
제로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의 눈동자에 열기가 피어올랐다.
‘이상하다 싶었어.’
1황자가 데려온 드래곤.
멸종했다고 알려진 그 존재를 연회장에서 처음 보았을 때, 제로는 다들 용이라고 하길래 용인가 보다 싶었다.
‘진짜는 이렇군.’
하지만 실제로 마주한 진짜 드래곤은 굳이 누군가 용이라고 가르쳐주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래, 이 압박감,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한 저 힘, 더불어-’
용의 주위로 몰려드는 마나.
조금 전 공격조를 향해 다가오던 검은 넝쿨의 파도와는 다른 의미로 거대한 금빛 해일이 저 드래곤을 감싸고 있었다.
저 해일은 언제라도 난폭한 파도가 되어 주변을 초토화시킬 것 같았다.
“…대장.”
제로와 함께 왔던 조력자 한 명이 입을 열었다.
“이러면 계획은-”
“입 닫아.”
수하는 제로의 살벌한 목소리에 얼른 입을 닫았다. 그리고 흠칫 어깨를 떨었다.
‘맛이 갔구만.’
제로의 눈동자가 맛이 가 있었다.
이럴 때의 제로는 건들지 않는 게 상책이었다.
“하, 하하하-!”
그때, 찢어질 듯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화이언스 가문 1공녀 미네. 그녀가 제 목을 겨눈 최한의 칼에는 시선도 두지 않은 채 에르하벤을 보며 웃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하하하, 하하하-!”
가만히 서 있던 에르하벤은 그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미네는 입을 열었다.
“헤니 위시로프–!”
그 목소리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도대체, 네 정체가 무엇이지? 너네 뭐냐고!”
소드 마스터, 엄청난 실력의 네크로맨서.
그래, 거기까지는 그럴 수 있다 생각이 들었다.
제국의 황좌를 차지하고 싶은 멸망한 왕족과 그 곁을 지키는 오래된 수호 가문, 이런 추측은 할 수 있으니까.
“용?”
미네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용이, 그것도 제대로 자란 용이 있다고? 어? 살아있는 용이 존재한다고?”
하, 하하!
그녀는 쉴 새 없이 웃었다.
“그게 말이 돼?”
그녀는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래야 자신의 공포를 감출 수가 있으니까.
“말도 안 돼!”
금빛 마나를 휘감은 용이 다가온다.
미네를 향해.
그녀는 주먹을 꽉 쥐었다.
안 그러면 손이 덜덜 떨릴 것 같았다. 이미 그녀의 몸은 잘게 떨렸다.
‘저 용이-!’
그녀는 주위를 둘러본 순간 깨달았다.
모두 드래곤이 피워올리는 아우라에 압박감을 느끼고 있지만, 그녀만큼 공포를 느끼는 경우는 없다는 걸.
제 목을 겨눈 칼끝이 신경도 쓰이지 않을 만큼의 날카로운 비수가 그녀의 심장과 맞닿아 있는 기분이었다.
‘이게 드래곤 피어인가?’
미네는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저 용은 자신에게만 드래곤 피어를 보내고 있다고. 미네는 확신할 수 있었다.
드래곤은 어느새 그녀의 앞까지 걸어왔다. 그를 막는 존재는 아무도 없었다.
“1공녀.”
에르하벤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왜 용이 네 눈앞에 있는 게 말이 안 되지?”
이 샤올렌 행성에 용은 멸종했다.
물론 미네의 옆에 용이라고 소개한 흑발의 여인이 존재했지만, 이 용은 에르하벤에게 용인지 아닌지 확신을 주지 못했었다.
하지만 조금 전 저 흑발의 여인이 마나를 일으키는 순간, 그 기이한 뒤틀림을 발견한 순간.
에르하벤은 저 용이 어떤 존재인지, 어떻게 컸는지 알 수 있었다.
‘빌어먹을 것들.’
에르하벤을 감싼 금빛 가루가 일렁였다.
지켜보던 최한은 에르하벤이 지금 상당히 분노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에르하벤은 미네의 바로 앞에 선 채 그녀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용이 살아있으면 안 되나?”
에르하벤이 살던 세계에서 하얀 별이 그러했듯이.
이 세계의 용도 사냥을 당해 멸종했으리라.
각자 따로따로 사는 용을 여럿이 가서 죽였으리라.
그리고 그 중심에는 사냥꾼. 검은 피 가문.
지금 에르하벤 눈앞에 있는 1공녀의 가문이 있었을 것이다.
“1공녀. 네 곁에도 용이 있잖아?”
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는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왜 다들 지금껏 용과 함께 있었으면서, 나를 보고 이렇게 놀라는지 모르겠군.”
문득 최한은 케일이 예전에 했던 말을 떠올렸다.
‘우리가 지금껏 운이 좋았던 거야.’
케일은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었다.
‘용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또 제 잘난 맛에 사는 존잰데.’
최한은 그 말에 지금껏 그가 만났던 용들은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라온이야, 상황이 특이했던 거고. 에르하벤 님도 특이한 용이지. 그리고 다른 용들?’
케일은 담담하게, 당연하다는 듯 말을 이었다.
‘에르하벤 님이 우리에게, 인간에게 호의적이니까. 크게 격식 안 따지고, 순한 편이시지. 그리고 에르하벤 님이 계셔서 용들을 우리가 편히 대할 수 있었던 거야.’
그 말을 하는 케일의 표정은 지극히 차분했으며, 조금은 냉정해 보이기까지 했다.
‘가장 오래 살아남은 용이 에르하벤 님이니까. 꽤 대단한 분이지.’
최한은 케일이 했던 그 말을 오늘에서야 제대로 실감할 수 있었다.
자연계 최고의 존재.
용.
그 용 중에서도 천년을 넘게 살아온 고룡이 지금 멸종되어 진짜 용을 겪어보지도 못한 인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용이 어떤 존재인지 다들 몰랐던 건가?”
미네에게로 향했던 드래곤 피어가 은은하게 그녀 주위로 퍼지며 사방을 잠식해갔다.
그 순간, 에르하벤의 시선이 움직였다.
황금보다 빛나는 눈동자가 흑발의 여인을 바라봤다.
“너, 마법 풀어.”
흑발 여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하지만 그 불안하게 흔들리는 검은 동공을 바라보는 에르하벤의 눈동자는 단호했다.
“당장.”
그 순간, 흑발 여인에게서 검은 마나가 흘러나왔다.
라온과 비슷했지만, 마나의 분위기가 달랐다.
조금 더 어둡고 가라앉은 마나.
“안 돼! 하지 마!”
그 마나를 본 미네가 발작하듯 외쳤으나, 흑발 여인은 에르하벤만 바라봤다.
에르하벤의 입가에 쓴 미소가 지어졌다.
‘…용이 다른 용한테 이런 눈빛을 보낸다니.’
흑발 여인은 동경과 경외를 담아 에르하벤을 바라보고 있었다.
같은 용임에도.
사아아아—-
검은 마나가 여인의 몸을 훑고 지나갔다.
“헉.”
누군가 숨을 들이마시며 튀어나오려는 경악을 참았다.
흑발 여인,
그녀의 온몸은 검은 거미줄로 뒤덮여 있었다.
“역시.”
에르하벤의 입꼬리가 뒤틀렸다.
그는 케일에게 눈앞의 용에 대해 이렇게 말했었다.
‘51% 확신한다.’
용일 확률 절반 이상.
‘정상이 아닌 것 같은데.’
다만 정상이 아니다.
‘케일, 마나가 저 존재 주위로 안 가는구나.’
‘그럼에도 저 존재는 강대한 마나를 품고 있다. 하지만 라온보다도 스스로를 숨기는 재주가 없구나. 마치-’
‘마치 날것과 같아. 마나를 다루는 법을 배운 적도, 제대로 연습한 적도 없는 것처럼.’
에르하벤은 검은 거미줄과 같은 핏줄로 뒤덮인 용에게 물었다.
“네 이름이 무엇이지?”
“…아페.”
“난 너와 같은 인간을 본 적이 있다.”
성자의 동생인 소드 마스터 하나.
그녀는 죽은 마나에 중독되었다가 살아났다.
그리고 여전히 소드 마스터였다.
“죽은 마나를 이겨낸 용이구나.”
에르하벤은 저 용이 조금 전에 마법을 사용하려고 할 때, 기이한 점을 발견했다.
저 드래곤이 품고 있는 강대한 마나가 움직이며 마법이 발현되려는 찰나, 그 기저에 죽은 마나가 아주 미세하게 느껴졌다.
웬만한 실력자가 아니면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의 죽은 마나였는데, 그 죽은 마나가 마나와 섞여들었다.
물론 하나로 합쳐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소드 마스터 하나가 그러하듯이 둘은 한데 엉켜들었다.
“…이러니, 헷갈리지.”
에르하벤은 바닥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는 아페를 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제 피부를 드러낸 용은 그 순간부터 고룡을 바라보지 못했다.
용은 마나와 함께 살아가는 존재.
‘아마도 이 녀석은 반대였을 것 같군.’
알일 때부터 죽은 마나 속에서 지내다가 태어났을 확률이 높았다.
그렇지 않고서는 용이 죽은 마나를 이겨내어 섞여들기는 힘들 것이다.
“넌, 확실히 용이구나.”
에르하벤은 그 말을 하고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검은 모래만을 보던 아페의 눈동자가 흔들리며 살짝 그녀의 고개가 들렸다.
그녀는 에르하벤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 순간, 미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페!”
채찍질을 하듯 날카로운 목소리였지만, 아페는 듣지 않았다.
상상만 하던, 책 속에서만 읽었던 진짜 용.
연회장에서 그녀가 저 존재를 보며 느꼈던 기시감은 틀린 것이 아니었다.
‘나보고 용이라고-’
진짜 용이 자신보고 용이라고 했다.
그리고 또 이제,
‘나는, 혼자가 아니야.’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줄, 확인해줄 같은 종족이 나타났다.
그 종족은 자신의 어둡고 더러운 검은 마나와 달리, 아름다운 금빛을 품고 있었다.
금빛이 눈처럼 그의 주위를 흩날렸다.
피식.
금빛 용은 실소를 흘렸다.
아페는 그의 손이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커헉!”
“어딜 도망가려고.”
아페는 그의 손끝에서 쏘아 보낸 마나가 죽은 마나를 짓씹듯이 내리누르는 것을 보았다.
“크윽.”
몰래 죽은 마나를 일으켜 텔레포트를 시도했던 미네는 미간을 일그러뜨렸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지?
‘저 빌어먹을 용 새끼가!’
그녀는 에르하벤과 아페를 둘 다 속으로 욕하면서도 조금씩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도망치려고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너희들-”
미네는 소드 마스터, 용, 헤니 위시로프를 향해 물었다.
“너희가 전부가 아니지?”
그녀의 목소리 끝이 떨렸다.
화이언스 가문 1공녀. 그 자리는 쉬이 유지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
기대하던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지지 않고, 갑작스러운 용의 등장에 당황했고, 아페의 행동에 분노가 치솟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저 괴물이 용을 상대할 테니까.’
검은 나무. 저것이 용을 잡아먹으려고 할 것이다.
용만큼 빨아들일 생명력이 많은 생물은 잘 없으니까.
괴물이 환장해서 용에게 달려들면, 아무리 용이라도 쉬이 못 이길 것이다.
‘용의 강함은 우리가 잘 아니까.’
용을 사냥해봤던 화이언스 가문의 기록이 내린 판단이었다.
‘아페의 목숨줄은 우리한테 있어.’
정확히 말하면 가주인 할아버지가 저 말 안 듣는 용의 목숨줄을 쥐고 있다.
그러니 결국 저 아페는 우리 손으로 돌아온다.
그러니 나만 잘 도망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저 중원에서 온 혈교 놈이 1황자는 데리고 도망칠 테니까.’
마지막 조력자인 혈교 놈은 한껏 움츠러든 채 후드로 얼굴을 가리고서 겁먹은 제스쳐를 취하고 있었다.
헤니 위시로프와 1황자 근처로, 기회를 봐서 알아서 1황자를 데리고 도망갈 놈이다.
‘…가주님에 버금가는 강자니까.’
하지만 조금씩 이성을 차릴수록 미네는 현 상황의 기묘함을 깨달았다.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이미 제로를 포함하여 이안 참모장과 4황자 등도 당황하던 것을 멈추고 기이한 점을 발견하였다.
“왜? 왜 누가 더 있다고 생각을 한 것이지?”
에르하벤은 낮은 웃음을 흘렸다.
대답 대신 저를 노려보는 미네를 향해 그는 말을 이었다.
“괴물이 도망치니까?”
검은 나무.
그것이 아까부터 조용했다.
“아니면, 괴물이 나무뿌리로 제 몸을 꽁꽁 감싸니까?”
소리 없이, 괴물은 제 나무뿌리를 호수 중심, 나무 근처로 끌고 와 벽을 만들었다. 방벽처럼.
“그것도 아니면.”
에르하벤의 손이 하늘을 가리켰다.
“지금 이 소리가 들려?”
우르르르—
별빛은 사라졌다.
밤하늘은 회색빛 구름으로 뒤덮였다.
용의 등장에 공격조원들은 놀랐지만, 이곳에서 하수인 자는 없었다.
그들은 분명 기억하고 있었다.
붉은 벼락.
나무뿌리를 가볍게 태워버리고, 괴물이 놀라서 멈추게 만들었던 그 힘.
‘정화자.’
정체를 아는 이안은 침을 삼켰다.
그녀는 품 안에 있는 영상통신구를 잡아 헬슨 후작에게 화면이 잘 보이게 조정했다.
그것밖에 할 일이 생각나지 않았다.
‘소드 마스터, 용이 둘, 거기다가 네크로맨서.’
이 전력을 이끄는 자가 정화자라고 했다.
그렇다면 정화자는 이들보다 강한 자일 터.
‘정말로, 신의 힘을 사용하는 걸까?’
영주성보다 거대한 괴물이, 제국 서부의 몰락을 걱정하게 했던 괴물이 스스로를 보호하게 만드는 존재.
“참고로 나는 싸우지 않는다.”
고룡은 미네를 보며 씨익 웃었다.
“너희들이 도망가지 못하게 지켜봐야 하고.”
1황자의 조력자. 그들의 위치와 행동은 지금도 에르하벤의 머릿속에 하나도 놓치지 않고 담기고 있었다.
도망갈 눈치를 살피는 조력자라는 녀석까지.
곧 에르하벤은 마나로 1황자 세력을 묶어둘 생각이었다.
“또 너희를 보호해야 하지.”
보호?
그 단어에 몇 명이 의문을 드러낼 때, 에르하벤의 손이 움직였다.
공격조. 그들을 감싸는 금빛 실드가 나타났다.
우르르르—우르르–
그 순간, 메리는 1황자의 뒤에 서서 그의 목을 움켜쥔 채로 입을 열었다.
“보십시오.”
그녀는 1황자에게 단언하듯 속삭였다.
“당신은 죽지 않아도 됩니다. 죽지 않아도 구할 방법을 곧 볼 겁니다.”
1황자 센더스. 그는 조금 전 용이 걸어 나왔던 방향에서, 어둠 속에서 다가오는 불을 보았다.
끼이이이—-끼이이—-
갑자기 검은 나무에게서 괴성이 흘러나오며 땅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쿠웅, 쿠웅!
넝쿨과 나무뿌리로 제 몸을 보호한 괴물은 다가오는 천적을 향해 모든 공격 수단을 끌어모았다.
-크하하하하! 태울 게 많구나! 어디 오늘 한번 불놀이를 해보자고!
케일은 산책이라도 나온 듯 느긋하게 걸음을 옮겼다.
그는 공격조원을 보호하고 있는 금빛 실드 곁을 지나 호수로 걸음을 옮겼다.
찰박.
호숫물에 케일의 발끝이 닿은 순간, 케일은 무심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호숫물부터 태울까.”
우르르- 우르르—
적금빛 전류가 조금씩 회색빛 구름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다.
파괴하는 불. 그가 가진 힘의 1을 썼을 때, 50의 출력이 나오는 세상.
케일은 제힘의 50 정도를 지금 이 자리에서 모두 쓸 작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