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801
2부 43화
삐이이—- 삐이—–
화이언스 저택 전체에 1급 긴급 신호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저택을 감싼, 황궁에 버금가는 상위 방어막은 온전했건만, 정원 곳곳에서는 폭발이 여전히 일어나고 있었다.
아쉽게도 화이언스 가문에서는 땅 밑에는 방어막을 두르지 않았다.
“이야. 그래도 대단한 가문인 건 맞네.”
복면에 가려진 케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인간아, 빠르다!
부수려고 하던 라온의 행동이 멈칫했다.
철컥. 철컥.
갑옷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저택 곳곳에서 기사와 병사로 보이는 이들이 튀어나왔다.
“공격진을 형성한다!”
“저택에 방어진을 둘러라!”
더불어 흑마법사들도 다수 저택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거나 창문을 열어 모습을 보였다.
다크엘프 숀이 당황했다.
“공자님, 생각보다 인원이 많습니다. 분명 한적해 보였는데.”
일개 가문이라기에는 상당히 많은 수의 병력이 저택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최한은 온과 홍의 털이 삐쭉 서는 것을 보았다.
많은 수만큼 그 질도 뛰어났다.
‘정갈하다.’
그리고 그들의 대처가 상당히 차분했다.
놀란 것 같지만, 그것을 행동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그들의 움직임은 매우 전문적으로 보였다.
‘…역시 검은 피 가문이라는 건가.’
그때,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던 드래곤 아페가 입을 열었다.
“저택에는 10%도 안 돼.”
이미 그녀에게서 들은 정보였다.
수도 전체가 아닌, 저택 안에 머무는 화이언스 가문 병력은 전체의 10%라고 했다.
그것도 숫자가 아닌 질로 따져서 10%라고.
‘그렇다면, 나머지 90%의 병력 수는 가늠이 안 가.’
최한의 표정이 굳어졌을 때.
태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봤자, 주인 없으면 빈집 털이지.”
최한의 시선이 케일에게로 향했다.
케일은 온과 홍의 삐죽 솟아난 털을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표정이 다들 굳었네.”
최한은 자신의 표정이 굳어졌나 싶어 얼굴 쪽으로 손을 움직이다가 멈칫했다.
복면에 가려진 얼굴은 표정이 보이지 않는다.
‘그 말은!’
최한은 그제야 다가오는 적들의 얼굴이 보였다.
기사들의 표정은 굳어져 있었다.
흑마법사들도.
“아페 님.”
“…응.”
“화이언스 저택이 침입을 당한 적이 있습니까?”
“음. 내가 알기론 없어.”
“그러면 가주가 없을 때 누가 쳐들어온 건?”
“으음. 그것도 없어.”
케일은 담백하게 말했다.
“겁날 만하네.”
온과 홍이 케일을 바라봤다. 케일은 다가오는, 포위해오는 이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먼저 다가와 주니까 좋네. 온, 홍. 라온.”
온과 홍은 둘을 쓰다듬던 투박한 손길이 떨어져 나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케일의 손가락이 향한 곳을 보았다.
그는 저택과 다가오는 모든 이들을 가리켰다.
“안개, 독.”
냐아아옹!
온이 힘차게 울며, 곧바로 앞으로 발을 내디뎠다.
동시에 일행 주변을 시작으로 안개가 삽시간에 퍼지기 시작했다.
홍이 소리 없이 온의 뒤에 바짝 붙었다.
독이 퍼지고 있었다.
철컥.
적들의 다가오던 걸음이 멈췄다.
휘이이잉—!
바람이 휘몰아쳤다.
-인간아, 우리가 저택을 다 덮겠다! 오랜만에 합을 맞춰도 우리는 잘한다! 걱정 마라!
남매의 독안개가 막내의 바람을 품으며 순식간에 저택으로 퍼져나갔다.
“늘었네.”
케일의 한마디에 온과 홍의 독안개가 한번 크게 들썩였다. 홍은 누나 온의 입가에 맺힌 미소를 보며 따라 환한 미소를 지었다.
케일은 이를 모른 채, 최한에게 말했다.
“아페 님과 함께 가.”
“…네!”
최한의 시선이 아페에게로 향했다. 아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먼저 안개 속으로 걸음을 옮겼다.
“팀장님, 부탁합니다.”
“그래.”
수이 칸. 소년의 모습으로 그도 아페와 최한의 뒤를 따라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한마디를 남겼다.
“잘 부숴봐.”
케일의 머릿속으로 라온의 칭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쉽다! 나도 털고 싶다!
그러게, 아쉽네.
케일도 아쉬웠다.
화이언스 가주의 비밀 금고면 그 안에 무엇이 들어있든 상상 이상일 터.
안 그래도 오염된 땅이 많아 광산을 어찌 받아야 하나 고민하는 케일에게, 그 비밀 금고는 꼭 가져가야 하는 노동의 대가였다.
‘별수 없지.’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까는 정원 곳곳이 폭발해 먼지구름이 일어나 최한의 검을 써도 그 모습이 가려졌지만.
‘아쉽게도 지금 최한도 나도 죽은 거라.’
최대한 정체를 숨기는 편이 나았다.
9구역에서 최한이 오러를 사용하는 것을 본 사람들이 꽤 많았다. 그중에 화이언스 가문 수족이 없다는 보장은 존재하지 않았다.
-케일, 왠지 짜증이 난 것 같구나.
케일은 짱돌의 말을 무시했다.
사실, 그는 제 손으로 금덩어리일 게 분명한 비밀 금고를 털지 못해 상당히, 아주 많이, 아쉬웠다.
그리고 그 아쉬운 만큼.
‘화끈하게 하자고.’
힘을 쓸 작정이었다.
-오오! 케일, 잘 생각했다!
파괴하는 불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케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크윽!”
“윽!”
평균 9세의 독안개에 마비가 되는 이들이 출몰하는 그 순간.
케일은 지금쯤 하얀 사막에서 붉은빛의 정체를, 흔적을 찾고 있을 화이언스 가주를 떠올리며.
“숀 님, 제스나.”
“네, 공자.”
“…….”
“다가오는 기사가 있으면 그것만 좀 막아주십시오.”
다크엘프 숀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의아했다.
‘…어떻게 부순다는 것이지? 화이언스 저택의 병력이 꽤 큰데? 최한 씨가 있어야 하지 않나?’
독안개는 저택 안까지 침입했다.
그 덕에 독안개가 닿지 않은 일행들이 저택 안에서 조금 더 편히 움직일 것이다.
하지만 꽤 큰 범위로 사용하는 독안개인지라, 온과 홍은 그 자리에 굳은 듯 서 있었다.
특히 온이 상당히 집중한 것 같았다.
‘이 정도 규모의 공간에 안개를 모조리 조종하는 것이니까.’
숀은 온의 저력에 놀라고 있었다.
물론 작은 체구의 홍이 품은 독의 질과 양에도.
-인간아, 보호는 나에게 맡겨라!
라온은 케일, 온, 홍의 주위에 몇 겹의 실드를 둘렀다.
제스나는 이미 케일의 뒤에 경호원처럼 서 있었다.
“으음.”
숀이 케일이 무엇을 할지 걱정하며 기다리던 그때.
파지직.
그는 안개 사이로 솟구쳐오르는 적금빛 벼락을 보았다.
-에이… 이번에는 2만 쓰냐?
짠돌이의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케일의 머릿속에 들렸다.
-이놈아! 2만 써도 100이잖아!
짱돌이 파괴하는 불을 타박했다.
-어, 어?
그러다가 당황했다.
휘이잉–
적금빛 벼락은 바람을 품었다.
-나도 쓰게?
허스키한 목소리가, 바람의 소리가 의아한 목소리로 말했다.
파직, 파지직.
짱돌이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 더 쓰게?
-크하하하! 그래, 10은 써야지! 그래도 절반도 안 썼잖아!
10의 힘.
그 효과는 500.
짠돌이가 좋아하며 외친 그 순간.
“뭐든 선빵 치고 빠지는 게 최고지.”
소수인 케일이 검은 피 가문을 상대하는 방식으로 정한 것은 간단했다.
‘치고 빠지기.’
다만 그 선빵을 좀 거대하게 칠 생각이었다.
지금처럼.
케일의 손이 느릿하게 선을 그렸다.
파직, 파직.
적금빛 벼락이 바람을 품은 채 케일의 손을 떠났다.
그때, 케일은 오늘 이곳에 오기 전 일행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한 가지는 단언할 수 있다.’
‘지금 우리 중에 내가 제일 파괴력이 세다.’
다크엘프 숀은 안개 속에서 움직이는 적금빛 선을 보았다.
유성우처럼, 그 적금빛은 움직였고.
유성우처럼, 이를 인지한 순간, 이미 그것은 시야를 떠나 사라졌다.
콰아아아앙—!
저택을 보호하려고 만든 흑마법사들의 방어막이 허무하게 녹아내렸다.
적금빛 벼락은 한 개가 아니었다.
총 다섯 개.
나머지 4개는 각기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콰아아아앙!
콰아아아앙—-!
저택 본관 서쪽 편 지붕이 날아갔다.
최한이 부순 담벼락 일부를 포함해, 담벼락이 그냥 녹아내리며 사라졌다.
연무장이 부서졌다. 그래, 그냥 부서졌다.
마지막.
콰아아아아—-!
하늘. 저택을 감싸던 방어막이 부서졌다.
그리고 적금빛의 빛기둥이 하늘로 솟구쳐올랐다.
“…오.”
다크엘프 숀은 옆에서 처음으로 감탄성을 내뱉는 뱀파이어 제스나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무시했다.
흑마법사의 비명과도 같은 외침이 들려왔다.
“…흑마법이, 부서졌-!”
“저 벼락에 닿으면 죽은 마나가 소멸한다!”
“말도 안 돼!”
허무하게 사라지는 흑마법사들의 방어막.
그 방어막이 사라진 자리에 회색 재가 흩날렸다.
숀은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봤다.
‘…워, 원래 이리 강했던가?’
케일 공자가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뭔가 생각과는 차원이 다르게 강했다.
무엇보다도.
‘멀쩡한데?’
숀은 다크엘프 타샤에게 한 가지 지시 사항을 들었다.
‘나도 그렇고, 알베르 저하도 걱정이 되어서. 케일 공자가 쓰러질 것 같으면 더 힘 못 쓰게 막아. 다른 일행들도 네가 막아주면 좋아할 거야.’
케일 공자는 힘을 많이 쓰면 피를 토하거나 쓰러진다.
이건 이제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알 정도로 유명한 이야기였다.
‘…혈색이 너무 좋다…….’
그런데 지금 케일은 혈색이 좋아도 너무 좋았다.
사실 로운 왕국에 있을 때보다도 지금이 더 안색이 편해 보였고, 생기가 감돌았다.
여기 있는 동안 잘 먹고 잘 잔 게 딱 보였다.
‘…좋은 일 맞지?’
숀은 왠지 모르게 찝찝했다.
‘…이러다가 꼭 거하게 사고를 친다고 타샤가 그랬는데.’
설마, 나중에 피를 토하면서 며칠씩 쓰러지는 일은 없겠지?
알 수 없는 껄끄러움을 느끼던 숀은 태연한 목소리를 들었다.
“으음. 저택을 공격할 수도 없고.”
케일의 목소리는 아주 생기가 가득했다.
은근히 신나 하는 것 같았다.
-맞다, 인간아! 저택 안에 수이 칸 팀장이랑, 최한이랑, 아페랑 있다! 그냥 지붕만 더 날리자!
케일은 라온의 목소리를 흘려들으며 생각했다.
‘최한 쪽에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어.’
아페는 비밀 금고 위치는 알지만, 그 금고를 여는 방법은 모른다고 했다.
그래서 케일은 마법의 아페와 검의 최한을 함께 보냈다.
더불어 팀장이 함께 있으니 빠른 판단이 가능할 터.
“곧 황궁에서 병력이 올 건데.”
이 난리를 부렸으니, 이제 바깥에서 여러 행동을 취할 것이고, 곧 이 저택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여들 것이다.
“화이언스 가주한테도 소식이 전해졌을 것이고.”
케일은 팔짱을 끼며 고민에 빠져들었다.
숀은 이를 황당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우리, 적지에 온 거 맞지?’
나름 비장한 결심을 하고 온 숀이었으나, 지금 상황에 자신이 한 일은 그저 멍하니 서 있는 것이 다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크윽.”
“으, 으윽.”
가장 선두에 서서 다가오던 기사들은 독에 당해 마비가 되었거나 혹은 쉬이 다가오지 못하고 경계 중이었다.
파직. 파지직.
아직도 케일 주위에 적금빛 전류가 뭉친 채 빙글빙글 돌고 있었으니까.
흑마법사들은 혼란에 가득 차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죽은 마나가 소멸당하니 공격을 시도하지도, 방어를 하지도 못했다.
저택 담 밖도 시끄러웠으나, 누구도 쉬이 다가오지 못했다.
“…허, 허허.”
숀은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러다가 어떤 소리가 들렸다.
쿠웅-!
묵직하게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였다.
“허.”
케일의 기가 찬 음성이 들렸고 숀은 다시 헛웃음을 흘렸다.
“허, 허허-”
케일은 숀의 웃음은 흘려들으며 입을 멍하니 벌렸다.
-이, 인간아! 나 가끔 생각한다! 최한은 장난이 아닌 인간이다!
꿀꺽. 케일은 침을 삼켰다.
금고가 박힌 벽이 통째로 공중으로 치솟아 올랐다.
물론 저택 지붕을 뚫고 부수면서.
아마도 아페의 마법인 듯싶었다.
물론 벽은 아주 깨끗하게 베인 것이, 최한이 검으로 벽을 도려낸 듯싶었다.
케일은 머릿속에 아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으음. 검사가 시간 없다고, 그냥 벽을 잘라서 통째로 들고 가자고 했다. 똑똑한 검사다.
소심한 목소리는 뒤이어 살짝 들떠서 말했다.
-…잘 부쉈다. 그런데 덜 부쉈다. 내가 부숴도 되나?
케일은 한숨을 내쉬다가 최한을 바라봤다.
지붕 위로 솟구쳐오른 최한은 혼자가 아니었다.
양손에 웬 사람 두 명 멱살을 잡고 있었다.
-아. 소년이 전하란다.
최한 옆에 팀장이 서서 최한에게 멱살이 잡힌 인간들을 기절시키고 있었다.
-사냥꾼으로 추정되는 사람 두 명 잡았다고 한다.
케일은 입을 열었다.
“라온. 돌아가자고 최한한테 전해줘.”
-알았다! 텔레포트 진 준비한다!
잠시 뒤, 화이언스 저택을 침입했던 의문의 세력은 텔레포트 마법진과 함께 감쪽같이 사라져버렸다.
“허억, 헉!”
“크윽, 단장님, 괜찮으십니까?”
마비독에서 겨우 풀려난 기사는 수하의 부축을 받으며 입을 열었다.
“다, 당장, 가주님께 연락드려.”
수하에게 낮게 속삭였다.
“그리고 수도에 있는 1급 사냥꾼들로 저택 방어를 해야 해.”
“긴급 경보 상황으로요?”
“그래. 이런 일은 처음이다. 가주님께서 안 계신 동안 더 방비를 해야 해, 크윽.”
저택 한구석.
부서진 저택에 드리워진 그림자 속에서 검은 매의 붉은 눈동자가 기사단장을 눈에 담았다.
유일하게 떠나지 않고 남아있던 수이 칸은 곧 날개를 펼쳐 방어막이 사라진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
그는 황궁을 비롯한 수도 곳곳에서 화이언스 저택으로 모여드는 세력을 살피며 유유히 하늘을 맴돌다가 곧 일행의 곁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