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811
2부 53화
제국 수도에서 축제가 펼쳐질 때면, 사람들은 중앙광장으로 모여들었다.
그곳에서 보통 축제의 시작을 알리기 때문이었다.
“…엄청나게도 모였구만.”
“그러게나 말이야.”
오늘, 중앙광장은 물론이거니와 광장과 닿아있는 골목길, 그리고 광장 주변의 상가와 건물 모든 곳에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 있었다.
하지만 그 분위기는 소란스러우면서도 묘하게 칙칙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열기가 맴돌고 있었다.
“지붕에 올라오니까, 훨씬 낫네!”
몇몇 사람들은 심지어 건물 지붕에까지 올라가 광장을 내려다봤다.
“…어유. 저 사람들이 다 처형 대상이라고?”
광장 중앙에 놓인 분수대. 그것을 기점으로 황궁이 있는 북쪽까지 파이 조각 형태의 공간이 있었다. 그곳은 다른 곳과의 구별을 위해 꽤 높은 분리대가 세워져 있었다.
“멀어서 후보자님들 얼굴이 잘 안 보여!”
그 분리대 안 공간에는 황위 후계자 시험에 뛰어든 후보자들이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자리했다.
“흐흐.”
용병 제로. 그는 주위를 둘러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죽는 거 구경하러 온 사람들이 아주 많네~”
오늘은 2차 시험 술래잡기의 결과를 발표하는 날이었다.
즉, 공개처형이 거행되는 하루이기도 했다.
그는 빽빽하게 들어찬 사람들을 보며 그저 웃겨 죽겠다는 듯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사람 죽는 구경이 그리 재미난가 봐. 크큭.”
수많은 관중들이 수군거리며 후보자들이 데려온 ‘술래’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제로는 그 광경이 사뭇 재밌었다.
하지만 그를 지켜보는 후보자들의 눈초리는 좋지 못했다.
“하! 미쳤군!”
후보자 한 명은 용병 제로의 어깨 너머를 바라보며 눈가를 일그러트렸다.
“…얼굴에 다 포대를 씌웠어.”
“그렇군요.”
후보자의 조력자가 이어 말했다.
“용병 출신 아니랄까 봐, 용병들 도움을 받았나 봅니다.”
제로의 등 뒤로 용병 차림의 사람들이 꽤 많이 서 있었다. 들리는 말로는 조력자가 없는 제로가 돈을 주고 고용한 용병이라 하였다.
이에 대한 점수 감점을 감수하겠다고 말하며 제로는 2차 시험을 진행하였다고 한다.
그 결과를 마주한 후보자들은 기가 막힌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짐마차만 열 대가 넘어.”
큰 대형 짐마차.
그것이 차곡차곡 제로의 주위에 세워졌다.
그리고 그 안엔 검은 포대가 씌워져 얼굴이 가려진 사람들이 모두 손발이 묶인 채 무릎을 꿇고 있었다.
“최소 스무 명은 들어찬 것 같은데.”
시기와 질투 어린 시선들이 제로의 짐마차로 향했다.
백여 명이 넘어 보이는 술래를 잡아 온 제로. 그가 어쩌면 2차 시험의 승리자가 될지도 몰랐다.
조력자와 대화를 나누던 후보자는 한숨을 내쉬듯 말했다.
“아주 떼거지로 잡아 왔어. 보나 마나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다 긁어온 것 같은데.”
“그러니까요.”
“…좋지 않아.”
그 후보자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들 제대로 된 술래를 잡아 온 걸까?”
후보자들은 제로에 미치지는 못해도 최소 열 손가락은 넘어가는 숫자의 술래들을 잡아 왔다.
이 현상이 말도 안 된다는 걸, 후보자는 알고 있었다.
“…도련님.”
조력자의 나직한 부름에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었다.
“하, 알아. 지금은 술래의 진위가 중요치 않다는 거.”
그는 겨우 한 명을 잡아 왔다.
그것도 명단에 있는 단체 소속이 아니었다.
“명단에 적힌 단체를 또 급으로 나눠, 그 급에 따라 차등 점수를 준다지? 목숨에 점수가 매겨진다니.”
“…도련님.”
“뭐, 어때. 나는 이미 탈락이야. 탈락.”
그는 명단에 있는 단체 소속원을 찾지 못했고, 대신 수도에서 살해를 저지르고 수배 중인 자를 잡아 왔다. 그나마 그가 할 수 있는 범위의 일이었다.
“도련님, 지금 주위에 황궁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상하잖아. 이런 분위기. 수도답지 않아.”
“…분명 이 상황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제국민들도 많을 겁니다. 보십시오. 다들 같은 표정은 아니지 않습니까.”
조력자의 말이 맞았다.
“저렇게나 많은 놈들이 수도에 있었다고? 그러니 화이언스 가문이나 황궁이 공격을 받은 것이지! 썩을 것들! 다 죽어버려!”
“쯧쯧쯧. 저렇게 쓰레기들이 많았구만. 그래도 우리 미래의 황제 후보님들이 잡아 오셔서 다행이야.”
이런 반응을 하는 이들도 있는 반면에.
“여보! 저 좀 들여보내 주세요! 우리 남편이, 우리 남편이 저기 잡혀 있어요!”
“어머니! 저희 어머니는 죄가 없습니다!”
“미쳤군. 공개처형을 한다고? 저렇게 많은 자들을? 학계에선 가만히 있겠다고 하던가?”
“…이건 아니야. 사람들이 미쳐가고 있어.”
공포와 혼란, 의문으로 가득 찬 사람들도 자리해 있었다.
그래서 광장은 한 가지 분위기가 아니라, 여러 감정들도 혼재되어 뒤섞여 있었다.
“집사.”
“네, 도련님.”
주위를 둘러보던 후보자는 조력자에게 말했다.
“어머니는 아무 말씀도 없으셔?”
“…가주님께서는 이번 일은 황가와 화이언스 가문 세력이 하는 일이라, 끼어들 여지가 없다는군요.”
후보자. 제국의 후작 가문. 그곳 현 가주의 세 번째 아들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의 시선이 제로에게로 다시 향했다.
“저런 자가 황제가 되면 안 되는데.”
그의 짐마차들에 실린 술래들은 모두 손발에 피가 묻어 있었다. 얼마나 격렬한 과정을 거쳐 잡아들인 것일지. 상상만 해도 후보자는 가슴이 답답해져 왔다.
저 안에 술래가 있을까?
씨익.
눈이 마주친 제로가 씨익 웃어 보였다. 그 시선에 후보자는 속으로 욕을 내뱉으며 고개를 돌렸다.
“황녀님과 헤니 위시로프는?”
“아직 보이지 않습니다.”
그 두 후보자는 아직 오지 않았다.
그에 대해, 특히 2황녀에 대해 현재 여러 말이 후보자들 사이에서 오가고 있었다.
후보자 중 한 명이 비웃음을 매단 채 입을 열었다.
“이야, 이제야 오시네.”
처형식은 이제 30분밖에 남지 않았다.
2황녀를 본 후보자들 중 몇몇은 비웃음을 흘렸다.
“포기했나 보군.”
느긋하게, 부드러운 미소를 입가에 매단 채 등장한 올리비아 2황녀. 그녀는 자신을 보며 인사를 하거나 환호하는 제국민들을 향해 손을 살짝 흔들어 인사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뒤에 서 있는 건 그녀의 치료를 맡고 있는 신관 한 명뿐이었다.
호위도, 술래도, 무엇도 그녀의 곁에 없었다.
“2차 시험에서 최하위를 받는 건 2황녀겠어.”
“그래도 건강해진 것 같은데? 데리고 다니는 신관 실력이 좋나 봐?”
비웃음을 머금은 목소리들 사이로 질시 어린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2황녀는 며칠 전에 황제궁으로 갔다던데? 시험을 치를 여력이 안 되니까, 아주, 핏줄로 들먹이는 거 아냐?”
질시를 넘어 한심해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물론 후작가 출신 후보자를 포함한 몇몇은 아무도 잡아 오지 않은 올리비아 황녀를 보며 안도하는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으음.’
그리고 올리비아 역시도 후보자들이 데리고 온 처형 대상자들의 수를 세며, 후보자들을 하나하나 눈에 담았다.
마치 무언가 평가라도 내리듯.
-인간아, 사람들 진짜 많다!
올리비아의 뒤에 서 있는 신관. 눈 아래를 하얀 천으로 가리고 있던 케일은 라온의 목소리에 주변을 살폈다.
‘대형 전투가 벌어지면 사상자가 많겠어.’
중앙광장에서 대형 전투를 벌일 생각이 없는 케일이었다.
‘음.’
고개를 돌리며 광장을 탐색하던 케일의 눈동자에 용병 제로가 담겼다.
씨익.
제로가 한껏 입꼬리를 올리며 웃어 보였다.
-인간아, 저 제로도 조금 맛이 갔다.
라온의 정확한 판단에 케일은 고개를 끄덕이며 제로의 뒤편에 자리한 짐마차를 바라봤다.
‘많이 데려왔네.’
케일이 보고로만 들었던 사람 수를 확인하며 주변 지형을 살피던 그 순간.
“황제 폐하께서 납시옵니다!”
단상 위로 시종장이 올라서며 말했다. 손에 들린 흑마법 확성기를 통해 전해진 목소리에 광장은 일순간 소란스러워졌다.
“조용!”
하지만 시종장이 한마디를 내뱉는 순간, 광장은 조용해졌다.
공개 처형식까지 남은 시간은 단 10분.
단상 위에 하얀빛을 띠는 마법진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와아아—!
조용히 하라고 했음에도, 이 순간만큼은 사람들은 터져 나오는 탄성을 참지 못했다.
제국에서 자랑하는 백마법.
죽은 마나를 쓰지만 성스러운 하얀빛을 뿜어내는 그 마법진이 단상 중앙에 펼쳐졌다.
파아앗.
그리고 그 하얀빛이 모두 가라앉았을 때.
와아아아—!
다시 한번 환호성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황제.
그리고 그 뒤에 화이언스 가문 가주 레독 화이언스, 그리고 황궁 기사단 총 단장이 나란히 서 있었다.
제국의 핵심 중 핵심이 모두 모인 격이었다.
철컥. 철컥.
단상 주위로 황궁 기사와 흑마법사들이 나타나 도열했다.
황제를 지키는 그 모습과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에 제국민들은 침을 삼키듯 환호성을 삼켰다.
기묘한 열기가 그 적막 속에서 점점 더 피어올랐다.
“폐하.”
시종장이 확성기를 황제 얼굴 아래 근처쯤에 가져갔다. 황제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의 시선이 후보자들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국민들에게로 움직였다.
“오늘은 2차 시험의 결과를 발표하는 날이다.”
황제는 별다른 제스처나 힘이 들어간 목소리를 내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위엄이 느껴졌다.
“요근래 제국을 노리는 자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오랫동안 제국 곳곳에 숨어든 채 이 땅을 오염시키려 했다.”
케일의 눈동자가 황제의 옷으로 향했다.
태산처럼 서 있는 황제. 그는 이제 목 위를 제외한 모든 몸이 옷으로 감춰져 드러나지 않았다.
검게 물든 손목이 지금은 안 보였다.
“오늘, 나의 뒤를 이어 제국을 이끌어갈 훌륭한 인재들이 그 숨어든 자들을 잡아 왔다.”
황제의 교묘한 발언. 그간 제국에서 벌어진 일이 그 명단 사람들 짓이라 확정 짓는 것 같은 말에 케일은 조금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인간아, 말할까?
케일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그의 시선이 화이언스 가주에게로 향했다.
가주는 무표정한 얼굴로 용병 제로를 보고 있었다.
무언가를 탐색하듯.
그 와중에도 황제의 여러 말들이 이어졌고, 그는 마지막으로 말했다.
“오늘의 주인공은 내가 아닌 여기 있는 미래의 황제 후보자들이다. 그러니, 그대들은 이들의 활약에 진심을 담아 박수를 보내주었으면 한다.”
황제는 그리 말하며 입을 다물었다. 시종장이 대신 입을 열었다.
“황제 폐하의 말씀이 끝이 났습니다. 폐하께서 자리에 앉으시면, 그 즉시 바로 2차 시험 결과 발표와 죄인들의 판결을 이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와아아—
몇몇의 환호가 곧 파도처럼 광장 전체에 퍼졌다.
황제는 무심한 얼굴로 기사단장의 호위를 받으며 단상 가장 북쪽에 자리한, 한 단이 더 높은 곳에 놓인 의자로 향했다.
“…….”
그 순간이었다.
황제가 걸음을 멈췄다.
채앵!
기사단장이 검을 뽑아 들며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무표정하던 화이언스 가주. 레독 화이언스도 걸음을 멈춘 채 시선을 움직였다.
그의 눈가가 일그러져 있었다.
“뭐, 뭐야?”
“저게, 지금 저게 뭐지?”
황제를 따라 시선을 옮겼던 제국민들. 그들은 하나둘 같은 곳을 바라보았고, 곧 그 입에서 의문이 튀어나왔다.
휘이이—-
바람이 불었다.
케일의 얼굴을 가리던 하얀 천이 살짝 펄럭였다.
올라간 입꼬리가 살짝 드러났다가 다시 하얀 천에 모습을 감췄다.
-인간아, 메리 왔다!
케일은 고개를 들었다. 중앙광장을 향해 날아오는 거대한 용.
하지만 진짜 용은 아니었다.
무수히 많은 하얀 해골 비행 몬스터들이 모여 거대한 용의 형상을 만들었다.
용은 날개를 펄럭이듯이, 하얀 몸체를 움직여 중앙광장까지 날아왔다.
채앵! 챙!
우웅—우우웅—
갑작스러운 상황에 황궁 기사와 흑마법사들이 각기 검을 뽑고 죽은 마나를 일으켰다.
시종장의 시선이 황제에게로 향했다.
황제의 머리 위.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공개 처형이 벌어질 공간 모두를 뒤덮은 거대한 그림자.
시종장은 입을 열었다.
“…19후보자님. 이게 무슨 일이죠?”
그 순간이었다.
댕- 대앵— 댕—
중앙광장 남쪽에 있는 첨탑의 종이 울렸다.
정각을 알리는 소리였고, 2차 시험 마감 시간이 되었다는 것을 뜻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수많은 해골 몬스터가 뭉쳐서 만들어진 하얀 용의 머리 부근을 바라봤다.
그곳에서 한 사람이 뛰어내렸다.
하지만 몬스터에서부터 시작된 검은 실이 뻗어져 나와, 그 사람의 낙하는 마치 마법처럼 부드러웠다.
타닥.
단상 아래에 내려선 헤니 위시로프.
아니, 메리는 단상 위 황제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술래를 잡아 왔습니다.”
드물게 시종장이 당황한 얼굴로, 조금은 분노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19후보자. 지금 이 무슨 예의 없는 짓입니까?”
그 순간, 메리가 손을 휘저었다.
해골 몬스터. 그들이 움직였다.
백골로 만들어진 하얀 용. 그 용의 배가 갈라졌다.
그리고 사람이 나타났다.
한 명이 아닌, 총 11명에 달하는 숫자.
그들은 모두 해골 비행 몬스터에게 뒷덜미가 잡혀 있었다.
마치 거미줄에 걸린 가련한 희생양처럼 보였다.
그 광경에 누구 하나 입을 열지 못했을 때.
메리는 질문을 던진 시종장이 아닌 황제를 바라보며 답했다.
“정화의 불 교단 교황과 주교 10명을 모두 잡아 왔습니다.”
화이언스 가주가 눈을 크게 떴다. 그 안에 놀람이 서려 있었다.
지켜보던 케일의 눈꼬리가 초승달처럼 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