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815
2부 57화
적금빛 벼락이 번쩍이며, 단상 위를 보던 이들의 눈을 붉게 물들였다.
뒤이어 화이언스 가주의 하얀빛이 터져 나왔다.
“크윽!”
화이언스 가주는 짧은 신음을 토해냈다.
하지만 그의 두 발은 뒤로 밀려나지 않았다.
“그래, 그렇게 쉽게 밀려나면 재미가 없지.”
타닥.
케일은 단상 위에 가볍게 내려섰다. 그는 가벼운 어조로 물었다.
“그래도 좀 아프지?”
파지직. 파직.
화이언스 가주의 손에는 아직 잔존하는 전류가 남아 있었다. 모두 해소시키지 못한 모습이었다.
‘이상해.’
케일은 그 모습에 일부러 비웃으면서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정도는 그냥 막아야지.’
고룡이 승패를 장담하지 못할 자 아니었던가.
그렇다면 고작 이 정도의 벼락은 그냥 없애야지.
그런데 부상이 남았다고?
“이런.”
케일은 작게 혀를 찼다.
“죽은 마나를 딴 데 썼구나.”
가주는 케일의 공격을 막는 데에 힘을 쓰지 않았다. 대부분의 힘을 다른 곳에 썼다.
그가 힘을 쓸만한 곳.
씨익.
가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는 흐트러진 백발을 뒤로 넘기며 말했다.
“늦었다.”
크아아악!
그 순간, 공중에서 누군가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비명보다는 괴성이라는 편이 더 어울리는 울음소리였다.
“크아악!”
황제가 온몸을 뒤틀어댔다.
그의 눈동자가 검게 물들었다.
정말로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단 몇 초도 걸리지 않은 사이 황제는 괴성 뒤에 곧바로 말했다.
“…깨, 깨어나라-”
하지만 그는 거기까지 말할 수밖에 없었다.
“커헉!”
수이 칸의 주먹이 황제의 배를 강하게 쳤다.
“별수 없네.”
수이 칸은 황제를 웬만하면 안전하게 데려가려고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크윽. 끄으…….”
수이 칸은 신음을 토하면서도 뭐라 말하려는 황제의 배를 연달아 강하게 때리고는 기절을 시켜버렸다.
“허억.”
황제는 짧은 숨을 삼키며 기절했다.
그리고 확인했다. 제대로 기절한 것인지.
수이 칸은 황제를 낚아채고 날아오른 직후 황제를 기절시켰다. 그럼에도 깨어났다.
화이언스 가주가 무슨 짓을 한 것이리라.
‘…황제의 온몸이 검게 변하면 죽는다고 했지?’
괴성을 내지른 순간, 황제의 눈동자가 검게 변했다. 그리고 어느새 그의 목까지 몸이 검게 물들어갔다.
삽시간이었다.
단 몇 초 만에 괴성과 함께 목 아래까지 검게 물들었다.
“…곤란한데.”
기절한 채로도 몸이 점점 더 검게 물들어갔다.
깨어있을 때보다는 속도가 덜하지만, 이대로 있다간 황제의 온몸이 검게 변할 터.
“음.”
순간, 수이 칸은 뒷목이 저릿해져 왔다.
감각이 그에게 말했다.
“뭔가 오네.”
쿠우우웅—!
거대한 울림이 한 번 울리더니,
“이런.”
콰아아아아—!
굉음과 함께 광장 분수대가 부서졌다.
그리고 무언가가 솟구쳐 올랐다.
“뱀이네.”
그냥 뱀이 아니었다.
머리 크기만 몇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뱀.
그 몸은 검었다.
그리고 그 뱀은 비늘 대신 뼈로 뒤덮여 있었다.
콰아아아–
뱀은 계속해서 위로 솟구쳐 올랐다.
“저, 저게 뭐야?”
“허억.”
광장은 갑자기 나타난 거대한 괴물에 혼란이 가중되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뱀은 거대한 송곳니를 두 개 가지고 있었다.
취이익. 취이익.
그리고 그 송곳니를 따라 떨어진 검은 액체에 닿는 모든 것이 녹아내려 갔다.
“서, 설마 저것이 황제의 힘인가……!”
후보자 중 누군가가 외쳤을 때, 비슷한 생각을 한 이들이 많았다.
“사람들을 대피시켜야 해요.”
올리비아 2황녀가 정화의 불 교황의 팔을 잡고 말했다.
“사냥꾼 사냥보다 먼저예요.”
저 멀리 멸망단 제로와 눈이 마주친 올리비아는 입을 열었다.
“황제가 기절했다고, 저 괴물이 멈출 것 같지가 않아요!”
그런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그 예감은 맞았다.
“일단 정리를 좀 해야겠군.”
화이언스 가주가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담담하게 말한 순간. 뱀은 그의 뜻을 따라 움직였다.
키이이이이—!
괴성과 함께 흑골 뱀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건 어떤 방향을 향해 움직이는 것과 달랐다.
그저 뱀은 움직였다.
마치 광장의 모든 것을 부수려는 듯.
걸리적거리는 것은 다 파괴하라는 사명만을 지녔다는 듯 거대한 뱀은 움직였다.
“도망쳐!”
“미친, 도대체 얼마나 긴 거야!”
뱀은 끊임없이 지하에서 몸체를 드러내고 있었다. 족히 20m는 넘어 보이는 듯했다.
“용보다 크잖아!”
누군가의 외침이 울려 퍼졌을 때, 광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전까지는 어느 정도의 혼란 속에서도 누구 하나 섣부르게 움직이지 못했다면.
이제는 모두 이곳에서 도망치려 몸을 움직였다.
그것이 더 큰 혼란을 불러왔다.
“밀치지 마!”
“크윽! 비켜! 비키라고!”
취이이익-
뱀의 송곳니를 타고 흘러내린 독이 그가 지나간 길을 다 녹여버렸다.
“더, 빨라지고 있잖아!”
뱀의 움직임은 처음에는 느렸다. 하지만 삽시간에 그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느릿느릿한 이가 있었다.
“넌 누구지?”
레독 화이언스는 태연하게 물었다.
그런 그를 향해 맞은 편에 선 정화자라는 자는 입을 열었다.
“이야. 지금껏 잘 연기해왔으면서, 이렇게 드러내놓고 다 죽이려고 들어도 돼?”
화이언스 가주는 어깨를 으쓱였다.
“어차피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그에 따라 계획은 바꿔야겠지. 그보다 여유롭군. 네 동료들을 믿는 건가? 네 동료 네크로맨서의 실력은 훌륭하나, 저것을 이길 정도는 안 될 텐데.”
가주는 퉁명스러운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뭔 헛소리야.”
케일은 입을 열었다.
“황제는 황궁으로 가져가. 그리고 알아서 하라고 해.”
-알았다, 인간!
케일은 멀어져가는 라온을 느끼며 화이언스 가주에게 말했다.
“나는 너만 상대하면 돼.”
“…뭐?”
케일은 가주가 의아해하건 말건 그에게로 다가가며 두 손을 펼쳤다.
파지직. 파지직.
적금빛 벼락이 그의 주위를 맴돌며 바람을 일으켰다.
“……!”
가주는 그 전류와 바람의 뒤섞임 너머로 무언가를 보았다.
수많은 검은 뼈들이 하늘로 솟구쳤다.
검은 뼈. 죽은 마나에 의해 강화된 검은 뼈는 다루기가 한없이 까다로운 물건이었다.
그리고 그 정도의 죽은 마나를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네크로맨서가 있어야 했다.
용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 크기는 20m를 가뿐히 넘어섰다.
그리고 누군가 그 흑룡의 위에 올라섰다.
“음!”
화이언스 가주는 자신에게로 쇄도하는 케일을 볼 수 있었다.
케일은 웃으며 말했다.
“저 두 조합은 아주 세거든. 웬만하면 다 이겨.”
흑룡을 조종하는 메리와 검을 뽑아 든 최한.
케일 일행은 대부분 각자 싸우는 것에 능숙한 편이다. 하지만 저 둘은 가장 합공을 많이 한 축에 속했고, 그에 걸맞게 강했다.
특히 메리와 최한은 서로 간의 대련도 많이 해서, 서로의 힘에 대한 이해도가 깊었다.
온, 홍, 라온에 버금가는 이해도를 지녔으면서, 파괴력 또한 남달랐다.
-최한아, 메리야! 인간이 알아서 하란다.
최한은 밟고 선 흑룡의 검은 뼈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러면, 저 뱀도 처리하고. 사냥꾼들도 다 잡자.”
최한은 담담하게 검은 뱀을 마주했다.
“등급 외 괴물에 비하면 약해.”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 순간, 최한은 보았다.
마치 시작 신호처럼.
콰아아아앙—-!!
적금빛과 하얀빛이 서로 부딪치며 다시 빛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최한과 메리는 움직였다.
반면에 사람들은 하얀빛과 적금빛이 터져 나오는 광경을 제대로 볼 수조차 없었다.
빛이 번쩍이며, 서로를 휘감을 듯 형태를 바꾸며 기세가 뒤섞이는 광경은 아름다우면서도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넌 누구지?”
케일의 주위로 적금빛의 불벼락이 일어났다.
파지직. 파지직.
케일의 품 넓은 신관복이 펄럭였다.
그의 주위가 적금빛으로 물들어갔다.
“대답할 생각이 없나? 내가 왜 네 형을, 네 형 집을 건드렸다는 것이지?”
우우웅—우우–
레독 화이언스. 그의 주위로 진동이 일어나며 무형의 힘이 모여들고 있었다.
죽은 마나이리라.
레독의 두 손에 하얀빛이 머금어지는 순간.
“그리고 그깟 이유로 나와 대적하려고 하는가?”
화이언스의 입이 열린 순간, 케일은 가볍게 손가락을 부딪쳤다.
탁!
적금빛 벼락이 화이언스 가주에게로 쇄도했다.
무엇이 이해가 되지 않냐고 묻는 가주에게. 케일은 답했다.
“그깟 이유라고?”
가만히 있던 짱돌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케일, 화내지 마라.
짱돌은 서서히 케일의 눈빛에 일렁이는 감정을 읽었다.
케일이 진심으로 화났다는 것을 알아챈 짱돌은 긴장했다.
케일은 나직이 중얼거렸다.
“진짜 이해가 안 되네.”
가만히 내버려 두면, 그냥 조용하게 백수 생활하면서 살 건데.
왜 가만히 못 있게 만드는 걸까.
그렇다고 건드는데 가만히 있을 순 없었다.
무너진 황궁, 타오르는 불길. 죽어간 사람들.
케일은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스스로가 별로 안 착하다고 생각했지만, 선악을 떠나 자신이 터전으로 생각하는 곳에, 앞으로 살아갈 곳이 공격을 받으면 누가 가만히 있겠나?
콰앙! 쾅! 콰아앙!
하얀빛과 적금빛이 부딪치며 굉음이 터져 나왔다.
부서지는 빛이 눈이 부셔서 사람들은 그 안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야, 사냥꾼.”
하지만 부서지는 빛은 하얀빛이었다.
적금빛은 계속해서 하얀빛을 잡아먹었다.
케일은 부서지는 빛 속에서 물었다.
“너, 로운 알지?”
화이언스의 눈동자에 이채가 떠올랐다.
“하, 거기에서 왔나?”
가주는 크게 손을 휘저었다.
거대한 하얀빛이 초승달 모양을 그리며 케일과 가주 사이를 갈랐다.
파앙-!
풍선 터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하얀 초승달이 터지며 생겨난 바람에 케일과 가주는 뒤로 밀렸다.
화이언스 가주는 저릿한 두 손을 가볍게 털며 말했다.
“실험체가 죽었던 곳이군. 그렇다면 네가 그 실험체를 죽인 자인가?”
피식.
그는 흐트러진 백발을 뒤로 넘겼다.
“케일 헤니투스. 그런 이름을 지녔던 것 같은데.”
실험체를 죽인 자.
케일은 실험체가 ‘하얀 별’을 가리키는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케일은 로운에서 그를 상대해왔으니까.
케일은 감탄했다는 듯 말했다.
“오. 가주 정도 되는 사람이 내 이름을 알고 있었네?”
“알고 있지.”
가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힘도 대부분 파악하고 있고.”
레독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자연을 품은 힘을 몇 개 사용한다더니. 그중에 죽은 마나를 상대할 때 사용한 불도 있다고 했지?’
생각보다 케일에 대한 정보는 많았다.
물론 실제로 보지 않고, 문서로 확인한 것이라서 저 적금빛 벼락을 볼 때 바로 케일을 떠올리지 못했다.
피식.
하지만 이제 알게 된 이상 문제 될 것은 없다.
‘그 정도의 불 힘이라.’
하얀 별을 상대할 정도면.
그 정도 불의 힘이면.
지금 이 정도의 위력은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래 봤자, 나에는 못 미치겠군.’
레독 화이언스는 케일의 힘 위력을 판단했고, 그러자 한결 여유가 생겼다.
‘하얀 모래 사막. 딱 그 정도 위력이 저놈의 한계다.’
그는 케일의 정체를 알게 되자, 이제 저놈의 가치를 매길 수도 있었다.
“세계를 구한 자라.”
화이언스 가주는 진심으로 반갑다는 얼굴로 케일을 바라봤다.
‘음?’
그 표정에 케일의 얼굴이 구겨져 갈 때. 화이언스 가주는 입을 열었다.
“좋구나. 아주 좋아.”
갑자기 화이언스의 기세가 달라졌다.
“네가 가진 업의 가치는 세계에 버금가지는 않아도. 인간은 넘어섰겠구나.”
그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
무언가를 음미하듯.
“그래도 여기 있는 목숨들이 다 귀중한 제물들이라, 허투루 죽게 하지 않으려고 힘을 제대로 쓰지 않았어.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화이언스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진심으로 설렌다는 듯. 기쁘다는 듯.
“네놈, 네놈을 잡아서 의식을 시행하면, 되겠어.”
우우웅—우우—-
레독 화이언스. 그가 일으킨 기운에 땅이 들썩였다.
콰직, 콰지직.
단상에 금이 가며 저절로 주변 지형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공기의 밀도가 달라지는 것 같았다. 웬만한 사람이라면 숨이 막힐 정도로 주변의 공기가 달라졌다.
“설마 내 힘을 고작 이 정도로 생각했던 것은 아니겠지?”
그 중심에 화이언스 가주는 손을 뻗었다.
그의 손에 하얀빛이 생겨났다.
마치 벼락처럼.
마치 창처럼.
그 모습은 꼭 신화에 나오는 가장 위대한 신을, 혹은 영웅을 떠올리게 하는 모습이었다.
하얀빛은 너무나도 눈부셨으며 성스러워 보였다.
“하하-”
케일은 그 광경을 보며 웃었다.
그리고 화이언스 가주를 보며 말했다.
“설마. 너야말로 내 힘을 고작 이 정도로 생각한 것은 아니겠지?”
케일은 파괴하는 불 힘을 서서히 풀었다.
그에게서 적금빛 불벼락이 치솟아 올랐다.
아름다웠다.
또한 성스러워 보였다. 하지만 무엇이든 파괴해버릴 것 같은, 난폭함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그에게서 치솟아 오른 붉은 전류는 화이언스 가주의 하얀빛과 그 기세가 비슷했다.
-케일, 힘 50 넘긴다?
물론 케일은 힘을 이제 막 반 정도 썼다.
-크큭. 죽사발을 내버리자고! 아주 압살을 시키는 거야! 맨날 피 터지게 싸울 필요 있어? 그냥 이번에는 아주 가볍게 뭉개버리는 거야! 크하하하하!
파괴하는 불의 광기에 섞인 목소리를 들으며 케일은 힘을 더 끌어 올렸다.
“바보 아냐?”
그는 하얀빛을 향해 걸어갔다.
“뭐?”
미간을 찌푸리는 화이언스 가주에게 케일은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아니, 상성에서 너무 밀리잖아.”
성스러워 보이는 하얀빛.
그것은 케일의 적금빛에 닿는 순간, 순식간에 재가 되었다.
“죽은 마나를 아무리 써도 나한테 안 된다니까? 이해가 안 돼?”
케일은 갑갑하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었다.
-힘 60 쓴다?
파괴하는 불이 조심스럽게 말했고, 적금빛이 하얀빛을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