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818
2부 60화
한 저택의 기둥이 무너졌다.
“으아악–!”
“도, 도망쳐- 끄아아, 악!”
고풍스러운 저택에 있던 이들이 허겁지겁 저택 밖으로 도망쳐 나왔다.
하지만 저택 밖으로 도망쳐 나온 이들은 다시 도망쳐야 했다.
“비켜, 비키라고!”
“끄윽, 저게, 저게 뭐야!”
정원에 있던 이들도, 거리에 있던 이들도.
아니, 근방에 있던 모든 이들이 도망치고 있었다.
뒤를 돌아본 한 사람은 공포에 가득 차 숨을 들이켰다.
“허, 허억, 헉!”
검다.
검은 언덕이, 서서히 그가 있는 곳으로 온다.
‘이게 무슨 일이야!’
귀족 가문 저택이 모인 곳. 그중에서도 이곳은 화이언스 저택과 황궁이 가까이에 위치해 있어 수도에서 가장 좋은 터라고 여겨지는 땅이었다.
“왜, 왜-?”
하지만 지금 이곳은 지옥이 되어버렸다.
수도 광장에서 폭발음이 들리며,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그를 비롯한 저택 고용인들은 저택 안에 모여들었다.
그 저택뿐만이 아니었다.
귀족가 저택에 모인 이들은 될 수 있으면 저택 안에 머물렀다.
귀족 저택들은 흑마법 방어막이 잘 되어있는 편이라, 수도에서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나마 이 저택 안이 안전했으니까.
더불어 웬만한 일이 아닌 이상, 귀족 저택가 그것도 황궁 근처가 공격받을 일은 없겠다 싶었다.
물론 황궁에서 불길이 치솟아 올랐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왜 갑자기 이곳에서 일이 터진단 말인가!
평소라면 조용했을 귀족 저택가, 황궁 근방이었다.
하지만 중앙 광장에서 폭발음이 들리고 나서는 일부 사람들이 이 방향으로 움직였다.
주로 이곳에서 일하는 고용인들이 보기에는, 평소라면 이곳에 오지 않을 법한 차림의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그 사람들을 붙잡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겁니까?’
‘지금 전투가 벌어졌어요! 광장이 모조리 부서지고 있어요!’
광장에 몰려있던 사람들이 전투를 피해 일단 광장을 벗어나 수도 곳곳으로 도망쳤다고 한다.
‘전투요?’
‘네! 하, 미치겠네! 황궁이랑 화이언스 가문이- 하, 진짜.’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립니까?’
그때였다.
콰직, 콰지직-!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그에 몇몇 사람들이 미간을 찌푸리며 외쳤다.
‘역시 화이언스가 근처로 오는 게 아니었어!’
‘이쪽 말고 반대로 갔어야 했는데!’
하지만 그 외침은 곧 비명이 되었다.
‘저, 저게 뭐야?’
‘…미쳤어, 미쳤다고!’
그리고 지금 사람들은 도망치고 있었다.
콰직, 콰지직-!
화이언스가에서 솟구쳐오른 검은 무언가.
그것은 처음에는 저택 크기 정도였다. 하지만 순식간에 커지더니, 언덕이 되어 움직였다.
처음에는 황궁 방향으로 움직이던 그것은 이내 방향을 틀었다.
“허억, 헉! 허억!”
도망치던 이는 식은땀이 났다.
어두워졌으니까.
정확히 말하면 그의 머리 위로 그림자가 지며, 그의 몸이 그림자 속에 갇혔다.
그는 덜덜 떨며 고개를 뒤로 돌렸다.
“…아.”
검은 언덕.
그것이 어느새 가까이 다가왔다.
“…으…아…….”
어느 정도 시야 범위에 들어온 검은 언덕은 언덕이 아니었다.
검은 몸집, 거기에 무수히 많은 검은 눈이 자리해 있었다. 그 눈들은 쉴 새 없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헉!”
그중의 하나가 그를 바라봤다.
‘…아-’
말이 나오지 않았고, 생각이 이어지지 않았다.
그의 눈에는 그저 검은 언덕과 그것이 지나간 자리. 모든 것이 검게 변한 땅만이 눈에 들어왔다.
저 검은 것이 지나간 자리는 오염되었다.
단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나, 나도 저렇게-’
나도 저렇게 되는 걸까.
“비키십시오!”
그 순간이었다.
“윽!”
그의 몸을 누군가 잡아당겼다.
“누, 누구?”
붉은 옷을 입은 사람이 그를 잡아당겨 다른 사람에게 넘겼다.
“옮겨!”
“알았다고, 명령하지 마!”
용병으로 보이는 이가 황급히 그를 짊어지고 뒤로 빠졌다. 그제야 그는 주위가 눈에 들어왔다.
곳곳에서 용병과 처음 보는 신관복을 입은 이들이 주변의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있었다.
“더스트 주교님!”
“그래!”
그리고 그 괴물에게로 가까이 다가가는 이가 있었다.
“불이여! 어둠을 물리칠 힘을 주소서!”
노인이 외친 순간, 그의 주변에 있던 이들이 같은 말을 외쳤다.
우우웅—우웅—
그들 주위로 붉은 아우라가 일어났다.
그 순간이었다.
각기 다른 곳을 보던 검은 언덕의 눈이, 비록 거대한 언덕의 한 일면에 불과할지라도, 수백 쌍에 달하는 눈이 그들에게로 향했다.
“1선 방패! 2선 공격!”
더스트 신관은 지시를 내리고는 대검을 잡아들고서 검은 언덕에게로 향했다.
검에 붉은 기운이 맺혔다.
촤아아악—!
검은 언덕을, 붉은 기운을 머금은 검이 베었다.
‘이런.’
더스트는 무표정했지만, 속으로는 난색을 표했다.
‘…공격이 조금밖에 미치지 않아.’
정화의 불. 그 본질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래도 주교인 더스트는 교황 다음으로 가장 큰 힘을 지닌 이였다.
그런 그가 혼신의 힘을 담아 검을 휘둘렀다.
‘겨우 저 정도라니!’
1m 정도의 검상이 괴물의 몸에 남았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다.
언덕과 같은, 산이 되어가는 괴물에게 그의 검이 남긴 흔적은 별것 아니었다.
“공격을 멈추지 마라!”
하지만 더스트는 목소리를 높여 공격을 이어갔다.
“복구가 되지 않는다! 그러니 계속해서 공격해!”
검상은 깊지 않았다.
하지만 복구되지 않았다.
정화의 불. 그 힘이 이 괴물에게 확실한 상처를 남긴다는 소리였다.
“다른 공격은 통하지 않는다! 기억하도록, 정화의 불 힘이 담겨야 해!”
더스트가 주변을 보며 외친 순간.
“주교님! 피하십시오!”
바로 뒤에 있던 신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에 잠시 주변을 둘러보던 더스트의 눈동자가 다시 정면, 괴물에게로 향했다.
“…이런.”
상흔.
거기에서부터 검은 연기가 흘러나왔다.
지독하다.
죽은 마나인 것은 분명하나, 그것을 넘어서는 독이 느껴졌다.
그 검은 연기를 보며 더스트는 한탄했다.
‘우리가 잘못된 판단을 했다.’
사냥꾼들이 화이언스 저택으로 도망가자, 그쪽에 모아두고 해치우려고 했다.
적 중 소드 마스터와 같은 자들이 있으니, 아무래도 모아두고 아군의 수로 상대해야겠다 판단했다.
‘판단 착오다.’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판단이었다.
인명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광장에서 어떻게든 묶어둬야 했다.
‘…제 편을 죽일 줄이야.’
화이언스 저택에 도착한 적들은 갑자기 그 안에 있던 고용인과 병사, 기사 등등 아군을 죽였다.
‘새로운 업을 만들자!’
그렇게 외치며 제 편을 죽이더니 곧 저택 지하에서 저 검은 것이 치솟아 올랐다.
그리고 모든 것을 잡아먹기 시작했다.
“주교! 뭐 하는 겁니까!”
“아.”
생각에 잠겨 있던 더스트 신관은 호통치듯 엄한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교황님!”
“비키세요!”
교황은 주교를 지나쳐 두 손을 뻗었다. 그녀의 신관복이 펄럭였다.
그녀의 주위는 붉은 기운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케일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주변에서 넋을 놓고 볼 만큼 거대한 기운이었다.
“불이여, 일어서라!”
그녀의 손이 땅을 짚었고, 뒤이어 그녀가 외친 순간.
얇은 붉은 벽이 땅에서부터 솟구쳤다.
검은 연기가 그 붉은 벽과 부딪쳤다.
취이이익–
타는 소리와 함께 더 이상 검은 연기가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끼릭. 끼리릭.
수천, 어쩌면 수만 쌍이 될지도 모를 눈동자의 일부가 붉은 벽을 보더니 이내 다른 방향을 바라봤다.
“허억. 헉.”
“교황님, 괜찮으십니까?”
주교는 다급히 교황을 부축했다. 그녀의 얼굴은 땀범벅이었다.
“주교. 저 괴물은 생명체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고 있어요! 황궁으로 가려던 방향을 바꾼 것도 사람들이 많은 쪽으로 가려는 게 틀림없습니다!”
저 검은 괴물은 정화의 불 힘이 일단 모습을 드러내면 한발 물러서거나 주춤거렸다.
지금 주교들은 저 괴물을 빙 둘러싼 채, 신관들을 이끌고 정화의 불 힘으로 어떻게든 괴물의 움직임을 저지하려고 노력 중이었다.
하지만 쉽지가 않았다.
“버텨야 합니다.”
교황이 말한 순간, 검은 눈들이 다시 이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거대한 몸이 움직였다.
취이이이익——
붉은 벽에 검은 언덕이 닿았다. 연기가 일어나고 부글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언덕은 계속해서 움직였다.
붉은 벽을 결국은 부수고 말겠다는 듯.
“제길!”
교황은 거친 말을 내뱉으며 두 손을 앞으로 뻗었다.
그녀의 손에서 뻗어져 나온 붉은 기운이 무너지려는 붉은 벽으로 향했다.
“교황님을 도와라!”
그 옆에 주교와 신관들이 달려들어 힘을 보탰다.
그때, 신관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그 목소리는 절박했다.
“정화자님은 언제 오십니까?!”
쩌저적–
붉은 벽에 금이 가고 있었으니까.
“빌어먹을!”
교황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결국 괴물은 정화의 힘 앞에서 주춤했지만, 결국은 피해를 감수하고 이 힘을 부수기로 결정한 듯싶었다.
그에 비해, 정화의 힘은 저 검은 괴물에 비하면 부족했다.
쩌저적—
금이 가던 벽이.
콰앙—!
결국 부서진 순간.
“물러나선 안 된다!”
교황은 외쳤다.
“여기에서 더 물러서면 안 돼!”
삽시간에 커진 괴물을 미처 막지 못했으나, 이제는 막아야 한다.
이 방향으로 조금 더 가면 사람들이 많았다.
지금 성문을 열어, 그 밖으로 사람들을 내보내고 있었지만, 아직은 시간이 부족했다.
스아아아—
그때, 검은 몸집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교황의 눈동자가 커졌다.
‘…이런.’
수만에 달하는 눈동자. 그 눈에서 일제히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
저 검은 연기는 마치, 이 땅의 밖.
오염이 된 땅. 그것도 아주 지독히 오염된 땅에서 보이는 죽은 마나 안개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저것이 공기를 타고 퍼지면-
결국 사람들은 죽을 것이다.
“아.”
그 순간, 교황은 한 곳을 바라봤다.
거대한 언덕.
그 언덕을 향해 달려드는 흑룡을 보았다.
쿠웅! 쿵! 쿵!
땅에 내려선 흑룡이 온몸을 던져 거대한 언덕을 막아내고 있었다.
아니, 밀어내려고 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있는 쪽으로 가지 못하게.
“아.”
하지만 그 흑룡, 뼈로 된 검은 용을 검은 언덕은 안았다.
말 그대로, 수십 미터에 달하는 검은 용을 그대로 제 품에 집어삼켰다.
통째로 잡아먹으려는 듯.
쿠웅, 쿵! 쿠웅!
반발하듯 흑룡이 움직였다.
그에 따라 흑룡과 닿은 검은 언덕의 일부가 젤리처럼 기괴한 형태로 변하며 어떻게든 흑룡을 덮치려 했다.
“…아.”
네크로맨서가 왔구나.
그리 생각하던 교황의 눈동자에 일순간 힘이 빠졌다.
흑룡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
힘을 잃은 듯, 가만히 다가오는 검은 언덕을 맞이했다.
‘이런-’
지켜보던 이들의 눈동자에 허무함이 맺히려던 순간.
“아!”
교황은 무언가를 보았다.
검은 연기를 내보내던 수만 개의 검은 눈.
그 눈들이 연기를 거둬들였다.
그리고 그 동공이 한쪽으로 움직였다.
단 한 방향을 일제히 바라봤다.
흑룡을 잡아먹던 것도, 붉은 벽을 부수려는 것도.
검은 언덕은 모두 멈췄다.
교황은 그 모습에 단박에 알아챘다.
“오셨구나!”
그녀의 눈동자가 괴물과 같은 곳을 바라봤다.
적금빛을 휘감은 사람이 다가오고 있었다.
정화자.
그분이 왔다는 것을 인지한 그 순간.
우르르—!
하늘에서 짧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교황은 순간 온몸이 섬뜩해지는 감각에 고개를 들었다.
하늘을 바라봤다.
거대한 힘.
파괴적인 무언가가, 느껴진 그 순간.
콰아아앙—!
한 줄기의 붉은 벼락이 검은 언덕에 내리꽂혔다.
순간 사람들의 시야가 붉게 물들었다.
끼이이이이이—–!
처음으로 검은 것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시야에서 붉은빛이 금방 사라졌다.
교황은 방패처럼 무언가를 두른 채 한껏 몸을 움츠린 검은 언덕을 볼 수 있었다.
검은 언덕은 꽤 멀쩡해 보였다.
하지만 교황의 입가에는 미소가 어렸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교황님-”
신관들이 떨리는 목소리로 교황을 불렀다. 그녀 옆의 더스트 주교는 두 손을 맞잡고 있었다.
“교황님.”
그도 그녀를 불렀지만, 교황은 확신했다.
이들 중 어느 누구도 자신을 보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
신관들뿐만이 아니라, 멸망단 단원들도, 제국민들도 자신과 같은 것을 보고 있을 것이라고.
교황은 믿었다.
우르르—
교황은 하늘을 바라봤다.
하늘이 회색 구름으로 뒤덮이고 있다.
그리고 그 구름 사이로 적금빛이 보인다.
“…시작이구나.”
교황은 간신히 시선을 돌렸다.
그 눈동자는 근방에 무너지지 않은 건물의 지붕 꼭대기에 서 있는 정화자.
케일 헤니투스에게로 향해 있었다.
-인간아, 저 눈 징그럽다!
케일은 라온의 목소리를 흘려들었다.
수만 개의 검은 눈들이 일제히 케일을 바라보고 있었다.
-인간아, 그리 웃지 마라! 아니, 그리 웃어라!
라온이 말을 번복하더니, 이내 조심스럽게 물었다.
-인간아, 그런데 진짜로 피 안 토하고, 기절 안 하는 건가?
아까 피식 웃으며 케일의 말을 믿지 않던 라온이, 다시 우물쭈물 물어왔다.
피식.
케일의 입에서 바람 빠지는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인간아, 그렇게 웃지 말고, 답해 주-
“어.”
케일은 손에 맺힌 적금빛 전류를 느끼며 답했다.
“피 안 토해. 안 쓰러져.”
그 순간, 케일의 손이 하늘에서 땅으로. 위에서 아래로 내리그어졌다.
우르르–!
하늘이 울음을 멈췄다.
적금빛이 잿빛 구름을 헤치고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빠르지 않았다.
벼락처럼 순식간에 내려치지 않았다.
그저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 그것은 하나의 빛기둥이 되어 아래로 내려섰다.
마치 오로라가 하나의 원형 기둥이 되어 땅으로 내려오는 것 같았다.
아름다웠다.
정말로.
하지만 누구도 그 빛을 향해 손을 뻗지 않았다.
아름다운 만큼, 무서운 힘이 담겨 있다는 것을 본능이 알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