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822
2부 64화
케일의 시선이 한쪽으로 움직였다.
“쟤는 왜 안 일어납니까?”
무심히 건넨 물음에, 수이 칸은 제 아래를 내려다봤다.
그의 의자를 대신하고 있는 누군가의 등이 보였다.
“깨어나면 자꾸 발작을 해서, 그냥 계속 기절시키는 중이야.”
엎어져 있는 이는 황제였다.
얼굴을 제외하고는 거멓게 물든 황제.
“잘했어요.”
“별말씀을.”
케일의 칭찬에 수이 칸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받아들였다.
“…미친놈들.”
혈교 7호는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가 최한과 시선이 부딪쳤다.
“……!”
그 서늘한 시선에 저도 모르게 시선을 피했다.
혈교 7호를 끊임없이 기절시켰던 놈이 최한이었다.
“자, 그러면 이제 이야기를 나눠볼까?”
케일은 공동 안에 자리한 사람들을 둘러보며 유쾌하게 말했다.
현재 공동 안에는 기절한 황제를 비롯하여 아직 제정신인 혈교 7호, 가주, 시종장이 자리해 있었다.
또, 수이 칸과 최한이 케일과 함께였다.
나머지 인원은 현재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
‘애들은 에르하벤 님을 따라갔지.’
고룡은 세계수를 심을 만한 터를 알아보러 드래곤 아페와 함께 이동했다.
라온이 아페의 곁을 맴돌다가 덩달아 온, 홍과 함께 에르하벤과 가버렸다.
‘잘됐지.’
케일은 온, 홍, 라온이 없자,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입을 열었다.
“너 왜 그래?”
그의 눈동자가 한 곳을 직시했다.
“…….”
화이언스 가주. 레독 화이언스.
그 자신만만하던 놈이 지금 케일의 시선을 과하게 피한다.
정말로 과하게.
피식.
케일은 웃음소리가 들린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왜 그럽니까?”
팀장 수이 칸이 케일의 물음에 말 대신 행동으로 답했다.
그는 무릎을 꿇고 있는 가주에게로 다가갔다.
“크윽!”
가주는 수이 칸의 손길을 벗어나려고 했지만, 수이 칸은 무심한 손길로 가주의 상의를 걷어냈다.
“어?”
케일은 가주의 어깨를 바라봤다.
“어?”
그리고 수이 칸을 한 번 더 쳐다봤다.
“…….”
케일의 시선이 다시 가주 어깨로 향했다.
“…정화됐네?”
-헐.
가만히 있던 짠돌이가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이게 되네?”
케일이 저도 모르게 툭 내뱉은 말에 화이언스 가주의 눈동자에 불길이 일었다.
“뭐? 이게 되냐고? 그러면 모르고 한 짓이란 말이냐!”
퍼억!
“크윽!”
하지만 그는 곧 고개를 숙여야 했다. 수이 칸은 가주의 뒤통수를 후려친 손을 대충 털어내며 그의 머리통을 잡아 제대로 앉혔다.
“…….”
“…….”
혈교 7호와 시종장이 진심으로 놀란 얼굴로 가주의 어깨를 바라봤다.
그곳에는 번개 모양의 화상 자국이 남아있었다.
상당히 아파 보였다.
하지만 그것이 중요치 않았다.
번개 모양을 따라, 검게 물들었던 화이언스 가주의 어깨부터 가슴까지가 본래의 피부색으로 돌아와 있었다.
물론 화상으로 인해 벌겋게 변했지만.
-이야! 우리 힘이 죽은 마나에 물든 사람도 정화할 수 있다니! 케일, 우리 진짜 멋있다!
짠돌이의 방정맞은 목소리를 케일은 깔끔히 무시했다.
“잘됐네.”
케일은 덤덤하게 화이언스 가주를 내려다봤다.
“이참에 너 다 정화시키자.”
“…! 안 돼-!”
화이언스 가주는 끔찍하다는 표정으로 케일을 바라봤다.
‘…진심으로 끔찍해 하는 표정인데?’
케일은 단순히 힘을 잃는 것이 두려워 짓는 표정이라기에는 그것보다도 더 끔찍해 하는 표정에 의아했다.
“고통이 상당한가 보더라고.”
그 의문은 수이 칸이 해결해주었다.
“어젯밤 이 녀석 감시를 내가 맡았는데.”
가주는 수이 칸이, 나머지는 최한이 맡았다.
“상당히 앓더라. 인내심이 강해 보이기는 하던데.”
“오.”
케일은 짧은 감탄과 함께 가주의 안색을 살폈다.
“흐음. 식은땀이 심하게 나기는 하네요. 안색도 안 좋고.”
“그래. 지금 아마 네 앞이라서 참는 거 같다. 밤이 되니까, 그냥 기절시켜 달라고 하더라고. 고통이 상당한가 봐.”
가주는 자신을 사이에 두고 대화를 나누는 케일과 수이 칸을 질색한 얼굴로 바라봤다. 하지만 뭐라 말을 할 수 없었다.
‘끔찍해.’
이런 고통은 처음이었다.
번개 흉터를 중심으로 그 부분의 살을 벌레가 야금야금 아주 조금씩 씹어먹는 느낌이었다.
거기다 더해, 그렇게 씹히려고 깨물릴 때마다 상당한 고통이 느껴졌다.
파지직. 전류가 이는 듯한 고통에, 불에 타오르는 듯한 고통까지.
세 가지 고통이 함께 찾아왔다. 쉬지 않고.
끔찍하고 또 끔찍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끔찍한 것은.
그 고통 속에서 그가 가진 힘이 줄어들고, 소위 말하는 ‘정화’가 되어갔다.
씨익.
“……!”
가주는 눈이 마주치자 웃는 케일의 얼굴을 본 순간,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그냥 죽여줘!”
그래, 차라리 그냥 죽여줘.
“어차피 죽일 거 아닌가? 그냥 죽여줘! 나 같은 놈 살려서 뭐 하게? 응?”
“그래.”
“…어?”
화이언스 가주는 손쉽게 대답하는 케일을 멍하니 바라봤다.
“내가 원하는 바를 잘 대답해주면, 그냥 죽여줄게.”
당황해하는 화이언스 가주의 입이 열리기 전에, 케일은 먼저 물었다.
“로운의 왕을 어떻게 한 것이지?”
“…….”
화이언스 가주의 입이 딱 다물어졌다.
그 순간, 케일은 손을 뻗었다.
파지직. 파직.
그의 손안에 적금빛 전류가 일렁였다.
“!”
가주가 황급히 입을 열었다.
“나, 나는 모른다!”
“…뭐?”
“로운 왕궁에서 일어난 일은 내 소관이 아니다! 나도 몰라!”
케일은 그 모습에 살짝 눈썹을 일그러트렸다.
‘진짜 같은데?’
가주의 반응은 진짜 같았다.
‘그러면 이상한데?’
케일의 입이 열렸다.
“그러면 왜 오르세나 공작가에서 백마법을 사용한 것이지?”
로운 왕궁이 무너지고, 왕이 사라지는 동안.
수도에서는 오르세나 공작가가 불타고 있었다.
더불어 오르세나 공녀가 사라졌다.
거기서 유일하게 살아남았던 공작가 막내 공녀는 ‘백마법’을 언급했다.
“그, 그건-”
이전과 다른 표정으로 화이언스 가주는 말을 더듬었다.
그 모습에 케일은 파괴하는 불을 머금은 손을 앞으로 뻗으며 한마디 했다.
“오, 망설이네?”
“제길!”
가주는 거친 말을 내뱉더니, 코앞으로 다가온 적금빛을 본 순간 힘이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오르세나 공작가도 내 소관이 아니다.”
“흐음.”
케일의 손이 바로 가주의 다리로 향했다.
“하, 하지만 도와줬어!”
곧바로 가주가 외친 말에 케일의 손이 멈췄다. 대신 케일의 시선이 가주가 아닌 다른 곳으로 향했다.
“너, 표정이 이상하다?”
혈교 7호. 그는 케일의 말을 듣는 순간, 한 방울의 식은땀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어, 언제 내 표정을 본 거지?’
가주를 보고 있던 거 아니었나?
혈교 7호가 놀라든 말든 케일은 레독 화이언스에게 지시했다.
“계속해.”
“…혈교 쪽과 우리는 현재 협력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한번 케일의 눈치를 살피던 그는 입을 열었다.
“혈교 쪽에서 우리의 일을 도와주는 대가로 가끔씩 함께 일을 하길 요청했고. 오르세나 공작가는 그 일 중 하나였다.”
“우리의 일이라는 게 강시인가?”
“그래.”
“그러면 혈교가 왜 오르세나 공작가에서 일을 벌인 것인지 알아?”
“그건-”
가주가 입을 연 순간, 옆에서 나직한 음성이 들려왔다.
“가주.”
혈교 7호가 표정이 없는 얼굴로 가주를 바라보고 있었다. 더 이상 말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듯.
“크윽!”
하지만 혈교 7호는 뒤통수를 후려치는 통증을 느끼며 정신을 잃어갔다.
“…또……!”
그가 짓씹듯이 내뱉은 말은 문장을 완성하지 못했다.
최한은 기절한 혈교 7호를 한쪽으로 옮기며 케일에게 말했다.
“편히 하십시오.”
“…그래.”
케일은 잠시 침묵하다가 고개를 끄덕였고, 가주는 질린 얼굴로 힘없이 말했다.
“왜 오르세나 공작가에서 혈교가 그런 일을 벌인 것인지는 나도 잘 모른다.”
“모른다?”
“다만!”
다시금 적금빛을 들이밀려는 케일의 행동에 가주는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
“현재 혈교는 중요한 시기다.”
“…….”
빤히 바라보는 케일의 시선에 가주는 기절한 7호를 힐끗 보고는 말했다.
“곧 정사마 대전을 일으킬 계획이라고 한다.”
정사마 대전.
그 단어에 케일의 눈동자에 이채가 감돌았다.
모름지기, 다년간 장르소설 독자로서 판타지에, 부족하지만 무협 소설을 몇 권 읽었던 김록수는 정사마 대전을 듣자마자 그려지는 그림이 있었다.
정사마.
정파.
사파.
마교.
이 세 세력이 일반적으로 무협 세계인 중원을 대표하는 무인 세력이라 할 수 있었다.
그 세 세력 간의 큰 전쟁을 혈교가 중간에서 수작을 부려 일으키려 한다는 소리였다.
‘만약에 정사마 대전이 제대로 벌어진다면.’
중원은 수많은 전투로 인해, 온 산천이 피로 뒤덮일 것이다.
그 싸움에서 무인만 죽으면 다행이겠지만.
‘이 사냥꾼 놈들 하는 걸로 봐서는, 무인들뿐만 아니라 일반인, 나아가 군부까지 끌어들이겠지.’
느낌이 온다.
‘이거 더 난장판이겠는데.’
샤올렌보다 더 심한 난장판이 혈교가 있는 중원에서 펼쳐질 것 같았다.
“정사마 대전과 오르세나 공작가가 무슨 상관이지?”
“…정사마 대전과 함께 새로운 신녀를 뽑는 시기다.”
“신녀?”
“그래.”
화이언스 가주는 한숨을 한번 내쉬고는 말을 이었다.
“네가 혈교가 있는 차원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혈교는 그들의 신인 혈마가 있고, 그 신을 돕고 보필하며 하늘의 뜻을 전달하는 신녀라는 위치가 있다.”
아는 건데.
케일은 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냥 들었다.
최한이나 수이 칸은 잘 모를 테니까.
“현 혈마는 다음 대의 후계자를 정하기 전에 먼저 새로운 신녀를 뽑는 과정을 거친다.”
“그러니까, 너는 혈교에서 무슨 짓을 벌이는지 자세히 모르지만. 정사마 대전과 신녀 선출. 이 두 가지 중에 한 가지 이유로 오르세나 공작가에 일이 벌어진 것 같다고 추측한다는 건가?”
“그래.”
“생각보다 순순히 다 말해주네?”
그 물음에 화이언스 가주는 한쪽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나 혼자 죽을 수는 없으니까.”
“그래. 나도 가만히 보니까 너희 사냥꾼 가문들끼리는 경쟁 관계인 것 같더라고.”
케일은 그럭저럭 만족할 만한 대답을 얻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그래서 로운 왕궁은 누가 벌인 거야?”
“…….”
가주는 입을 다물었다.
케일은 잠자코 기다렸다. 가주의 눈동자에 서리는 공포를 보았으니까.
그는 적금빛을 보면서도 또 다른 공포를 떠올리고 있는 듯했다.
“…나를 정말 죽일 것인가?”
“그래.”
물론 케일은 죽일 생각 없다.
최대한 정보를 빼낼 작정이니까.
“…죽여준다고 했으니, 답하겠다.”
가주는 눈을 질끈 감았다가 뜨며 답했다.
“오색-”
그 순간이었다.
“케일 님!”
“이런!”
최한이 케일을 잡아당겼고, 수이 칸이 가주의 뒷덜미를 잡아 뒤로 던져버렸다.
콰아아아앙—-!
뒤이어 폭발이 일어났다.
화이언스 가주의 몸이 터지며 폭발했다.
정말 순식간이었다.
가주의 얼굴에 핏줄이 불거졌고, 그에 이상함을 느낀 수이 칸과 최한이 손을 쓴 찰나. 가주는 폭발과 함께 죽었다.
“…뭐야?”
케일은 폭발이 생겨난 자리를 바라봤다.
가주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대신 검은 피만이 일부 그곳에 맺혀 있었다.
“지금 오색 피를 언급해서 죽은 건가?”
케일의 물음에 답하는 이는 없었다.
그는 천천히 시선을 내려 유일하게 정신을 차리고 있는 이. 시종장을 바라봤다.
시종장은 오랫동안 비밀리에 화이언스 가주를 위해 일해온 최측근이라서 이곳에 잡혀 왔다.
그는 가주가 죽은 자리를 보며 과하게 덜덜 떨고 있었다. 가장 두려운 것을 보았다는 듯.
“…대화가 조금 길어질 것 같네.”
케일은 담담하게 말하면서도 알 수 없는 찝찝함을 느껴야 했다.
오색 피.
그 희한한 이름을 가진 가문에 대한 껄끄러움이었다.
* * *
톡톡톡.
케일은 소파에 앉아 테이블 위에 올려둔 물건의 표면을 두드렸다.
톡톡톡.
아무 반응이 없자, 케일은 다시 두드렸다.
톡톡톡.
“대답 안 하냐?”
그 순간.
우우웅—우웅–
거울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넌더리가 난다는 듯.
아니면 조금 무섭다는 듯.
케일은 죽음의 신이 준 신물인 거울을 내려다보며, 미소와 함께 사근사근하게 말했다.
“자, 우리 결산을 내어볼까?”
우우웅-우웅–
거울이 덜덜 떨 듯 진동했다.
“아무래도 내가 한 일만큼 대가를 받아야 할 것 같아. 나 시간 많으니까, 하나하나 놓치지 말고 다 이야기해보자. 응?”
우웅— 우우웅—
거울이 격렬하게 떨었다.
그리고 케일은 환하게 웃었다.
-돈 받는다!
짠돌이의 환호성을 받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