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828
2부 70화
-인간아! 이 마차 마음에 든다! 이쁘다!
케일은 마차에 올라타서 멍하니 손을 흔들었다.
‘내가 로운에서도 이런 짓은 하지 않았는데.’
다시는 안 올 세계이고.
백발에 녹안, 신관복 차림이라서 참았지.
만약 본래의 모습으로 나서야 했다면, 그냥 도망쳤을 것이다.
-인간아! 나 이런 마차 몇 개 만들어야겠다! 엄마랑 비크로스한테 부탁해야겠다!
그러든가.
케일은 심드렁한 얼굴로 그냥 손을 흔들었다.
기계적으로.
“정화자시여.”
그런 그의 옆에 곧 대관식을 통해 황제 자리에 오를 올리비아 황녀가 자리해 있었다.
“왜요?”
상당히 띠꺼운 케일의 대답에 올리비아는 멈칫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케일은 이제는 떠날 거라 마음 가는 대로 행동했다.
와아아아아–
파앙! 팡!
라라랄-라라라—라라라–
그 와중에도 사람들은 환호했다.
케일과 눈이 마주치면 더 환호성이 커졌다.
“정화자시여!”
“정화자님!”
개중에 몇몇은 정화의 불 교단 신도인지, 한데 뭉쳐서 단체로 무릎까지 꿇고서 교단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예를 표하고 있었다.
-크큭.
에르하벤이 케일의 머릿속으로 굳이 웃음소리를 보내왔다.
‘무시하자.’
진짜, 무시하고 싶다.
“으음. 다름이 아니고, 전 황제는 처형을 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어진 올리비아의 말에 케일은 그녀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황제는 그녀의 아버지니까.
“그래도 됩니까?”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고. 화이언스 가주도 없는 상황이니, 사람들을 이해시키려면 황제만 한 적임자가 없죠.”
올리비아는 짐짓 차분한 음성으로 말했지만. 제국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말하는 입가가 묘하게 떨리고 있었다.
“고생이 많네요.”
무심하게 툭 내뱉는 케일의 말에 올리비아는 더 밝게 웃었다.
“정화자께서 가시는 길만큼은 아니지요.”
“…딱히 제가 가는 길이 그렇게 힘들지는,”
“4황자와 1황자는 귀양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케일은 제 말이 잘렸다는 사실에 올리비아를 응시했지만, 그녀는 모른 척했다.
“두 사람은 그래도 말이 귀양이지, 각자 최전선을 원해서 괴물 처리 최전선에 배치될 예정입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제 황제 자리가 굳건해지면 그들을 불러들일 생각이에요.”
“…굳이 저한테 이야기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했습니다만.”
“그리고 멸망단이 용병 특성을 활용해서, 샤올렌 곳곳으로 정화의 불 교단 신관들과 파견 나가 현 대륙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로 했습니다. 또 이전 체제의, 화이언스에 협력했던 자들은 심한 오염 구역으로 보내, 그들의 죄를 묻기로 했고요. 또-”
“…황녀님.”
케일의 나직한 부름에 올리비아는 그제야 말을 멈추고 한마디를 건넸다.
“고마워요.”
“그런 말은-”
“네, 그런 말 그만하라구요? 하지만 정화자께서 해주신 일에 비해 그 보답이 부족한 것 같고. 하지만 저희는 드릴 게 없고.”
올리비아가 케일을 바라봤다. 케일은 간절한 눈빛에 멈칫했다.
“케일 님. 여기 머무시면서, 천천히 쉬시면서, 저희가 원하시는 거 다 구해다 드릴 테니까. 여기에 조금 더 머무시면 안 될까요? 한 1, 2년만요.”
케일은 올리비아의 시선을 피했다.
“보답은 이미 충분히 받았습니다.”
“…고작 그것으로 될까요?”
제국 측에서는 케일과 일행에게 어떻게든 보답을 하고 싶어 했다.
‘지하 무덤을 통째로 줬지.’
케일이 화이언스 가주와 중앙 광장에서 부딪칠 때.
고룡 에르하벤은 드래곤 아페와 함께 지하 무덤으로 가서 강시를 빼돌렸다.
당연히 그 지하 무덤에 있는 모든 물건들을 몽땅 가지고서.
‘올리비아 황녀는 강시만 넘겨주고 나머지는 다 가지라고 했지.’
케일의 머릿속에 고룡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황녀가 통이 커.
그 지하 무덤 속에는 정말 엄청나게 진귀한 보석과 금화, 무기들이 가득했다.
‘특히 최상급 마정석도 많았지.’
오염되지 않은.
“고작이라니요. 황녀님께서는 그 지하 무덤에 들어 있던 보물도 확인하지 않으셨잖습니까?”
그렇다.
올리비아는 양도 보지 않고, 그냥 넘겼다.
“지금 드릴 것이 그것뿐이니까요.”
지하 무덤에 있던 보물들은 모두 비공식적 물건들이었다.
“공식적인 물건들은, 이 땅을 위해 써야 해서… 더 보답하지 못해 아쉬울 뿐입니다.”
“…음.”
많았다.
지하 무덤에 보석이 좀 많았다.
그래, 특히 보석이 많았다.
-인간아, 진짜 엄청 번쩍거렸다!
사실 그 보석의 양을 보고, 케일은 ‘아, 샤올렌 행성에 광산이 많다는 게 진실이었구나.’ 싶었다.
‘…사실 샤올렌에게서 가장 매장량이 많고 가치가 높은 광산을 종류별로 받기로 했는데.’
또 샤올렌이 준비한 보물들도 받기로 했다.
한 이틀 뒤면 샤올렌에서 연락을 줄 것이다.
‘으음.’
케일은 묘하게 껄끄러웠다.
이번에는 피도 안 토하고, 기절도 안 해서 그런가. 체감상 딱히 그렇게까지 힘들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뭔가 한 일에 비해서 많이 받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그러려니 했다.
‘뭐, 받으면 좋지.’
주면 주는 대로 받아야지. 계속 거절하는 것도 별로니까.
“…세계를 구해주신 것에 비하면, 정말 작은 보답이지만.”
“아뇨. 충분합니다.”
올리비아는 자신의 말에 단호하게 제 뜻을 전하는 케일을 가만히 바라봤다.
‘정말이지.’
사실 그녀는 지하 무덤에 어느 정도의 보석이 있는지 1황자에게 어느 정도 들어둔 상태였다.
만약 그 정도 재화를 대륙을 위해 투자한다면, 앞으로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보답은 해야지.’
그가 행한 일은, 이 땅을 구하는 일이었다.
‘부담스러워하시는 것 같지만.’
보답에 관해 언급할 때마다, 묘하게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아마 정화자와 같은 이에게 재물은 흘러가는 바람과 같을 터.
‘하지만 이렇게라도 잘 보여야 돼.’
언젠가.
그래, 언젠가 다시 만날 수도 있지 않겠는가?
‘정화자는 이런 행사도 좋아하지 않는 게 보여.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걸 별로 원하지 않으시지.’
그럼에도 결국 준비를 하니, 이렇게 마차에 타서 샤올렌 사람들의 인사를 친절한 미소를 띤 채 받아준다.
함께 손도 흔들어준다.
그것도 끊임없이.
그 모습은 이따금씩 보이던 그 지배하는 압박감과는 거리가 먼, 따스함이 담겨 있었다.
‘어느 정도 애정이 있지 않을까?’
그는 자신이 구한 샤올렌에 어느 정도 애정이, 관심이 있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자꾸 품게 되었다.
‘그럴 수밖에 없잖아.’
교황에게 듣기로, 정화의 불 신께서 성물을 정화자에게 넘기라고 하였다고 한다.
이는 교단 사람 외에는 올리비아만 아는 사실로.
‘솔직히 정화자께서 원하면, 강시는 대충 정화하고 시간이 다 되었다면서 성물만 들고 가면 되었을 거야.’
하지만 그는 몸을 휘청일 정도로 열심히 강시를 모두 정화했다.
그 이후로 오늘 송환식까지 칩거를 한 것으로 보아, 정화자의 성격상 드러내지 못하고 혼자서 끙끙 앓았으리라.
‘거기다가 세계수도 주었지.’
그 귀한 생명체가 이 땅에 터를 내리게 할 기회를 주었다.
“…정말, 정말 고맙습니다. 정화자시여.”
“아, 네. 뭐.”
정화자는 떨떠름한 기색으로 올리비아의 시선을 피했다.
‘보기보다 부끄러움도 많으셔.’
올리비아는 바랐다.
부디 정화자를 보며 환호하고 감사를 표하는 샤올렌 사람들을 보고, 정화자께서 한 번쯤 더 이 땅에 들러주길.
그가 떠나고 난 후, 샤올렌 사람들은 스스로 앞날을 헤쳐가겠지만.
지난 300여 년의 시간을 바꾸고, 새로운 시대의 문을 연 그는 정신적인 지주나 다름없었다.
그가 부디 다시 이 땅을 찾아주길.
올리비아는 간절히 바랐다.
그리고 케일은 손을 흔들며 생각했다.
‘아, 집 가고 싶다.’
다행히 집으로 돌아갈 시간은 금방 찾아왔다.
* * *
케일은 처음에 샤올렌에 왔을 때 발을 디뎠던 장소에 서 있었다.
“케일 님, 다 모였습니다.”
최한의 말에 주위를 둘러보았다. 평균 9세에, 에르하벤, 최한, 수이 칸, 메리. 그리고-
“딱히 한 일 없이 돌아가려니 민망하네요.”
다크엘프 숀이 어색한 미소를 띠며 건넨 말에 케일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수이 칸이 숀의 팔을 툭툭 두드리며 입을 열었다.
“티 나지 않는 일을 많이 했잖습니까?”
“하하.”
케일은 다크엘프 숀과 뱀파이어 제스나에게 시선을 마주하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두 사람은 케일과 함께하는 일이 별로 없었지만, 꽤 많은 일을 했다.
케일이 황궁에 있을 때는, 정화의 불 교단 안가에서 화이언스 가문의 동태를 살폈고.
케일 일행이 수도에 없을 때는 수도의 상황을 촘촘하게 관찰했다.
‘또 강시가 있던 두 곳의 비밀 장소를 터는 일에 일조했지.’
전면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두 사람이 없었다면 일이 복잡했을 것이다.
일단 일을 맡길 수 있는 아군은 많을수록 좋은 법이었다.
“그러면 전 잘 보였습니까?”
뱀파이어 제스나가 케일을 향해 물었다.
그는 문득 제스나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아주 잘 보이라고 했습니다.’
프레도 공작이 제스나에게 했다는 말.
‘반드시, 엔더블에 득이 되게 만들라고 하셨습니다.’
케일은 그간 묵묵히 제 할 일을 하고, 이제 돌아갈 때가 되어서야 이 말을 하는 제스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 충분히.”
“후후.”
제스나의 입꼬리가 쓰윽 올라갔다.
‘음.’
뭔가 꺼림칙한 느낌이 드는 미소였다. 마치, 레몬차를 꺼내 드는 론의 미소 같다고 해야 할까.
‘그러고 보니, 얘랑 대화를 하고 느꼈던 감정이-’
‘쎄하다.’ 였지?
케일은 왠지 모르게 제스나의 저 미소를 또 볼 것 같았지만, 앞으로 그럴 일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그 미소에서 시선을 떼었다.
“그, 그-”
왜냐면 아주 소심한 누군가가 케일의 주위에서 우물쭈물 다가오고 있었으니까.
드래곤 아페.
그녀는 라온, 온, 홍, 에르하벤과 차례대로 이야기를 나누더니, 이제는 케일에게 다가왔다.
“아페 님.”
“…이제 가?”
“네.”
“…….”
아페는 말없이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덤으로 고개도 살짝 숙인 채.
어쩐지 이 드래곤은 점점 더 소심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아, 때려 부술 때는 빼고.’
아마도 저 소심한 모습이 본래 성격일 것이고, 상황이 안정적으로 변해가니 원래의 기질이 자연히 드러나는 것일 터.
‘아페도 결국은 고향을 선택했네.’
아페는 처음에는 따라가려고 했다.
죽은 마나 속에서 태어난 드래곤. 그런 드래곤이 케일과 함께해준다고 하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가짜 세계수를 보더니, 이 세계에 남겠다고 했다.
‘나 혼자지만, 혼자가 아니더라고.’
가짜 세계수에게 들었다고 했다.
‘너희가 사는 세상에는, 나 같은 존재가 아주 적다며? 그리고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다며?’
사실이었다.
로운 왕국을 비롯하며 많은 지역에서 네크로맨서나 다크엘프 등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아직 인식이 좋지 않은 쪽도 꽤 있었다.
특히 흑마법사가 주요 전력이었고 다크엘프 등이 있던 ‘암’ 세력 때문에. 오히려 더 경계하는 이들도 있었다.
‘나는 여기 남을래.’
아페는 이곳에 남기로 했다.
“저기-”
아페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말했다.
“잘 가.”
그리고 손을 살포시 들어 아주 살짝 흔들었다.
“네. 아페 님도 잘 지내세요.”
“응. 너도 못 보는 동안 잘 지내.”
응?
뭔가 이상한 말을 들은 것 같은데?
케일은 아페에게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묻고 싶었지만, 아페는 이미 케일에게서 등을 휙 돌려 메리에게로 향했다.
아직 인사할 사람들이 많이 남은 듯했다.
‘음. 그냥 하는 말이겠지.’
케일은 대충 흘려들었다. 그리고 대신 무언가를 찾아 시선을 움직였다.
그 바람에 아페 곁으로 다가간 라온이 나직이 건네는 말을 듣지 못했다.
“아페야! 나는 너 기다린다!”
“…응.”
“나도 연구하겠다! 신이 만드는 물건, 나도 만들 수 있다! 우리는 위대한 용이니까!”
“…응… 나도 열심히 연구할게……!”
가만히 듣고 있던 온이 묘한 표정으로 두 용을 바라봤지만, 아쉽게도 케일은 그 둘에게 신경 쓸 틈이 없었다.
“뭐 찾아?”
수이 칸이 다가와 물었다.
“인질은-”
“여기.”
“아. 제대로 있네요.”
수이 칸이 자신의 뒤를 가리켰다.
그곳엔 검은 포대 두 덩이가 있었다. 그 안에 혈교 7호와 시종장이 기절 상태였다.
“으읍! 읍!”
아니, 포대 한 덩이 안의 사람이 깨어났다.
“아, 또 깨어났네요.”
최한이 케일을 지나쳐 무심히 포대로 다가가 어딘가를 꾹꾹 두드려 댔다.
“으읍! 음!”
들썩이던 포대가 다시 조용해졌다.
케일이 가만히 최한을 쳐다봤고.
“7호가 점점 기절에서 빨리 깨어나네요.”
담담한 보고에 오랜만에 생각했다.
‘살벌한 놈.’
역시 최한은 살벌했다.
케일은 분명 보았다. 최한의 손길이 닿자마자, 경기를 일으키듯 덜덜 떨며 더 격렬하게 버둥대던 포대 덩이를.
7호는 이제 최한의 얼굴만 봐도 토할 것 같이 굴었다.
“가시죠!”
힘찬 목소리에 케일은 한숨을 삼키며 고개를 돌렸다.
노신관 더스트가 신관복을 입은 채 케일에게 다가왔다.
등에 거대한 배낭을 짊어지고서.
“그래, 인간아! 가자!”
라온의 목소리에 케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신호에 사람들은 각자의 자리로 향했다.
우우웅—우웅—
케일은 아까부터 진동하는 성물을 안주머니에서 꺼내 들었다.
거울에 태블릿과 같은 화면이 나타났다.
‘아니오.’라는 선택지가 왜 있나 싶었지만. 케일은 망설임 없이 손을 뻗었다.
그 글자에 케일의 손가락이 닿는 순간.
우우웅—우우웅—
공간이 진동했다.
케일은 제 시야를 점점 덮는 어둠을 느꼈다.
“안녕히, 잘 가십시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올리비아, 교황, 제로 등등.
신전까지 따라온 몇몇 사람들이 케일과 일행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케일은 그 인사에 살짝 고개를 숙이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하고는 눈을 감았다.
‘이제 집이네.’
* * *
케일은 돌아왔다.
로운 왕국으로.
죽음의 신 신전으로.
“…으음.”
그는 주춤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아주 질색한 표정으로.
그런 케일에게 두 팔을 벌리며 다가오는 이가 있었다.
“동생! 우리 동생! 어서 와!”
왕세자 알베르 크로스만. 그가 한껏 화사하고 상냥한 얼굴로 케일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왔다.
‘왜 이래?’
케일의 표정이 한껏 일그러졌다.
-인간아, 집에 돌아온 느낌이 난다!
당연히, 라온의 말은 흘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