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831
2부 73화
“…너 표정이 왜 그래?”
왕세자의 목소리에 케일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냥요.”
“아닌데.”
알베르는 살짝 커튼을 걷었다. 왕궁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는 다시 케일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꼭 일하러 가기 전, 표정인데.”
“맞다! 왕세자야, 정확하다! 정확히 말하면 귀찮은 일 하러 갈 때 표정이다!”
케일은 왕세자와 용의 대화는 무시했다.
‘…영 못 미더운데.’
혈교는 박살 내러 가야 한다.
‘왕궁을 때려 부순 것도 짜증 나는데.’
왜 또 쳐들어와서 사람을 죽이고, 납치하고, 다치게 하지?
로운이 샌드백인가?
자꾸 왜 때려?
“왕세자야! 인간 표정이 무시무시하다!”
“곧 뭐든 부수러 가겠군요.”
“왕세자야, 나는 너의 정확한 판단력을 높게 여긴다!”
“감사합니다, 라온 님.”
라온의 통통한 뒤통수를 쓰다듬던 알베르는 케일에게 말했다.
“너 계속 무시할 거냐?”
띠링! 띠링!
자꾸만 메시지 알람음이 들려왔다.
참, 중원이에게 어울리는 알람음이었다.
‘그래, 일단 다 보기는 보자.’
케일은 샤올렌으로 떠날 때를 떠올리며, 차원 이동 초대장을 다시 열었다.
‘제한 인원이-’
저번에는 10명이었다.
돌아올 때는 13명이었다.
‘최소한 이번에도 그에 근접해야 하는데.’
왜냐면 이번에는 반드시 데리고 가야 한다고 케일이 확정한 인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최한.’
최한은 가야 한다.
최정수를 떠나서, 현재 최한의 검술은 무협 세상에 가면 분명 무언가 얻을 것이다.
‘그리고 더스트 신관과 혈교 7호는 데리고 가야 하고.’
더스트 신관은 뭔가 떠맡은 느낌이기는 한데, 정화의 불 신이 데리고 가라고 하는 걸 보면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나마 괜찮은 신 같으니까.’
죽음의 신에 비하면, 좀 얼빵해 보여서 그렇지. 괜찮았다.
‘혈교 7호는-’
써먹을 데가 아주 많았다.
“왕세자야! 인간이 드디어 웃기 시작한다! 그런데 무섭게 웃는다!”
“기분이 좋아졌나 봅니다.”
마차는 왕궁 정문을 지났다.
케일은 읽다 만 뒷부분을 마저 읽었다.
“음?”
케일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띠링 띠링!
다급하게 새로운 메시지가 왔다.
하지만 케일은 무시하고 마저 초대장을 읽었다.
“…….”
라온이 케일을 훔쳐보며 말했다.
“왕세자야! 인간, 상당히 뭐가 찜찜한가 보다!”
“…….”
“…….”
띠링 띠링!
케일은 메시지 창을 열었다.
우우웅—우웅–
그때, 거울이 진동하며 죽음의 신이 보낸 메시지가 떴다.
“…빌어먹을 신 같으니라고.”
케일은 골치가 아팠다.
‘힘이 줄어들지도 모른다고?’
물론 전체 힘이 아닌, 일부 힘이지만. 줄어든다고 하니 짜증이 일었다.
‘가만히 보니까 사냥꾼 가문 중 검은 피 가문이 제일 약한 것 같았단 말이지.’
화이언스 가문. 검은 피 가문이 가장 약해 보였다.
‘혈교는 분명 강할 거야.’
그런데 혈교만을 염두에 두어서는 안 되었다.
‘…지금 혈교가 정사마 대전을 일으키려고 한다지?’
정파, 사파, 마교.
온갖 무림인들이 지금 거대한 전쟁을 앞두고 서로 잔뜩 날을 세우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 중원에서는 크고 작은 전투가 벌어지고 있을지도 몰랐다.
즉, 그 세계에는 강한 놈들이 천지에 깔렸다.
소드 마스터 한 명 제대로 없는 샤올렌과는 차원이 다른 세계였다.
띠링 띠링!
케일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왜 그래? 진짜, 무슨 일이야?”
그는 알베르의 물음에 한숨을 내쉬고 간단하게 메시지 내용을 말해주었다.
내용을 다 들은 알베르는 툭 던지듯 말했다.
“급할 거 있어?”
그는 말이 없는 케일을 보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왜 이러는지 알기 때문이었다.
“나와 론이 부상을 입기는 했지만, 그렇게 크게 다치지는 않았어.”
가만히 말없이 있던 케일은 마차가 왕세자 궁 앞에서 멈추자 입을 열었다.
“…일단은 보류하고 생각을 좀 해보죠.”
띠링 띠링!
케일은 신물을 다시 대충 품 안에 쑤셔 넣었다.
대신 마차에서 내리기 전, 가지고 있던 의문을 내뱉었다.
“저하.”
“그래.”
“현재 퍼슬시 복구에 브렉 왕국, 위퍼 왕국, 정글만 제대로 한다고 했죠?”
브렉 왕국은 로잘린이.
위퍼 왕국은 툰카가.
정글은 리타나가 있었다.
“파에른 왕국은 왜 빠졌습니까?”
파에른. 그곳은 클로페가 있었다.
클로페, 그놈의 집안인 세카 공작가는 파에른 왕국의 중심이나 다름없었다.
“아. 거기는.”
알베르는 잠시 고민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으니, 서재로 가서 이야기하도록 하지.”
덧붙였다.
“곧, 다른 이들도 도착할 테니까.”
* * *
오독. 오독. 오독.
케일의 시선이 서재 구석으로 향했다. 동그란 소파에 평균 9세가 모여 쿠키를 먹고 있었다.
“으음.”
최한이 침음을 흘렸다.
“그러니까, 지금 클로페가, 아니 세카 가문이 난감한 상황이라는 겁니까?”
“그렇지.”
그의 물음에 알베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히 말하면 파에른 왕국이 난감한 상황이지.”
북 3국.
파에른, 노르란드, 아스코산.
그들은 곰족, 화염의 드워프족과 함께 ‘불굴 연합’을 결성했다.
“그 연합은 아주 장렬하게 실패했고.”
그에 따라 북 3국은 거의 유명무실하게 되었다.
왕세자의 말을 듣던 최한이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지금껏 조용하던 노르란드와 아스코산에서 갑자기 파에른 왕국에게 연합의 실패 책임을 묻고 있다는 겁니까?”
“그렇지.”
알베르는 느긋한 음성으로 답했다.
“이것도 힘의 논리지.”
불굴 연합은 실패했지만, 그 중심에 있던 파에른 왕국은 두 왕국으로부터 책임을 추궁당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파에른 왕국은 강했으니까.
그리고 파에른 왕국의 클로페가 케일과 함께하는 모습을 보이며, 로운 왕국과 파에른 왕국 사이가 꽤 친밀해 보였으니까.
“하지만 로운 왕국에 일이 생기고, 파에른 왕국도 잠잠하니까. 슬슬 두 왕국이 파에른을 쪼기 시작한 거지.”
로운 왕국을 중심으로 북 3국과의 해상 무역 길이 트이고, 발전하는 중이지만. 그것에 만족할 노르란드와 아스코산이었다면, 남쪽을 향해 전쟁을 선포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아.”
최한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얀 별이 정리되니, 다른 문제들이 솟구치는군요.”
대륙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큰일은 아니었지만, 크고 작은 문제들이 꽤 발생했다.
케일은 알베르에게 무심하게 물었다.
“그래서 클로페는 지금 뭐 한답니까?”
“아마 두 왕국을 누르려고 하겠지.”
“하긴, 그럴 인간이죠.”
클로페 세카.
겉모습은 아주 성스러워 보이는 이놈은, 케일의 앞에서 유독 맛이 간 놈처럼 굴어서 그렇지 만만한 인간이 아니다.
오히려 살벌한 축에 드는 놈이지.
‘클로페의 몸은 정상이 아니다.’
제대로 된 소드 마스터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클로페의 수완이라면, 세상을 속여온 세카 가문의 수완이라면 곧 노르란드와 아스코산은 파에른 왕국 앞에서 뻗대던 고개를 숙일 것이다.
‘괜히 파에른 왕국이 오래 버틴 게 아니란 말이지.’
대륙 최북단에 위치하며, 농업이 발달하기 상당히 힘겨운 환경을 지닌 땅.
그곳에서 대륙 최고의 기사 전력을 가졌다는 것이 파에른의 저력을 보여주는 면이었다.
“그건 그렇고.”
알베르의 시선이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는 노인에게로 향했다.
“샤올렌에서 온 분이시라고?”
왕세자의 물음에 신관 더스트는 자리에서 일어나 살짝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네. 신관 더스트입니다. 편히 말씀하십시오, 저하.”
더스트가 허리를 폈고, 그 순간 알베르는 그와 눈이 마주쳤다.
‘응?’
노인의 눈동자에 친근감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호감이 아주 철철 흐르는 눈동자였다.
왜 저러나 싶은 순간, 더스트는 나직이 말했다.
“정화자의 의형제 되시는 분이라, 들었습니다.”
순간 케일의 시선이 최한에게로 향했다. 최한은 시선을 피했다.
그 모습에 케일은 깨달았다.
‘…에르하벤 님 아니면 팀장이 말했구나!’
최한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메리가…….”
…범인은 메리였다.
케일은 슬쩍 눈을 감았다.
현재 에르하벤은 혈교 7호와 시종장을 데리고 어둠의 숲으로 먼저 돌아갔다. 아무래도 저 녀석들을 감금해 두기에 왕궁도 불안하다는 이유였다.
그리고 수이 칸은 볼일이 있다며 자리를 떴고, 메리는 다크엘프 숀과 함께 잠시 고향으로 돌아갔다. 뱀파이어 제스나도 엔더블로 향했고.
“그렇지. 내가 케일의 의형님이지.”
알베르는 아주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더스트는 새로운 사실을 알아 기쁘다는 듯 연신 고개를 끄덕이더니 허공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 목소리는 아련했다.
“정화자께서 이 땅에서 나고 자라셨다니- 참으로, 그에 걸맞게 아름다운 왕국입니다-”
참고로 더스트가 앉아 있는 창밖 너머. 왕세자 궁 가장 근처에 있는 궁은 지금 부서져 지붕이 폭삭 가라앉은 상태였다.
혈교로 추정되는 사냥꾼이 한 짓이었다.
황제궁의 기둥도 여전히 그대로 덩그러니 있었고.
“으음.”
케일은 더스트의 모습이 영 떨떠름했지만, 곧 누군가의 반응을 보고는 표정을 풀었다.
“하하하. 그런가? 좋게 봐주니, 기쁘군.”
왕세자 알베르. 그가 아주 화사한 미소를 띤 채 더스트를 상대하고 있었다.
‘알아서 하겠네.’
알베르가 있으니, 더스트가 여기서 헛짓은 못 할 것이다. 아마 알아서 조용히 왕국에서 지내다 가게 만들 것이다.
삐이이—
그 순간, 영상통신구가 울렸다.
“소식이 퍼졌나 보군.”
알베르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는 케일을 힐끗 쳐다봤다.
“하긴, 내가 너무 동생이랑 대놓고 다니기는 했어?”
케일의 입꼬리도 올라갔다.
“카로부터 시작해서, 노르란드에서도 연락이 왔군. 도대체 수도에 얼마나 눈을 심어둔 거야?”
알베르는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었다.
케일은 그에게 물었다.
“일부러 눈을 심어두게 내버려 둔 거 아닙니까?”
“당연하지. 그 눈을 감시하는 것도 꽤 재미가 쏠쏠하거든.”
갈수록 화사해지는 미소를 보며, 케일은 살짝 고개를 가로저었다.
‘역시, 아군인 게 편해.’
왕세자와는 척을 지지 않는 편이 낫다.
“…케일.”
“네?”
갑자기 알베르의 목소리가 변했다.
상당히 떨떠름해 하는 기색이었다.
그때였다.
똑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케일은 곧바로 입을 열었다.
“저하.”
“그래. 들어오게!”
알베르가 문밖을 향해 외쳤고, 곧 문이 열렸다.
냐아아옹!
나야옹!
온과 홍이 누구보다도 빠르게 문으로 향했다.
케일도 그 뒤를 따랐다.
달칵.
문이 열렸다.
탁. 타닥. 탁.
목발 짚는 소리가 났다. 케일의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깁스를 찬 다리와 목발이 보였다.
그는 천천히 시선을 위로 옮겼다.
“도련님. 잘 다녀오셨습니까?”
론이 인자한 미소를 띤 채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비크로스가 그 뒤를 호위 기사처럼 따랐다.
“론 할배야! 비크로스야!”
라온이 온과 홍의 옆으로 날아와, 둘과 함께 론의 다리를 안절부절못하며 바라보고 있었다.
“론 할배야! 왜 우리 인간처럼 다치나! 그러면 안 된다!”
“맞는데! 아프면 안 되는데!”
“우리보고 다치지 말랬으면서, 왜 다치는지 모르겠는데.”
론은 평균 9세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 그는 케일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여전히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음.’
케일은 저 미소가 살벌하게 느껴졌다.
‘화났구만.’
시종 론. 동대륙의 뒷세계를 다시 호령하기 시작한 몰란 가문의 가주가 입을 열었다.
“…혈교랬지요? 이번에 두 번째로 궁을 친 놈들이……?”
“그, 그렇지!”
케일은 저도 모르게 더듬었지만, 아주 신속하게 답했다.
왠지 모르게, 케일은 론이 저렇게 심하게 인자하게 웃을수록 무서웠다.
그래, 절로 쫄게 된다.
“도련님.”
론이 그를 불렀을 때, 그는 비크로스가 흰 장갑을 꺼내 끼는 것을 보았다.
‘저놈은 갑자기 장갑을 왜 껴?’
그 순간, 론이 이어 말했다.
“비크로스가 도련님이 데려온 적을 보고 싶다고 하더군요.”
아.
케일은 생각했다.
‘안녕, 혈교 7호.’
살아서 보자.
존재감 없는 시종장도.
살아남으렴.
“그리고, 도련님.”
론이 웃으며 말했다.
“다음에는 저도 가고 싶습니다. 될까요?”
덧붙였다.
“저번에는 전면전이었지만, 제 식으로 한번 움직여 보고 싶습니다. 도련님.”
혈교로 추정되는 사냥꾼과 론은 정면으로 부딪쳐 싸웠다.
하지만 론의 방식은 정면이 아니었다.
그는 정면으로도 뛰어났지만, 그보다 더 뛰어난 ‘암살자’였다.
“공자님, 저도 가고 싶습니다.”
드물게 비크로스가 제 생각을 말해왔다. 유독 티끌 하나 없이 하얀 장갑을 하나 더 끼며.
그 모습을 보며 케일은 생각했다.
‘…론에 비크로스라.’
왠지 혈교를 상대할 인원 구성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그래, 로잘린 씨나 라크, 메리 이런 사람들보다는-’
살아 있는 사람을 강시로 만들어 버리는 놈들을 상대하기에는-
‘어울리는 자들이 따로 있지.’
케일의 입꼬리가 점차 올라갔다.
“그림이 그려지네.”